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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문학인을 기억하다… “서권, 문정을 아시나요?”

서권 소설가와 문정 시인. 두 작가를 아시나요? 지난 7일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최명희, 서권, 문정 세 작고 작가와 관련한 세미나가 열렸다. 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최명희문학관 전북작가회의가 주관한 이 행사는 세미나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작고한 세 작가를 기억하고자 만든 자리다. 최명희 소설가와 서권 소설가, 문정 시인. 이 세 작가가 한 범주로 묶인 데에는 이들의 삶이 비슷한 궤적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모두 교편을 잡았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띤다. 안타깝지만 50세 전후 이른 나이에 작고했다는 것도 그렇다. 이들의 비슷했던 궤적은 삶을 마친 이후는 달리한다. <혼불>의 최명희 작가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관도 세워졌고, 혼불문학상 시상도 이뤄진다. 하지만 <시골무사 이성계>의 서권 소설가와 <하모니카 부는 오빠>를 써낸 문정 시인을 기억하는 일반인은 많지 않다. 이들의 작품 또한 현재로서는 유명 작이 아니다. 그들이 써내려간 소설과 시, 수필이 부족해서가 아닌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기 때문. 이날 참석한 윤영옥, 변화영, 문신, 이영종, 임영섭, 장진규, 최기우 작가 등 작고작가와 함께 생을 보내온 이들에게는 그러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그래서 이번 자리를 통해 작고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의미를 되짚어봤다. 또 참석 작가들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전문 학술지에 작고 작가들을 조명하는 기회를 갖겠다는 마음도 모았다.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실장은 이번 자리가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길 바란다. 이들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찾는 노력이야말로 최명희문학관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천경석
  • 2018.12.09 19:52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18) 아양 떨다

아양 떤다는 말은 정답고 살가운 말이다. 어떤 잘못을 용서받으려고 하는 행동이거나 또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온몸을 비틀며 머리를 흔들어대는 모습으로 일상생활의 새로운 활력이 되기도 한다. 즉 남에게 잘 보이거나 귀여움을 받으려고 일부러 하는 애교스러운 말이나 행동을 아양이라고 하며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을 아양을 떤다고 한다. 이 아양이란 말은 옛 아얌 에서 온 말이다. 아얌이란 겨울철에 부녀자들이 나들이들 할 때에 추위를 막기 위하여 머리에 쓰는 쓰개의 일종으로서 귀는 내놓고 이마만을 가리는 장신구 역할 겸 추위방지용이었다. 위쪽은 터져있고 밑쪽으로는 털이 달려 있으며 앞쪽에는 붉은 색깔의 수술들이 늘어져 있고 뒷 쪽에는 넓적하고 길다란 아얌드림을 늘어뜨렸다. 아얌드림은 댕기와 비슷하며 검정색이나 자주색의 댕기모양의 긴 끈이 늘어져 있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아얌을 쓰고 부녀자들이 걸어 갈 때에 붉은 술과 검은 비단 댕기가 흔들거리며 떨리게 되고 그 흔들리는 모양과 걸어가는 부녀자들의 모습에 주의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남의 시선이나 이목을 끌려고 하는 행동이나 말을 아얌을 떤다고 말하게 되었으며 이말이 전하여 오는 동안 변하여서 아양을 떤다고 하게 되었다. 특히 귀여움을 받으려 하는 행동이나 좀 더 잘 보이려고 간사스럽게 애교를 부리며 알랑거리는 것을 아양을 부린다고 한다. 상상해보자. 무언가 얻기 위한 수단으로 몸을 비꼬며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댕기머리가 흔들거리고 길게 늘어트린 아얌이 머리채와 함께 춤추는 듯한 그 모습에 어른들은 웃으며 아얌 떨지 말라면서도 다 받아주게 된다. 따라서 아양이 때로는 사방이 막힌 듯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세상에서는 삶의 모습이 아름다워지게 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12.06 19:58

[송만규 화백의 섬진팔경 이야기] (6) 장구목(상) -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설치한 작품들

섬진강은 좌우로 산을 품고 흐른다. 그래서 큰 도시를 거느리지 않고 주로 비탈진 곳에 마을이 만들어졌다. 여기 작업실이 있는 구미마을도 그렇다. 강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순창 무량산 자락에 고려 말부터 남원 양씨들이 터를 닦고 마을을 이루어 살아왔다 한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대숲으로 병풍 쳐있는 종가집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2002년에 우연한 인연으로 그 집 바로 옆에 둥지를 마련하게 됐다. 주인장이 널찍한 대갓집을 선뜻 내주었다. 강과 가까이 할 수 있어 작품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위치이다. 처음엔 도시에서 살아온 습성에 더해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돌담길 사이를 오가는 동네사람들과 눈 마주칠까 두려워 대청마루 끝에 발을 쳐놓고 지냈다. 앞집 할머니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앞집 할머니다.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우물가에서 하루가 시작되나 보다. 나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강가로 나선다. 빠른 걸음으로 강물이 보이는 고갯마루에 올라서는 순간 바람이 가만히 이마를 건드린다. 옷깃 사이로 스며들어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바람의 감미로움은 가히 매혹적이다. 두루미도 미리 와 기다리고 있다. 집채 만 한 바위들 틈새로 흐르는 물소리가 봄을 독촉하는 역동적 메시지로 들린다. 바위 주변을 싸안고 있는 억새와 물버들에서도 새 생명들의 색조가 어른거린다. 강 건너 억새밭에서도 풋풋한 생명들이 기지개를 펴면서 술렁인다. 느슨함과 움츠림을 떨구게 한다. 어느 계절인들 눈에 벗어 날 리가 없지만 봄의 에너지만큼은 대단한 설렘이다. 이 강변길에 머무는 시간들이 무척 좋다. 흐르는 강과 함께하는 것들과 이야기하며 4km 남짓 상류로 걷다보면 바위들이 빼곡이 드러선 곳이 나타난다.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설치한 작품들이다. 안개가 더해진 강가는 오롯이 고요함과 여유, 피안으로 이끈다. 오른쪽으로 무량산(590m)과 용골산(630m), 왼쪽으로 벌통산(440m)을 품고 있는 이 강변길과 20여년 함께 지내고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12.06 19:58

