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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된 새벽 빗소리

서재는 북향이 좋고 풍경은 등 뒤에 두어야 한다. 글을 쓰고 책을 보는 방은 반 폐쇄적이고 조금 어두워야 안정적이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장소는 바람과 햇살이 풍부한 곳이어야 한다. 생각이 오고 머물면 생각을 풍경과 바람에게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세상을 다 담은 힘의 원천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과 잘못된 내 생각은 사심 없이 버리고 상대의 의견을 따라가는 허심탄회함은 맑은 선비들의 토론 문화는 사랑방과 정자문화의 꽃이었다. 해맑다는 말은 세상이 바로 보인다는 다른 말이다. 한국의 정자들이 다 그렇게 사방으로 널리 열려있다. 정자들이 생각을 바람에 날리고 자기를 비우는 곳이라면 서재는 책을 보다가 답답하면 뒷짐 지고 걸어가 어딘가를 내다보며 생각을 다듬어야 할 곳이다. 생각에 지치고 글에 지친 마음을 고를 그 곳에 자연을 두면 좋다. 넓은 정원이나 산이나 강이나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은 한 송이 꽃을 보고도 세상의 이치를 끌어내고 세상에 대한 사랑이 싹틈을 눈치 챈다. 모두 본다고 모두 얻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을 주는 것들은 크기가 아니다. 맑고 깨끗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깨달음이 순간에 온다. 나뭇가지 하나에 찾아 든 바람을 보라! 햇살을 보라!가늘고 굵은 빗줄기를 보라! 그것들을 다 받아 든 나뭇가지의 사랑을 눈치 채는 일은 일상에서 시 몇 편을 얻는 일보다 크다. 자연은 나를 다스리고 가다듬게 하는 순간의 거울이다. 한 치의 거짓 없는 냉혹한 자기 거울을 갖고 살던 옛 선비들의 세상을 향한 애정이 그립다. 흘러오는 물과 잠시 머문 물과 흘러가버리는 물, 저기 마른 풀잎에 이는 한 줄기 소슬 바람 결 곁에 서 있는 그런 무심함이 그리운 시절이다. 아파트에 산지 오래 되었다. 높은 층에 살 때는 눈이나 비가 오는 게 아니라 눈비가 내려갔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애들아 눈 내려간다"고 하며 웃곤 했다. 낮은 2층에 산지도 2년 쯤 지났다. 어느 날 새벽에 나는 저절로 눈이 떠졌다. 생전 듣지 못한 소리들이 창가에 자고 있는 나를 깨웠던 것이다. 소란스러웠다. 그 소란스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빗소리였다. 마음이 조용한 새벽이라 나는 그 빗소리들을 따라 갈 수가 있었다. 그래, 저 빗소리는 아마 마로니에 넓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다. 지금 저쪽에서 들리는 저 빗소리는 단풍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지. 가까이 들리는 저 빗소리는 풀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지. 그래, 저 빗소리를 물 고인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소리지. 저 소리는, 저 소리는, 하며 나는 세상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따라다니다가 귀를 기울여 그 빗소리들을 다 모아 함께 들었다. 빗소리는 내 마음 바다 위에 떨어졌다. 수도 없이 많은 동그라미들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파문이었다. 내 마음에 이는 파문의 물무늬는 아름다웠다. 나는 파도를 타는 조각배처럼 바다 위에 떠돌아 다녔다. 몸은 가볍고 마음은 한없이 평화로웠다. 빗소리들은 아름답고도 감미로운 음악이 되어 나는 행복의 바다 위에 띄웠던 것이다. 눈을 뚝 떴다. 음악이 따로 없다. 빗줄기들이 아파트 정원 나뭇잎 위에 수도 없이 떨어진다. 음악은 세상의 소리를 골라 곡을 붙이는 일 다름 아니다.나는 내 책방 창가에 앉아 그렇게 빗소리를 듣거나 나뭇잎에 수도 없이 쏟아지는 햇살들을 바라보며, 그것들의 속도를 따르고 그것들이 하는 일을 따르며 마음을 고른다. 순환과 순리를 따르면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다. 농부들이 씨들이 너무 깊거나 얕게 묻히지 않고 적당하게 묻히게 하려고 밭을 고르는 것처럼, 이른 새벽 나를 찾아 온 시어들을 골라 평평한 종이 위에 한편의 시를 써 내려가듯 그렇게 말이다. 벌써 풀벌레가 운다. /본보 편집위원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4 23:02

