생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립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고(故)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대표)가 37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8부(이규진 부장판사)는 긴급조치 9호와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976년 6월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이 확정된 김 전 당수의 재심에서 13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지난 3~4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잇따라 긴급조치 9호의 위헌·무효성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도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심적·정치적·사회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을 재심 청구인과가족들에게 사법부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당수는 김한길(60) 민주당 대표의 부친이다.
김 대표는 1994년 8월 69세로 작고한 선친을 대신해 지난 6월 재심을 청구하고 곧 개시 결정을 받아 이날 법정에 나왔다.
이날 공판은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의 3자 회담에 응하기로 한 당일 열린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재심 청구인으로서 "국가가 밀실에서 운영되던 시절, 20대 청년으로 아버지 재판을 지켜봤다.
이제 정의의 법정에서 아버지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게 됐지만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께서 하신 일을 내가 이어가겠다.
정의가 승리하고 민주주의가 이길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선고 직후 "재판부의 사과에 울컥했다.
37년 만에 이제서야 이런 말을 듣게 됐구나, 아버지의 싸움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 전 당수는 1961년 통일사회당 창당을 주도했다.
1971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당시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물러났다.
김 전 당수는 통일사회당 고문이던 1975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같은당 박모 중앙상임위원회 의장의 공소장 사본을 언론사에 배포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받았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