현대판 심청이로…첫 1인극 도전하는 소리꾼 방수미

소리꾼 방수미(국립민속국악원 단원) 씨가 생애 첫 1인 창작소리극에 도전한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청가를 소재로 청년들의 삶을 이야기할 계획이다. 12~13일 오후 7시 30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창작소리극 방수미의 이름 모를 소녀는 현대판 심청이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다. 그 자신에게도 심청가는 여러모로 의미 깊은 소리다. 데뷔 역이 1984년 국립창극단 창극 심청전의 심청이 아역이었기 때문. 방 씨는 창작 배경에 관해 소위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라 일컬어지는 청년들이 연인이나 가족 없이,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간 일자리로 심청이처럼 살고 있다며 모두 해피엔딩을 만들어줄 영웅을 원한다. 하지만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울고 웃어준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판소리는 그 시대를 노래했기 때문에 사랑받았다. 옛이야기를 그대로 하니 현대인들과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 시대 소리꾼들처럼 소리를 통해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방 씨는 이번 작품을 위해 작창도 맡았다. 그 역시 국악방송을 진행하면서 전북 명승지를 소재로 한 5분 분량의 짧은 작창은 많이 소화해왔다. 하지만 전체 1시간 10분 분량의 작품에 들어갈 긴 작창은 그에게도 낯선 시도. 그는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스승들의 위대함을 몸소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덧 중견 소리꾼이 된 방수미. 새로운 도전으로 자신을 담금질하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12.06 19:58

황혜원, ‘춘향가’ 완창 발표

전북대에 재학 중인 황혜원 양이 춘향가 완창발표에 나선다. 장장 8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완창발표회는 오는 8일 오후 2시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 실내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익산국악원과 함께 준비한 이번 완창발표회는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인 고승조 씨의 사회로, 전북도립국악원 임청현 교수와 인동초 국악대제전 명인부 종합대상을 수상한 송세엽 명인이 고수로 참여한다. 혜원 양을 지도해 온 임화영 명창은 어렵고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힘차게 걸어가고 있는 혜원이가 선보일 완창발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초인적인 힘이 필요한 장시간의 발표라며 염려가 되지만 힘찬 박수와 응원이 함께 한다면 잘 해 낼 것이라고 응원했다. 첫 완창발표에 나서는 혜원 양은 긴 시간 홀로 무대를 지켜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큰 박수와 추임새로 함께 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황혜원 양은 제33회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고등부 대상을 비롯해 제22회 박팔괘 전국학생국악대제전 판소리 고등부 장원, 제18회 남도민요 전국국악경창대회 고등부 우수상, 제8회 청주직지 전국국악대제전 판소리 일반부 장원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소리꾼이다.

  • 문화일반
  • 김진만
  • 2018.12.05 19:59

[전북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전라북도 길 이야기] 혼자 걷는 소설 ‘탁류’ 길 - 채명룡

