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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보리밭과 종달새

분명 새 소립니다. 비비배배 배배배,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이든 현악 4중주 ‘종달새’ 1악장입니다. 습관처럼 켜놓은 라디오에서 종달새가 날아오릅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텃밭을 매고 네댓 고랑 고추 모종을 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울안 감나무에 앉은 곤줄박이 노래가 어제와 다르다며 새소리보다 맑게 지저귀었습니다. 익숙하던 것이 새로워지는 순간이 있지요. 안 보이고 안 들리던 것들이 또렷하고 맑은 그런 날이 있지요.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겨울을 나고, 없는 듯 제 자리에 있었을 보리밭에 나와 넘실거리는 바람을 봅니다. 휘파람을 불듯 필닐리리 보리 피리를 불어봅니다. 윌리엄 워즈워스가 천상의 음유시인이자 하늘의 순례자라 했던 종달새는 날아오르지 않고 논둑길을 가는 사람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모르게 숨어들어 푸른 보리밭에 뭉갰다던, 먼 전설 속 형들 누님들은 다 어디 가서 검은 머리 세었을까요? 두견같이 서럽지 않고 꾀꼬리같이 황홀하지 않다는 종달새를 오늘 증인으로 소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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