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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1년, 전북지역 응급의료센터 가보니…

감염 예방 매뉴얼 제각각…인적사항 확인 없이 통과

▲ 병원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지 1년 여가 지난 5일 도내 한 병원에서 방문객들이 응급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형민 기자

#1. “OOO씨 보호자 맞아요?”

 

오전 11시께 찾은 전주의 A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는 방문객을 안내하는 직원이 있었다. 한 보호자가 들어가려 하자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고 직원이 물었지만 인적사항 기록이나 체온 측정 같은 절차는 없었다. 출입구에 ‘내원 14일 이내 중동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의료진에게 말해달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 외에는 별도의 확인 절차는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방문객을 관찰하는 직원이 식사를 하러가는 등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일부 보호자들은 거리낌없이 응급의료센터 내부로 들어가는 광경도 연출됐다.

 

#2. “직접 들어가서 찾아보세요.”

 

오후 1시께 B병원 응급의료센터. 출입구에는 마스크와 보호복을 착용한 직원이 환자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었다. 입구 한편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출입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방문객이 “환자의 이름을 잘 모르겠지만 우선 들어가서 확인을 하고 싶다”며 입장을 시도하자 “직접 들어가서 찾아보라”며 직원이 안내했다. 결국 방문객은 별도의 보호자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응급의료센터 내부로 들어갔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 내부에는 환자 한 명을 놓고 보호자 2~3명이 둘러 앉은 모습도 보였다. 본원 응급의료센터의 외부 출입문에 적힌 ‘메르스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하여 모든 내원객은 방문에 제약이 있다’는 문구가 무색해 보였다.

 

#3. ‘그야말로 무대책’

 

오후 3시께 C병원 응급의료센터. 자동문이 설치된 이곳에는 방문객들을 통제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만약 메르스처럼 감염성 바이러스를 보유한 환자가 들어온다면 자칫 속수무책으로 뚫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입구에 ‘안심병원 응급실 방문객 기록지’가 놓여있었지만, 꽤 오랜기간 사용하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 특히 그 옆에 놓여 있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담아둔 바구니는 먼지 쌓인 잡동사니처럼 보였다.

 

이 병원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드나들었지만 체온 측정은 고사하고, 직원 아무도 ‘어느 환자를 찾아왔느냐’고 묻는 질문도 들리지 않았다.

 

지난 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1년 여가 지난 시점에 현재 응급의료센터는 어떻게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찾은 도내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의 현주소였다.

 

애초 메르스 사태 당시 모든 종합병원은 방문객들의 체온을 측정해 문제가 없을 때 스티커를 붙여주는 식으로 출입을 허용했지만, 본보가 확인한 결과 응급실 방문객에게 체온을 잰 병원은 이날 방문한 병원 3곳 중 단 1곳 뿐이었다.

 

지난 해 메르스 환자 186명 중 가족, 간병인, 방문객 메르스 확진 환자가 71명으로 전체 환자의 38%에 달할 정도로 감염에 절대적으로 취약한 부류였음에도 본보 확인 결과 도내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 3곳의 매뉴얼은 제각각이었다.

 

도내 종합병원 3곳의 응급의료센터 관계자에게 ‘메르스 이후 달라진 응급의료센터 감염예방 매뉴얼이 있느냐’고 물었다.

 

A병원은 방문객이 오면 신상정보를 기록하고 환자 1명 당 보호자 1명만 출입을 허용한다고 밝혔고, B병원은 방문객 기록과 체온측정, 환자 1명 당 보호자 1명 출입 허용을, C병원은 방문객 기록 등을 매뉴얼로 삼고 있다고 대답했다.

 

응급의료센터 관리가 가장 소홀했던 C병원 측 관계자는 “응급실내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보다 더 강화된 매뉴얼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응급의료센터의 감염 예방 매뉴얼이 이토록 제각각인 것도 문제지만, 특히 매뉴얼 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병원에 대해서는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오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승현 기자, 천경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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