한·중 민간 교류,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

한중문화협회 전북지부(회장 이근재·이하 전북한중문화협회)가 '제4회 한·중 민간 우호 포럼'과 '한여름 밤의 합창 콘서트'를 연다. 2005년 상호 교류 협력을 맺은 한중문화협회(회장 이영일)와 중국국제우호연락회(회장 리자오싱)가 중국과 한국을 번갈아가면서 열던 민간 교류 행사를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과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전북한중문화협회에 바통을 넘겨 이뤄진 것이다. 27일 오전 9시30분 전주대 스타센터 온누리홀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은 '한·중 민간 교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한다. 축사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김완주 도지사, 등문경 중국국제우호연락회 부비서장 등이, 기조연설은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맡는다. 전홍철 우석대 교수의 발제'한류와 한·중 양국의 문화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이어 한헌동 중국법정대 교수와 신정우 목포대 교수, 천옥진 한중문화협회 이사, 박세구·김호운 중국국제우호연락회 이사가 토론에 나선다. 포럼의 기념 행사 격에 해당되는 '한여름 밤의 합창 콘서트'는 최무연 전주예총 회장이자 전주아버지합창단 단장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전주아버지합창단(지휘 강연모·반주 신현아)과 중국 청도백령여성합창단(지휘 팽도)이 26일 오후 7시30분 전북예술회관에서 교류 협약을 맺은 뒤 초청한 전주늘푸른합창단(지휘 송일용·반주 이한나), 전북CBS소년소녀합창단(지휘 윤영문·홍민지), 전주한울림합창단(지휘 김재명·반주 김규원)과 함께 무대에 선다. 김정렬(전주어머니합창단 지휘자) 김재명(테너) 윤경자(피아노) 김현미(바이올린)가 특별 출연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4 23:02

"'나꼼수 식 '증오정치 대안은' 안철수'"

팟캐스트 방송'나는 꼼수다' 열풍을 마주할 때 떠올렸던 게 강준만 전북대 교수(56)다. 그가 왜 침묵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한 때 실명 비판과 전투적 글쓰기로 저널리즘을 대신했던, '나꼼수'와 같은 역할을 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강 교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힌 '안철수의 힘'(인물과 사상사)을 통해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를 무조건 끝까지 지지하는 팬덤형 지지자는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자신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를 맞은 뒤 비판을 가하면서 하루 아침에 원수가 됐던 경험을 통해 우리 정치의 발목을 붙잡는 게 바로 '증오의 정치'임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주류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꼼수 신드롬'은 분명 대단했으나, '반 MB'에 갇혀 맘에 드는 정치인은 적극 지지하고 맘에 들지 않은 정치인은 낙인찍는 등 이분법적인 구도로 싸웠다는 데서 한계를 찾았다. '내가 지금 끝장내자고 외치는 건 증오 자체가 아니라 증오가 정치적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는 '증오 시대'다. (중략) 증오 시대를 끝장내지 않는 한 아무리 비전과 정책이 화려해도 무의미하다. 그 비전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국력이 증오의 싸움질에 탕진될 것이기 때문이다.'강 교수가 주창한 것은 나꼼수 식으로 하자면 '닥치고 정치'가 아닌, '닥치고 소통'이다. 나꼼수의 적극적인 옹호 혹은 비판이 아닌, 양 극단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것. 여기서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의 대통령 출마당선과 무관하게 증오의 시대를 종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봤다. 첫째, 안철수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꼽았다. 둘째, 시장주의자이면서도 경제 민주화에 꼭 필요한 정의공정공생을 강조해온 철학과 삶이 일치했다는 점이다. 셋째, 디지털 시대로의 격변기 앞에 선진국 진입 여부를 결정할 패러다임의 전환을 잘 주도할 사람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안철수 현상'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 안철수 대선 출마 여부에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나타냈다. 특히 '안철수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가 과도하게 폄하되고 있다는 긍정적 관점 위에, 다른 한편 '개판'이 돼 버린 한국 정치판의 출구 전략으로 제시된 것으로 노무현 정권이 만든 역사적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정치에 대한 치명타를 입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덕분에 정치판이 엉망이 된 상황에서 '안철수 현상'이 등장할 수 있었다고 본 것. 그러나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 하는 정치 공학적 게임에 중독된 언론 때문에 한국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삼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강 교수는 앞으로 대선 정국이 '박원순 방식'(투 샷 경선)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자신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지지하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안철수가 멋지게 경쟁하고, 누가 후보 자리를 차지하든 성숙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물론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선거의 룰은 '증오의 종언'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4 23:02

