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7 07:55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폭신폭신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해맑음'

전업작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신없이 20대를 보내다 보니,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는 나이가 됐다. 여행 한 번 못 갈 정도로 여유 없는 팍팍한 일상 때문에 잔뜩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웬 걸. 서양화가 최지선(29)씨는 폭신폭신한 상상력을 덧댄 '여행 시리즈'로 도리어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14일까지 갤러리 공유(관장 이정임)에서 열리고 있는 최지선 개인전의 테마는 그래서 '여행'. 전주대 졸업반 때 재봉질로 솜을 넣어 폭신폭신한 캔버스를 시도해오다 최근엔 나무·꽃·구름·소 등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스케치를 한 뒤 재봉질로 솜을 넣어 고정시켜 색을 칠하고 말리는 다소 성가신 작업이지만, 작업하는 동안엔 잡 생각이 들지 않아 좋다. 작품에 등장하는 머리를 꽉 동여맨 소녀는 "제발 아무 걱정 없이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달님께 비는 작가이자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여행이나 실컷 해봤으면" 하고 희망하는 자신이다. 임실 삼계 박사골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보면 마음이 즐거워지곤 했다는 작가에게 아름드리 큰 나무와 새를 보며 마냥 즐거워하는 '오늘 너를 만났다'는 해맑은 작가의 심성이 드러난 작품.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전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3 23:02

'천년의 달' 연출 박병도 전주대 교수 "운명의 소용돌이 다룬 한국적 판타지"

박병도 전주대 교수(54)가 연극 인생 35년을 결집해 완성한 '천년의 달'. 황토레퍼토리컴퍼니가 올해 30주년, 박 교수의 연극 인생이 올해로 35주년을 맞아 좀 묵직한 작품으로 건배를 한다. 이승과 저승을 가지 못하면서도 자신을 배신한 아들들과 싸우고 있는 견훤의 비참한 운명을 다뤘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영웅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나약하고 가련하죠. 그래서 저게 삶이구나 싶었어요. 필사적으로 뭘 하는데 자세히 보면 슬픈 것, 인생 그 자체 같아요."그가 1982년 극단 황토를 만들어 맨몸으로 돌진했던 시절, 황토는 10여 년 동안 전북 연극의 희망이었다. 전국연극제에서 두 차례의 대통령상을 타는 동안 전북 연극은 중흥기에 섰고, 그 대열의 선두에는 늘 황토가 있었다. 이제는 중견 배우로 거듭난 권호춘 김덕주 김희식 류경호 박상원 장제혁 정경림씨 등을 비롯해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 졸업생·재학생은 과거의 황토, 현재의 황토를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들. 내분과 갈등으로 지칠 때도 있었으나 마음은 늘 황토 언저리를 서성였다다고 할 만큼 그에겐 황토는 분신이나 다름 없었다. "인간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재조망하는 것이 연극입니다. 작품에는 철학이 담겨야 하구요. 감동이 없고 쉽기만 한 예술은 무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작품이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적 판타지를 재창출하는 황토의 색깔만큼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오랜 후배들과 신인 배우들의 의기 투합으로 원숙함과 두터워진 연대의식이 더해진 무대가 될 듯. 연극, 뮤지컬, 오페라, 창극 등 다양한 무대를 거치면서 더 깊어진 역량은 이번 공연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3 23:02