강 한쪽 귀퉁이가 움푹 파인 모양을 두고 입술이 째진 것 같대서 째보라고 불렀다고도 하고, 이 포구에서 객줏집을 했던 힘센 사내의 별명이 째보였는데 이로 인해 째보라고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선창에 섰다. 군산 하면 떠올리는 소설가 백릉 채만식의 『탁류』에도 이 째보선창에 대해 자세한 묘사가 곁들여져 있다. 일제강점기의 혼란한 시대 상황을 초봉이라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역설적으로 풀어낸 그 소설. 채만식은 첫 장에 이 강은 지도를 펴 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에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가지고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썼다. 언청이라고도 낮춰 부르곤 했던 입술이 째진 이들을 본 적이 있는가. 지금은 얼굴의 장애를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예전엔 입술 위쪽이 갈라진 상태로 질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째보선창이 있었던 포구에 섰다. 이름과 기억, 그리고 아련한 추억으로만 떠도는 그 포구는 없고, 낮고 쓸쓸한 공영 주차장만 남아 있다. 그 곁에는 째보선창을 알리는 표지석과 안내판이 외롭다. 일제강점기엔 군산의 팔마재, 구시장 근처까지 물길이 닿았고 이 물길을 따라 질펀한 삶이 이어졌던 게 바로 째보선창이었다. 소설 『탁류』의 주인공인 정주사가 충남 서천의 전답을 팔아 초봉이 계봉이와 가족들을 이끌고 군산 땅에 처음 닿은 곳 또한 이 선창이며, 고은 시인의 어머니가 서천 친정을 떠나 미룡 용둔리로 시집올 때 군산에 첫발을 내디뎠던 자리 또한 여기이다. 흥망성쇠가 언제였던가. 그 사연 많은 사람들과 시간들은 간 곳 없고 물 빠진 선창에 잿빛 뻘만 남아 아스라한 그때를 굽어보고 있다. 오늘의 째보선창은 간데없는데 떠나지 못하는 갈매기만 남아 강기슭을 굽어보고 있다. 째보선창은 한때 군산의 다른 이름이었으며, 천 원짜리 지폐는 개도 안 물어 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흥청망청의 상징이었다. 어판장 한쪽에서는 매년 군산이 시끄러울 정도로 성대한 규모로 풍어제가 열렸다. 어선들의 안녕과 만선으로 돌아오라는 염원을 용왕님께 비는 풍어제는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랬던 어판장이다. 하지만 어깨를 부딪쳤던 고깃배들이 어선 감축 사업으로 썰물 빠지듯 나가 버리자 지금은 폐허처럼 적막해졌다. 고려의 충신 야은 길재가 회고가에서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곳 없다고 읊었듯이 선창은 그대로인데 사람의 흔적은 끊겨 버렸다. 참 허전하다. 포구나 선창에 서면 길 잃은 나그네의 마음처럼 여러 생각이 겹쳐서 온다. 채만식은 탁류에서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어진다.라고 표현했다. 그 말처럼 눈앞은 온갖 군상들을 휩쓸고 내려가는 금강이다. 바로 뒤는 군산 수산업의 흥망성쇠를 함께 굽어보았던 동부어판장 건물이다. 벗겨진 외벽에 대낮에도 컴컴한 안쪽, 마치 귀신놀이 하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제 강점기엔 전북어업조합 판매소가 있었던 장소이다. 바라던 째보의 얼굴은 간 곳 없고 무상한 세월을 굽어보는 무표정한 시멘트 덧칠만이 덩그렇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었던 시멘트 길이어서일까. 약간 색이 바랜 듯하고 굵은 동아줄을 맸던 자리는 생채기가 나 있다. 순탄치 않은 인생길을 보는 듯 아리다. 눈앞은 시간이 게으르게 내려앉은 시멘트 길. 드문드문 펼쳐진 그 위의 인생살이들이 외롭고 쓸쓸하다. 언제나 흐드러진 웃음꽃이 필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내밀고 찬찬히 살펴본다. 실개천을 따라 선창까지 흘러왔던 그 물길은 지금도 내항과 연결하는 수문을 거쳐 아귀와 같은 입을 벌리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탁류의 군상들을 이 강물이 쓸어 담아 줄 것을 작가 채만식이 바랐듯이 남겨진 이 선창은 낡은 모습으로 아스라한 추억을 사람들의 가슴에 남겨 주었다. 지난 세월을 지키고 간직하면서 산다는 건 어려운 선택. 그러나 선창은 그 험한 날들을 온몸으로 견뎌왔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드러난 상처는 시간이 아물게 하지만 가슴에 새겨진 흔적은 지우지 못하는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탁류와 함께 낡아져 갔던 것들이 눈에 밟혔다. 고기잡이배를 댔던 자리와 밧줄을 동여맸던 고리, 고기를 담던 나무 상자, 대나무 깃발, 스티로폼 부이 등등. 그들은 늘어졌고 숨은 깔딱이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낡고 늘어졌다고 해서 사람마저 그런 건 아니라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깃배들은 사라졌지만 이곳은 수리할 게 있는 어선들에겐 엄마의 품과 같다. 뱃사람들은 지금도 이들의 인정과 기술과 선창 사나이들의 뜨거운 가슴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물고기가 회유하듯 그리운 뱃사람들의 귀향이 계속되고 있다. 강물을 바라보면 하염없고 어지럽다. 물이 들면 할 말 많았던 밑바닥 사연들까지 품 안에 거두어 주지만, 썰물이 되어 허연 속살을 드러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호시절이었을 때 끼룩끼룩 손에 잡힐 듯 날아들었던 그 수많던 갈매기들 또한 제 살길 찾아 떠나갔다. 강 안쪽에는 몇 마리 남은 갈매기들이 마치 텃새처럼 오가는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채만식은 그래서 항구래서 하룻밤 맺은 정을 떼치고 간다는 마도로스의 정담이나, 정든 사람을 태우고 멀리 떠나는 배 꽁무니에 물결만 남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매기로 더불어 운다는 여인네의 그런 슬퍼도 달코롬한 이야기는 못 된다.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돌아오는 이들을 반기는 건 오래된 선박과 엔진 수리 업체들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심장과 같은 기계 부품을 고치고 갈아주는 일은 째보선창의 큰 일거리로 남겨졌다. 허술한 철문을 밀치고 들어서면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소리와 오색 빛으로 날아가는 쇳가루가 눈을 부시게 한다. 기름 냄새에 절어 있지만, 이 소리와 빛과 냄새와 외침이 이 안에서 사람이 살아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낡고 녹슬고 지쳐 쓰러져 있는 길 위의 닻과 폐 부품들을 보면서 동강난 째보선창의 이력을 떠올린다. 그리고 고은 시인과 함께 이곳을 찾았던 몇 년 전 어느 눈 내리는 날을 기억했다. 고은 선생은 먼눈으로 장항 쪽을 바라보았고, 그의 귀향을 감싸 안아주는 듯이 눈발은 하염없었다. 휘휘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몇 걸음 더 가본다. 