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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 8곳, '2025~2026 한국 관광 100선' 선정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올해 새롭게 선정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전북특별자치도 내 관광 명소 8곳이 이름을 올렸다. 선정된 관광지는 전주 한옥마을, 마이산도립공원, 내장산국립공원, 부안변산반도, 강천산 군립공원, 남원관광단지, 오성한옥마을, 반디랜드&태권도원이다. ‘한국관광 100선’은 2012년부터 국민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 관광지를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한국관광 100선’은 누리소통망(SNS) 검색량 등 빅데이터 분석과 3차에 걸친 관광 분야 전문가 서면·현장 평가를 거쳐 선정했다. 전주한옥마을은 대표 관광지로 인정받아 지난 사업이 시작된 2012년부터 7회 연속 재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강천산 군립공원과 남원관광단지, 오성한옥마을 등 3곳은 이번에 신규 지정됐다. 이에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늘어난 설 연휴 기간 국내관광 내수를 촉진하기 위해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대국민 방문 인증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새롭게 선정된 ‘한국관광 100선’ 행사 참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과 더불어 설 연휴 여행 가기 좋은 가족 여행지 등 국내여행 종합 정보는 관광공사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20 16:25

[안성덕 시인의 '풍경']눈

개미누에 뽕잎 갉는 소리였습니다. 꿈길을 지우며 소복하게 눈이 쌓였습니다. 지금은 먼 유년의 겨울에도 푹푹 눈이 내렸지요. 앞집 지붕을 덮고, 우리 집 울타리를 지우고, 장독대에 몇 그릇 고봉밥을 담아 놓곤 했지요. 함부로 벗어던진 토방의 내 검정 고무신에도 눈발은 들어앉았고요. 색맹이라는 말도 있고, 없는 양말에 발이 시려 그런다는 얘기도 있던 복실이가 폴짝폴짝 뛰던 기억은 분명한 걸까요? 올겨울 눈이 잦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구대로 어지러운 세상 죄지은 발자국을 자꾸자꾸 지워주시고 싶은 하느님의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어디에서나 눈이 오면 사람은 해방이 됩니다. 그러나 오렌지 꽃피는 곳에서는 사람이 사람의 적이 됩니다.” R. W. 에머슨의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아침입니다. 설풍년지조(雪豊年之兆), 눈은 풍년의 징조라지요. 아무리 쌀값 헐하대도 곡간마다 그득그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좁고 넓고 질고 고슬한 길을 지운 눈이, 길 놓친 자전거 위에도 수북하네요. “쪼르르 다녀간 쥐 발자국/발목도 빠지지 않고/복실이가 남겨놓은 밥풀때기 떼어먹고 갔다//포릉 포르릉 허공을 딛고 와/시궁쥐가 갉다간 이 빠진 사발을/톡톡 쪼아먹는 참새”, 졸시 ‘폭설’입니다. 그러게요, 먼 산의 고라니는 아침밥이나 먹었을까요?

  • 문화일반
  • 기고
  • 2025.01.18 08:00

전북문화관광재단, 예술지원사업 전문성 높이고 공정성 찾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문화예술 육성 지원사업 수혜자 문턱을 높인다. 전북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창작 역량을 강화하고 예술인의 성장을 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신청 자격을 높여 예술인들의 권익 보호와 전문성 강화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다음 달 7일까지 ‘2025년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한다. 16일 재단에 따르면 이번 공모는 △예술창작 지원 △예술 확산 지원 △젊은 예술 지원 등 3개 분야로, 사업비는 지난해와 같은 16억5000만 원이다. 지원 규모는 1개 사업 당 최소 300만 원부터 최대 800만 원이다. 예술창작 분야에서는 개인별로 문학 300만 원, 시각예술 400만 원, 공연‧다원 예술 500만 원씩 지원한다. 예술단체는 분야별(문학 300~500만 원, 시각 400~600만 원, 공연‧다원 500~700만 원)로 차등 배분한다.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예술 확산 분야는 전 장르 최소 700만 원에서 800만 원을 지원한다. 40세 이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 예술 분야는 전 장르 40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장애 예술단체 가산점 기준이 높아졌다. 그동안 사업 참여자 가운데 장애 예술인이 1명만 소속돼 있더라도 가산점 5점이 부여돼 예술단체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업 참여자 중 장애 예술인이 30% 이상 참여해야 가산점 5점이 부여되는 것으로 기준을 바꿨다. 중복 수혜를 줄이고, 공정한 지원금 분배를 위한 조치다. 예술인 권익 증진을 위해 창작활동비 편성 금액도 늘렸다. 올해부터 선정 금액의 20% 가량을 개인 창작활동비로 편성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5% 늘어난 수치다. 문화예술과 생활 문화예술의 경계를 바로잡기 위해 신청 자격도 손봤다. 지난해에는 신청 자격이 창작활동 경력을 증빙하는 것이었다. 창작활동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다 보니 실제 전업 예술인들의 선정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재단은 장르별로 신청 자격을 구체화해 기준을 보완하기로 했다. 문학 장르는 1회 이상 개인 작품집을 출간 경력이 있어야 한다. 시각 장르는 개인전, 공연 장르는 발표회(공연) 경력이 증명돼야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문화예술육성지원이 전문 예술인들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당초 역량 있는 예술가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인 만큼 신청 자격을 손질해 전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사업설명회는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익산, 군산, 전주에서 3차례 진행된다. 신청접수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해야 한다. 결과는 3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16 18:59

