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것은 더디 옵니다. 더디 온 것은 쉬이 가버립니다. 산 너머 어디쯤 오고 있을 봄도 그렇지요. 더디게 왔다가 한눈 한 번 파는 사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봄, 그 덧없음이 노래가 되고 문학이 됩니다. 오는 듯 가고 마는 속절없음이 우리네 인생과 닮아서일 터입니다.
수목원에 길마가지꽃이 피었습니다. 노란 듯 흰 앙증맞은 꽃, 그 짙은 향이 발길을 가로막네요. 아가씨꽃이라 불리는 산당화도 꽃망울을 맺었고요. 계절에도 속도가 있지요. 제 걸음이 있지요. 제주에 핀 개나리꽃이 바다를 건너와, 목포 전주 대전 천안을 거쳐 서울로 올라갑니다. 하루에 북상하는 22km, 시속 900m가 봄의 속도랍니다.
제 걸음으로 아장아장 오는 봄, 그러니 우리 재촉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아니 기다리다 지쳤을 때 봄은 온다지 않던가요. 길마가지꽃 한 가지 꺾어 당도할 계절의 앞길을 막겠습니다. 진한 향내에 취해, 오거든 가지 마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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