조개와 해삼, 그리고 갖가지 수산물을 가공하는 오막살이 포장마차 집이 난간에 위태롭다. 수협 중매인이 운영한다는 간판도 눈에 띈다. 이래 허접한 간판인데 장사는 얼마나 될까. 그러나 걱정 붙들어 매시라. 겉은 허접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속은 꽃게가 알을 품었듯이 알차기가 그만이니 말이다. 허술한 간판을 달았거나, 허접한 출입구를 보고 돈 벌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겉만 보고 속까지 판단하는 격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기 일쑤이다. 들어가 보면 우선 길게 쭉쭉 이어진 작업장에 건조장, 수족관, 세척장과 일하는 아줌마 등등 눈이 동그랗게 떠질 터이니 걱정 뚝이다. 채만식은 선창의 풍경을 날이 한가한 것과는 딴판으로 선창은 분주하다. 크고 작은 목선들이 저마다 높고 낮은 돛대를 웅긋중긋 떠받고 물이 안보이게 선창가로 빽빽이 들이 밀렸다. 칠산 바다에서 잡아 가지고 들어온 첫조기(젓조기)가 한창이다. 은빛인 듯 싱싱하게 번쩍이는 준치도 푼다. 배마다 셈 세는 소리가 아니면, 닻 감는 소리로 사공들이 아우성을 친다. 지게 진 짐꾼들과 광주리를 인 아낙들이 장 속같이 분주하다.라고 묘사했다. 딱 맞는 말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반까지의 영화를 간직했던 군산 동부어판장과 째보선창은 그렇게 쇠락해갔다. 그러나 떠나고 돌아오는 고동 소리와 왁자한 아귀다툼이 없어졌다고 해서 오늘의 선창이 사라진 건 아니다. 생선을 다뤄주는 해산물 사업장과 선박들의 부품을 만들고 가공해주는 공업사와 수리점과 음식점 등 선창의 삶은 벗기고 벗겨도 속살을 한 번씩 더 내놓는 양파와 같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역설로 보여준다. 채만식의 『탁류』처럼 말이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주인공 정 주사가 서천의 논밭을 팔아 당도했던 째보선창, 그 선창을 따라 흔들흔들 걷노라니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풀죽 같은 갯벌처럼 흐느적거리고, 아련하고 아스라한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 강 하구의 안쪽, 커다란 수문을 바라본다. 쑥 내려간 난간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면 온갖 허드렛물을 쓸어 담고 내려왔던 복개천이 문을 열어두고 있다. 뻘밭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이다. 오래된 흔적은 시멘트 색깔에서도 나타난다. 말끔하게 분칠한 얼굴이 아니라 어두침침하고 어딘지 칙칙한 표정이다. 그 시멘트 선창길 바닥에 꽂아 놓은 묵직한 철 고리를 발끝으로 슬쩍 차본다. 아픈 건 내 발끝이지만 아련하고 쓸쓸하고 허전한 게 아픔을 타고 밀려들었다. 새까맣게 몰려들던 어선들을 고리에 걸어 두었던 굵은 밧줄은 먼 옛날이야기이다. 시멘트 부스러기를 툭툭 건드린다. 심심풀이 오징어 한 마리를 씹으며 걸어가는 째보선창, 바람도 오늘은 한가롭다. 그렇다고 속까지 한가로운 건 아니다. 아픔과 시련은 겹쳐 오듯이 이 선창의 깜깜한 앞날 또한 그렇다. 먼발치로 일제강점기 쌀 반출의 항구였던 군산내항이 눈에 들어왔다. 뜬다리 부두 근처에 언제인가 퇴역한 군함을 가져다 놓았다. 일제강점기 쌀 반출 항구에 안보 전시용 군함이라니. 올려다보는 햇살이 참 눈부시다. 여기서부터는 선박의 엔진과 스크루, 철제 구조물, 닻 등을 만들어주는 공업사들과 선외기 수리점이 즐비하다. 철제로 된 문을 내린 현대디젤 바로 옆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왔던 하꼬방만 한 가게가 아직도 문을 열고 있다. 시큼한 냄새를 어깨 뒤로 넘기면서 걸어가 보면 여수스크루, 현대 선외기 엔진, 동부공업사, 문일공업사, 광일스크루, 커민스, 대진고속 등이 세월을 비껴 선 채 나름 영역을 지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수산업의 뒤꼍에서 먹고사는 게 일이다. 오른쪽으로는 스산한 표정의 썰물 든 밑바닥이 허연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다. 갈매기 몇이 개펄을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고, 그 옆을 긴 다리 백로가 눈을 끔벅거리고 있다. 배 떠난 선창의 오후는 늘 게으르다. 저 담벼락을 돌아 나가면 내항. 긴 이야기는 놔두고 소설 『탁류』와 함께 생겨난 길을 천천히 따라 가본다. 길은 길로 연결된다. 선창의 바닥은 울퉁불퉁이다. 숱한 세월 동안 이 선창으로 들어오는 어선들을 묶어 놓았던 철제 고리만 꼿꼿하다. 지난 시절, 그 자세를 지키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돌아보고 있자니 망가진 어선들이 눈에 밟힌다. 썰물 땐 그렁그렁하니 괜찮았었다. 그런데 물이 들어오자 반쯤은 물에 잠긴 채, 또 반쯤은 세상 시름 엎어놓은 듯 허벌렁하다. 애써 외면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걷는다. 수산물 가공을 해주는 경원수산 사거리, 어디선가 트로트 노랫가락 소리 유창하다. 들려오는 쪽으로 따라가 보니 ○○성인콜라텍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예전엔 춤바람의 온상지로 지목되었던 무슨 카바레가 있던 자리이다. 카바레는 언뜻 좋은 이미지로 들리지 않는다. 마도로스 사나이들의 험난한 바다 생활을 잊은 여자들의 일탈의 장소로 불리기도 했던 때문이리라. 이런 선입견을 애써 누르면서 왼쪽으로 굽어져 돌아갔다. 서강기계 앞엔 길 가장자리에 거대한 철 구조물, 아니 쇳덩이로 만든 기계 장치가 놓여 있다. 웬만한 기중기로는 들기도 어려워 보이는 크기와 눈짐작되는 무게에 압도당한다. 들기도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그걸 이 자리로 옮겨 왔을까. 공장 안에서는 쇳덩이를 갈아내고 용접해 붙이는 철공소 일이 한창이다. 씨앙 날카롭게 돌아가는 쇳덩이 갈아내는 소리 따라 불똥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사람의 삶이란 이런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잘 자라난다. 언뜻 형님! 하고 작업복 입은 남자가 부르자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텐데 부르는 쪽을 바라본다. 무슨 텔레파시가 통하고 있나? 서강기계에서 바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중앙식당, 유락식당, 해성식당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 가장자리에 생선을 담아 두었던 나무 상자들이 창고 옆에 그득하다. 식당들은 대부분 어장을 하거나 어업이나 도소매업을 같이 한다. 맛의 구 할이 결정된다는 좋은 생선을 쓰고 있으니 자연스레 맛집으로 소문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식당들은 대부분 주인네 인생과 함께 나이를 먹어 왔다. 그래서 이 골목의 식당들은 줄잡아 20~30년은 기본이다. 그것도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면면히 이어 온 탁류 길처럼. *채명룡: 1990년 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 봄봄, 시장 소식 등.