우진문화재단, 2025년 '우리소리 우리가락' 예술가 선정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우진문화재단의 ‘2025 우리소리 우리가락’ 공모에 아트룸을 비롯한 10명(팀)이 선정됐다. 우리소리 우리가락은 국악·양악·무용 등 3개 부문 문화예술인들에게 작품 제작과 발표·홍보 등을 지원한다. 국악 부문은 아트룸(대표 이환주)과 조훈화 양금연주자가 선정됐다. 공연 콘셉트를 하모니로 잡은 아트룸은 대중적인 음계를 국악기에 맞춰 재해석한 콘텐츠 기획을 선보여 대중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가 들어도 알만한 노랫말의 내용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판소리 사설의 이해를 돕는다. 조훈화는 ‘양금의 시간 여행’콘셉트로 전통과 현대, 동서양을 양금이라는 악기로 연결한다. 양금의 전통적 뿌리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미래로 확장되는 음악적 가능성을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양악 부문은 조성현 기타리스트와 앙상블 로코(대표 김하늘)가 뽑혔다. 조성현은 ‘피아졸라와 빌라로보스’를 콘셉 주제로 잡았다. 기타를 위한 악보와 충분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연주하고, 올바른 해석과 진지한 연주를 통해 클래식기타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목관 5중주의 다채로운 레파토리를 보유한 앙상블 로코는 Romantic in Europe’콘셉트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렬한 인상과 여운을 전한다. 무용 부분은 신인 춤판(30세 이하 안무가)과 젊은 춤판(45세 이하 안무가)으로 나누어 선정됐다. 신인춤판에는 이민근(25) ․ 이서연(23) ․ 정다연(26)씨가 무대에 오른다. 젊은 춤판 선정자는 강영진(28) ․ 장소린(29) ․ 함희원(28)씨다. 올해는 공연예술의 진정성과 대중성, 실험성 등을 고루 갖춘 공연을 선정하고자 장르별로 제한을 두지 않고 예술적 실험을 시도한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설명이다. 심사는 이왕수 문화예술공작소 기획 감독, 김보라 우진문화재단 이사장, 이나현 전북대 예술대학 무용학과 교수가 맡았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16 15:22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등단의 순간을 잊지 않고, 치열하게 꿈꾸며 쓰겠다"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들과 한국 문단의 새로운 얼굴을 축하하는 중견·원로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4일 전북일보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자리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지역의 중견·원로 시인들과 당선 작가들의 가족, 전북일보 임원 등이 참석해 앞으로 한국 문단을 빛낼 이주경(시), 김수현(수필), 장용돈(소설), 김정숙(동화) 작가의 출발을 응원했다. 시 부문 당선자 이주경 시인은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다. 저에게 당선의 영예를 안겨준 이번 ‘카키리카 앵무’의 속 구절처럼 창살에 갇히지 않고, 치열하게 꿈꾸는 시인이 되겠다. 제 작품을 선택해 주신 김사인 심사위원과 박남준 심사위원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수필 부문 당선자 김수현 작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난해 초 지인에게 글을 그만 쓰겠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춘 병’을 떨치지 못하고 응모를 하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을 선물해 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소설 부문 당선자 장용돈 작가는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30년이 걸렸다. 해마다 열병처럼 신춘 병을 앓으며 꾸준히 신춘문예에 도전해 최종심에 오른 적도 있어, 더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순간, 12월 24일까지 당선자를 숨겨놓고 성탄절 선물을 제대로 던져준 전북일보가 고맙기도 하면서 얄밉기도 하다. 오늘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약자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동화 부문 당선자 김정숙 작가는 “고창군 공음면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떠밀리듯 도시로 나가야 했다. 그런데 이런 영광의 순간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올 수 있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고향의 기운을 듬뿍 받아 어린이들을 위한 더 좋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14 19:03

함께하는 10년, 특별한 미래…2025 전북문화관광재단 신년인사회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이 14일 라한호텔에서 '2025년 문화예술·관광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올해는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재단은 '함께한 10년, 특별한 미래'를 주제로 운영방향과 사업계획을 공유했다. 신년인사회에는 김관영 도지사, 문승우 도의장, 서거석 교육감,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 조오익 관광협회장 등 도내 문화예술 관광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재단 설립 10년 간의 변화와 1년간의 주요 성과, 2025년 사업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문화예술인의 창작 의욕 고취 및 관광산업 동력 제고를 위해 마련된 제2회 예술·관광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수상자는 △기획부문 나경윤·황유진 △시각 부문 박헌재·임영하 △공연 부문 안경일·우인택·이현주·조승철 △정책 부문 이은경 △특화산업육성 조국형 △관광객유치 부문 어드·바야르마 등 12명이다. 시상식에 이어 참석자 전원이 2036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를 위한 단체 퍼포먼스를 하며 전북 문화예술·관광 발전과 올림픽 유치를 기원했다. 김관영 도지사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는 전북의 풍부한 문화자원을 세계에 알리고 관광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 초지일관으로 전북의 백년대계를 준비하자"고 밝혔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함께한 10년을 발판으로 삼아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관광의 특별한 미래를 도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14 16:50

