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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⑥] 대중이 즐기는 축제는 전문가의 노력으로 탄생한다

린팡이 기획자작곡가음악평론가 나는 4년 연속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관람했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해 일부 프로그램이 취소됐음에도 이 축제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소리축제는 예술적 품격과 실천력을 갖춘 유기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막공연의 경우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올라 공연한다. 공연은 매우 떠들썩하고 신명 나지만 음악가나 공연 제작자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무대이다. 음악가들은 자신의 최고 기량을 선보이면서 다른 나라 음악가와의 하모니를 이뤄내야 하고, 음악의 기승전결과 공연시간까지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전문 음악가에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과제지만, 소리축제는 매년 이 어려운 과제를 해냈고 더 나아가 해마다 새로운 경지에 오르고 있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판소리 명인들의 공연 무대였다. 올해의 경우 객석은 예전처럼 무대 위에 있었지만, 공연자와 마주 보게 설치돼 마치 액자식 무대의 축소판 같았고 객석으로 둘러싸인 원형 무대가 주는 공간감이 사라져 매우 아쉬웠다. 소리축제에서 가장 극찬할 부분은 예술 교육에 대한 정성이다. 편백숲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에 인근 학교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초청한 것이 한 예다. 어린이 예술체험은 더욱 다양했다. 놀이마당에 마련된 단체 그림 그리기에서 전통음악 배우기까지 소리축제 기간 내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소리축제를 통해 미래의 예술 소비 세대를 양성하는 것은 예술을 통해 예술시장을 조성하는 것으로 정말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동안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수많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음악제가 이렇게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리축제는 단순한 축제 이름이 아니라 음악과 전통예술, 홍보 마케팅, 프로그램 제작, 무대 기술 등 다양한 전문분야의 유기적 결합체이다. 이런 유기적 결합체의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이해와 고집이다. 그것이 있어야만 대규모 축제와 대중 간의 유대감이 생기고 애정이 싹터 진정한 대중의 축제가 될 수 있다.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이것이 내가 소리축제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끝>

  • 문화일반
  • 기고
  • 2018.10.21 17:40

[제1회 전북 무형문화재 결산] 첫발 땐 축제…아쉬움 남지만 다음을 기약

올해 처음 열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한마당 축제가 막을 내렸다. 무형문화재 공연과 전시를 한 곳에서 즐긴다는 취지는 의미 있었지만, 많은 대중에게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알린다는 목표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축제장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한옥마을과 인접해있음에도 홍보 부족 등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도 변수였다. 향후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최 시기 조율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열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한마당 축제가 막을 내렸다. 전라도 천년, 여백 바람 일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 16명과 기능보유자 32명, 단체 5개가 참여해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를 펼쳤다. 전북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데 의의를 둔 만큼 무형문화재 예능기능보유자들은 출연료 없이 공연과 전시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한옥마을이라는 접근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옥마을 내부에서 축제 장소인 한벽문화관까지 가는 길목에 출장 부스를 설치해 안내를 도왔지만, 안내를 해주는 사람마저 위치 설명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다. 부실한 안내로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지난 19일 6살 딸과 함께 한옥마을을 찾았다가 공연을 관람한 김서영 씨는 한옥마을 안에 행사 현수막도 없어 한벽문화관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서 공연은 참 좋은데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쌀쌀해진 날씨도 축제를 돕지 않았다. 전시가 이뤄진 한벽문화관 공연장 건물과 경업당 등 실내는 문제가 없었지만, 한벽문화관 야외무대와 혼례마당 등 야외에서 이뤄지는 공연의 경우 시작 시각도 오후 6시 이후부터 구성돼 있어 관람객들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다. 행사를 치른 전북무형문화재연합회에서도 대형 난방기를 가동하고, 따듯한 차, 담요 등을 관람객에 제공했지만, 가족 단위로 모인 관람객들은 재빨리 자리를 옮기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추후 개최 시기와 장소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관광객을 끌어모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통신사협동조합 김지훈 대표는 전시와 공연을 한 공간에서 하려다 보니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많았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마저 돕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첫발을 뗐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꼭 필요한 축제인 만큼 문제점을 잘 보완해서 계속해서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천경석
  • 2018.10.21 17:40