  • 문화일반
  • 기고
  • 2018.12.03 10:44

우진문화재단 ‘우리소리 우리가락’ 문화예술인 11팀 선정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우진문화재단의 2019 우리소리 우리가락 공모에 조진용 씨 등 11명(팀)이 선정됐다. 우리소리 우리가락은 국악양악무용 등 3개 부문 문화예술인들에게 작품 제작과 발표홍보 등을 지원한다. 국악 부문은 조진용(29) 해금연주자, 풍류지악(대표 박태영)이 선정됐다. 17년간 해금을 연주해온 조진용은 경기 대풍류, 지영희류 해금산조 등을 함께 연주하는 기획으로 관심을 모았다. 풍류지악은 개인 기량이 뛰어나고 새로운 해석에 대한 열정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악 부문은 라모앙상블(리더 박혜원), 전주소리노리오페라단(대표 설정훈), 예술연구회동인 프로베온(대표 최수정)이 뽑혔다. 양악 부문 심사위원인 지성호 작곡가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 활발한 연주 활동과 공연 주제, 기획 의도 등을 고려했다면서 이 가운데 프로베온의 기획물은 의미 있고 진지한 소극장용 레퍼토리로 눈길을 끌었다고 밝혔다. 또 무용 부문은 신인젊은 춤판으로 나눠 지원하는데 신인 춤판은 김다영(25)박소영(25)이유림(27), 젊은 춤판은 강소영(38), 노태호(32), 황지혜(31) 씨가 선정됐다. 특히 젊은 춤판은 완성도 높은 작품 제작을 위해 신인 춤판을 거쳐 꾸준히 활동한 안무 경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심사는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 원장(국악), 지성호 작곡가(양악), 최재희 안무가(무용)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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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민주
  • 2018.12.02 20:52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17. 뚱딴지와 꺼벙이