어수선한 분위기에 전북 문화계도 시름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전북 문화계도 먹구름이 잔뜩 낀 모양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이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공연장과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확연하게 줄었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상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북자치도 영화관을 찾은 관객수는 24만 4879명이다. 이는 전년 46만3989명보다 47.6%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52억4041만 원에서 34억 8360만 원으로 33.5% 줄었다. 지역 공연계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북권 공연표 판매 수는 27만2388건으로 파악됐다. 전년 30만433건보다 9.3% 줄어든 규모다. 티켓 판매액은 162억4930만원에서 123억7480만원으로 감소했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연말 송년 행사 일환으로 기관에서 공연을 찾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흐름이 없었다"며 “11월과 12월은 공연장 대목이다. 연말에 열심히 수익을 내서 상반기를 대비하는데 (나라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다 보니 지역 문화계도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연장이 작을수록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주시립예술단 등 공립예술단에서 진행하는 송년음악회 등에는 관람객들이 많이 몰린다. 홍보 활동과 초대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객 활동이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전주시립예술단 송년음악회의 경우 2352명(교향악단․국악단․합창단 합계)이 공연장을 찾았다. 998명이 다녀갔던 2023년과 비교하면 57%가량 관객수가 늘어났다. 반면 10년 넘게 소극장 공연을 기획, 제작해 온 한해랑아트홀은 지난해 연말 공연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또한 아하아트홀에서 진행된 SF가족극 ‘리턴’ 역시 총 10회 공연의 평균 관객수가 25명 남짓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SF가족극 리턴에 참여한 하형래 문화기획자는 “몇 년 째 연말마다 공연을 올리는데, 올해는 연말특수가 아예 없었다”며 “연말이면 기업이나 기관에서 문화 관람이 이뤄지는데, 올해는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담 삼아 탄핵 정국 등의 사회 분위기로 문화 소비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13 18:55

한국전통문화전당, 전주 전통한지 초·중등학교 졸업장 활용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이 전주한지장이 손수 제작한 전통한지를 졸업장 인쇄 종이로 배포해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다. 전당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전주를 비롯한 도내 8개 시·군에 ‘전주 전통한지 삽입 초등학교 지역 사회교과서’를 배포하는 등 학생들에게 전통한지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함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는 활용범위를 늘려 ‘전주 전통한지 졸업장’을 정식 배포했다. 전주 전통한지 졸업장은 전주한지장 김천종, 강갑석, 김인수, 최성일 등 4명이 손수 제작한 한지로 한지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됐다. 한지 졸업장은 전주 만성중학교와 완산초등학교, 익산 망성초등학교, 부안 소재 6개 초등학교에 각각 배포됐다. 전당은 이번 졸업장 배포를 시작으로 각 학교의 의견 및 수요 조사를 통해 졸업장뿐만 아니라 전통한지가 상장으로 사용되는 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확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도영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전주 전통한지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자 시작된 지역 사회교과서 제작 사업의 배포 지역이 8곳으로 늘어나는 등의 성과를 거두며 올해에는 졸업장으로 전통한지를 제공하는 값진 기회를 맞았다”며 “앞으로도 전주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활용 범위 증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12 18:00

[안성덕 시인의 '풍경']문과 벽

안팎을 드나들 수 있게 여닫는 시설이 문입니다. 방이나 집의 둘레를 막은 수직 구조물은 벽이고요. 벽으로 둘러친 방에 사람과 햇살과 바람이 드나드는 문을 냈건만 열리지 않는, 열 수 없는 문이 벽이 되어 안과 밖을 갈라놓기도 하지요. 문에는 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요, 여닫으려 낸 문에 고리가 없으면 벽이 되고 맙니다. 저 문고리가 꼭 잘 열어둔 큰 귀 같습니다. 사람의 얼굴에 입 하나, 귀가 둘인 이유는 한마디 내놓기 전에 두 마디 들으라는 은유일 것입니다. 남의 말 귀담지 않고 입 벌려 제 소리만 쏟아내면 세상은 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큰 문고리가 있어 누구라도 안팎을 드나들 수 있겠습니다. 당신을 믿습니다, 잘해 봅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악수합니다. 서로 손 맞잡습니다. 내 손에 당신을 찌를 칼이 없소, 내 마음속에 당신을 해할 미움이 없소 안심시키고 안심합니다. 저 커다란 고리가 꼭 악수를 청하는 성만 싶습니다. 덥석 손 맞잡고 그윽이 눈 맞춰야겠습니다. 풍경(風磬)을 흔드는 바람인 듯 청량하게 두어 번 흔들어줘야겠습니다. 선방(禪房)의 문고리만 잡아도 지옥고(地獄苦)를 면한다던가요? 문을 벽으로 만드는 것, 스스로 위리안치(圍籬安置)하는 일입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01.11 07:54

