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픈 것보다 치료비가 더 무서워
“치료비가 부담돼 병원 가는 게 두렵습니다. 큰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고혈압 등 지병을 앓고 있는 이모씨(72)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자신의 건강 상태다. 기초연금과 폐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근근이 끼니를 해결하고 있지만 당장 큰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치료비를 구할 길이 없다. 10여년 전 사업이 망하면서 보험도 모두 해지했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어렵다. 모두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빈곤과 함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비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가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2007년 207만원에서 2014년 339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체 국민 1인당 연평균 진료비(109만원)의 3배나 되는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급증…전북 가장 심각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4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진료비는 모두 19조9687억원이다. 이는 전년도 대비 10.4% 증가한 액수다.
2005~2013년 노인 진료비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건강보험 적용인구 중 65세 인구비중은 8.3%에서 11.5%로 증가했고, 노인진료비는 24.4%에서 35.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도 약 13만원에서 약 27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건강보험 전체 적용인구 1인당 월평균 진료비의 3배 이상 수준이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진료비는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를 살펴보면 65~69세 노인은 96.7% 증가한 반면, 85세 이상 후기 노인은 무려 393.3%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후기노인인구와 치매노인인구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노인인구의 진료비는 현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같은 기간 전북지역의 진료비 증가 추이는 전국 평균의 1.5배 수준으로 가장 많은 의료비 지출을 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실제 지난해 전국 시·군·구별 인구 1인당 연간진료비 현황을 보면 상위 10개 자치단체 가운데 전북지역 시·군이 5곳이나 된다.
지역별로는 부안이 1인당 연간진료비 214만원을 기록해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순창(200만8861원), 임실(200만5957원), 진안(200만1294원), 김제(196만8972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간진료비 전국 평균은 117만1116원이다.
그러나 전북지역 자치단체는 문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정작 정책마련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악한 재정상황 탓이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노인복지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머지않아 다가올 재앙에 대비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의료비 걱정에 우울해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9월 ‘노인의 빈곤과 우울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과 우울 문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노인의 소득, 주거비·최저주거, 건강보험 체납·의료비 등을 기준으로 노인 빈곤과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지난 2013년 기준 중위(가처분)소득의 50% 미만에 해당하는 소득빈곤을 경험한 노인은 49.5%로 전체 노인의 절반에 달했으며, 의료빈곤 7.8%, 주거빈곤 4.2% 순을 기록했다.
빈곤 노인 가운데 47.5%가 빈곤과 우울감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자신의 집이 없어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노인의 우울 경험은 55.6%로 집을 소유한 경우(28.6%)의 두 배에 달했다.
실제 노인 우울증 환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4년부터 2011년 사이 전국 노인 우울증 진료환자는 8만9040명에서 20만6318명으로 증가했으며, 진료비는 295억원에서 775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지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 중 17.9%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사의 진단을 받은 노인 우울증 환자 가운데 73%가 60대에 진단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울증 치료를 받는 노인환자는 15% 수준에 불과해, 상당수의 노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근 전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노인의 빈곤과 우울문제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부터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면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질병을 앓으면서 특별히 할 일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의 삶일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센터장은 “결국 이러한 노인들은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고, 일부 노인들은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도 우리 전북지역 어느 곳에서 그러한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기고] 경제적 어려움에 건강 악화
- 병원 접근성 높이고 부양 가정 혜택 늘려야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무엇일까? 그것은 ‘경제적 빈곤, 건강악화(질병), 역할 상실, 고독(외로움)’이다. 이러한 고통들은 또한 노인우울증의 주요한 심리사회적 요인들이다.
경제적 빈곤 상태에서 질병 등 요인들이 더해질수록 노인들의 정신적 고통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각종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즘 대부분의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다. 일부 노인들에서는 젊어서부터 앓아왔던 질병들이 점점 더 악화된다.
또한, 현실적으로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겪게 된다.
첫째, 경제적 빈곤이다. 정부 발표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1인당 진료비는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진료비 상승이 빠른 증가 추세에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우리 지역의 노인진료비 증가 추이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러한 상황은, 초고령사회로 다가가고 있는 우리 전북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상당수 노인들은 장기간의 진료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병원 접근성의 어려움이다. 노인들은 노화에 따른 신체적 거동의 불편과 교통 수단 이용의 어려움이 많다. 특히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그러한 어려움이 훨씬 더 많다.
셋째, 핵가족화 현상 및 가족들의 무관심이다. 30여년 이상 전부터 산업화로 인한 이농현상과 전통적 대가족제도의 붕괴가 있었고 노부부 가정과 독거노인들의 증가가 있다. 여기에 일부 가족들의 무관심이 한몫을 한다.
그렇다면, 노인들의 빈곤과 질병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해소, 예방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노인진료비 지원(노인장기요양급여, 노령연금 등) 강화 확대 정책의 필요성이다.
둘째, 병원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인지원서비스 프로그램(노인전용 병의원행 순환버스나 차량, 노인방문간호사·노인요양보호사, 노인 전문 병의원에 대한 적절한 지원·감독 등)의 강화 확대 정책의 필요성이다.
셋째, 노인 부양 가정에 대한 각종 지원 혜택 강화 확대 정책의 필요성이다.
이와 같은 방안들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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