용서와 화해로 풀어내는 '망국의 恨'…후백제 견훤 시간여행으로 만난다

연극 '물보라'(1986)와 '오장군의 발톱'(1989)의 감동이 다시 밀려올까. 전국 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박병도 전주대 교수가 이끄는 황토레퍼토리컴퍼니(이하 황토)가 신작 '천년의 달'을 들고 돌아왔다. 큰 아들의 배신으로 후백제의 멸망을 목도한 견훤을 다룬 '천년의 달'이다. 후백제의 견훤과 큰 아들 신검과의 관계를 대비시키며 욕망과 권력의 이중주를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엮은 작품."이승이나 저승에서 견훤은 버려진 혹은 잊혀진 인물이고, 마이너리티(소수)예요. 견훤의 인간적인 면모를 정면으로 다루고 싶었습니다."박 교수는 이 역사극을 시간여행을 차용해 현대물처럼 둔갑시켰다. 작품은 후백제 선왕을 모시는 사당을 지키는 할멈 최씨가 삼은 수양 딸 복선이가 등장한다. 그러나 최씨의 꿈에 나타난 복선이는 전생에 견훤왕을 유혹해 죽인 고려의 첩자인 기생 선화. 이를 안 최씨는 박수무당인 영출을 불러 굿을 하게 되면서 복선과 선화의 접신이 일어나 전생여행이 이어진다. 견훤의 생애는 극과 극을 달린, 비극의 파노라마. 넷째 아들 금강에게 왕위를 주려 한 데 반발한 아들들은 세가 약해진 견훤을 금산사에 가두기까지 한다. "천년 동안 두 개의 달을 기다렸다. 왕건한테 빚진 달, 큰 아들한테 빚진 달. 두 개의 달이 떠야 온 땅을 다시 찾을 수 있다."뒤이어 자신의 적인 왕건에게 의탁해 반역한 자식을 죽여달라는 견훤. 박 교수는 "권력의 비정함을 설명하자면 좋은 소재가 되겠으나, 한 사람의 생애로 보자면 비참한 최후가 아닐 수 없다"면서 "왕건은 신검이 남에게 협박을 받아 분수에 어긋난 짓을 했다고 하면서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견훤은 이 소식을 듣고 울화병으로 등창이 생겨 죽게 된다. 이는 비참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아들들의 배신으로 입은 상처로 죽어도 죽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견훤을 복선과 선화가 숨을 거두게 돕고, 원한을 풀게 해주면서 '결자해지'를 완성한다. 그리하여 권력을 지키려는 아비와 아들의 대결구조는 시공간을 초월한 비극에서 용서와 화해를 남기는 비극으로 그려진다. 2012 전북도 무대공연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16일 오후 7시30분·17일 오후 3·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려진다. 문의 010-9646-0920.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3 23:02

한승헌 변호사 모교서 독서축제 '눈길'

수몰의 아픔을 딛고 선 진안의 한 시골 통합학교에서 전 감사원장인 한승헌 변호사의 아호를 딴 '산민(山民)독서축제'가 열려 화제다.그 곳은 전국 최초로 초중고등학교를 통합하면서 '한 지붕 세 가족'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진안 안천초중고등학교(교장 한희).진안 안천초중고는 지난 9일 교내에서 학부모, 동문, 지역인사 등 200여명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제1회 산민독서축제'를 개최했다. 축제장에는 이 학교 학생들이 정성들여 만든 독서감상화, 독서일기 등 각종 독서활동물이 액자로 제작돼 이젤 위에 전시됐다.1부에서는 산민다독상 및 각종 독서활동 우수자에 대한 시상을 시작으로 초등 12학년 '책 읽어주는 학부모'9명에 대한 감사장 전달, (초)독서감상문 발표, 한승헌 변호사의 독서특강이 진행됐다.특강에 앞서 학생들은 한승헌 선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모음집을 선물했고, 한승헌 변호사는 자신이 직접 사인을 한 저서를 수상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어 2부에서는 학생들과 외부 참석자들이 함께 전시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 후 중고생들의 독서골든벨로 열기를 더했다.산민독서축제와 아울러 이날 안천초중고에서는 역사관 개관식도 열렸다.역사관 이름은 초중고가 한 울타리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의미를 담아 '한울역사관'으로 명명됐고, 그 휘호는 졸업생인 한승헌 변호사가 직접 써 현판으로 달았다.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모든 것이 수몰된 안천초중고는 이번 역사관 개관을 통해 과거 화려했던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재학생들의 미래 큰 꿈으로 승화시킨다는 포부다.현재는 수몰 전 학교에 관한 자료가 거의 망실된 상태이지만 역사관 개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동문들의 관심과 기증이 이어지고 있어 머지않아 안천통합학교의 90여년 역사가 발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안천초중고 한희 교장은 "오늘은 말 그대로 역사적인 날이다. 한승헌 선배님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고, 역사관 개관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산민독서축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 학교를 '연중 책 읽는 학교'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한편 이 학교 졸업생(안천초 22회)인 한승헌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도서모으기 캠페인'을 주도, 37곳 출판사의 협조를 받아 1만3000여권의 양서를 모교에 기증했다. 이에 안천초중고는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 학생들의 고등사고능력 배양을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 문화일반
  • 이재문
  • 2012.11.12 23:02