미술관 정체성 직결…전주시립미술관 작품 구입 예산 확보 필요

전주시립미술관이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안에 담길 콘텐츠는 불투명한 상태다. 전주시는 올해부터 작품 수집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실제 작품 구입비로 반영된 예산은 0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작품 수집 계획과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필요한 심의 기구(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실정이다. 미술관 작품 수집은 미술관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만큼, 소장품 확보를 위한 연차별 계획과 확실한 예산편성이 요구된다. 9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립미술관의 총사업비는 491억 원이다. 건축공사비에 360억 원, 부지매입비와 설계공모비, 설계용역비 등으로 131억 원이 투입된다. 이는 미술 작품 확보를 위한 예산은 제외한 수치다. 시는 당초 개관 전까지 50억 원을 들여 소장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본예산에 작품 구입비(전액 시비)가 미반영 됐다. 시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시는 작품 기증과 관리전환 형태로 작품을 수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 미술작품을 수집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미술관 개관 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고, 작품 수집은 기증과 관리전환을 통해서도 가능한 부분”이라며 “현재 작품 기증자들에게 줄 사례비는 따로 책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술관 등록 요건을 갖추려면 최소 1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증과 관리전환 방식으로 작품을 일부 수집할 수는 있지만, 등록 요건을 갖추려면 실질적으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더욱이 미술 작품 수집 등을 위한 심의 기구(추천위‧심의위) 위원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수집 계획이나 방법 등이 명확하지 않다. 위원 구성을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시는 작품 수집 과정의 공정성과 전문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제정한 ‘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 설치 및 작품수집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또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기 위한 세부 사항이 담긴 시행 규칙도 제정했다. 시는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 심사와 조례·규칙심의회 심의, 시의회 상정 등을 거쳐 개정안을 공포 시행한다. 작품 수집계획 관련 심의 기구 위원 구성은 조례안 개정 이후에나 가능하다. 타 지역 한 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지자체 상황에 따라 작품 수집 방법이나 예산에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작품 수집은 1~2년 전부터 진행한다”며 “미술관 건립과 개관을 위한 위원회가 일찍부터 구성되면 세세한 부분까지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는 시립미술관 건립이 민선 8기 역점 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예산 확보와 작품 수집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주 연고 근현대 작고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수집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개관 전까지 100점 이상의 작품을 확보해야 미술관 등록이 가능하다. 지역 미술인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09 18:43

[지역서 꿈 펼치는 청년 예술인] ④ 영화감독 이기백 씨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시키는 영화는 사회 문제와 정치적 이슈, 인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예술 형태로 설명된다. 애향의 도시 전북특별자치도 속 전주도 2000년부터 국제영화제를 키워오며 영화의 도시로 입지를 다지며, 창의적인 실험으로 다양한 목소리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영화계 꿈나무를 키워내고 있다. 그중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위해 끊임없이 성장하며 활동하고 있는 영화감독 이기백(25) 씨를 만나, 지역 영화계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9일 전주시 중화산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감독은 여느 대학생과는 다르지 않은 앳된 모습의 25살 청년이었지만, 그는 벌써 영화계에 발을 들인 지 5년 차의 경력자다. 이 씨는“원래부터 영화에 대한 뜻은 없었다. 20살 때 경험 삼아 들어본 전북독립영화협회의 ‘마스터스쿨’이라는 영화제작 강좌에서 만나 동료들이 제 삶을 바꾼 것 같다”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이어 그는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는과거 인연이 닿은 동료들의 영향이 컸다”며 “당시 합을 맞췄던 동료들은 저와는 다르게 ‘영화’라는 존재에 미쳐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살면서 어떤 존재를 그처럼 갈망했던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동료들이)너무 신기했고, 부러웠다. 그렇게 은연중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을 해왔고, 그랬던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의 이야기를 영상과 영화 속에 담아내고 있는 이 씨는 지난해 영화 <인어>를 연출해 전주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콩나물상을 받았다. 그 밖에도 ‘2024 전주국제영화제 씨네투어’ 트레일러와 최근 지역 출판계의 눈길을 끈 ‘전주책쾌’의 홍보영상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화려한 이 감독의 이력에는 푸근한 지역의 향기가 배어있었다. 이처럼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지역의 색깔을 담아 표현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그에게도 걸림돌은 존재했다. 이 감독은 “워낙 상업적인 공간으로 발달한 수도권에 비하면 지역은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히 존재하고, 영화 제작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력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중 영화인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계속해서 삭감되고 있는 영화계 예산 소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라는 장르는 제작 과정도 중요하지만, 관객들과 마주하는 순간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고 생각해, 극장 속 스크린에 상영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느낀다”며 “하지만 최근 계속해서 영화계 예산이 삭감되며 영화제작은 물론 작품이 관객과 마주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영화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힘겨운 상황에도 지역 예술 생태계 속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럼에도 지역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 씨는 “기회의 불모지라지만, 전주에는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와 더불어 영화인들의 안식처와 같은 전북도립영화협회도 있어 타지역에 비하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라 생각된다”고 말하며 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에서 활동하며 좌절할 때도 많겠지만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제가 살아가는 이 지역이 지닌 매력을 활용해 저만의 이야기를 연출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09 18:43

