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권 자동발매기와 인터넷 예매시스템에 외국어 지원이 부실해 고속버스 승차권 구매가 어려운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주 관광에 시내버스 이용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 안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1,000만 관광객 유치 달성을 기원해 지난 5월 관광객들을 위한 전주 시내버스 ‘1000번’을 신설했지만, 정작 안내방송과 노선표를 한국어로만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 배려에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주시 전 노선 시내버스의 안내방송은 물론, 정류장에서 노선 안내도를 외국어로 제공하지 않아 외국 관광객들의 시내버스 이용에 불편이 크다.
지난 2일 전주시 우아동 전주역에서 탑승한 전주 시내버스 ‘1000번’.
버스를 타자 얼마 뒤 “이번 정거장은 대학병원 입구입니다. 다음은 사대부고 사거리입니다”라는 한국어 안내 방송만 나왔다. 버스 내부에 부착된 노선 안내도마저 한국어뿐이었다.
버스 안에 설치된 2대의 모니터에서는 전주시 대표 홍보영상이 나왔지만, 역시 한국어였다. 홍보영상에서 말하는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은 도시’ ‘전주는 가장 아름다운 한국입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기자가 내린 전동성당·한옥마을 정거장까지 15개 정거장을 지나쳤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마음속으로 지나친 정류장 개수를 일일이 세지 않는 한 버스 이용에 제약이 커 보였다. 오직 버스요금을 낼 때 사용하는 카드 단말기에서만 ‘Place your card here’이라는 주의 문구가 보일 뿐이었다.
전주시가 신설한 ‘1000번’ 버스 4대를 비롯해 전주 시내버스 총 391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또한, 이날 본보가 몇몇 시내버스 정류장을 살펴본 결과 정류장에 부착된 노선안내도와 버스 도착알림 시스템이 한글로만 지원되고 있었다. 노선 안내도에는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 등 각종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QR(Quick Response)코드가 있는데, 이마저도 외국어 기능은 없었다.
전주 시내버스의 하루 이용객은 총 7만여 명에 달하지만 한국어를 잘 모르고, 노선을 읽는 것이 어려워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적다는 게 전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주와 달리 부산과 강릉, 인천, 수원, 광주광역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외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내버스에 영어 안내방송 등 외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천은 지난 2007년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 부산은 2009년 해운대와 다대포, 자갈치, 강릉은 지난해 경포대와 정동진 등 주요 관광지 노선 시내버스에서 정류장 도착을 영어로 안내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김형오 박사는 “일본 후쿠오카의 시내버스를 타면 한국어 안내 방송 등 외국어 서비스가 구축돼 있다”며 “전주 시내버스 시스템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면 최소한 주요 관광 노선에 먼저 외국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주시 관계자는 “짧은 구간을 이동하는 시내버스 특성상 여러 언어 안내 방송을 지원면 내국인들이 ‘시끄럽다’며 항의할 소지가 크겠지만, ‘1000번’버스의 영어 안내방송 지원과 외국어를 포함한 노선 안내도로 교체하는 것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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