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근 들어 국민들로부터 이민 가고 싶은 나라,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마치 ‘헬조선’론이 사회 곳곳을 채우는 요즘 나온 것 같은 발언. 15년 전인 2001년 11월 16일 자 전북일보 1·2면에 실린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이 전날인 11월 15일 우석대에서 특강한 것을 다룬 기사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우석대 총학생회의 초청으로 800여 명의 학생이 모인 가운데 ‘천년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이날 ‘1인 보스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에둘러 공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는 박 대통령의 비판의 대상이었던 이회창 총재 또한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해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공격하던 시절이었다.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총재를 겸하던, 그러나 서서히 ‘권위주의’가 ‘과거의 잔재’로 여겨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15년 뒤 오늘. ‘1인 보스 체제’를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에서 다 무너져 가는 ‘1인 보스 체제’ 속에 있다.
그리고 지난 12일에는 서울에서만 100만 명, 각 지역에서도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수만 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전주 풍남문 광장에도 2000여 명이 모였다.
15년 전 당시 특강에서 박 대통령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앞서 그해 11월 8일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결단’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뒤 민주당을 이끌게 된 인물이 바로 한광옥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15년 뒤인 오늘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결단’이란 무엇일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날아든 것은 ‘당내의 요청’이었지만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날아들고 있는 것은 ‘온 국민의 요청’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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