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우먼 코너…여성감독 각종 사회문제 다루면서 전면 대두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감독 셰릴 더니 ‘워터멜론 우먼’으로 인종차별 조명
월드시네마:스포츠는 여성의 것…남성표상이라 여겨진 스포츠에 문제제기
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성 감독들이 각종 사회이슈를 다룬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들 감독들은 ‘스폐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을 통해 인종차별과 젠더문제를 다룬 영화를, ‘월드시네마:스포츠는 여성의 것’에서 남성 중심적인 스포츠 판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클래스를 통해 영화를 집중 조명한다.
셰럴두녜이 감독 <워터멜론 우먼>워터멜론>
라이베리아 태생의 미국 영화감독인 셰럴두녜이는 인종과 섹슈얼리티, 퀴어 소재의 영화를 주로 제작한다. 올 전주 국제영화제 ‘스폐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에서 내세운 <워터멜론 우먼> 역시 성 정체성과 영화의 역사를 유머러스하게 연결해 무성 영화 속 흑인 배우에 관한 다큐를 만드는 감독을 그린다. 워터멜론>
영화에서의 문제제기는 젠더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감독의 평소 성향처럼 흑백 인종차별의 문제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다만 인종 차별에 대한 시선을 무조건 배타적으로 투영하진 않는다. 공간적 배경을 다른 도시보다 인종·문화적인 다양성에 앞서나가는 미국 필라델피아로 상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소재의 경계선을 허무는 효과로 나타난다.
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가 끝난 후 열린 ‘영특한 클래스’에서 “아프리카 출신인 만큼 이주·이산문제와 관련한 디아스포라 문제에 민감한 편”이라고 말했다.
제목도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내포한다. 워터멜론 우먼, 즉 수박여인이란 문자 그대로의 뜻은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지한다. 흑인은 돈이 없기 때문에 값싼 수박을 즐긴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지난 2008년 당선됐을 당시에도, 반대편에서는 오바마를 비하하기 위해 수박을 들고 있는 이미지를 계속 게시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감독은 제목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크리스토퍼 닐리어스 감독 <서핑하는 여자들> , 타티아 스히르틀라제 감독 <세상을 드는 소녀들>세상을> 서핑하는>
크리스토퍼 닐리어스 감독은 ‘월드시네마:스포츠는 여성의 것’에서 내세운 <서핑하는 여자들> 로 스포츠계에 만연한 남성 우월주의에 저항한다. 이 영화는 1980년대 여성 서퍼들에 대한 성의 상품화, 파도코스의 파별적인 배정, 상금의 차별, 스폰서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여성 서퍼들은 이런 편견을 온몸으로 돌파한다. 서핑하는>
황선우 작가는 ‘영특한 클래스’에서 “여성이 수많은 차별 속에서도 인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주목하게 된다”며 “다음 세대에 이런 차별을 대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하나 작가도 “자기만을 위한 희생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불복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티아 스히르틀라제 감독의 <세상을 드는 소녀들> 은 세계 체스계를 석권한 여성 체스선수 4명의 일대기를 그려냈다. 영화는 남성 일색이었던 세계 체스계에 여성들이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지 현재 진행형으로 보여준다. 세상을>
황 작가는 “영화에서는 여성 챔피언이 상금으로 사온 물품과 기념품, 음식을 가족들과 나누는 모습을 집중조명한다”며 “여성적이고 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1980년~1990년대 미디어가 능력있는 여성을 어떻게 다루는 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나타난 여성 챔피언은 현대 스포츠계의 여성 영웅과 비슷한 이미지도 존재한다. 지원없이 자신의 역량으로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오른 박세리, 김연아도 이들과 닮았다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김 작가는 “영화에서는 여성 그랜드 마스터의 영향력이 세대를 거치면서 자라나고 있는 느낌을 형상화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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