山, 전북사람의 길을 묻다

전북의 '명산'들이 전북도립미술관으로 옮겨졌다.'산들바람'전을 통해서다(26일까지). 도립미술관이 미술로 보는 전북탐사의 일환으로 올 선택한 것이'산'이다. 2010년 '강', 그리고 지난해 '들과 갯벌'에 이은 전시이다. 전북의 산들울 미술인들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한국화·서양화·조각·공예·사진 작가 등 39명이 전북의 역사학적·인문학적 흐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문산·호남의 삼신산(방장산·두승산·내변산)·지리산을 탐방, 이들 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았다.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산'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한국전쟁과 동학농민혁명, 의병항쟁 등의 역사가 숨쉬는 현장의 아픔을 대변하기도 하고, 산이 주는 경외스러움, 고향의 따뜻한 품 등을 각자의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흥재 관장은 "이번 전시가 전북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그 안에 뿌리 내린 문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하자는 데 뜻을 두었다"며, 동시에 여러 방면에 포진해 있는 전북의 작가들에게 전시의 환경, 소통과 참여의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한 취지다고 덧붙였다.강정이, 김문철, 김선애, 김성석, 김완순, 김이재, 김혜원, 노시은, 박계성, 박부임, 박재연, 박정신, 송관엽, 송수미, 양만호, 엄영섭, 유경희, 유봉희, 이강원, 이병로, 이상조, 이재승, 이정웅, 이창규, 이호철, 장호, 장영애, 장지성, 전병관, 정문배, 정유란, 조헌, 조병철, 진창윤, 차두아, 최용진, 황찬연씨 등이 참여했다.· 김원용기자 kimwy@△山들바람전=26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전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3 23:02

'강수진과 친구들' '말을 걸다 Ⅳ - 아! 거기 당신'…'몸'은 최고의 예술

■ 춤 넘는 내면연기의 몸짓 '강수진과 친구들'무용은 가장 솔직한 예술이다. 사람의 '몸'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표현한다. 지난 주말 주목할 만한 두 공연, '강수진과 친구들'과 김화숙 &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김자영이하 사포)의 '말을 걸다 Ⅳ - 아! 거기 당신'은 인간의 몸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것을 수많은 미술 교과서에서 본 누드화보다 훨씬 와닿게 해줬다. 우아한 강수진의 무대는 한국의 자존심, 매력적인 사포 카페 공연은 전북의 자존심이었다.장밋빛 검은 보석의 매혹. 짙고 까만 눈썹 밑으로 입을 다문 채 살짝 반기는 듯 그윽한 미소는 말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말해줬다. 사랑의 정점에도 있어봤고, 사랑의 나락에도 떨어져 봤음직한, 아파본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모호하고 비밀스런 표정. 미천한 신분의 여성 마르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의 애절을 사랑을 그린 '까멜리아 레이디'나 잃어버린 첫 사랑 티티아나와 오네긴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오네긴'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은 매혹 당한 존재의 치명적인 슬픔을 보여줬다.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과 전주MBC(사장 전성진)가 지난 2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린 '강수진과 친구들'. 공연 전날 리허설에서 만난 강수진은 창원 공연을 마치고 전주에 오자마자 몸을 풀기 위해 다시 무대에 섰다. "지역 관객들에게도 무용의 시야를 넓혀 드리는 게 제 임무 같아요. 클래식과 네오드라마컨템포러리 발레, 현대무용까지 다양하게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무대에서의 강수진은 느리지만 우아했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 줄리엣(16세)을 소화한 강수진은 '파드되'(남녀 2인무)에서 애절함으로 가슴을 붙드는 움직임을, '오네긴' 의 3막 파드되(남녀 2인무)에서는 티티아나가 오네긴의 사랑을 거부하는 차고 매몰찬 티티아나의 표정 연기로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객석에서의 탄성과 박수는 길었다. 강수진이 선택한 LDP무용단의 'No comment Ⅱ'는 격렬했다. 무용수들이 전력질주하다 쓰러지고 뒹굴고 발을 구르는 모습을 통해 우리 안에서 몸부림치는 진실 혹은 거짓을, 속수무책의 자유로움을 떠올려보게 했다. 미국 워싱턴발레단의 무용수 채지영과 윤전일, 어린 무용수 윤 별 박소연 홍호림의 연기 또한 성장한 한국 무용수들의 기량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한국 발레가 이만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커다란 축복이에요. 언젠가 내게도 '그 날'(은퇴할 날)이 오겠지만, 내 몸에 쌓인 발레 언어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은퇴는 내 춤에 에너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 날로 내려올 거예요."막이 내려갈 무렵 강수진은 다시 웃었다. '그날'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했다.■ 공간의 새로운 해석사포 카페 무용 '말을 걸다'지난달 사포 공연을 마친 김화숙 원광대 교수는 "다음달은 그냥 가자"고 했다. "또 어떻게 각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서울로 돌아온 그날 저녁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방학도 없이 주말마다 전주행 기차 안에서 고민 끝에 내놓게 된 사포의 '말을 걸다' 네 번째 시리즈 '아! 거기 당신'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야외 공연은 음악으로 압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선곡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21일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열린 이번 공연에서 11개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쇼팽의 '6월에는',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중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에디뜨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등이 펼쳐지면서 무용수들이 카페의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 여성 무용수 셋, 여성 무용수 다섯이 카페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손짓하며 '안녕하세요'를 건네는 장면을 시작으로 가깝고도 목마른 사랑의 그리움을 풀어냈다. 저절로 눈이 가는 끌림, 마음이 얹혀 지는 쏠림, 가닿고 싶어 넋이 나가는 홀림의 몸짓. 그러나 결국 이뤄지지 못한 사랑 앞에선 절망의 몸짓까지 사포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나 자신을 위한 사랑일 수도 있다. 상징적이면서 표현력 강한 춤을 보여준 사포의 이날 공연은 크고 웅장한 무대가 아니라, 문턱을 낮춘 카페에서도 무용을 충분히 열린 무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진 시도. 다만, 다음 공연'등을 기대요'(8월25일)를 제대로 관람하고 싶다면, 좋은 자리를 '찜'해 둘 필요가 있을 듯. 공연 도중 무용가와 눈이 마주쳤다면, '씽긋' 웃어주는 센스도 필요할 것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3 23:02

