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는 무관심한 삶, 그 자체가 범죄일까
■ 제시문(가) 우리는 평소에 습관대로 그날그날을 살아간다. 그러나 내가 깊이 사랑하고 의지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었을 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늘 칭찬받던 착한 이웃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고통을 받게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극도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에 사로잡혀 '인생이란 무엇인가?', 또는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가?',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등의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갖는 특권이며,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우리 가운데에는 자기 삶의 의미나 목적에 대해서 한 번도 반성해 보지 않고, 그 가치나 의미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남이 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의 깊은 의미를 모르고 산다. 그들은 일상의 근심 걱정과 향락에 몰두하며, 삶의 목적을 돈벌이나 쾌락을 맛보는 일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선택이며,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내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사람은 짐승과 달리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 자기 삶의 방향과 의미를 결정하며,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잘못된 선택에 따른 삶은 한 번밖에 없는 일생을 매우 비참하고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목적을 지니고 살아야 하며, 또 나의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해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나) 아이히만은 히틀러 시대에 일어난 수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에 관여한 사람이었지요. 유대인들은 그를 잔인한 살인마라고 욕했어요. 전쟁이 끝나자 그는 아르헨티나로 도망쳤어오. 하지만 1960년에 체포되어 이스라엘의 한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지요. 정신과 의사들은 그를 지극히 '정상'이라고 판정했습니다. 어떤 의사는 이런 말도 했지요."그는 적어도 그를 진찰한 후의 내 상태보다 더 정상이다."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유대인을 미워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내 친구들 중에도 유대인을 미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유대인을 미워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자기 생계를 도와준 유대인들을 고맙게 여기기까지 했답니다.그렇다면 그는 왜 끔찍한 유대인 학살에 관여한 것일까요? 그는 "단지 명령받은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성실히 해낸 일이란 게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잔인하게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게 만든 일이었습니다. 아렌트는 이 일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그는 아주 부지런히 일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부지런함을 탓할 수 없다. 문제는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는 데 있다."즉 아이히만은 너무 성실한 공무원이었기에 악마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 즉 유대인들을 죽음의 장소로 이동시키라는 윗사람의 명령을 너무 성실하게 따랐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그는 아주 유능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으니까요.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아렌트는 이렇게 말합니다."그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병권 『생각한다는 것』)(다) 텔레비전에 접근하는 것은 무서운 검열을 반대급부(反對給付)로 갖는 것입니다. 이 검열 때문에 텔레비전을 통해 소통하는 주체는 자율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특히 '시간의 제한'이라는 조건은 담론을 형성하는 데 구속이 되어 무언가를 말하게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이 같은 검열은 출연자뿐만 아니라, 이 검열을 수행하는 방송인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사람들은 제가 정치적 측면에서의 검열을 말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간부직 임명 등과 같은 것을 통해 정치적 개입이나 통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용 안정성이 낮은 오늘날의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계에서 정치적 순응주의가 상당한 것도 사실입니다. 질서를 강조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기 검열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형식에 순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검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텔레비전에 가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 구속입니다. 이것은 텔레비전에서 일어나는 일이 텔레비전 방송국을 소유한 자, 그리고 광고비를 지불하는 광고주, 지원금을 주는 정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의 한 채널에서 소유자의 이름이나, 광고주들의 지원금과 그것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모른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점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NBC는 제너럴 일렉트릭이 그 소유주이고, CBS는 웨스팅하우스가, TF1은 부이그가 그 소유주입니다. 방송국의 소유주가 원자력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잊고 CBS가 원자력의 위험성을 보도하는 것은 그 누구의 머릿속에서도 떠올리기 힘들 것입니다.이러한 경제적 요인들이 일련의 모든 개입을 통하여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부이그가 TF1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 부이그에게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나, 이 조잡하고 투박한 체제 안에는 보이지 않는 체제가 숨어 있습니다. 이 체제 속에서 모든 질서의 검열이 작동하여 텔레비전을 상징적 질서를 유지하는 무서운 기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중략)텔레비전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두뇌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 전달 경로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은 다양한 일상사들을 강조함으로써, 시민들이 텅 비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시간을 때우게 하여, 그들이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알아 두어야 할 적절한 정보들을 멀리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뉴스 분야와 관련하여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부류는 소위 진지한 신문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텔레비전의 위협에 진지하게 대처하고 국제 신문과 외국 라디오 방송을 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부류는 오로지 텔레비전을 통해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잡다한 정치적 정보만을 습득하는 사람들입니다. (텔레비전에 대하여│보이지 않는 검열, 피에르 부르디외)■ 쟁점 논제1. 