김제 출신 소리꾼 임진택이 들려주는 예술혼

김제 출신 소리꾼 임진택과 함께하는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이 25일 오후 7시 30분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열린다.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 인문 360의 기획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주제별 연사를 초청해 강연, 대담, 예술 공연 등이 한데 어우러진 토크콘서트를 개최해왔다. 이번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의 주인공은 김제 출신 소리꾼 임진택. 광대는 오늘을 노래한다라는 주제로 자신이 광대로 성장하게 된 계기, 역사 속 인물들의 시선으로 오늘날을 바라보고자 하는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임 씨는 새로운 창작 판소리 열두 바탕 작창을 필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소리꾼으로 스스로를 광대라고 표현하는 인물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시절 명동의 한 카페에서 정권진 명창의 수궁가를 듣고 판소리에 빠진 뒤 민중문화운동에 투신, 똥바다와 오적 등 유신독재 정권을 풍자하는 판소리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에서 축제 기획자로도 활동했다. 이날 사회는 소리꾼이자 진행자로 맹활약 중인 방수미 씨가 합을 맞춘다. 방 씨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상임단원으로 전주 국악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10.21 17:40

[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⑤] EBS 스페이스 공감 in 전주세계소리축제

하지메 오이시 아시아 음악문화전문 저널리스트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축제로, 도쿄에 사는 음악 저널리스트인 내 귀에도 그 소문은 들려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모은 것이 EBS 스페이스 공감 in 전주세계소리축제 : 타이완 포커스, 트리오 라이제거-프란예-실라. 1부는 타이완 포커스의 무대. 왕잉치에의 얼후를 중심으로 한 앙상블인데, 약 40분에 걸친 공연은 마치 조곡(組曲)처럼 드라마틱했다. 그중에서도 얼후와 린코웨이의 피아노가 동시에 울릴 때의 아름다움은 특별했다. 이 부분에서 범아시아적(Pan-Asianism)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서정성이 부각된다. 또 타악기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통해 현대적인 재즈 표현의 영향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우즈 아제르의 시타(인도의 전통현악기)의 울림이 겹쳐지는 것도 매우 특이하다. 2부는 트리오 라이제거-프란예-실라의 차례. 피아노, 첼로, 타악기의 삼중주 편성인데, 몰라 실라의 다양한 타악기에 특히 인상적인 구음이 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는 표준적 편성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이 시작된 순간부터 재즈와 아프리카 음악의 기분 좋은 그루브가 넘치기 시작한다. 그들은 아프리카와 유럽이라는 서로 다른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서로에게 살며시 다가가 노래와 음악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간다. 월드뮤직이라는 말은 80년대 중반 유럽에서 생겨났다. 당시 LP나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기 위한 장르명으로 고안된 것으로, 이른바 음악 시장의 필요성에서 생겨난 단어이기도 했다. 80년대 후반~90년대에 걸쳐 월드뮤직이 큰 붐을 일으키자 유럽과 미국의 프로듀서들은 모두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발길을 옮겨 현지 뮤지션들과 작품을 제작했다. 그중에는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도 많지만, 식민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작품도 있다. 현재 월드뮤직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민족차별이나 이민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바람직한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들은 어떻게 이 지구상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 서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다가서는 것, 이번 공연에 그 힌트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10.18 19:13