약혼녀 변심 다룬 모차르트 희극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여자는 다 그래'(코지 판 투테)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다. 지금으로 하면 남자친구를 군대를 보낸 여자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을 때,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표현했다고 보면 딱 맞는 작품.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약속한 약혼녀들의 변심을 다룬 대표적 희극이다.소극장 오페라로 오페라 대중화에 힘써온 뮤직 씨어터 슈바빙(대표 이은희 제작·예술 감독)이 오페라 초보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여자는 다 그래'(연출 최이순·지휘 이일규)로 지역 순회 공연에 나선다. 올해 전라북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 일환으로 열리는 공연은 김제문화예술회관(21일)을 시작으로 전주 우진문화공간(27~29일)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8월3일) 정읍사예술회관(8월10일)으로 이어진다. '여자는 다 그래'는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이다. 성악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레가토(둘 이상의 음을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는 기법)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악곡의 유연함을 최대한으로 살렸다. 유명한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는 이 작품으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통해 관습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억압하는가를 위트있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대를 이어가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전북 출신의 젊은 유학파 성악가로 소프라노 송주희·신선경(피오르딜리지 역) 소프라노 박신·고은영(도라벨라 역) 소프라노 신선영·이은선(데스피나 역) 테너 김성진·조창배(페르난도 역) 바리톤 최강지·박영환(굴리엘모 역) 베이스 이대혁·이대범(돈 알폰소 역)이 무대에 선다. 여기에 전북대 학생들이 의상 제작과 홍보, 일러스트 디자인 등을 맡아 완성도를 더했다.△ 뮤직 씨어터 슈바빙'여자는 다 그래' = 21일 오후 7시30분 김제 문화예술회관, 27일 오후 7시30분·28일 오후 4시·7시30분·29일 오후 4시·7시30분 전주 우진문화공간, 8월3일 오후 7시30분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 8월10일 오후 7시30분 정읍사예술회관.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0 23:02

