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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통 맥 끊길 위기⋯‘우리가락 우리마당’ 단 1팀 참여 그쳐

‘우리가락 우리마당’ 신진예술가 초청 공연, 지원자 없어 결국 1팀만 무대 올라
국악 전공자 감소·학과 폐지 속 전통예술 인재 양성 기반 붕괴, 전통 계승 위기
전문가들 “교육-창작-발표 연계한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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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북특별자치도가 19년째 이어오고 있는 대표 전통문화 상설공연 ‘우리가락 우리마당’의 신진 예술가 초청 공연이 올해는 단 한 팀으로 진행된다. 매년 전국의 신진 전통예술인들이 경쟁하듯 무대에 올랐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진행된 공연자 공개 모집에는 지원자가 전무했다. 마감일을 연장했지만 끝내 추가 접수는 없었고, 결국 전문가 추천을 통해 가까스로 1팀을 무대에 올리는 데 그쳤다.

지역 전통문화 생태계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단발성 공연 이벤트의 흥행 여부를 넘어, 전통을 이을 ‘다음 세대’의 부재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돼 왔다. 전북대를 비롯한 도내 주요 대학의 국악 관련 학과들은 신입생 수 급감으로 폐과되거나 통폐합됐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도내에만 3곳 이상의 고등교육 기관에서 국악을 전공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단 한 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장은 “원광대와 우석대 국악과가 이미 문을 닫았고, 전북대도 국악과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젊은 예술가의 공급 자체가 줄어드니 신진 예술가가 희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화예술 지원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지역의 경우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공 지원 시스템이 크게 부족하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서울로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문 예술교육이 무너지고 전문가가 양성되지 않으면 10~20년 뒤에는 전문성 없는 전통예술만 남고, 이는 곧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문화예술인력 실태조사’도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예술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예술인의 비율은 2018년 57.4%에서 올해 52.5%로 줄었다. 국악 전공자 중 절반 가까이(48.5%)는 예술 외 활동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 원인으로 창작 기회 부족, 수입의 불안정, 예술인 복지의 사각지대 등이 꼽혔다.

특히 국악계는 창작 기회 자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국악인들의 설 자리가 더욱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술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이 반복되며, 지역에서는 자연스레 신진 예술가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제 ‘왜 지원자가 없었나’를 묻는 대신, ‘젊은 예술가들이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조건을 우리가 얼마나 마련했는가’를 성찰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단기성 공연이나 지원이 아닌, 교육-창작-발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속가능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탁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신진 예술가 발굴이 점점 어려워지는 건 단순히 무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젊은 예술가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충분한 교육과 멘토링, 그리고 프로 예술가들과의 협연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성도 있는 공연 경험은 참여 동기와 자부심으로 이어진다”며 “지도 교수와 전문가의 컨설팅, 프로 무대와의 연결이 예술 활동 지속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또 “전북을 비롯한 지역에는 청년 예술인을 위한 인턴제 등 구조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예산의 한계가 있지만, 이런 투자가 결국 지역 문화의 지속 가능성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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