[지역서 꿈 펼치는 청년 예술인] ➂미술 작가 이보영 씨

한 예술가가 창작해 낸 작품에는 개인의 감정은 물론 생각과 사상 등이 담겨, 작가의 내면세계를 외부로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누군가는 이 수단을 노래로, 연극으로, 연주로, 영상으로 선택해 예술로 승화해 내지만, 새하얀 화폭을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채워내고 있는 이보영 작가(40)가 선택한 수단은 ‘회화’다.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꿋꿋하게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 작가를 7일 만나 그녀의 창작 과정, 영감의 원천, 그리고 현대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작가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했다“고 대답하며,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식으려야 식을 수 없는 그림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그는”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그냥 그림이 좋아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 길로 대한 전공도 미술학으로 정하게 돼 20여 년의 세월을 붓을 잡게 됐다“며 ”지금껏 그림을 그려오며 순탄한 길만 걸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길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마다 그림 작업을 해야 하는 길로 (삶이) 계속해서 유도돼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수많은 개인전과 더불어 단체전과 교류전에 참여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이 작가에게 항상 아쉬웠던 점은 양질의 문화예술계 직업군의 ‘부족함’이었다. 작가는 ”지역 작가들이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창작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능력’ 역시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역 문화계는 예술가의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이 많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많은 청년 예술인이 등을 돌린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같이 그림을 공부했던 제 주변의 친구들 역시 양질의 직업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가, 지역을 지키는 젊은 작가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지역 내에서 성장할 젊은 예술인이 지역 사회를 떠나지 않고도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어려운 지역 예술 생태계를 인지하고 있는 이보영 작가였지만,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럼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지역 예술계에 보탬이 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어렵다고 포기했을 거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작업해 왔던 대로 저는 저만의 자리를 지키며 지역 간판 작가로 성장할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 출생인 이보영 작가는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전주와 서울, 뉴욕 등에서 17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Parts of a Whole, 경계를 넘어서, 1980년대와 한국 미술, 전북미술의 오늘전, 청년작가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 그는 <2016 광주신세계미술제 선정작가>, <2020 전라청년미술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갖는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07 18:08

전북도립국악원 유료 공연 도입…'내돈내산' 관람 시동건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올해부터 일부 공연을 유료로 전환한다. 그동안 무료로 진행되어 온 전북도립국악원 공연은 무료공연의 특성상 노쇼(예약부도) 비율이 높고, 공연 중간에 입‧퇴장하는 관객들로 문제가 발생했었다. 이에 도립국악원은 무료 공연 시 발생하는 허수의 관람권 예매를 최소화하고, 실관람객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올해부터 유료 공연을 도입할 방침이다. 7일 도립국악원에 따르면 올해 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 정기공연은 유료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창극단과 관현악단 정기공연을 유료로 전환한 결과 일정 부분 예산 절약과 절약된 예산이 공연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며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창극단 정기 공연 ‘춘향’은 이틀 동안 유료 관객 1197명을 기록하며 7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관현악단 정기공연 ‘레퍼토리 시즌 아르누보Ⅱ’도 608명이 유료로 공연을 관람했고, 약 370만 원의 이익을 냈다. 국악원은 지금처럼 무료 공연만을 고집한다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정기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에만 의미를 둘 뿐,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충족시킬 작품 제작은 어렵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문승우 전북자치도의원은 국악원의 유료 공연 도입을 적극 주장하며 시행을 촉구했다. 당시 문승우 도의원은 제407회 임시회 전북도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우리나라 공연시장에서 국악 분야의 유료 관객 비중은 55.2%, 티켓 평균 가격은 1만 6437원으로 나타났다”며 “국악 분야도 공연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만하다”고 제안했다. 공립예술단의 유료 공연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경기도립예술단, 부산시립예술단, 전남도립국악단 등 광역자치단체 공립예술단 대부분이 유료 공연을 시행하고 있다. 객석점유율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공연 관람 문화 개선 등 복합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기초자치단체 공립예술단인 전주시립예술단에서도 회원제와 유료공연을 도입해 시행중이다. 유료화 공연이 긍정적인 부분도 크지만,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연조차 유료화할 경우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더욱 줄어드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립국악원이 관람료를 받음으로서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또 문화소외계층의 관람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도립국악원은 문화소외계층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국악공연’ 등 공익성 프로그램을 유지‧강화해 문화 향유권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목요상설공연은 계속해서 무료로 운영한다. 향후 유료로 전환될 경우 최소 수준의 관람료를 책정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유료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과 방안을 수립해 최적의 공연 관람 문화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07 17:20

