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러시아 극동지부명예연구원장 전북일보 좌담회
지금까지 전북에서 러시아는 먼 나라로 여겨졌다. 전북이 서해안권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교역량도 많지 않아 러시아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으로 러시아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제14차 KIEP-ERI 공동 국제세미나’를 주관한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과 파벨 미나키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경제연구소(ERI) 명예연구원장을 전북일보 강인석 편집국장이 만나 대담을 나눴다.
-이번 국제세미나를 전주에서 개최하게 된 배경과 의미에 대해 말해달라.
△이재영 원장=“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을 국민이 체감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지방정부간 교류협력이 필요하며 실현가능한 사업도 있을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국제화가 많이 필요한데 이번 계기를 통해 러시아에 대해 알려주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방 청년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하고 우리도 다양한 시각을 갖고 협력하기 위해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전주에서 개최하게 됐다.”
-신북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주고, 이 정책들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갖는 전략적 의미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재영=“현재 글로벌 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우리의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공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방으로 나갈 수 있으면 새로운 성장공간을 열 수 있다. 우리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 수출을 의존하고 있는데 제3의 북방시장 벨트를 여는 것이 북방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극동지역은 21세기에 마지막 남은 아시아·태평앙지역의 개척지라고 볼 수 있다. 극동지역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인접해있고 엄청난 자원이 매장돼 있어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그 지역에서 남북관계를 잘 활용하고 러시아 뿐아니라 중국과도 국제협력을 하게 된다면 새로운 뉴딜정책 개발 효과를 줄 수 있는 곳이다.”
△미나키르 원장=“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신동방정책은 극동지역의 경제적 개발과 러시아가 아시아·태평양으로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12년 푸틴이 신동방정책의 수정본을 발표했고, 푸틴은 극동개발을 21세기 러시아 국가의 우선 발전과제로 삼았다. 러시아의 우선과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었고 2개의 국가를 주요 핵심 파트너로 설정했다. 그것이 중국과 한국이다. 현재는 규모가 기대한 만큼 크지 않지만 중국과 한국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러시아 극동경제가 충분히 발전되지 않은 점이 문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측에서는 한국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한국은 러시아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극동개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미나키르=“러시아 전문가들은 한국의 신북방정책이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기조가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가 해야할 일, 기업이 해야할 일이 정해져 있다. 국가가 인프라, 경제 네트워크를 제공해 기업이 활동할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두 국가가 할 수 있는 ‘나인 브리지(9개 다리)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농업, 자원, 어업 등 현실적인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충분히 우리 경제적 구조를 잘 고려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에서는 신북방정책을 환영하며 매우 현실적인 아주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재영=“큰 틀에서 러시아 신동방정책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러시아도 경제성장 중심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신동방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것을 극동개발을 시작으로 하려고 한다. 한국도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입장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9개 다리(나인 브릿지)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이 전략이 효율적으로 이행되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와 정치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미나키르=“러시아에서는 이 전략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동지역의 투자, 수요, 자원정책 등 모든 부분은 아직 정부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공기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제구조가 고도화되고 경제협력이 확대되려면 중소기업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신동방정책 일환 또는 나인 브릿지 전략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인프라 사업은 우리가 꼭 필요한 내용이고 마무리해야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제 중소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기다. 공용금융공동인프라, 공동산업정책 등 두 개의 다리가 더 있다면 9개의 다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성공적으로 9개 다리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재영=“9개 다리 중 철도, 전력 등 상당부분은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남북관계가 신북방정책 실현에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 중소기업들이 북방에 진출하려면 대기업은 시간과 여유자금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2~3년 기다리라고 하면 힘들다. 북방진출 중소기업을 위한 북방협력기금을 만들어 러시아에 진출하려는 잠재적 기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좋은 조건으로 융자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융자를 저금리로 해줄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극동지역의 투자환경과 유망 협력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미나키르=“전북은 스마트팜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알고 있다. 극동지역은 농업과 관련한 잠재력이 크긴하지만 러시아 농업은 현대적이지 않다. 스마트화 되기는 시간이 좀 걸리는데, 이 분야에서 전북기업들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극동지역은 해양에서 활동할 수 있는 로봇기술 연구 등이 활발한데 이것도 전북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중소기업이 있기 때문에 꼭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방협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배경과 이유, 방안을 말해달라.
△이재영=“지자체간 협력이 강화돼 상호 정보교류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주고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전북도는 주로 중국하고 많은 협력을 하는데 러시아 극동하고는 단 한 건의 자매결연도 없다. 그런 점에서 전북도나 지자체가 나서 농업이든, 보건이든, 로봇이든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미나키르=“작은 규모의 기업이라도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기업이 있다. 극동시장에서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수출을 목표로 세우는 기업도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을 목표로 세우는 것은 러시아의 물가와 인건비 등 생산단가가 낮지 않아 매우 명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마케팅 분석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상품의 시장을 명확히 분석하고 이해하면 작은 기업도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