76세의 순수한 영혼, 국내 처음으로 선봬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내년 2월 17일까지)에서 장 뒤뷔페의 작품 '시선의 계단'이 관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미술관 3관 입구 맞은편 벽면에 걸린 이 작품은 장 뒤뷔페가 76세때인 1977년 그린 작품으로, 이번 걸작선에서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무의식적 표현과 즉흥적인 선들이 특징. 300호의 커다란 크기와 강렬하고 복잡하게 얽힌 낙서 같은 거친 선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어린아이가 마음대로 휘저어놓은 것 같은 이 대가의 그림을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서면 어린아이의 낙서가 떠오른단다. 낙서와 같은 그림들을 제각각 다른 종이에 그린 뒤 오려서 꼴라주한 이 정돈되지 않은 작품을 보고, 형태가 우스꽝스럽고 괴상하다며 웃어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렇게 못 그린 그림이 어떻게 거장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냐고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게 미술관측의 설명이다.프랑스 출신의 장 뒤뷔페(1901~1985)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어린이나 정신병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자들의 그림을 수집하기 시작하였고, 그들에 의해 무의식적이고 자유롭게 그려진 그림이 고도로 훈련된 직업 화가들의 작품보다 훨씬 솔직하고 창조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특성을 본인의 작품기법으로 도입하였다. 아동처럼 순수한 영혼으로 풍부한 상상력이 동반된 표현을 통해 형식주의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 7000여점을 남겼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12 23:02

동문예술거리 페스타 가보니 - 전주 동문거리로 나온 '젊은 예술'

지난 10일 오후 1시30분 전주 동문거리 내 창작지원센터 1호점 앞(풍전콩나물국밥 옆). 무대와 비교적 가까운 객석에는 30여 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듬성듬성 메우고 있었다. 동문예술거리추진단(단장 이강안)·동문예술거리협의회(대표 홍석찬)가 주최·주관한 '동문예술거리 페스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이날 공연에서 눈길을 끈 공연은 '한스타일 장돌뱅이'의 '개 쇼'와 인형극단 별의 'Puppet Theater'. 30대 초반의 혈기방장한 젊은 청년 신유철(전주시립극단 단원) 여현수(전주기접놀이 용깃수) 박재섭(문화영토 판의 무대·조명 감독)씨가 결성한 '한스타일 장돌뱅이'는 마당극의 형식을 빌어 풍물·강령탈춤·차력·기접놀이 등을 버무린 퍼포먼스 팀이다. '2012 전주 비빔밥 축제'에서도 삽살개 연기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 주인공들. "복이 다갈다갈 붙으소서"를 외치면서 시작하더니 강령탈춤의 미얄 영감 할미춤, 사자춤을 번갈아 흥을 고조시킨 뒤 19 禁 수위를 넘나드는 야사에 쫀드기 송 등을 엮어내는 이 정체불명의 쇼는 뭔가 하나로 딱 떨어지는 주제는 없지만 관객들을 쉴 새 없이 웃게 만들었다. 얼마 전 '인형극단 별'을 창단한 송이석 대표는 본래 극단'꼭두'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인형극 전문가. 낮에는 마리오네뜨 인형이 좋아 직접 만들고 각종 축제에서 거리극을 올리고, 밤에는 동문거리 내 카페를 마련해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예술가다. 이날 올린 해골 인형이 가요에 맞춰 립싱크를 하고, 동물들이 여는 작은 서커스 등을 엮은 'Puppet Theater'는 요란한 대사 없이도 객석의 호기심을 샀다.어른·아이 할 것 없이 두루 반응이 좋았던 것은 인형극단 '까치동'의 '동동동 팥죽할멈', 동문예술거리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창작극회의 변사극'이수일과 심순애'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중년층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카페 연극의 새로운 장을 연 극단 T.O.D랑이나 어쿠스틱·락 공연을 아우른 '클럽 데이'는 객석을 꽉 메우진 못했으나, 젊음의 열기와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무대였다. 창작지원센터 1호점에서 진행되는 '동문 사물 집합'展, 두레공간 콩에서 이어지는 동문 토박이 사진작가인 장근범의 '동문 프로젝트'展, 유기준 아트샵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시민들의 눈으로 본 동문을 옮겨놓은 '동문 상가 풍경'展은 18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을 둘러보기 전 스마트폰 바코드로 만나는 작가들 인터뷰를 챙겨보면 도움이 될 듯.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2 23:02

