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시월도 끝자락

아침저녁으론 제법 싸늘합니다. 옷깃을 여밉니다. 그러고 보니 시월도 벌써 끝자락이네요. 해마다 반복되던 반성을 올해도 합니다. 관성으로 살아온 탓입니다. 눈뜬장님처럼 산 때문입니다. 익숙한 자신에게 관대한 탓입니다.

매표소 앞 저이, 여행을 떠나는 게 분명합니다. 사람은 여행하거나 아플 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지요. 갈 때 가고 멈출 때 멈추고, 이 길로 저 길로 또 제 속도로 가려면 여행은 혼자여야 하겠습니다. 여행은 계획된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관광과는 분명 다른 법입니다. 이제 낯선 여행지에서 낯익은 타자 같은 자신을 만날 것입니다. 떠나온 낯익은 자리를 낯설게 바라볼 것입니다. 저이, 어깨에 멘 가방에 들어있을 속옷 몇 장과 한두 권 책도 거추장스러워질 수 있겠지요.

삶이 인생의 산문이라면 여행은 인생의 시라지요. 여행량이 곧 인생량이라지요. 부디 낯익은 나를 버리고 돌아와, 관성의 나날에 브레이크 걸어 보시기를요. 옷깃 여미듯 정신 줄 바짝 여밉니다. 궤도를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입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장수장수 한학자 박수섭 선생, 전북의 기억을 잇는 사람

전시·공연자아의 어긋남을 마주하다⋯안현준 개인전 ‘Self-Discrepancy’

전시·공연단절의 시대를 비추다, 창작음악극 ‘말하는 인형과 말없는 마을’

전시·공연멈춤을 지나 회복의 과정 담은 기획전 ‘열두 갈래의 길’

고창시골 호텔에서 피어난 연말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