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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벼꽃

처처에 꽃입니다. 나팔꽃이 피었었고 마지막 장미가 피었으며 국화가 필 것입니다. 산수유꽃, 매화, 배꽃, 복사꽃, 살구꽃, 작약, 목단, 능소화, 봉선화, 맨드라미, 코스모스, 휴- 이름을 부르기도 숨넘어가는 꽃들. 꽃을 미워하는 사람 없습니다. 욕망하지 않는 사람 없습니다. 향기 없어도 때깔 곱지 않아도 모양이 좀 빠져도, 꽃은 세상 모든 환한 것들의 은유입니다.

벼꽃이 피었습니다. 화단 가득 하얗게 피었습니다. 저 꽃을 피우기 위해 농부는 땅을 갈고 물을 대고 모를 냈을 터, 새벽 발걸음 소리 들려줬을 터, 벼꽃에서 달큰한 향내가 납니다. 가마솥 밥 지을 때 흘러넘치던 밥물 내가 납니다. 그 옛날 아버지, 가뭄에 제때 모내기를 못 하면 풀풀 흙먼지 날리는 논배미보다 더 타들어 가셨지요. 밤송이를 당신 겨드랑이에 넣어보고 참을만하면 늦지 않았다고 했었지요. 풋대추가 콧구멍에 들어갈 정도면 쭉정이라도 먹을 수 있다, 늦모를 냈지요. 화단에 쌀꽃이 피었습니다. 눈이 침침해져야 비로소 보이는 꽃, 꽃 중의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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