5. 남원 두락리 고분군 출토 원통모양그릇받침 - 균형미·실루엣 유연함 탁월

지금으로부터 약 23년 전인 1989년 7월 25일은 남원 두락리 고분군에서 전북대 박물관이 조사를 시작한 날이다. 고분군의 분포 범위와 연대를 파악하는 조사였다. 그런데 전북대 조사단은 1982년 남원 월산리 고분군 발굴조사(원광대)와 1988년 남원 건지리 고분군 발굴조사(전북대)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전라북도 동부지역 가야 문화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북지역 가야 문화의 성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조사 결과 6세기경의 가야계 토기와 함께 무덤 만드는 방식에서 두락리 고분군의 독창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두락리 출토 원통모양그릇받침은 당시 1호분에서 출토되었다. 그릇받침은 삼국시대 백제, 신라, 가야지역에서 널리 쓰였던 기종이다. 그 위에는 대개 바닥이 둥근 항아리가 올려졌다. 두락리 1호분의 원통모양그릇받침은 항아리를 닮은 윗부분과 원통 모양의 중간 부분, 종을 닮은 아랫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곳곳에 삼각형과 사각형의 구멍(透窓)이 뚫려 있고, 세로 방향으로는 뱀 모양 세로장식이 부착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의 원류를 찾는다면 대가야의 그릇받침을 꼽을 수 있다. 대가야계 원통모양그릇받침은 다른 나라의 것에 비할 때 특히 안정감과 조형미가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두락리 1호분의 원통모양그릇받침은 균형미와 실루엣의 유연함에서 비교 대상을 찾아보기 어렵다.원통모양그릇받침은 그 범상치 않은 생김새만큼이나 특수한 용도를 가졌을 것이다. 가야에는 삶을 위한 그릇과 죽음을 위한 그릇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가야의 주거지 유적에서 발견되는 그릇과 무덤에서 출토되는 그릇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중 원통모양그릇받침이나 바리모양그릇받침, 긴목항아리처럼 무덤에 묻혔던 그릇은 화려한 문양과 다양한 장식을 가졌다. 또한 높은 온도에서 구워 표면이 매우 단단하고 회청색을 띄었다. 따라서 장례 의식과 같은 특별한 때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두락리 고분군을 만들었던 옛사람들이 백제와 가야 그리고 신라의 점이지대였던 전북 동부지역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을까는 자못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헌기록에서는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직 조사되지 않은 그곳의 수많은 유적들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형제들에 앞서 세상 빛을 다시 본 두락리 1호분의 원통모양그릇받침이 우리의 관심을 재촉하는 듯하다. /최경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2.07.20 23:02

발레리나 강수진, 전주 온다

"발레는 몸으로만 하는 건 아니고 정신으로도 하는 거니까 아무리 아파도 즐거워요. 나한테 중요한 건 '오늘'이에요."다가올 '그날'(은퇴)을 앞두고 하나씩 매듭을 지어가는 것일까. 발레리나 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이 전주에서 처음으로 '강수진과 친구들'을 갖는다. 한 달에 30~40켤레의 토슈즈를 쓸 정도로 혹독하게 연습해온 이 '춤벌레'는 오래 전부터 지역 공연을 염두에 뒀다. 더 늦기 전에 지역민들도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면 했던 바람이 성사되기까진, 2000만원이나 되는 값비싼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무용수들이 휴가까지 반납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그는 직접 기획한 무대에는 드라마 발레를 대표하는 명작 '까멜리아 레이디','오네긴','로미오와 줄리엣'이 올려진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간판 레퍼토리이자 이미 서울에서 전막 공연을 가졌던 '안전 운행'에 가깝지만, 돋보기를 들이대고 보면 쏠쏠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공연은 10년 만인 '까멜리아 레이디'는 1999년 무용수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안긴 작품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과 함께 강수진 드라마 발레의 대표작. 미천한 신분의 여성 마르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의 애절을 사랑을 그린 '까멜리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기교와 완성도 면에서 뛰어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2명의 주역 무용수 마레인 라데마케르와 제이슨 레일리와 호흡을 맞춘다. 1980년 어머니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한 그는 1982년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에 입학했고 1985년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해 1997년 수석 발레리나가 됐으며, 또다시 동양인 최초로 독일 궁중무용가 '캄머 탠처린'으로 선정된 주인공이다.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MBC 주최 공연.△ 강수진과 친구들 내한 공연 = 21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VIP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문의 1544-1555. 063)270-8000. www.sori21.co.kr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0 23:02

전북 미술 이끈 '큰 별'들이 모였다

서양화가 하반영 화백(95)은 5년전 순천부산대구에서 순회전으로'90세 기념전'을 열었다. 당시 50년대 구상계열부터 2000년대 초현실주의 화풍까지 50여년간 그린 작품의 궤적을 드러냈다. 7세때 붓을 잡기 시작해 13세 때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79년부터 85년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국전인 '르 살롱'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그는 한국적인 미를 화폭에 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다니며 풍경화를 그리는 등 유화뿐만 아니라 수채화, 서예, 도예, 수묵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활동을 벌였다. 후학 양성을 위해 제정한 반영미술상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다.전북의 서양화에 하반영 선생이 어르신이라면, 한국화에선 청곡 권병렬 선생(88)이 버팀목이다. 전주예총 초대 회장을 지낸 청곡 역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며 전북 미술을 반석 위에 올렸다.하반영권병렬 선생의 개인사는 곧 전북미술의 역사다. 이들뿐아니라 척박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예술의 혼을 불태운 원로 작가들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게 전북 미술계의 자랑이다. 이들 원로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시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전북미술 원로작가 초대전'이 준비됐다(20일부터 26일까지). 올해로 6번째 자리다.전북미술협회 전현직 회장으로 운영위원회(위원장 이형구)가 꾸려져 2008년 이후 전북의 미술계 어른들을 모시고 있다. 초대 대상은 70세 이상으로 전북지역에서 30년 이상 활동하며, 전국규모 공모전 초대작가들이다. 한국화서양화서예 작가 23명의 대표작과 최근들을 만날 수 있다. 하반영 박남재 장령 조윤출 이승백 박종남 김종범 최상기 홍순무 권병렬 임동주 원창희 박민평 김영성 방의걸 이용휘 최종인 정승섭 소병순 김윤태 임섭수 박주현 정정애 선생(무순)이 참여했다.이형구 초대전 운영위원장은 "원로 작가님들께서는 갖은 열악한 여건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창적인 미의식과 흥과 멋이 풍부한 감성으로 높은 예술혼을 세우고 개척해 오셨다"며, "그것이 우리고장 화단의 자양분이 되어 질서가 세워지고 맥이 이어져 왔다"고 전시회에 의미를 부여했다.△전북 미술 원로작가 초대전=20일부터 2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1실(개막식 20일 오후 6시)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0 23:02