뚱딴지는 돼지감자를 일컫는다. 돼지감자는 국화과의 다년초로써 땅속줄기의 끝이 굵어져 감자 모양의 덩이줄기가 된다. 줄기에는 잔털이 있으며 초가을에 노란 꽃이 피며 덩이줄기는 식용 및 가축의 사료나 알코올의 원료로 쓰인다. 그런데 이 돼지감자의 모양에서 뚱딴지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생김새나 성품이 돼지감자처럼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을 비웃어서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본뜻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거의 없어지고, 상황이나 이치에 맞지 않게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또 하나의 주장이 있다. 뚱딴지는 전선(電線)을 철탑(鐵塔) 또는 전봇대의 어깨쇠에 고정하고 전기를 통하지 않게 하기 위한 지지물을 붙이는데 이를 애자(礙子) 또는 뚱딴지라고 한다. 애자는 사기, 유리, 합성수지 등으로 되어있어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듯이 우둔하고 완고하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멍청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모양새가 꺼칠하고 볼품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꺼벙이라 한다. 그리고 하고 그런 모양새를 꺼벙하다고 말한다. 그 말의 어감이 정말 꺼벙하게 느껴져서 재미있어 보인다. 꺼벙이의 원래 말은 꺼병이로 꿩의 새끼를 말한다. 꿩은 예로부터 인간의 사냥감 새로 대표적인 날짐승인데 그 수컷은 생김새와 깃털의 색깔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꼬리깃털은 한국의 옛 관료, 무관들의 관모에 장식으로 쓰이기도 하였고 서양에서는 펜대, 펜의 손잡이로 사용되기도 할 만큼 인간과 친숙한 새이다. 꿩은 빨리 날지만 멀리 날지는 못하고 땅위에서 달리기를 더 잘 한다. 주로 야산의 덤불 밑에 알을 품어 낳는데 한 번에 열 마리 정도씩 알을 깨는데 갓 깨인 꺼병이는 어미꿩 까투리를 따라다니기 위해서 가늘고 긴 다리가 먼저 발달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꺼벙해 보인다. 그래서 모양이 거칠며 행동이 느리고 어리숙해 보인 사람을 가리켜 꺼병이에서 꺼벙이로 변한 것이다. 꼬붕은 일본말로써 꺼벙이와 아무 과계가 없는 말이며 부하라는 뜻으로 정확한 말은 꼬봉이 아니라 꼬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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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9 19:59

[송만규 화백의 섬진팔경 이야기] (5) 구담 (하) - 느리고 자유로운 곡선의 물줄기

자주 왕래하기에는 불편하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다. 강진면에서 덜덜대는 비포장도로를 다니는 군내버스가 하루 서 너 번이나 다니는지, 천담에서 내려 3km를 더 걸어 가야한다. 그래도 갈 곳이 있으니 망설임 없이 화구며 간식거리를 잡다하게 챙겨간다. 정읍댁이 있어서다. 주변의 친구가 소개해 준 집이다. 널찍한 안방을 내어주면서 작업실로 쓰라고 권했다. 무슨 인연인지 그의 이름이 내 아내와 같다. 양금이! 밖에라도 나가있을 때 끼니가 다가오면 부른다. 화가 양반~ 따끈한 밥상에 반주도 빼놓지 않으니 넉넉하지 않은가. 그 손맛 중에는 특히 다슬기 요리다. 작은 소쿠리 옆에 끼고 강에 내려가 순식간에 잡아온다. 확독에 닥닥 갈아서 껍질을 골라내고 애호박에 부추 잘게 썰어 넣고 끓인 찐하고 푸른 국물은 그야말로 별미다. 그 맛은 다슬기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근처 강물에서 건져 올린 둥글하고 노란색을 띤 모양으로 작지만 쫄깃하게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을 앞 끝자락에 당산마루가 있다. 마을에 사람들이 북적대고 지낼 때는 마을공동체적 의례인 당산굿을 지냈었다고 한다. 내가 이곳에 처음 오던 해 정월 보름날 달빛아래 노부부 둘이서 당산나무에 금줄을 매놓고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때쯤이면 마을 주변의 닥나무를 베어 나르느라 분주하다. 강가에 돌을 쌓아 만든 대형 솥에서 며칠인가를 찌고 강물에 다시 며칠을 담가 놓는다. 불어난 닥은 아낙들의 손으로 껍질은 벗겨지고 한지의 재료로서 공장으로 간다. 고요한 시간이 되면 주변에 아름드리 느티나무로 둘러싸여 원형을 이룬 마당에 멍석이라도 깔아 눕고 싶다. 하기야 가을이면 낙엽으로 포근한 멍석이 되어 버리는 당산! 자연이 인간에게 안겨주는 축복이다. 사방 어느 곳을 바라 봐도 그냥 흘려보낼 곳 없어 어딘가에 담아둬야 할 것 같은 천혜의 창조물이다. 발아래 저쪽 9시 방향에서 다가오는 강물은 너럭바위에 쉬고 있던 재두루미의 목을 적셔주고 늪에 어우러지다 앞산을 휘돌아 장구목 쪽으로 흘러간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곡선의 물줄기는 느리고 자유롭게 흐르고 있다. 두루두루 주변을 챙긴다. 그래서 섬진강이고 또한 그것들은 내 그림의 밑천이 되어 왔다. 아침 산책을 나설 때면 설렘과 망설임이 다가온다. 가야할 곳이 여러 갈레이니 그러기도 하다. 우측에 비탈진 밭고랑을 지나면 계단식 논들이 설치 되어있다. 이른 봄 시린 손을 불어가며 걷다보면 논두렁 사이로 가녀리게 조용히 아주 맑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산 능선에 쌓였던 눈과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이다. 갓 돌 지난 사내아이의 오줌 눕는 소리 같다. 새 생명, 희망의 소리다. 영화인들도 놓치지 않았다. 1998년 이 곳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시절의 영화촬영 표지석이 강을 바라보기 가장 좋은 곳에 세워져 있다. 아프고 쓰린,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영화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달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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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9 19:59