"동·서양 아우르는 웅장함 기대하세요"

"어휴, 감기 걸릴 틈도 없어요."지난 9일 이탈리아 연출가·성악가들과 만난 투란도트 역의 고은영(소프라노)씨는 호남오페라단의 대형 오페라'투란도트'(16~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를 앞두고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베테랑인 그도 '투란도트'는 처음인 데다, 이탈리아 성악가들과 '더블 캐스팅'이 돼 대결 아닌 대결을 하게 생겼다. 크리스티나 피페르노(소프라노·투란도트 역)·리차드 바우어(테너·칼라프 역)는 이미 '투란도트'를 마르고 닳도록 해 본 실력파 성악가. 함께 호흡을 맞출 칼라프 역이 성대 결절로 급작스레 이정원(테너)씨로 대체되면서 부담감은 더해졌지만, "그 좋아하는 맥주도 멀리하고 열심히 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고 했다.푸치니의 최후작 '투란도트'는 얼음공주 '투란도트',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수께끼의 벽에 칼을 꽂는 왕자 '칼라프', 진정한 희생과 봉사로 투란도트가 진정한 사랑을 찾게 해주는 시녀 '류'가 펼치는 이야기. 공동 연출을 맡는 마르코 푸치 카테나는 "2008년 한국에서 처음 올린 '투란도트'를 시작으로 해외에서 이 작품만 계속 들어온다. 이젠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할 만큼 '투란도트 전문가'다. 투란도트와 류의 관계를 부각시켜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하는 극적인 무대 연출로 음악적 색채를 분명히 하고 세익스피어적인 요소를 곁들여 그만의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 목소리 톤이 높고 강해 지휘자로부터 "귀가 찢어질 것 같다"는 불만까지 들었던 크리스티나는 투란도트 역만 벌써 32번 째. 스스로도 매번 믿을 수 없는 희열을 느끼는 유일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라마틱 테너를 해온 리차드 바우어는 이번 공연에서 아리아'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마지막 이중창을 잘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인간이 인간을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주인공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기대될 듯. 마르코는 "웅장함과 애잔함, 서양적인 것과 한국적 색채를 버무린 '투란도트'"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탈리아 성악가는 16·18일, 한국 성악가는 17일에 출연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12 23:02

대선 정책제안 ④ 연극인 전춘근씨 - "문화인력 적극 육성 필요"

30년 가깝게 전북연극판을 누빈 연극인 전춘근씨(49)는 올해 참 행복하다. 두 달 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인형극 카니발에 극단'까치동'을 이끌고 한국대표로 출전한 것도 행운이었는데, 카니발에서 2등상까지 안았기 때문이다. 2등상 상금으로 5000달러를 받아 어려운 극단 살림에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전씨는 85년 전주시립극단 입단한 후 창작극회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까치동 등을 통해 150여편의 연극무대에 올랐고, 20여편의 연극 연출을 맡았으며, 전국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이지만, 극단을 꾸려가면서 쪼들리는 생활에 이골이 났다. 7명의 '정예'단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단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뒷받침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단원들에게 고정적으로 월급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며, 작품의 흥행에 따라 개런티를 지급하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도 턱없이 적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인형극에서 올린 수익을 나눠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150여명. 그중 전주시립극단에서 활동하는 20여명의 연극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민간 극단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은 기본적인 생활도 버거울 정도로 고정 수입이 없다. 4대 보험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연극인 역시 제한적이어서 질병이나 사고라도 나면 속수무책이다.실제 지난해 전북연극계 중견 배우인 김준씨(45)가 뇌종양 수술을 받았을 당시 지역 연극인들은 자신의 일처럼 여겨 김씨 돕기에 팔을 걷었다. 콘서트 등을 통해 2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김씨의 수술비 등에 보태 일단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현재 김씨는 귀가 안 들려 인공 달팽이관을 달아야 하는 수술과, 간병인 등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호주머니가 얇은 연극인들의 동료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모두들 안타깝게 여기는 상황이다.80년대부터 20년 넘게 연극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중견 연극인의 고단한 삶에서 한 연극인만의 아픔이 아닌, 연극계 전반의 어려움을 보여준다.전춘근씨는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만이 아닌, 사람을 가장 중요한 재원으로 여기고 문화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육성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종합예술 장르인 연극과 연극인들을 여러 분야의 기획과 연출자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랐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09 23:02