영어로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생활영어 한 마디. 영화'터미네이터'에서 배우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가 한 "I'll be back"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남자는 등짝이다."이 말에 웃게 됐다면, 영어와 친해질 수 있다는 증거다.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영어를 시작하면, 영어울렁증이 생기기 십상. 하지만 영어로 재밌게 놀자고 덤볐다면, "No Problem"(문제 없다)는 게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56)의 소신이다.그가 펴낸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지식여행)은 자기개발서에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양념으로 얹은 책. 수십년 된 전문직 경력을 갖고도 외국인 앞에만 서면 눈만 끔뻑거리는 직장인들이 아직도 많다고 본 이 대표는 '드뤼임'(dream)을 이루려면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도 영어, 둘째도 영어, 셋째도 영어를 외쳐온 그가 자신의 성공 비결과 행복의 원천으로 영어를 꼽았기 때문이다.외국인들로부터 (토종 한국인치고)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영어 박사'라는 애칭까지 받았다는 자화자찬이 전혀 얄밉게 보이지 않는 건 '영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실사구시 핵심전략' 등이 영어실력을 일취월장하고픈 이들에게 어떤 태도로 접근하는 게 좋은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비법은 영어를 꼭 공부해야만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 에브리데이(everyday)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습에 연습을 더해야 한다는 이 대표는 '영어를 왜 해야 하는가에 관한 명확한 인식부터 가다듬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것을 뚜렷하게 제시해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언제까지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을 게 아니라면, 연습 또 연습을 거듭해 영어를 내것으로 만들어보는 판타지를 던져주는 책. 꼭 메이저리그(성공하는 인생)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영어 울렁증은 대다수 직장인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니 말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0 23:02

전북의 산과 들…고향의 향수 화폭 가득

이들의 회원전은 항상 따뜻하고 정겹다. 전북의 산과 들, 자연이 화폭에서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올해도 경기전의 여름과, 무주의 밧딧불이, 섬진강의 가을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동이전'이다(23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2002년 시작돼 올해 11년을 맞이하는 동이전은 전통 수묵 채색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1년에 전북의 한 지역을 주제로 답사와 전시를 이어오던 동이전이 한 지역을 선정하지 않고 작가 개개인이 자유롭게 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 회원은 김문철, 김종길, 송관엽, 김경미, 김성욱, 장영애, 문재성, 류양림, 이철규, 홍성녀, 박종한, 송지호, 이재성, 임대준, 이재승, 최강곤, 양기순, 이홍규씨 등 18명.동이전 회장인 최강곤씨가 출품한 작품은 '경기전의 여름'. 전주 인근의 모습을 편안하고 푸근하게 화폭에 담아온 그의 그림은 정감이 넘친다. 전주대 교수로 재직중인 월산 김문철씨 작품은 매우 전통적으로 보이면서도 화면 속의 풍경과 사물들을 자세히 음미해 보면 매번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화대전 추천작가, 환경미술협회 익산지부장 등으로 활동하는 문재성씨는 전통방식인 수묵 채색으로 반딧불이가 있는 밤의 풍경을 고향의 밤하늘같이 순수함과 몽환적인 감성으로 표현했다.이들을 포함해 동이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작가 각각의 개성 있고 독창적인 표현으로 삶에 대한 애환이나 고향에 대한 향수, 늘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자연 등을 통해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김원용기자 kimwy@△동이전= 23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19 23:02

