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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길바닥에 고인 빗물이

우리는 평생 몇 그릇의 밥을 먹는 걸까요?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몇 벌의 옷을 입고, 들어앉을 집은 또 몇 평이어야 족할까요? 동굴에서 살던 먼 조상들은 하루하루 살았겠지요. 그날의 수고로 그날을 연명했겠지요. 운이 좋아 수확이 넉넉할 때면 나누었겠지요. 남은 과실과 곡식, 고기는 어차피 썩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던 인간들이 냉장고를 만들었습니다. 창고에 그득그득 쟁여놓고 남들보다 더 기름지게, 더 많이 먹고 싶었지요. 토끼, 양, 여우, 소의 가죽을 걸어두고 평생 껴입으려 하지요. 한 바가지면 족했을, 한 보자기면 흡족했을 인간들의 욕심이 자꾸 커진 거지요.

가을장마에 갇혀 답답했습니다. 어젯밤만 해도 걷힐 기미라곤 없던 하늘이, 쨍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이 고슬고슬합니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상큼합니다. 길바닥에 고인 빗물이 푸른 하늘을 품었습니다. 겨우 보자기 하나 자리, 한 바가지 빗물에 온 세상이 담겨 있습니다. 한 바가지면 족합니다. 보자기 하나 펼칠 자리면 충분합니다. 내 마음속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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