시한부 소녀 '버킷리스트' 가장 소중한 건 '지금!'

다코타 패닝이 주인공이다. '나우 이즈 굿'은 그 자체로 봐야할 영화로 입에 오르내렸다. 2001년 작인 '아이 엠 샘' 이후 특별한 작품 없이 '가능성 있는 배우'로만 불리는 오명을 썼지만 이 영화가 다코다 패닝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점쳐본다.도둑질이든 뭐든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17살 소녀 테사(다코타 패닝)는 사실 백혈병 환자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은 순간들을 보내는 것.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또래들의 경험을 쉽게 공유하지도 못하지만, 단짝친구 조이(카야 스코델라리오)와 일탈을 즐기고 시간을 채워 나간다. 그렇게 자신만의 위시리스트를 하나둘씩 실행해가던 어느 날, 테사는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옆집 소년 아담(제레미 어바인)을 만나게 되고 곧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있었을 정도로 시한부 인생과 그 시간들의 의미를 담은 작품은 많다. '나우 이즈 굿'도 그래서 변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항상 보는 풍경에도 감명을 받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나우 이즈 굿'은 단풍이 진 가을녘 같은 모습이다. 주인공이 어린덕에 그의 상황은 더 가슴 아프고 사무치지만 또, 그래서 그녀의 사랑이 아름답고 달콤하다. 어른들이라면 죽음 앞에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테사에게서 앞으로의 인생을 배울 것이고 이제 막 시험을 마친 10대라면 현재를 다잡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영화의 제목인 'Now is good'은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좋은 때'라는 의미도 있다.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그런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문화일반
  • 이지연
  • 2012.11.09 23:02

서양화가 나종희 - 쪼아내고 다듬고…그러길 십수 번

나는 '화가이되 회화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손끝에서 나오는 붓질이 갑갑하기만 하다. 내 몸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에너지이지만, 어떤 질서감을 갖고 있는 무엇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걸 꺼내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내 놓는 것, 그게 내겐 '작업'이었다. 아니 차라리 '노동'에 가까울 수도 있었다. 몇 년 전에 찾아낸 것이 나무판과 손도끼였다. 나무판을 거칠게 손도끼로 찍어냈다. 나무판은 순하게 도끼를 받아들여 골을 깊고 얕게 내기가 수월했으나, 섬세한 터치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내가 찾는 바였다. 깊은 골을 내면서 산골짜기로부터 산마루로 치달리는 터치들이 나와 주었던 것. 질서감을 갖고 달리는 거친 터치들을 그라인더로 다듬은 후, 바인더를 입혀 마감을 했다. 그리고 그 위에 깊은 코발트블루, 원색에 가까운 주황, 연두색 아크릴 물감을 칠하다 못해, 먹이다시피 했다. 도끼로 찍어내고, 쪼아내고, 그라인더로 다듬고, 바인더를 입혀 마감하고, 아크릴 물감을 먹이고. 그러길 십 수 번 반복했다. 거친 '작업'이자 고된 '노동'이었다. 마지막 작업은, 스펀지에 프러시안 블루와 같은 짙은 색 물감을 묻혀 나뭇결의 볼록 부분에 스치듯 칠해나간 것이었다. 그러자 굽이치는 산줄기들이, 깎아지른 듯 암벽들이, 산에 내재된 골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결과물 중에는 정연한 질서 안에 거친 에너지를 가둬버린 것들이 아쉬웠다. 개중에는 질서 밖으로 팽팽하게 터져 나오려는 에너지들이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다음 전시를 기약해본다.※ 서양화가 나종희씨는 용산참사평택미군기지반대 등 사회적인 이슈들을 작업의 중심에 삼아왔으며, 최근 독도와 백두산 여행을 계기로 '산'작업에 손을 댔다. 서울에서 활동을 하다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을 갖고 동학 관련 유서가 깊은 김제 원평에 둥지를 틀고 작업을 하고 있다.△나종희 제8회 개인전 '산 산 산'= 전주 서신갤러리에 이어 12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1.09 23:02

