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 전주 옛 지명으로 쓰이던 ‘비사벌’
이후 학계 연구 통해 경남 창녕이란 해석에 무게
“전주시 유산 ‘비사벌초사’도 명칭 바꿔야” 주장
전주시 미래유산 ‘비사벌초사’가 최근 도시 재개발 관련 이슈로 조명되자, 지역 역사·문화계를 중심으로 ‘비사벌’ 명칭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 노송동에 위치한 ‘비사벌초사’는 시대를 직시하며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았던 촛불시인 신석정 선생(1907-1974)이 1954년 전주고에서 교편을 잡게 되면서 정착했던 자택이다. 신석정 시인이 직접 전주의 옛 지명 ‘비사벌’과 볏짚 등으로 지붕을 인 집을 뜻하는 ‘초사’를 결합해 ‘비사벌초사’라 이름 붙였다.
전주시는 신석정 시인이 시작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냈던 ‘비사벌초사’가 그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18년 ‘비사벌초사’를 오래도록 지켜야 할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최근 이 미래유산이 위치한 노송동에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의도치 않은 알박기 비판이 일면서, ‘비사벌초사’가 전북안팎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같은 신석정 시인 가옥의 유명세가 뒤늦은 명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석정 시인이 비사벌초사를 명명하던 1950년대 당시는 ‘비사벌’이 대표적인 전주의 옛 명칭으로 사용됐지만, 1970년대말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비사벌’의 해석이 분분해지면서 전북에선 거의 사라진 단어가 됐기 때문이다.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은 “김부식 사서 <삼국사기> 에 비사벌에 완산주를 설치했다는 기록 등이 있지만 후에 학계에서 기록해석에 변화가 있다”며 “1970년대말부터 역사학계에서 논란이 제기돼 현재 경남 창녕으로 사실상 굳어진 지명을 전주를 상징하는 미래유산 명칭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안 될 말”이라고 비판했다. 삼국사기>
1950~1980년대는 전북지역 문학인들의 작품에 전주를 뜻하는 지명으로 비사벌이 쓰이거나, 전주찬가, 전북대 교지 등에 상징적으로 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주를 비사벌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역사문헌 근거가 부족하고, <삼국사기> 등을 통해 경남 창녕지방의 호족이 완산에 진출한 것이 지명이동을 가져왔다는 학계 주장이 제기되면서 전북에선 서서히 사라진 명칭이 됐다. 반면 경남 창녕에서는 자치단체에서 도로와 축제 명칭 등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삼국사기>
이와 관련, 신석정 선생의 사위이기도 한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시인)는 “‘비사벌초사’는 신석정 시인이 자신의 집에 이름을 지어준 일종의 고유명사로 봐야 한다. 그는 이 명칭을 자신의 시에 쓰거나 직접 필사하기도 하는 등 문학적 의미로 보는 것인데, 이를 뒤늦게 바꾸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해석했다.
나종우 전주문화원장은 “비사벌이라는 명칭에 역사적인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칭 논쟁에 치중하면 신석정 선생의 가옥이라는 미래유산적 가치가 자칫 묻힐 수 있다”며, “명칭보다는 ‘비사벌초사’에 누가 살았는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등에 집중해 행정에서 대외적으로 ‘신석정 선생 고가’로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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