논술 논제(가)의 관점에서 (나)의 사건을 비판적으로 논의하고, 우민화 정책과 관련하여 (다)의 현상이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가)의 관점에서 논술하시오.2. 면접 논제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데 언론에 드물게 보도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보자.■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쟁점 확대하기1. 악의 평범성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은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1963년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아렌트는 주장했다. (위키백과)『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이히만에 대한 아렌트의 분석이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 가지의 무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은 그의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2. 우민화 정책우민 정책(愚民政策)은 지배자층이 기득권의 지위나 권력을 강화안정시키기 위하여 정치에 대한 피지배자층의 비판력을 빼앗아두는 정책이다. 사회나 생활에 대한 대중의 불안을 경마스포츠 등의 오락에 쏠리게 하는 정책 및 정치적 무관심의 상층으로부터의 양성은 현대의 우민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3S 정책'은 대표적인 우민 정책이다. (위키백과)3. 3S 정책3S 정책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 및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성 풍속, 영상이라는 수단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배기"정책의 통칭이다. "3S"는 스포츠 (Sports), 섹스 (Sex), 스크린 (Screen)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대한민국에서는 1212 군사 반란, 517 쿠데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을 거쳐 집권한 제5공화국 정부가 국민들의 관심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돌려서 반정부적인 움직임이나 정치사회적 이슈 제기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시행한 여러 우민화 정책들을 묶어 이르는 표현이다. 이와 유사한 우민화 정책으로는 포르투갈의 독재자 살라자르가 시행한 '3F 정책'(Futebol, Fatima, Fado)이 있다. (위키백과)4. 텔레비전저의 분석으로 텔레비전 방송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방송계의 조종자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처지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저의 분석은 언론인의 개인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몇몇 사회자들의 부도덕한 사건과 잘못, 그리고 몇몇 연출자들의 엄청난 봉급에 대한 비난이 본질을 회피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개인들의 비리란 이런 종류의 '구조적 비리'를 감추기 때문입니다. 제가 분석하고자 하는 이 '구조적 비리'는 시청률 경쟁 체제라는 전체적인 구조에 있습니다.따라서 저는 텔레비전이 상징적 폭력이라는 특별히 위험한 형식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일련의 체제를 논증해 보여 주고 싶습니다. 상징적 폭력은,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당하는 사람들과의 암묵적인 공모로 행해지는 하나의 폭력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폭력을 가하는 것과 당하는 것을 서로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사회학은 감추어진 것을 들추어내는 기능을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회학은 사회관계 속에서, 특히 미디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관계에서 작용하는 상징적 폭력을 최소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가장 쉬운 예를 들어 봅시다. 폭력과 성, 비극과 범죄 등 사회면 기삿거리들은 선정적 언론에서 항상 선호하는 먹이가 되었습니다. 종래의 진지하고 모범적인 활자 매체에서는 격리되고 배제되었던 이 기사들이 텔레비전 시청률 때문에 전면에 배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상사들은 뉴스에 다양성을 가미하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체제는 다양성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끌도록 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텔레비전의 상징적 행위 중 하나는, 예를 들어 뉴스에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옴니버스'의 성격을 갖는 사실들에 주의를 몰아가는 데에 있습니다. 일상에 널려 있는 사실들은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고, 논쟁을 피해 쉽게 합의를 만들고, 중요한 것은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일상사와 관련된 뉴스, 이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산물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론을 짓지 않고,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며, 다른 것을 위해 쓸 수도 있는 귀중한 시간을 빼앗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에서 시간은 매우 귀중한 자원입니다. 만약 매우 보잘것없는 것을 위해 귀중한 몇 분을 사용한다면, 이 보잘것없는 것은 사실상 매우 중요한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진정 귀중한 것들을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점을 주장하는 것은, 어떠한 신문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고, 그들은 그들에게 유일한 정보 전달 도구인 텔레비전에 몸과 마음을 다 쏟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에 대하여│보이지 않는 검열, 피에르 부르디외)■ 쟁점 기출문제[면접] 2012 전북대 일반사회교육과 수시 면접최근까지 우리나라에는 많은 시위들이 있었으며 이러한 시위를 바라보는 관점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참여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관점으로써 시위에 의한 의사표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참여과잉'을 우려하는 관점으로써 정치는 직업정치인에게 맡기고 시민들은 자중할 것을 권고한다. 귀하는 한국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 어느 관점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면접] 2013 전북대 사회학과 수시 면접드라마 겨울연가부터 현재의 싸이에 이르기까지 한류의 인기가 드높다. 귀하는 이러한 한류열풍이 왜, 어떻게 해서 가능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울러 이러한 한류열풍이 갖는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말씀해 보십시오. [면접] 2013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수시 면접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저널리즘 교수 필립 마이어는 "지난 수십 년간의 신문 구독자 감소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2043년이면 신문 구독자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예측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 아니면 다른 변화가 일어나 신문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면접] 2013 전북대 심리학과 수시 면접사람들은 대중매체의 영향을 받는다. 