녹음 짙은 숲길을 걷다

"나는 언제나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숲이 좋다. 녹색의 향연이 좋고 나뭇잎과 흙냄새를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좋다. 당초문마냥 이리저리 뻗은 칡넝쿨, 키 넘게 훌쩍 자란 들꽃과 숲길 사이로 가끔씩 바람이 불어온다. 그럴 때 숲은 자신의 내면에 숨긴 낡고 오래된 악기의 소리를 낸다." 2012년 전주 서신갤러리의 첫 초대전에 선(24일까지) 서양화가 류재현씨(임실동중 교사). 2008년부터 줄곧 녹음 짙은 숲길 그림을 그려온 그의 숲 예찬론이다. "그의 숲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비장하고, 더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마음들이 한꺼번에 쓸려가는 듯한, 모종의 자장력에 이끌려 들어간다. 현실적 의미의 삶도 근원적 의미의 삶도 모두 텅 비어 자취를 감춘 듯한, 숲과 풀잎에는 인적 없는 적막함과 고요함이 있을 뿐이다."미술평론가 김선태씨는 "비록 자연의 한 부분으로부터 출발하기는 하였지만 그림 자체가 갖는 완결된 공간성은 특정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서서 보다 보편적 의미에서의 자연을 느끼게 한다"고 류씨의 작품을 평했다.평론가 고충환씨는"그림 속 숲길은 흡사 사진이나 자연도감을 연상시킬 만큼 그 실체가 손에 잡힐 듯 세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실제로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보았다.이번 초대전에는 류씨의 2012년 신작 15점이 전시되며, 6호부터 10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숲길 그림을 선보인다. 특히 그가 지난 겨울 파리 레시던시의 가나아트 입주작가로 선정돼 머무르는 동안 작업한 프랑스의 이국적인 마을들의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류씨는 이번 서신갤러리 초대전에 이어 25일부터 3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이어간다.전북대 미술교육과 출신으로, 2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녹색종이회, 건지회, VISA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류재현 초대전=24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19 23:02

"박물관은 전통문화 보루 자치단체 적극지원 필요"

전라북도에 소재한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을 합쳐 보면 50여 기관이 넘는다. 2011년과 2012년은 이러한 도내 박물관 발전의 기틀이 마련된 해다. 지난해 전북박물관협의회가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었고, 올해는 전라북도 박물관 진흥 조례가 제정되었다. 올부터는 또 도와 시군에 박물관지원 예산이 편성되었다. 법인, 조례, 예산이 한꺼번에 다 이루어진 경우는 전국적으로 거의 없다. 전북도의 각별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도내 박물관의 특성은 사립이 9개로 매우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립박물관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부터는 사립박물관에 약간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고, 박물관에 뜻을 가진 자들을 발굴해 이들이 박물관을 개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지원에 대한 세심한 평가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공립박물관의 문제는 인적 구성과 부족한 예산이다. 공립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전공자가 관장으로 임용되어야 하며, 적절한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특히 박물관 예산이 뒷전에 밀려 현상유지에 급급한 형태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박물관이 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 주어야 하며, 도 차원에서는 전시프로그램 등을 공모·선정하여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유물구입비를 증대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유물구입은 소모성 운영 경비가 아니라, 지역의 영구자산을 확보하는 일이다. 전북의 유물들이 타지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한 해에 각 지자체가 1억 정도의 유물구입비만 편성해도 지역문화 보존의 성과는 클 것이다. 협의회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들을 연계하고, 박물관 발전안이 효과적으로 입안되고 시행되려면 협의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박물관들의 노력이 우선이겠지만, 협의회사무국 상임간사에 대한 인건비 보조가 이루어지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박물관은 전통문화 보존과 재창조의 마지막 보루같은 존재다. 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대이기에 더더욱 박물관은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선대의 문화를 잘 보존해 후대에 이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물관이 살아 있어야 하며, 이렇게 될 수 있도록 박물관 종사자와 지자체들의 노력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동희(전북박물관협의회 회장·전주역사박물관 관장)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19 23:02