[지역서 꿈 펼치는 청년 예술인] ② 연극배우 김수연 씨

연극배우는 미디어 매체가 아닌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가다. 이들은 다양한 역할을 맡아 극적인 상황을 전달하며, 대사와 몸짓, 감정을 통해 관객과 대화한다. 전북 연극계 역시 창의력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반영해 현대적 변화를 꾀하는 연극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많은 지역 극단 중 ‘창작극회’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수연(27·천안) 씨를 만나, 연극에 대한 그만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연극 씬에 뛰어든 김수연 씨는 벌써 6년 차 배우로, 지역 연극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청년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꿈을 찾아 진학한 대학을 졸업하니, 공백기 없이 바로 무대 위에 오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그렇게 지역 내 극단을 찾아보니 창작극회라는 연극단체를 알게 됐고, 그 길로 바로 입단 지원을 신청하게 됐다. 그 이후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극단에 소속돼 무대에 올라 연극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기회의 불모지인 지역에 터를 잡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람 사이의 정’ 때문에 지역을 떠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수도권으로의 상경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전북만이 가지고 있는 사람 냄새가 더욱 이곳에 머물게 한 것 같다. 실제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다수의 대학 동기가 상경을 꿈꿔 저 역시 상경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연극배우로서 첫 발걸음을 창작극회에서 시작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좋은 동료를 만났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처럼 지역 연극 생태계에 적응하고 있는 김 씨지만, 그 역시 가슴속 한켠에 품고 있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는 “전북 지역만이 아닌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게 된 청년 예술인들이 주체가 돼 작품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의 지역 연극계는 청년들이 주체로 선배들의 그늘에 기대지 않고 무대를 올릴 기회가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비하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현장의 예술인들에게는 홍보가 미비해 적재적소에 맞는 사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양한 예술 장르 간의 협업이 활발해져, 서로의 강점을 살린 융합 작품이 탄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러기 위한 지역 내 청년 예술인 사이의 원활한 네트워킹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남다른 지역 사랑을 보여준 김 씨는 끝까지 ‘전북 문화 예술계 발전’에 대한 소망도 내비쳤다. 김 씨는 “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대공연장을 비롯해 소극장, 학교, 복지관 등 무대의 크기는 신경 쓰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로 전북문화예술계가 발전해,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인’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닌 청년 예술인들의 의지에 더욱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천안 출생인 김수연 씨는 천안업성고등학교를 졸업해 백제예술대학교 뮤지컬학과를 졸업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06 17:22

글로벌 OTT 선두주자 K-콘텐츠, 지역에서도 발굴·육성해야

오징어게임과 같은 K-콘텐츠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전북도 자체적인 콘텐츠산업 발굴·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지닌 영향력이 K-콘텐츠 열풍으로 지속되고 있는 만큼, 콘텐츠와 이를 생산하는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내수용 콘텐츠 생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한류 확산을 위한 K-콘텐츠 육성 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 콘텐츠산업 시장이 2022년 기준 약 2조 6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평균 6.0%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까지 3조 3000억 원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도 외국인이 K-콘텐츠를 접촉한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이 6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에 대한 호감 상승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대로 이어져 K-푸드, K-뷰티 등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K-콘텐츠 및 연관 산업 수출 확대 방안을 수립해 2027년까지 글로벌 한류 팬을 3억 명으로, K-콘텐츠 수출액을 250억불까지 확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콘텐츠·장르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해외시장, 영화제, 인센티브)도 강화해 수출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전북에서도 지역 문화 자산을 활용한 K-콘텐츠 활성화 추진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남원시의 경우 지역의 대표 문화 자산인 춘향전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웹툰 '향단뎐'을 미디어 기업과 공동 제작해 선보였다. 지난해 4월부터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했으며 누적 조회수가 200만 회를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문제는 콘텐츠 산업을 구성하는 기업 대다수가 영세하고, 지역에서는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조사’를 보면 서울은 20만 2462명이 콘텐츠산업 종사자(7개 영역·22년 기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충남 지역에서도 7145명이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전북 지역 콘텐츠산업 종사자는 637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위해 문화예술과 산업 간 균형을 찾고, 산업 인력 양성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콘텐츠산업은 장래성이 밝고 문화·예술과의 유기적 협업이 가능해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콘텐츠융합진흥원 최화평 로컬사업팀 팀장은 “(지역일수록 콘텐츠산업은)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며 “인력을 발굴·지원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예산 투자가 필수이지만, 세수 부족 등의 이유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흥원에서는 예비 창작자를 발굴·육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교육 사업과 제작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주체의 니즈를 엮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민관 협력해 창작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06 17:00