19) 왕이 보던 어람용 의궤 - 비단 표지에 고급 종이 …조선시대 편찬 기술의 결정체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행사가 있으면 그 과정과 결과를 빠짐없이 기록하여 의궤로 편찬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면 한 부의 의궤만 만든 것은 아니었다. 보통 다섯 부에서 아홉 부를 만든 것이다. 그 중 한 부는 반드시 왕이 보는 '어람용' 의궤로, 나머지는 행사와 관련된 중앙 관청이나 지방사고 보관용으로 만든 '분상용' 의궤였다. 한 행사 때 만들어진 의궤에는 같은 내용이 수록되었지만, 어람용 의궤는 왕이 보았던 의궤였기 때문에 분상용 의궤와는 다르게 특별하게 제작되었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어람용 의궤는 분상용 의궤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어람용 의궤의 표지는 초록색 비단을 사용하였다. 초록색 비단은 구름무늬, 봉황무늬, 연꽃무늬 등으로 짜여진 것도 있고 아무 무늬 없이 제작된 것도 있었다. 책의 가장자리에는 여러 장의 종이를 철하는 변철이라는 긴 막대와 같은 금속이 사용되었는데 변철은 고급 놋쇠로 만들었다. 이 변철은 머리가 둥근 박을못 5개로 고정하였고, 박을못도 역시 국화 모양의 판으로 고정하였다. 어람용 의궤의 종이는 초주지라는 고급 종이를 사용하였다. 사실 초주지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방법이 전해지지 않아 현재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 남아 있는 의궤를 통해 본다면 초주지는 다른 종이에 비하면 매우 두껍고 발색이 잘되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쉽게 변색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의궤 중에는 만든 지 300년이 지난 것도 있는데 이를 보면 바로 얼마 전에 제작된 것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초주지의 질이 얼마나 좋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분상용 의궤의 표지는 베로 만들고, 초주지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저주지를 사용하였다. 행사의 내용을 기록한 의궤의 속지 역시 어람용 의궤는 분상용 의궤와는 달리 제작되었다. 우선 속지의 각 면에는 붉은 색 테두리와 세로 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를 인찰선(印札線)이라 한다. 그 간격과 굵기가 일정하여 마치 판으로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조선시대 그림을 담당한 관청인 도화서 화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그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글자도 당시 공식문서나 외교문서의 작성을 담당한 사자관이 해서체로 단정하게 써내려갔다. 수백 페이지에서 많게는 만 페이지가 넘어가는 어람용 의궤의 인찰선과 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것을 보면 어람용 의궤 제작에 들어가는 공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림 역시, 분상용 의궤가 반복되는 인물이나 기물은 도장으로 찍고 일부 그림이나 색채는 생략한 반면, 어람용 의궤는 도화서 화원들이 반복되는 인물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색상 또한 선명하게 채색하였다.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의 반차도에는 등장 인물이 총 1299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인물을 도화서 화원들이 일일이 붓으로 그린 것이다. 이렇듯 어람용 의궤는 그 재료에서 제작 방식에 이르기까지 분상용 의궤와는 달리 많은 공력을 들어 정성껏 제작되었다. 즉, 어람용 의궤는 조선시대 각 분야의 최고의 역량을 보여준 결정체였던 것이다. 황지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9 23:02