5. 박물관·미술관 - 기획력+체험 프로그램, 시민 접근 쉽게

지난 5월 탄생 300년을 맞아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이 연 '호생관 최북(崔北)'(1712~1786)은 안팎의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전시다. 최북이 남긴 유작 100여 점(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에서 최대 180여 점(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까지 1/3 이상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국내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값진 성과였다. 관람객은 앞서 열린 '최석환과 포도 그림전' 보다 1만여 명이 늘어난 3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그림을 그려 달라 강요 받자 제 눈을 찌른 '조선의 고흐'라는 '입소문'도 한 몫 했다.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 역시 주말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상반기 관람객은 총 11만 3146명. 전국 시도립미술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뿐더러 상반기에만 10만 명 이상 방문한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특히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의 호평은 내부가 아닌 외부 기획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다소 빛이 바랬지만, 질투날 만큼 좋은 전시였다는 점에선 안팎의 이견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전시를 해도, 홍보를 해도 관람객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던 국립전주박물관전북도립미술관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비결이 뭘까.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전북의 문화유산을 재조명하는 뛰어난 기획력과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내건 결과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은 정부의 문화 관람자에서 주최자로 거듭나게 하는 '문화복지'의 지향점과도 통한다. 하지만 모든 박물관미술관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도내 국공립박물관(14곳), 대학 박물관(6곳), 사립박물관(6곳) 등 박물관미술관이 각각 27곳5곳으로 눈에 띄게 늘어났으나, 운영 면에선 신통치 않은 곳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문화 불모지'에 가까웠던 지역에서 특성화된 박물관들을 건립해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화 소외 지역인 시군 주민들의 문화 향수권을 확보하는 '보편적 복지'에 가깝고, 주민들이 문화를 직접 향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문화복지'로 거듭나려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과제로 놓여 있다. 비췻빛 청자 모양의 건물로 선보인 부안청자박물관은 부안 청자 진품 및 도편과 함께 그 역사와 제작 과정을 감상체험케 하는 곳이다. 고려 시대 제작된 강진 청자의 선점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안 청자는 12세기 초 태동해 왜구가 출몰하던 13세기 말까지 번성했다. 가격만 수십억 대로 추정되는 명품실 등에 있는 30여 점의 고려청자 전시와 물레로 자신만의 자기를 빚는 도자기 체험 등이 역점 사업. 하반기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창작 스튜디오가 마련 돼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운영하는 어진박물관 역시 올해 국보로 승격된 태조어진 봉안 6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특성화된 박물관에 가깝다. 지난달부터 전주 경기전이 유료화되면서 마련된 수문장 체험, 왕실 의상 입어보기, 탁본실록 문양 제작인쇄 등 예상외의 선전과 400년 만에 재현된 조선실록의 편찬실록 복본화 전시 등이 기록문화의 가치를 일깨운다. 2009년 익산 미륵사지석탑에서 사리장엄이 발견된 뒤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의 경우 토요문화강좌, 역사문화강좌, 여름문화학교를,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역시 박물관 어린이학교, 한국사교실, 박물관 공예 체험, 한국사 연대표 특강 등을 통해 관람객 문턱을 낮추기 위한 프로그램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특성화된 공간으로 건립된 무주곤충박물관이나 순창장류박물관, 고창판소리박물관은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 체험은 아예 없거나 부족한 편이다. 산수화에선 독보적 입지를 자랑했던 벽천 나상목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김제 벽천미술관은 벽골제아리랑문학관사업소 관할로 기증품전이 주를 이루며, 지난달 문을 연 김환태문학관과 함께 문을 연 최북미술관 역시 주민들과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려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19 23:02

"전주 단오 안착시키려면 예산 먼저 늘려야"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시민 대동제로서 위상을 강화한 올해 전주 단오가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선 예산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제안됐다. 주최측이 추산한 올해 전주 단오(6월23~24일 전주 덕진공원) 방문객은 18만 명으로 대다수 프로그램이 방문객들을 수용할 만한 규모가 아닌 데다, 단오 대표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올 전주 단오제 관련 예산은 8500만원이었다.17일 풍남문화법인(이사장 선기현) 전주단오기획연출단이 연 '제54회 전주 단오 결과 보고회'에서 연구위원들은 올해 단오를 성공적으로 평가하면서 예산 확충을 통한 대표 프로그램 개발 등을 요구했다. 연구위원 김동영 전주시정발전연구원은 "전주 단오가 전주 한옥마을이 아닌 덕진공원을 제2의 관광지로 유인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바라보면서 대다수 축제처럼 전시형이 아닌, 주민 참여형으로 운영되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단오의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창포물과 부채는 놀이로 접근 가능하도록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다.이종민 연구위원장은 씨름을 전주 단오 핵심 프로그램으로 내세우자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중국이 씨름, 아리랑, 한복 등 국가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자 정부가 지난해 '씨름진흥법'을 통과시키면서 지자체에 씨름장 건립을 독려하고 있다"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적은 예산에서 대회를 여는 게 부담스럽다면, 홍보가 절실한 한우협회 등의 협조를 이끌어내 소를 내건 민속씨름대회를 전주 단오에 유치하는 것도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연구위원 최무연 전주예총 회장은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창포를 외국산이 아닌 국내산으로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군인·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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