[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④] 판소리·플라멩코 프로젝트

찰리 크루이즈만스 네델란드 월드뮤직 전문기자 나는 판소리 명창 김경호의 탁성에 매료된 나머지, 기를 쓰며 전쟁이야기 적벽가를 따라잡으려 애썼다. 판소리는 내게 바로크 시대(1600~1750)의 음악미학에 대한 독일 이론인 정감이론(Affektenlehre)의 일부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이론에서는 음악적 수단들이 감정에 닿아 있다고 말한다. 판소리의 다양한 리듬은 특정한 분위기에 연결되는데, 슬픔과 엄숙함의 아주 느린 묘사부터 마치 쾌활한 현대의 랩과도 같은 빠른 템포까지 다양하다. 판소리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술은 적절한 시간 조절, 억양, 몸짓 그리고 극적인 표현들을 망라한다. 한 명의 능숙한 소리꾼이 다양한 인물들을 흠결 없이 형상화해낸다. 판소리를 즐기기 위해서 집중을 해야만 하는 것은 외국인인 나만은 아니었다. 한국인 관객들도 그만큼 집중을 해야 한다. 그것은 판소리의 말들이 고어이며, 소리가 사용되는 방식이 현재의 케이팝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판소리는 관객들의 추임새와 박수가 없으면 완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관객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더 다가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쌍방향 앱을 개발해봄 직하다. 소리축제의 훌륭한 점은 어린 학생들이 한국 전통문화에 노출되게 하여 무엇인가를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판소리를 하나의 또 다른 국제적인 수준의 예술로 만들기 위해서, 소리축제는 해외의 예술가들과 협연을 기획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개막공연은 아주 뛰어났다. 그 개막공연에서 우리는 다양한 전통 스타일들이 현대의 형식들과 접목되는 것을 목격했다. 많은 작품 중에서 판소리 소리꾼 정보권과 안달루시아 출신의 젊은 플라멩코 댄서인 바네사 아이바르의 협연이 있었는데, 그것은 소리축제와 네덜란드 플라멩코 비엔날레의 공동 프로젝트였다. 플라멩코와 판소리는 분명히 이질적인 장르이긴 하지만, 강한 정서적 표현, 기나긴 역사, 복잡한 리듬 그리고 추임새를 필요로 한다는 유사성을 가진다. 그 둘이 자신들의 익숙한 곳으로부터 빠져나와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웠다. 희망컨대, 나는 이 프로젝트가 계속되기를 원한다. 정통 판소리와 혁신적 혹은 국제적인 판소리의 공존은 이 아름다운 장르의 미래에 필수적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10.17 20:45

무형문화재 한자리…제1회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한마당 축제

전라북도무형문화재연합회와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한마당 축제가 전라도 천년, 여백 바람 일다를 주제로 18일부터 20일까지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라북도 예인들의 공연과 전시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종합 무형문화재 축제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16명, 기능보유자 32명, 단체 5개가 참여해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를 펼친다. 대부분 전수자나 이수자 없이 오롯이 홀로 무대를 채워나간다. 특히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데 의의를 둔 만큼 무형문화재 예능기능보유자들은 출연료 없이 공연과 전시에 참여한다. 18일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호남넋풀이굿을 시작으로 김광숙(예기무), 지성자(가야금산조), 김명신(판소리), 강정렬(가야금산조 및 병창), 최승희(판소리), 김소영(판소리) 예능 보유자의 무대가 펼쳐진다. 19일에는 순창금과들소리, 전주기접놀이, 고창농악, 이일주(판소리), 최선(호남살풀이춤), 민소완(판소리) 예능 보유자와 보유단체의 공연이 이어진다. 또 20일에는 임실필봉농악을 비롯한 김영희(시조), 이용길(판소리), 김무철(한량무), 박애숙(가야금병창), 조소녀(판소리), 문정근(전라삼현승무), 왕기석(판소리) 예능 보유자가 참여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의 멋을 한껏 뽐낼 예정이다. 축제 기간 한벽문화관 내부와 경업당에서는 기능 보유자의 작품을 전시한다. 고수환(악기장), 장동국(사기장), 김종연(목조각장), 소병진(소목장), 김종대(윤도장), 홍춘수(한지장), 김혜미자(색지장), 김동식(선자장), 엄재수(선자장), 최종순(악기장), 서인석(악기장), 최온순(침선장), 허재근(죽염제조장), 신우순(단청장), 이삼열(탱화장), 유배근(한지발장), 김옥수(석장), 김년임(전통음식-비빔밥), 윤규상(우산장), 안시성(옹기장), 변경환(전주배첩장) 등 총 32명의 기능 보유자가 함께한다. 전라북도무형문화재연합회 양진성 회장은 지역에 기량 높은 예인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가 부족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한데 모아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고 이를 통해 보존과 전승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10.17 20:45

