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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다’는 말

매화나무 가지에 성냥알만 한 꽃눈이 부풀었습니다. 한나절 햇살을 그으면 금방이라도 확, 피어오를 성싶었습니다. 책상 위에 꽂아 두었지요. 서너 밤 지나 벙글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향내도 제법 때아닌 춘삼월이었습니다.

‘답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계절은 계절다워야, 꽃은 또 꽃다워야…. 올겨울은 유난히 포근합니다. 한겨울인데 아직 눈다운 눈 한번 구경하지 못했네요. 계절답지 못한 겨울입니다. 저 들녘의 보리싹도 이맘때는 솜이불 끌어 덮듯 눈을 덮고 칼바람을 견뎌야 하건만, 겨울답지 않은 날씨에 그만 웃자랐다 합니다. 웃자란 보리는 대가 실하지 못할 게 뻔합니다. 매운바람과 쌓인 눈은 시련 아니라 정한 이치라는 말씀이지요. 사람답지 못한 사람 제 노릇 못 하듯, 보리도 필경 제구실 못 하겠지요.

들여놓은 매화가 반쯤 벙글어 한 이틀 향기로웠습니다. 행여 시들세라 수반의 물도 봐 주며 다정했건만, 마저 벙글지 않고 그만 풀이 죽습니다. 뜨락에 있어야 할 매화나무 가지를 꺾어 방 안에 들인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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