[지역서 꿈 펼치는 청년 예술인]① 싱어송라이터 신민수 씨

지역 청년 예술가는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제시해 예술 분야의 다양성과 혁신을 끌어내는 등 문화산업을 넘어 지역 사회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지역 사회의 문화적 다양함과 창의성을 반영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은 주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청년 예술인들이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이끌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 바라며, 청년 예술인들이 겪는 도전과 성취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4차례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특히 예술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수도권 또는 해외로 나가려 한다. 지역 내에서의 전시, 공연, 네트워킹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역에서의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경우 더 나은 경제적 조건을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전주에 머무르며, 지역에서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아 지역민들에게 문화를 즐길 기회를 주고자 최선을 다하는 지역 청년 예술인이 있다. 싱어송라이터임과 동시에 문화공간 ‘더 바인홀’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신민수(27·전주) 씨가 바로 그다. 신 씨는 클래식 기타라는 악기를 가지고 진실된 목소리로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고 감성적인 노래를 선사하는 청년 예술가다. 그는 2018년 남성 3인조 그룹 ‘오렌지문’으로 데뷔해, 2023년 전라북도 레드콘 음악창작소 7기 뮤지션으로 참여하는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부터 약 8년이라는 세월을 지역의 관객과 마주하며, 열심히 활동해 오고 있는‘가수’라는 직업에 눈에 뜬 계기는 ‘지인의 제안’이었다. 신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간 노래방에서부터 ‘보컬’의 꿈을 꾸게됐다”며 “(같이 어울리던)친구 중 노래를 배우고 있는 친구가 제 목소리를 듣고 함께 노래를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보컬리스트로 활동을 이어가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대에 입대하며 기타라는 악기를 접하게 됐다”며 “처음 접했던 악기지만 금방 재미를 붙이기도 했도, 어느 정도 실력도 늘어가다 보니 작곡에 대한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대하고 무대 위에서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한 음악을 선보이다 보니,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가 붙게됐다”고 설명했다. 설렘을 가득 안고 시작했던 ‘가수’로서의 여정 속 신 씨에게 항상 아쉬운 점은 ‘공연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지역은 아무래도 수도권에 비하면,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적고, 예술인들이 활동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어 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힘든 구조인 것 같다”며 “더 많은 지원사업과 공모사업 등으로 저뿐만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이어 신 씨는 “지역 내 문화 예술 분야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 예술인에게는 ‘공연’은 단순히 무대에 올라 공연을 올리는 것만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회라고 생각된다”며 “무대는 일반 관객분들 앞에 올라 본인만의 예술 세계를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지만,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기획자와 문화재단 등 기관 소속의 전문가들에게도 노출될 수 있는 자리다. 이처럼 소중한 기회가 지역 사회의 청년 예술인에게 더 많이 부여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어려운 지역 예술 생태계를 인지하고 있는 가수 신민수 씨 역시 자신의 공연 활동의 확장성을 위해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닦으며 더욱 성장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7년이라는 세월을 달려오며 저도 모르게 현재에 안주하며 게을러진 한해였던 것 같다”며 “새롭게 맞이한 2025년에는 독학으로 배운 기타 연주의 기본기를 더욱 탄탄히 다지는 등 더욱 전문성 있는 활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 신민수 씨는 오는 14일 새로운 앨범 ‘그대만 사랑할래요’를 발매한다. 새롭게 선보여질 앨범은 팝/어쿠스틱 장르로 당일 낮 12시부터 멜론, 벅스, 유튜브뮤직 등 다양한 음원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05 17:57

[안성덕 시인의 풍경] 걸어 걸어가다 보면

날이 밝았습니다. 해가 떴습니다. 어제 그날이 아니고, 어제 그 해가 아닙니다. 묵은 날이 아니고 새날인 것은, 어제 떴던 해가 아니라 새로운 해인 것은 어제의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내가 되려는 마음입니다. 남보다 먼저 새날을 맞으려는 사람들 정동진으로 호미곶으로 달려갔지요. 남보다 먼저 새로운 해를 보려는 사람들 모악산에 국사봉에 올랐지요. 바다는 멀어서 못 가고 산은 높아서 못 올랐습니다. 핑계가 많은 나,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지평선에 섭니다. 들판 끝으로 거북이걸음을 뗍니다. 끝 간데없는 들판이 하늘과 맞닿아 있네요. 우보만리(牛步萬里)라던가요. 걸어 걸어가다 보면 저 끝에 닿을 것입니다. 남들처럼 내달리지는 못해도 멈추지 않으렵니다. 만 리도 끝이 있을 겁니다. 고단한 어깨를 기대는 듯 사람 人 자 쓰며 기러기 떼가 남으로 가네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지요. 앞서 치고 나간 토끼가 언덕 위에서 낮잠을 자지 않더라도, 어서 와 손 내밀지 않더라도 걸어가야만 할 이유입니다. 걸어 걸어가다 보면 지금 저 황량한 보리밭에도 푸르름이 번질 것입니다. 금세 종달새 높이 떠 봄노래 부를 것입니다. 한여름 땡볕을 견디면 서늘한 바람 불어올 겁니다. 신발 몇 켤레 더 장만해야겠습니다.

  • 문화일반
  • 기타
  • 2025.01.04 08:00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카카리키 앵무-이주경

조용히 우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주전자 물 끓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미풍에 머리카락 날리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창문보다 낮게 목소리를 죽이는 아이, 이웃집엔 중문도 방음벽도 없단다 얌전히 울면 해바라기 씨를 가득 줄 테야 호기심 많은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쪼아대도 가둔다 짧고 단단한 부리로 백합 꽃잎을 쪼아대도 가둔다 동글동글한 눈빛으로 수도꼭지를 툭툭 건드려도 가둔다 집안에서 제일 예민한 각도로 웅크리는 아이, 이웃집엔 꽃병도 수도꼭지도 없단다 너의 호기심을 잠그면 해바라기 밭을 줄 테야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오후 햇살이 올리브색 깃털 위로 미끄러져도 가둔다 건반 위를 콩콩 뛰어다니기만 해도 가둔다 깨지지 않는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해도 가둔다 방안에서 깃털을 고르는 아이, 이웃집엔 햇살도 거울도 없단다 방안 가득 네 꿈을 펼친다면 새장을 통째로 줄 테야 아파트 밖을 나서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창문 여는 소리만 들려도 가둔다 놀이터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높아져도 가둔다 마오리족의 깃털처럼 가벼워지려는 아이를 가둔다 창살 안에서 노란 깃털을 뽐내는 아이, 이웃집엔 너 같은 아이도 악보도 없단다 내 앞에서만 노래하면 새장을 요람처럼 흔들어 줄 테야

  • 문화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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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18:38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수필] 겨울에도 꽃은 핀다-김수현