[제19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대상 이병로 작가 “밤 새며 즐겁게 작업”

오랜만에 며칠을 밤 새며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아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작업인데 좋은 결과까지 얻게 되니 얼떨떨하네요. 제19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대상 수상자 이병로 씨(49)는 이번 수상으로 가능성과 원동력을 얻었다. 그동안 전통을 기반으로 달항아리 작업을 해 온 작가는 이번엔 전통을 현대화한 실험적 작품을 내놓았다.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의 자극 때문이었다. 십여 년을 달항아리 작업에 매달리는 작가의 모습을 본 아들이 새로운 걸 해보면 안 되냐고 물었다는 것. 자극을 받은 작가는 40여 일을 잠도 잊은 채 작업에 몰두했고, 이번 작품 생성과 소멸을 내놓았다. 전통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백자 표면에 크기와 높이가 제각각인 모듈을 붙여 만들어냈다. 크기와 높이가 제각각인 도시의 건물과 현대 사회의 빈부의 차이를 형상화했다. 모듈에는 청화백자에 쓰이는 안료를 사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작가는 작업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오랜만에 느끼는 기쁨의 에너지 때문이라며 이번 수상으로 나를 반성하게 하고,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채찍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광대 도예과와 산업대학원을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디자인공예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달항아리가 가진 매력에 빠져 10여 년을 작업에 몰두했다. 상단부와 하단부를 연결해 만드는 달항아리의 모습에서 만남과 소통, 화합, 탄생이라는 메시지를 생각했다. 달항아리, 백자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통해 현대인에게도 이러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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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경석
  • 2018.11.29 19:59

[제19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과욕 부리지 않는 참신함”…대상 이병로 씨 ‘생성과 소멸’

제19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에서 도자공예 부문 이병로(임실49) 씨의 작품 생성과 소멸이 대상에 선정됐다. 상금은 3000만 원. (사)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대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한국공예대전에는 금속, 도자, 목칠가구, 섬유공예 등 4개 부문에 총 345점이 출품됐다. 한국공예대전 운영위원회는 지난 24일 1차 심사를 거쳐 88점을 입상작으로 선정했고, 29일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2차 본상 심사를 열었다. 이날 심사위원장은 목칠공예 심사위원 윤근 (사)한국공예가협회 고문이 맡았으며, 금속공예 김재영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도자공예 권영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섬유공예 정옥란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가 각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는 각 부문별로 1점 씩 모두 4점이 대상 후보로 올랐으며, 심사위원들은 선정된 4점 중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대상을 선정했다. 또 최우수상은 목칠공예 부문 김완규(강원 원주37)씨의 작품 결-No.22이 꼽혔다. 우수상은 금속공예 부문 한상덕(서울 성북37)씨의 기도하는 새, 섬유공예 부문 장미선(서울 마포58)씨의 기억의 조각들이 차지했다. 최우수상 상금은 1000만 원, 우수상 상금은 각각 500만 원이다. 대상으로 선정된 생성과 소멸은 백자의 우수한 기술성과 공예성이 잘 나타났으며 과욕을 부리지 않는 참신함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우수상 작품 결-N0.22은 먹감나무를 횡으로 잘라 얻은 같은 문양을 서랍마다 재배치해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고, 매끄럽게 마무리한 마감처리도 잘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광진 한국공예문화협회 이사장은 이날 익산 한국공예대전을 통해 전북공예의 위상이 전국적으로 높아졌다며 역량있는 작가 발굴로 국내 공예문화 발전에 더욱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수상작 전시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진행되며, 시상식은 전시 마지막 날인 12월 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제19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 수상자 △대상 = 이병로(도자) △최우수상 = 김완규(목칠) △우수상 = 한상덕(금속) 장미선(섬유) △특별상 = 오석천(금속) 이기연(도자) 이한희경규현(이상 목칠) 김나경(섬유) △특선 = 박성철임문걸최상용(이상 금속), 김태곤배세진양형석(이상 도자), 박민혁오상협이민지(이상 목칠), 김정현이희진(이상 섬유)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8.11.29 19:59

‘2018 전라미술상’에 한국화가 조현동·소목장 소병진 공동선정

제24회를 맞은 2018 전라미술상 수상자에 조현동 한국화가와 국가무형문화재 소병진 소목장이 공동선정됐다. 공동수상자 배출은 이번이 처음. 또 고 김치현 화백을 기리는 김치현 청년미술상에는 정소라 서양화가가 선정됐다. 전라미술상은 고 이승갑 전북화방 사장이 지역 미술인을 창작활동을 위해 지원금을 협찬하면서 제정됐다. 해마다 전라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일청)가 작가의 작품세계, 창작활동, 지역미술계의 공헌도 및 작업 완성도 등을 심사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운영위는 조현동 작가는 자연을 모티브로 일관된 작업을 펼쳐왔고, 채색화 기법에 간혹 혼합재료를 사용해 현대성을 표출하는 등 작품성이 돋보인다고 평했고 소병진 소목장은 전주버선장을 재현해 2014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됐고, 전통기법에 충실함은 물론 장과 반닫이의 균형미와 비례미가 뛰어나다고 밝혔다. 김치현 청년미술상은 도내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으며, 올해 8회째를 맞았다. 수상자 선정은 김치현 청년작가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동헌)가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수상자로 선정된 정소라 서양화가는 경험을 화면에 재구성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등 독특한 미술기법으로 작업을 이어오는 작가다. 시상식은 12월 14일 오후 5시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며, 이날부터 20일까지 작품 전시도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8.11.26 20:01

