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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치단체 금고 유치 경쟁 문제점과 대안] 지나친 협력사업비 여전, 안행부 개선안 '무용지물'

선정된 뒤 운영 손실, 지역주민에 전가 불가피 / 심의위원 자의적 판단 줄일 항목 최소화해야

올들어 임실·부안·진안·정읍·남원 등 5개 시군의 금고 선정과정에서 시중은행에 밀려 전북은행이 탈락하고, 농협이 1금고에서 탈락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면서 금리와 협력사업비 출혈경쟁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자치단체 금고 선정과정의 이같은 출혈경쟁을 막고 공정하고 투명한 심의를 위해 관련 조례안을 개정했지만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이 뻔한데도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금고운영 수익을 크게 웃도는 과도한 협력사업비를 제시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자치단체 금고운영을 둘러싼 경쟁이 자존심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갈수록 ‘베팅’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금고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기관 내부에서 조차 “금고 운영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은 결국 지역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출혈경쟁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에 돌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치단체는 협력사업비가 세외수입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그 부담이 결국 지역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혈경쟁 어느 정도까지 왔나

 

지난 2008년 평가점수 합산 오류로 시금고 선정결과가 번복된 경기도 광명시 금고선정에 참여한 시중은행은 70억원이 넘는 협력사업비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의를 통해 2순위에서 1순위로 올라선 농협보다 6배 이상 많은 금액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부안군 금고선정에서는 KB국민은행이 전북은행을 제치고 2금고를 따내는 이변이 연출됐는데 협력사업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흘렀다.

 

지난 13일 열린 정읍시금고 선정 심의에서도 1금고를 따낸 전북은행은 경쟁상대인 농협보다 2배 가까운 협력사업비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읍시는 금융기관간의 출혈경쟁으로 10억원에 가까운 세외수입 증대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 진행될 자치단체 금고 선정과정에서도 지나친 협력사업비 베팅으로 출혈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자치단체의 협력사업비 규모를 눈여겨본 자치단체가 이를 그냥 지나칠리 없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 새 조례 무용지물

 

안행부는 올 3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금고지정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 개선방안이 담긴 금고지정 기준(예규)을 제시했다.

 

금고지정에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치단체가 임의적으로 항목 및 배점을 결정하는 여지를 최대한 배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고지정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금융기관 출연의 협력사업비는 투명한 관리를 위해 현금으로 받고 지원받은 출연금은 모두 세입예산에 편성토록 했다. 더불어 협력사업비 총액은 물론 집행내역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특히 5개 평가 항목 가운데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등 2개 항목의 순위 간 점수 편차는 다른 3개 항목에 적용되는 편차비율의 1/2을 적용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지역주민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등 3개 항목의 1위와 2위간 점수 편차를 10%로 정했을 경우 금리와 협력사업비 항목의 1·2위간 편차는 5%만 두도록 한 것이다.

 

이는 금리와 협력사업비가 전체 점수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금융기관간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안행부의 새 조례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금고 심의위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세부항목들의 점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읍시 금고지정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 가운데 정량 평가가 어려워 심의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비계량 세부항목은 △지방세입금 납부편의 증진방안(8점) △세입세출업무 자금관리 능력(5점)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능력(7점) △OCR센터 운영능력 및 계획(3점) 등 4개로 점수가 23점에 달했다.

 

1·2위간 편차 10%를 고려하면 1위와 2위의 점수차가 최대 2.3점이나 생기는 셈이다.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협력사업비가 세외수입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더 많은 협력사업비를 제시한 금융기관을 외면하기 어렵다는게 행정 내부의 시각이다. 비계량 항목에서 공정하고 객관적 평가보다는 주관적 평가가 이뤄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임의적으로 항목 및 배점을 결정하는 여지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안행부의 취지가 현장에서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선 대책 없나

 

지나친 협력사업비를 낼 경우 금고운영 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는게 금융기관의 공통된 목소리로 지역 주민들의 예금 및 대출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안행부의 애초 취지대로 금리와 협력사업비가 금고 선정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고, 그 피해가 주민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고 심의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을 줄일 수 있도록 비계량 항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계량 항목 가운데 이행여부를 따질 수도 없는 사전 계획만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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