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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사라져가는 것들

군고구마 리어카네요. 배수진을 친 듯 건물 앞입니다. 유리 벽에 세상이 환하게 비칩니다. 사라져가는 풍경이지요. 행여 식을세라 가슴에 품고 종종걸음치던 발걸음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자귀로 장작개비를 쪼개 드럼통에 넣던 아저씨의 볼이 먼저 발갛게 익었지요. 노란 고구마 속살이 백열전등처럼 환했었지요. 세상 입맛이 변한 걸까요? 사 가는 이 드뭅니다. 아저씨가 마스크를 하고 있네요. 다행히 상심한 낯빛 들킬 염려 없겠습니다. 건물을 뒤로하고 전을 벌였으니 더는 물러설 곳도 없겠습니다.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풍경이 참 많습니다. 찹쌀떡 메밀묵 사려! 외침, 새벽 두부 장수 종소리 잃어버렸습니다. 튀밥 기계도 재래시장 상가 안에 들어앉았습니다. 포장마차, 신문 가판대, 엿장수, 붕어빵 리어카, 구두 수선방……, 사라져가는 이름들입니다. 입춘 지난 지 한참이니 봄인가요? 중앙성당 담벼락 밑, 봄나물 좌판에 낡은 손길이 가지런합니다. 언젠가 나물 다듬는 어머니를 거든답시고 다 뭉개버리던 형편없는 내 손, 가만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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