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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빌려온 그림

풍광 좋은 곳이랍니다. 열여섯 평도 아니 여섯 평 컨테이너랍니다. 김 시인, 삼십 년 봉직했던 직장을 물러 나와 덜컥 일을 저질렀노라 했습니다. 상추 몇 잎 풋고추 몇 개……, 소원이었답니다. 평생 최고의 사치라네요. 동서남북 벽마다 창을 냈습니다. 마루도 없는 단칸이지만, 그림은 세상에 단 한 점뿐인 진품만 빌려 왔노라 침이 마릅니다. 동쪽 벽엔 도라지밭 건너 대숲 한 폭, 남쪽 창엔 구름 걸린 내장산 서래봉이 한 폭, 가히 명화입니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 삼 간 지어내어/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딱 면앙정 송순입니다. “빚 무서운 줄 알아라!” 평생 못이 귀에 박혔지만, 빚도 이런 빚이라면 기꺼이 지고 살 만하겠습니다. 뒷산 멧비둘기도 목이 쉬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남창에 걸릴 가을 서래봉은 얼마나 시릴까요? 겨울 동쪽 벽엔, 흰 눈을 뒤집어쓴 푸른 대숲이 골똘히 생각에 잠길 테지요.

마음으로 뚫어준 달 밝고 별 초롱 할 하늘 창, 하이타이 대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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