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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툇마루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아직 차가웠습니다. 겨우내 꼼짝 않고 박혀있던 막내 고모는 봄볕에 끌려 나왔을까요? 툇마루에 앉아 먼산바라기를 했지요. 습관처럼 한숨이 깊었지요. 안고 있던 고양이를 자꾸만 쓰다듬는 손이 옥양목처럼 희었지요. 나를 업어 키웠다는 막내 고모, 오 학년짜리가 알 수 없는 속병이 든 게 분명했습니다. 문틈으로 가만 내다보시던 할머니가 주먹으로 당신 가슴을 치곤 했었던 성싶고요. 생울타리 명자꽃이 유난히 붉던 봄이었지요. 고모는 세상에 없는 노래를 속으로만 불렀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는 툇마루 기대앉은 고모가 참 불쌍했습니다.

사나흘 봄비, 처마 끝 낙숫물에 마당이 패었지요. 고모 앞쪽이 왜 더 깊게 패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문득 돌아다 본 막내 고모가 폐병 든 여자처럼 고왔습니다. 이듬해, 툇마루를 내려와 고모는 꽃가마를 탔지요. 대문 앞에 엎어둔 바가지를 밟고 서럽게 떠나갔지요. 동백꽃 뚝 뚝 모가지 떨구던 날, 정읍 산외면 김명관 고택 툇마루에 한나절 앉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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