전주 한지, 중국 한복판으로

전주 한지가 중국 북경의 한복판에 선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사)천년전주한지포럼(회장 강진하)·한지산업지원센터(센터장 정창호)가 주관하는 '2012 북경 한지문화제'가 10~11일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올해 한지문화제가 공을 들인 대목은 전주 한지 상품을 구매 가능한 북경 업체들과 주선에 있다. 현지 업체로 참여한 지리산한지(남원), 천양제지(전주), 아르텍스디자인연구소(군장대) 등이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강진하 대표는 "한지를 한류의 또 다른 문화콘텐츠로 내세워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오려는 행사로 현지에 한지의 대중화·세계화로 이끌기 위한 전초전"이라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지 상품의 수요를 유도하고 기업에 연계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매년 진행됐던 전시 대신 (사)전주패션협회 회원들이 특별 디자인한 한지 의상 60여 점이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대신한다. 더불어 한지 벽지·포장지를 비롯해 인테리어 소품 등을 소개하고, 한지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된다. 전주 한지를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조직된 (사)천년전주한지포럼이 지난 2007년부터 중국 상해, 독일 베를린과 체코 프라하,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터키·이스탄불 등에서 이어왔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9 23:02

전주 동문거리, 발길을 멈춘다

1996년 5월, 서울 명동과 홍대 앞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거리에 무대가 세워졌고, 행인들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밴드'크라잉 넛','옐로우 키친' 등이 록 공연을 펼친 것. 결국 공연 후반부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어져 난장판이 됐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밴드들이 벌인 이 공연의 이름은 '스트리트 펑크 쇼'. 록 음악에 열광한 청춘들이 대거 홍대 앞으로 몰려들면서 한국의 인디 문화 붐이 이뤄졌다.'제2의 홍대 거리'를 표방하는 지자체의 문화예술의거리사업의 첫 테이프를 익산에 이어 전주가 끊는다. 동문예술거리추진단(단장 이강안)·동문예술거리협의회(대표 홍석찬)가 주최·주관해 10일부터 18일까지 전주 동문예술거리 일대에서 여는 '동문예술거리 페스타'. 이강안 단장은 "지난 9월 '동문예술거리협의회'를 구성하고 페스타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면서 동문거리 내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거리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고 했다.홍대 앞처럼 혈기왕성한 인디 뮤지션들이 펼쳐내는 라이브 콘서트의 향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창작지원센터 1호점(풍전콩나물국밥 옆) 앞에 마련된 간이무대에서 동문거리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예술인들의 품을 아우른 공연으로 준비된다. 동문거리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창작극회, 인형극단 '까치동', 전통문화마을, 인형극단 별'Puppets theater', 한스타일 장돌뱅이 등 실험정신이 펄떡이는 공연으로 10일을 책임진다. 같은 날, 극단 T.O.D랑은 루이엘모자컬처센터 1층 카페에서 카페 연극을, '차라리 언더바'와 창작지원센터 2호점이 인디 밴드 공연으로 '클럽 데이'를 꾸린다. 동문거리 내 작업실을 갖는 작가들은 17~18일 작업실을 공개하고 안내한다. 서양화가 조해준씨가 신청을 받은 관람객들과 동행해 투어 프로그램으로 숨은 동문거리를 만나도록 주선한다. 창작지원센터 1호점에서 18일까지 이어지는 콩나물국밥집·헌책방 등 상점의 의미있는 물건을 모아 펼치는 '동문 사물 집합'展, 동문 토박이 사진작가인 장근범의 '동문 프로젝트'展, 유기준 아트샵에서 작가·시민들의 눈으로 본 동문을 옮겨놓은 '동문 상가 풍경'展 등도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16일 오후 4시 창작지원센터 1호점에서 열리는 동문포럼'미술인들이 말하는 동문예술거리'는 지역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의거리조성사업의 안착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 차라리 언더바는 10일 문화예술교육과 디지털체험관'끌림'은 10~18일 디지털체험을 준비한다. 개막식은 10일 오후 1시 동문예술거리 창작지원센터 앞에서 열린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1.09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