대중매체가 청소년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시오■ 쟁점 관련 도서△『생각한다는 것』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텔레비전에 대하여』■ 학생 글과 교사 총평1. 학생 논술문오래 전부터 우민화는 수많은 지배자들에 의해 행해져 왔다. 순응하는 인간상을 만들기에 최고의 정책이라는 점 때문에, 우민화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행해져 왔고, 더이상 우민화가 진행되기엔 너무나 매체가 발달해 버렸다고 생각되어지는 오늘날에 와서도 우민화는 여전히 Tv, 신문 등 대형 매체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우민화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또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나)에 제시된 아이히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주체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 스스로 정당한 일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단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순응적으로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가)에 드러난 바와 같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습관에 따라 생각 없이 살아간다는 것과 같다. 이 생각 없음은 즉 도구로서의 삶을 살게 만들고, 결국 아이히만과 같이 커다란 악을 저지르거나, 다른 사람의 수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가게 만든다.(다)에 제시된 tv로 대표되는 우민화 정책의 문제점은, 결국 이 끔직한 연쇄반응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기업들과 정부의 개입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언론은, 보이지 않는 검열, 또는 자체적인 검열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돈과 권력에 의해 적당히 주물러지고 걸러진 진실들은 그에 가미된 자극적인, 그러나 영양가 없는 가십들과 함께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린다. 결국 이러한 반응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는 열망과, 사실에 대한 관심을 잃어 가며, 끝내 주체성을 잃고 점점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 간다. 꼭두각시가 되어 가는 것이다.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생각' 밖에 없다. (가)에 제시된 것과 같이, 생각은 순간적인 즐거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 남들을 모방하고, 남들이 하는 말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의문을 가지는 삶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단순히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생각하는 삶을 이루어 내기엔 무리가 있다. (나)에서 보듯이, 많은 사람들이 tv를 비롯한 기성 매체를 그들의 유일한 정보 습득 수단으로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 자신의 힘만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힘들고, 또 그 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믿을 만한, 그리고 일회성 가십이 아닌 필요한, 검열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비상업적 매체가 널리 퍼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팟캐스트, SNS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바람직한 매체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매체의 발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이 결국 사람들이 주체성을 빼앗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윤희준(전라고 1학년)2.교사 강평△독해, 요약력독서와 논술의 기본은 독해력이다. 또한 독해력은 요약력으로 나타난다. 교과서 내용을 응용한 논술 문제가 대세란 점을 고려하여 교과서 제시문을 실었다. (가)는 습관적인 삶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나 목적을 고려하여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삶을 선택해야 함을 언급한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바탕으로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 (나)는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한 아이히만의 생각 없는 성실함에 대한 글이다. 성실과 유능은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결정이 아닌 경우에 끔찍한 피해를 주는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는 텔레비전이 스스로 보이지 않는 검열을 함으로써 진실을 보도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한다.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했든 우민화 정책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도하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나)와 같은 '악의 평범성'에 떨어질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하면 사회의 문제임이 드러나는 일들이 텔레비전에 보도되지 않거나 중요 시간대를 비켜나 보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윤희준 학생은 제시문의 내용을 매우 잘 정리하여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제가 요구하는 쟁점에 맞는 글을 전개하고 있다.△논리력전체 네 개의 문단으로 논리적 흐름에 맞게 글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의 글은 과거 일제 강점기나 독재자들이 사용한 우민화 정책이 오늘날에 와서 대형 매체를 통해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민화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재의 은밀하게 이루어져 파악하기 어려운 우민화 정책으로 접근한 것은 매우 참신하다. 가십들로 진실을 가림으로써 주체성을 잃고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꼭두각시의 양산은 현대 사회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다. 이러한 해결 방법을 (가)와 (나)의 내용을 엮어서 주체적인 사고를 통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전체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글이다.△표현력표현은 사고의 결과이다. 전체적으로 표현력이 훌륭하다. 일부 보완할 점을 보면, 첫 문단에서 '더 이상 우민화가 진행되기엔 너무나 매체가 발달해 버렸다고 생각되어지는 오늘에 와서도'는 매체의 발달이 우민화를 어렵게 한다는 숨은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주관적이라는 평가를 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문장이나 피동형의 문장 쓰기는 더 공부가 필요하다. 네 번째 문단에서 강조하기 위해 그랬지만 '생각'밖에 없다는 표현이나 '유일한 길' 등의 표현은 극단적이어서 충분한 검토를 하고 활용해야 한다. 윤희준 학생의 논술은 고1 학생의 수준을 넘어선다. 최기재(전주 전라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