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3-11 20:18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김신지 ‘제철행복’

‘제철행복’ 표지/사진=독자

좋은 음식을 한꺼번에 다 먹지 않는 것처럼 좋은 글을 만나면 서둘러 읽지 않는다. 이번에 만난 24절기를 다룬 『제철 행복』은 오래 두고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음식과 같았다. 처음에는 봄 절기 중 곡우까지만 읽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몇 장 넘기다 보니 호기심이 일어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내친 김에 여름까지 읽어버렸다.

그동안 살면서 많은 글을 읽었지만 벚꽃을 이처럼 다룬 이는 처음 만났다. 대부분의 글이 벚꽃의 화사함과 눈부심을 다루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 온 봄과는 다른 깊이의 봄을 보여준다. 벚꽃과 더불어 살지 않고서야 그 내밀한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기 힘들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한 편의 장면들이 저절로 그려졌다.

어떤 이들은 꽃과 나무를 책으로 보고 머리로만 이해한다. 이런 이들과 만나면 지식은 늘지만 재미가 없다. 지식은 늘지만 자연의 숨결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이는 현장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이 글을 쓴 저자는 그런 점에서 숨은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건네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그가 들려주는 생활 이야기들은 솔직하고 담백하며 문장마다 생명이 흐른다. 친구와 가벼운 농담을 하는 느낌이 들다가도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저자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에게 철마나 편지를 건네는 심정으로 썼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글에는 저자가 겪은 일을 독자가 함께 경험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책을 덮고 나서도 제목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제철’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글의 결이 고르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문장은 잔잔하지만 깊이가 있다. 다시 펼쳐보고 싶게 하고 오래 여운을 남긴다. 좋은 차를 마신 뒤 다른 것을 입에 대기 싫은 것처럼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그 여운 속에 머물고 싶게 만든다.

아직 가을과 겨울편은 읽지 않았지만 이미 내가 읽은 부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가 만났던 봄과 여름의 이야기는 내게 가을과 겨울편을 아껴 두게 만들었다. 나는 서늘한 가을바람을 기다리며 가을편을 읽을 것이고, 흰눈 펄펄 내리는 추위를 기다리며 겨울 편을 읽을 것이다. 그가 들려준 24절기의 이야기를 내 몸 구석구석 채워 넣으리라.

바쁘다는 이유로 잠시 미루어 두었던 자연을 다시 찾아가야겠다. 자연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 눈 밝은 이가 들려주는 절기 이야기처럼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계절도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과 전주도서관 출판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 <여행을 꺼내 읽다>, <나무의 속살을 읽다>가 있으며 인문서로 <나무의 문을 열다>,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철 #행복 #벚꽃 #화사함 #꽃 #나무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