[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③] 여전히 가장 뜨거운 산조의 밤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악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한 산조의 밤에서는 이용구의 이생강류 대금산조, 허윤정의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허윤정이용구이태백김청만김태영의 시나위-허튼가락이 연주되었다. 19세기에서 태어나 20세기에 꽃을 피운 산조는 20세기 중반 이후 과정의 음악에서 완성의 음악으로 현대적 전승을 통해 선율이 고착되었다. 그럼에도 산조가 21세기에도 시대의 음악으로 남아있는 것은 예술가들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산조는 예술가로 하여금 평생을 바칠 수밖에 없도록 한다. 관객도 산조를 감상하는 동안은 한순간도 한눈을 팔거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음악은 긴장의 세계로, 몰아의 경지로 안내한다. 산조의 밤이 특별했던 것은 예술가가 명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 이용구와 허윤정의 성장을 목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산조로 기억되는 이용구와 허윤정이 들려주는 완숙하고 묵은 성음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생강 한갑득 스승의 소리와 따로 또 같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산조가 어렵고 예술가를 겸손하게 만든다는 이들의 소회는 산조의 무게가 이들의 음악이 더욱 묵직해진 이유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후 연주된 시나위-허튼가락은 여럿이 즉흥으로 구성하는 허튼가락이 흐드러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음악적 내공과 장인 정신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무엇보다 명인이자 이들의 스승인 김청만, 이태백과 후배이자 제자인 김태영의 조화는 대를 이어 전승되는 산조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시나위를 위한 이태백의 철아쟁 선택은 금속성의 색채를 더해 시나위의 헤테로포니 위에 음색을 포개 올려 색채가 다채로운 시나위를 만들었다. 산조의 밤은 평생의 공력을 들여 지켜온 예술가들의 산조 열정이, 민속악의 한없는 깊이와 자유가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산조의 진수를 감상하기에 흡족할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될 공연이었다. 치열하게 음악 인생을 사는 최정점의 예술가들을 만난 호사가 다행히 현장뿐 아니라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방송으로 전달되었으니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악방송의 존재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 문화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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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16 19:44

[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②] 축제로 들어온 굿, 우리 곁에 서다

노복순 국악평론가 2018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국의 굿 시리즈를 기획해 또 하나의 공연사를 기록하며 무속문화에 관심 있는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았다. 민속신앙이었던 굿은 정치이데올로기와 맞물리면서 미신과 구습으로 치부되어 탄압과 억압, 천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전통문화의 근원을 굿 문화에서 찾으려는 시각이 고조되면서 굿, 무악, 무속 등은 전통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소환되었다. 소리축제는 굿 음악의 이러한 속성에 주목하여 서해안대동굿, 진도씻김굿, 강릉단오굿, 남해안별신굿, 동해안별신굿 5선을 무대에 올렸다. 한국의 국무, 김금화 만신을 중심으로 한 강신무의 연행이 일품인 서해안대동굿은 마을굿이지만 강신의 엑스터시를 맛볼 수 있는 작두굿을 실연하며 갈채를 받았다. 야단법석 신명의 잔치판으로 일관한 진도씻김굿은 당골과 반주 악사들의 예술적 수월성이 생산해 내는 한편의 라이선스 굿판이었다. 신성성과 신명성의 간극을 오가며 펼쳐지는 세기의 굿판은 길닦음에 와서야 진정이 될 정도로 연행자들의 무대 장악력과 예술성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독특한 장단과 고성의 무가, 익살과 해학이 가미된 재담과 춤을 펼친 강릉단오굿과 동해안별신굿, 정영만 일가를 중심으로 세습된 남해안별신굿은 각각의 독특한 세계를 담아내면서 굿 문화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한 쌍의 호랑이와 장독대로 굿판의 신성성을 상징화하며 축제로 들어온 한국의 굿 시리즈를 통해 몇 가지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한자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무속문화를 만날 수 있었던 점, 굿 문화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었던 점, 공연예술작품 생산에 있어 콘텐츠의 보고임을 재확인한 점이다. 치병, 기복, 점복 기능에서 비롯된 굿 문화는 의술과 첨단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도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 내야 하기에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굿판이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보다는 무대작품으로 문화 자본화되어가는 면이 적지 않다. 일본의 가온 마쯔리는 치병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세계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굿판도 원형이나 본래적 역할에 갇혀있기보다는 살아 있는 오늘날의 민속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 문화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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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15 20:29

[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①] 시스템 난제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소리의 가능성