“문화는 삶의 표현이자 가치” 제26회 목정문화상 시상식 열려

(재)목정문화재단이 주최한 제26회 목정문화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전북대학교 진수당 가인홀에서 열렸다. 올해 목정문화상 수상자는 문학 부문 허호석 아동문학가, 미술 부문에 김윤환 공예가, 음악 부문에 전낙표 작곡가. 이날 행사는 김홍식 목정문화재단 이사장의 인사말, 김수곤 심사위원장의 심사결과보고, 제9회 목정음악콩쿠르 및 목정문화상 시상, 수상자 답사, 선기현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의 축사 및 목정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 최희승 군의 축하연주 순으로 진행됐다. 김홍식 재단이사장은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목정문화상을 비롯해서 고등학생 미술대회음악콩쿠르를 계속 사업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며 또 미력하나마 예술단체 지원을 통해서 전라북도가 문화와 예술의 고장임을 다른 지역에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풀숲에 묻혀 보이지 않아도, 여기 피어 있습니다. 수상자 답사에 나선 허호석 아동문학가는 자신의 시 풀꽃 한 구절을 읊조리고 늘 찾아뵙는 분이 계시다. 오늘도 여기에 오기 전에 찾아가서 저 오늘 상 받습니다 말씀드렸더니, 밥 먹었냐, 밥 먹었냐 그렇게 저를 항상 어린애처럼 취급하시는 분이 계시다며 그분은 바로 103살 되신 제 어머니시다고 했다. 특히 작가 이름 가나다순 글 게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어 김윤환 공예가는 돌이켜보니, 깊이가 없어서 부끄럽고 너무 좁아서 부끄럽고 지성과 감성이 부족하여 또한 부끄럽다며 이 자리는 저의 50여 년 경험과 작은 솜씨를 새로운 창작의 도구로 삼아 건강할 때까지 능력을 발휘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부끄러운 마음을 큰 기쁨으로 채워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전낙표 작곡가는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어떻게 한국전통음악을 세계화하며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창작할 수 있을지,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 또 향토문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홍식 재단이사장과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을 비롯해 김남곤 시인, 이운룡 시인 등 원로 문인과 전북애향운동본부 임병찬 총재, 전주상공회의소 이선홍 회장,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김광호 회장, 선기현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김차동 전주MBC프로덕션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또한 전라북도 문화예술 분야의 후진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목정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제9회 전북고교생 목정음악콩쿠르 입상자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한편 목정문화상은 고 목정 김광수 선생이 설립한 (재)목정문화재단에서 전북지역의 향토문화 진흥을 위해 공헌한 문화예술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1993년부터 매년 문학, 미술, 음악 등 3개 부문에 대해 시상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8.11.25 19:58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16) 이야기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과연 이야기의 의미와 어원은 무엇일까. 이야기의 18세기 고어는 <역어유해보>에는 古話 : 니야기, <한청문감>에는 古詞 : 니야기의 표기가 있다. 한국어 조상어인 세소토어를 보면 nyaka(니아가-뒤지고 찾는 것)을 뜻하고 있다. nyakalatsa(니아가랕사-즐겁게 하는 것)을 뜻하며, nyakallo(니아갈로-흥미)를 뜻한다. 결국 이야기는 과거의 일들을 재조명하여 듣는 이에게 흥미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이설을 보면 경상도에서는 이야기를 이바구라고 한다. 원래 형태는 입아구다. 입아구는 입 양쪽 귀퉁이의 아귀로 그곳을 놀리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말에서 유래 된다. 입아구가 연음이 되어 이바구 이것이 다시 이야기가 된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는 우리 삶 속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의사소통의 도구로써 사실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 말할 수도, 또 사실처럼 꾸며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내뱉어 남에게 일러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주는 이로운 점을 살펴보면 정보의 수단으로써의 이야기, 의사소통으로써의 이야기 인격완성의 계기, 문화적인 면을 들 수 있다. 먼저 생활의 유익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게 됨으로 개인에게는 생존의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학문적으로는 발전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생존의 수단으로써, 원시시대에 글이 없고 기록에 익숙지 않아 서로의 위험과 안전을 이야기를 통해 난관을 극복해나갔을 것이다. 또 현대는 이야기를 통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고치고 버리는 작업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만들어 간다, 이 복잡한 시대에 이야기는 중요한 매체로 작용한다. 다음으로는 의사소통으로서 이야기는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기다려 줄 때 사려성이 길러진다. 의사소통은 인간관계에서 없어서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듯 이야기 없는 곳엔 정서가 매말라 보이고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없다. 이야기를 옛 선조들은 귀로 먹는 약, 약보다 이로운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어떤 사람은 말을 잘못해서 욕을 먹는다. 하지만 잘 사용하면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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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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