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1년 안에 변화된 것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전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권근상 교수는 메르스가 발생 1년 후, 오늘에 대해 이같이 평가한 뒤 “메르스 발병 초기, 중앙정부의 병원 비공개 등 비밀주의로 인해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독자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적었다”며 “위험 소통(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치러야만 했지만, 전북도는 조기에 민·관·학 네트워크를 정착시키면서 다른 시·도에 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편”이라고 말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한다.
권 교수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쏟아낸 순간부터 일명 ‘카더라’나 괴담이 확대·재생산되지 않는 걸 보면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보건의료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지선 지키기나 소방차 길 터주기처럼 전화만으로도 충분히 병문안이 가능하다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감염병 환자에 대한 병의원 손실 보전, 감염병 의료 수가 개편 등에 대한 국가적인 합의도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에 따른 방역 체계 개편을 두고 하드웨어는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 기관으로 승격하고, 질병관리본부에 24시간 긴급상황실(EOC)을 설치했다. 전북도도 응급의료센터에 음압격리병상을 추가하고, 선별진료소·선별진료장비·격벽시설구급차를 구축하는 등 하드웨어 개편은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식 병문안 문화 개선, 전문 인력 확충,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활성화, 보건소와 의원급 병원의 초기 감염병 관리 능력 향상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전북도는 올해 하반기 신규 역학조사관 2명을 채용할 예정이지만,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 행정자치부는 2명 중 최소 1명은 의사를 뽑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전국 곳곳에서 모집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임기제 의무직 5급’인 역학조사관의 연봉은 5400만 원 수준으로 전문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근무 여건이 기피 요인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역학조사관 등 전문 인력의 장기적인 확충 계획과 인력 틀 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역학조사관 충원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한 뒤 7월께 채용할 계획”이라며 “역학조사관 모집 미달과 관련해서는 다른 시·도의 사례를 분석해 일반제, 임기제 등 최적의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대 부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도 장비와 인력 확보를 위해 5년간 527억 원이 투입돼야 하지만, 실제 배정 예산은 75억 원 수준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개점휴업 논란이 일었지만, 2015년과 2016년 배정 예산은 각각 15억 원에 불과하다. 인력도 겸임교원을 제외하면 소장, 전임교원, 연구직, 행정직 등 9명뿐이다.
또 한국식 병문안 문화의 대책으로 떠올랐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인력 수급 등 병원 경영 사정과 맞물려 진척 사항이 느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북지역 간호·간병통합서비스기관은 익산병원, 대자인병원, 전주병원, 군산의료원 등 4곳이다.
전북의 하드웨어 측면 변화를 살펴보면 음압격리병상은 전북대병원 3병상, 원광대병원 3병상, 남원의료원 1병상, 진안의료원 2병상 등 모두 9개 병상을 추가 확충하고 있다. 이전에는 격리 치료가 가능한 실질적인 음압격리병상은 5개였다.
시·군별 보건소에는 에어텐트와 이동용음압기 등 선별진료장비, 13개 의료기관에는 선별진료소를 구축했다. 12개 시·군에서 격벽시설 구급차 14대를 구입하고, 8억 4100만 원을 투입해 방역장비를 확충했다.
특히 지난 2월 상시적인 민관 협력체계인 ‘전북 감염병민관협의회’가 구축되고, ‘전북감염병관리본부’가 들어서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감염병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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