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평가와 반성으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때다. 전북일보는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와 함께 2018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가 리뷰를 총 여섯 차례 싣는다. 김현준 음악평론가 음악은 마음을 여는 만큼 깊어진다. 앙상블을 이룰 때 특히 그렇다. 이 경우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이 가장 큰 변수지만, 현실에선 그 장을 이룬 시스템의 효율성이 상수로 작용해야 한다. 10월 6일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일련의 젊은 음악인들이 2018 아시아소리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관객을 마주하고 섰다. 이정인, 서수진, 노준영 등 이름을 알린 국악계의 신성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시선을 모은 건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연주자들이었다. 처음 협업에 임한 이들은 자신의 전통 악기로 공연에 임했다. 쑥국쑥국, 도라지, 어기여차 등 우리 민요의 모티프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냈다. 이 공연은 문광부가 주관한 문화동반자(CPI)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사업의 목표는 아시아에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전파하는 것.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음악 파트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문화동반자 사업의 구조적 난제가 근본적으로 음악의 성과를 제한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른 나라 음악인들이 국악의 우수성을 극히 일부라도 느끼려면 최소 6개월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위해 연주자들에게 주어진 건 단 두 달. 그럼에도 이만큼의 성과를 만들어냈던 건 해외 연주자들과의 효과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 데 깊은 노하우를 가진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음악감독 장재효의 현실적인 선택과 집중 때문이었다. 그 안에서 연주자들은 잠재력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아시아소리프로젝트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질적인 음악이 협업을 이룰 때마다 참신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실험과 도전의 무대를 기대한다. 그 결과가 기존의 틀과 다른 창작곡으로 이어지면 더 좋겠다. 음악은, 한옥마을을 산책하고 김치를 담그는 식의 체험만으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매우 예민하고 복합적인 문화다. 아직도 많은 음악 지원 사업들이 산술적 타임테이블을 먼저 만들고 뒤늦게 음악을 대입시킨다. 시스템이 음악에 맞춰야 한다. 그것이 옳은 지원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10.14 18:36

전국체전과 어깨동무한 ‘전라예술제’

한국예총 전라북도연합회가 주최하는 제57회 전라예술제가 10일부터 14일까지 익산 배산체육공원에서 열린다. 올해 전라예술제는 제99회 전국체전 기간에 개최해 체육과 문화가 하나 되는 종합예술축제로 만든다. 빛나라 전라예술제 신나라 전국체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전라예술제는 전북 10개 협회와 11개 시군 예총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다. 국악무용연극연예음악 등 5개 예술단체는 오후 2시와 7시 장르별 공연을 펼친다. 그리고 오후 4시, 전북 주요 민속공연을 편성해 빈틈을 메웠다. 닷새간 김만경외애밋들노래, 영산작법, 익산 기세배놀이, 전주기접놀이 등을 선보인다. 전북 10개 시군 예총의 합동 공연과 익산 예총의 공연, 평양예술단과 익산참여연대 조은밴드의 초청 공연 등 다양한 공연도 이어진다. 또 건축가협회문인협회미술협회사진작가협회 등 4개 협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작품을 전시한다. 영화인협회는 오후 4시 CGV 익산점에서 <안시성>, <신과 함께2>, <미친 도시> 등 최신 영화 3편을 무료로 상영한다. 전국체전과 함께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10개 예술단체는 전국체전 문화예술나눔사업 일환으로 현장을 순회하면서 가훈 쓰기, 인증사진 찍기 등 재능기부 활동을 한다. 전북예총 임원들과 풍물단체인 타악공화국 흙소리는 현장 응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예총이 주최하는 제1회 한국예술문화대제전을 15~17일 익산솜리예술회관에서 병행 추진해 전라예술제의 기운을 이어간다. 전국 예술문화계 대표자가 참여하는 한국예총 전국대표자대회도 연계해 개최한다. 한국예술문화대제전은 전국 시도 17개 대표팀이 참가하는 전국 규모 경연대회다. 올해 국악 종목을 시작으로 내년 건축무용미술사진연극음악 종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북예총 선기현 회장은 57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전라예술제는 전북 예술문화의 수준과 깊이를 평가하는 행사로 순수문화예술행사의 자부심이다라며 이번 전국체전 기간에 깊고 그윽한 예술의 향을 피워 함께하는 예술, 신명 나는 예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10.0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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