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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로'…분신시도 10대 구한 경찰관들

"살고 싶지 않다.

 아파트 옥상에서 휘발유를 붓고 자살하겠다.

" 지난 15일 오후 4시20분께 전북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앳된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익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정모(19)군이었다.

 정군은 "어려운 집안 사정과 수능시험을 망쳐 실의에 빠진 여자친구 때문에 괴롭다"며 분신자살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정군은 익산시 부송동의 한 아파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은 익산경찰서 부송지구대 김부현(58) 팀장과 박정인(43)·고종엽(49)경위는 소방서와 협조해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위치추적을 한 아파트 옥상에서 정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팀장과 대원들은 아파트 일대를 수색하면서 정군과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경찰관들은 여러 차례 통화한 끝에 정군이 이 아파트에서 1㎞가량 떨어진 다른 아파트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과 소방관들은 아파트 10여개 동을 샅샅이 뒤졌고, 한 아파트의 14층에서 머리에 휘발유를 부은 채 라이터를 들고 앉아 있는 정군을 발견했다.

 흥분한 정군은 "더는 살고 싶지 않다"며 분신을 시도하겠다고 경찰을 향해 외쳤다.

 지구대원들은 일단 흥분한 정군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정군과 경찰들 사이에는 넋두리와 위로의 말이 10여 분간 오갔다.

 정군은 경찰관들이 해준 "지금은 힘들지 모르지만 아직 어리고 앞으로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다.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따뜻한 한마디에 마음을 추슬렀다.

 정군은 경찰관들과 함께 지구대로와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부모에게 인계됐고,그렇게 자살 소동은 2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김 팀장은 "아들뻘 되는 학생이 분신하겠다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말이 죽겠다는 것이 아니라 '살려 달라', '제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것으로 들렸다"며 "무슨 사연이 있겠다 싶어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줬다"며 "정군이 마음을 돌려 탈 없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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