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21곳 적정 임금체계 용역 “회사 적자 불가피”
민노총 등 “사납금 때문에 난폭운전, 월급제 필요”
노조 11곳 “전액관리제 시행하면 수입 감소 우려”
택시 전액관리제(월급제) 도입 여부를 놓고 이해 당사자들이 찬성과 반대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업자는 적자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고, 상당수 택시 기사들도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일부 노조는 제도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전액관리제가 시행될 경우 사측의 임금 부담으로, 급기야 노사 갈등이 점쳐진다는 용역보고서도 나왔다. 그러나 택시 전액관리제 시행을 촉구하는 일부 조합원들은 ‘사납금으로 인한 시민의 안전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로 상당수 택시 기사들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액관리제 시행되면 사업자 적자 불가피= 전주시는 지난해 9월 전주지역 21개 택시업체를 대상으로 적정 임금체계 설계용역을 실시했다. 노사가 전북대와 부경대 산학협력단을 각각 추천해 컨소시엄 형태로 용역조사가 진행됐다.
18일 본보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 보고서에 따르면 택시기사가 하루 6시간 50분을 일하면 137만9291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사측 입장에서는 이 경우 기사 1명에게 99만7308원의 적자가 생긴다.
1일 근로시간이 줄어들수록 적자 규모가 줄어드는데, 택시기사가 하루 4시간 30분을 일하면 총 135만6377원의 임금을 받는다. 이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기사 1명에게 2만74원의 흑자가 생긴다.
근로시간에 따라 운송수지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자의 부담률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부경대 용역보고서는 일률적으로 하루 6시간 50분을 소정 근로시간으로 삼고 있으며, 택시기사는 137만9291원의 월급을 받는다. 공공운수노조는 부경대안을 주장하고 있다.
전북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모든 기사들이 하루에 6시간 50분을 운행해 한 달에 137만 원에 상응하는 돈을 벌 수 없다”며 “감가상각과 보험료, 가스비 등을 고려하면 회사는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했다.
△“난폭 운전 사납금제 때문” vs “관련성 의문”=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으로 구성된 ‘전액관리제 시행을 위한 전북대책위(준)’는 지난 17일 오전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납금을 채우고 생계비를 벌려면 하루 12시간 이상 매일 운전해야 한다”며 “이는 법인 택시를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를 막기 위해 전액관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납금제로 인해 더 난폭하게 기사들이 운전해야 하는 것이 교통사고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 전주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법인택시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난 2016년 전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2303건 중 304건(13.2%)이 법인택시로 나타났다. 개인택시는 70건(3%), 시내버스는 56건(2.4%)이었다. 특히 법인택시로 인한 사상자가 전체의 13.9%(522)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납금제가 택시 사고의 원인이라는 일부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유독 전주지역 법인택시 사고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지역별 법인택시 교통사고율은 용인 1%, 고양 3.7%, 성남 5.6%, 부천 5.9%, 익산 6.2%, 군산과 청주 각 8.1% 등이다.
한 택시 기사는 “전주의 법인택시 사고율이 높은 이유를 사납금제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른 지역과 비교해 택시가 많기 때문에 경쟁을 하다 보니 기사들이 더 빨리 달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지역 택시기사 절반 전액관리제 반대= ‘전액관리제’를 바라보는 택시 기사들끼리도 차이가 있다.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일부 단체는 ‘전액관리제’ 시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상당수 택시 기사는 현재의 ‘사납금제’를 원하고 있다. 전주시에 등록된 택시회사는 총 21곳이며, 근로자들은 기업별노조(12개사 650명), 한국노총(9개사 537명), 공공운수노조(7개사 75명), 민주노총(3개사 21명)에 각각 가입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공운수노조를 제외한 노조들은 사납금제를 원하고 있다”며 “일부의 주장이 마치 전체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주 시내 택시업계에 따르면 기사가 회사에 내는 사납금은 하루 12~13만 원으로, 한 달 평균 200~250만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상당수가 사납금제를 고수하는 것은 사납금을 내고도 추가 수입이 있어 전액관리제보다 수입이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주시 관계자는 “택시 회사 노조 21곳 중 11곳이 사납금제 유지를 원하는 서명을 회사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전액관리제를 하고 싶어도 기사들이 반대해 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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