“언니, 자?” 잠결에 동생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날따라 초저녁부터 일찍 잠이 든 터였다. 평소 방문이 닫혀 있으면 동생은 걷는 것도 조심하곤 했다. 눈도 뜨지 않은 채, 손을 뻗어 머리맡에 둔 안경을 찾을 때였다. 방문이 요란스럽게 열렸다. “자는 거, 깨워서 미안해.” 미안하다면서도 동생은 자기 휴대전화를 불쑥 들이밀었다. 어느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텍스트로 와글와글 떠들었다. 안경을 쓰자 그제야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국회의사당이 휴대전화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끔 서울에 올라갔을 때 지하철 안에서나 보았던 곳이다. 국회의사당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계엄령이 선포되었대.” 그 말에 준비 없이 찬물에 몸을 담근 듯, 숨이 가빠졌다. 계엄령이라는 단어는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학창 시절 내내 역사책에서 계엄령에 대해서 배웠다. 전라도에 둥지를 틀게 되면서는 광주민주화운동과 여순사건에 대해 조금 더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단어는 나의 삶과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계엄령과 가까운 것은 미얀마였다. 미얀마에서 온 유학생들은 ‘계엄령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죽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유학생들은 자기 나라에 있었을 때,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군대가 오면 골목으로 흩어져 숨을 죽였다고 한다. 미얀마 상황을 동영상으로 볼 때면, 미얀마 유학생들은 울곤 했다. 젊은이들은 남녀 구분 없이 군대로 가도록 법이 바뀌었으며, 미얀마로 돌아가면 출국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말로만 들었던 미얀마의 현실이, 한국에도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문득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처형될 사람들의 사진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같은 이불로 몸을 둘러싸고, 동생과 나는 작은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겨울바람이 창문을 뚫고 집을 배회하는 것만 같았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었고, 닫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자들과 시민들도 따라 들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헬기가 날아다니고, 군대는 국회의사당의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일련의 과정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는 동안, 휴대전화는 잠시도 쉬지 않고 울렸다. 사람들은 메신저의 속도가 느려지고 포털 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는 것을 두고 걱정했다. 외국계 메신저를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예술을 하거나 언론을 배우는 친구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소식은 외국까지도 금방 퍼져, 외국의 친구들이 한국에서 얼른 몸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연락이 왔다. 커뮤니티에는 도로에 탱크가 다닌다는데, 진짜냐고 묻는 글들이 올라왔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접속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원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비행기표를 구매했던 사람들은 출국 금지 명령이 내려오지 않을지 걱정하였다. 나와 동생은 생필품을 구비할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으며, 과거 계엄령에 대해서 다시 찾아보곤 했다. 문득 얼마 전, 일터에서 앞 시간대 사람과 교대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날 아침, 그는 평소와는 달리 상기된 표정이었다. 매장에 방문했던 손님과 이야기를 하다 의견 충돌이 생긴 모양이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우리가 과하다고 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우리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잖아.” 그가 어릴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의 사촌들은 광주에 살고 있었고, 혼란한 광주에서 근처 지역으로 몸을 피하려고 했다. 그의 고모는 사촌 누나 둘의 손을 잡고 밤에 산을 탔다. 그러나 군인들에게 발각이 되었고 고모와 큰 사촌 누나는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다. 작은 사촌 누나는 중학생이었지만, 또래에 비해 작았다 한다. 군인은 그의 작은 사촌 누나에게 너는 어려서 살려 준다고 했다. 그의 작은 사촌 누나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울면서 며칠을 걸어 그가 있는 지역에 도착했다고 한다. 광주에 있던 그의 친척 중, 살아남은 사람은 그의 작은 사촌 누나 단 한 사람이었다.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아마 그녀는 머리의 묵은 흉을 만지작거렸으리라.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몇십 년 만에 과거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계엄령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해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혼란에 빠졌다.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표현의 자유마저 걱정해야 할 정도로 민주주의는 퇴보하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덕담을 나누는 시점에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혼란이 와도 해는 매일 뜬다. 새해는 올 것이고, 1월 1일의 겨울 해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보다 더 빨리 세상을 밝힐 것이다. 겨울 추위에 마냥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추울수록 뛰어야 몸이 더워지는 법이다. 이불에서 나와 책장에 있는 역사책을 꺼내 든다. 얇게 먼지가 쌓여 있다. 마른 휴지로 가만히 숨죽인 시간을 털어 낸다. 슬프고 화날 때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한다. 책의 여백에 오늘 날짜를 쓴다. 새해의 시작이 조금 울적하더라도 괜찮다. 서로 손을 잡고 따뜻하게 데운 방바닥에 앉아 옛날이야기, 지금 이야기 가릴 것 없이 도란도란 나누다 보면 지금보다 한결 가볍게 새해를 시작할 테니. 나뭇가지가 창밖에서 참 춥게 흔들린다. 쓸쓸하고 힘든 계절이다. 그래도 몇몇 나무는 꽃을 피운다. 대표적인 것이 동백이다. 제주에는 동백이 한창이라고 한다. 곧 이곳도 동백이 필 것이다. 겨울에도 꽃은 핀다. 그리고 몇 되지 않는 꽃에도 새들이 지저귀며 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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