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도 불행…행복의 조건은 뭔가
■ 제시문〈자료 2〉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소비되는 상품과 경험은 소비자로부터 필요한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미리 포장되고, 기성품화 되고, 코드화"된다. 우리가 초콜릿을 먹고 싶어서, 즉 내면에서 일어난 욕망 때문에 그것을 사지만, 우리의 무의식 안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 그르렁거린다. '실제의' 초콜릿은 하나의 대용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포장되고 기성품화 되고 코드화된 것이며, 이것들 속에는 상품의 실재가 아니라 상품의 기호/상징이 잘게 쪼개져 들어앉는다. 우리가 산 초콜릿이 만족시키는 것은 "상징적인 욕망"이다. 초콜릿과 '실재' 사이에는 '단절'이 존재한다. '실제의' 상품들의 소비는 구매자의 생물학적 욕망에 대한 기대와 만족의 "약속"을 할 뿐이지, 무의식에는 여전히 "문화적 상징에 의해 매개되지 않은", 다른 욕망들이 잠복하고 있다. 초콜릿을 사서 씹어 먹지만, 그것을 욕망한 구매자의 몸이 소비하는 것은 실재를 대신하는 기호/상징이며, 따라서 초콜릿은 잉여의 쾌락을 찾는 주체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겠다는 '약속', 끊임없이 지연되는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상징이 지금 당장 여기에서 전유할 수 없는 것을 표상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무의식의 욕망은 어떤 소비로도 채워지지 않는 황무지다. 소비 욕망은 인간이 자연에서 문화의 영역으로 존재 이동하면서 갖게 된 제 2의 본성이다. 우리가 무의식이라고 부르는 것 속에서 발생하고 분출한다. 이때 무의식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재생산이라는 '자연'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 신생아가 문화로 입문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그러므로 소비의 욕망과 그 실현의 형식은 자연스럽게 정체성 의식과 맞물린다. 여성들만이 아니라 젊은 남성들도 의상, 머리 모양, 신체 장식과 동작을 통해 저의 정체성과 개성을 확인한다. 로버트 보콕은 이렇게 말한다 ; "포스트모던 자본주의에서 소비재는 의미, 정체성, 역할의 구성에서 결정적인 영역이 되었다." 사람은 욕망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다. 사람이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한, 다시 말해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그 욕망의 기획과 실천을 통해 제 정체성을 확인하고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 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계속 유효하다. 『소비-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로버트 보콕, 양건열 옮김〈자료 3〉 부탄의 행복 정책(관련 표는 오른쪽 아래)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우리의 물질적 삶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지디피 성장률은 우리의 행복을 측정하는 도구가 되기에는 아주 둔탁한 잣대다. 태풍이 휩쓸어 한 도시가 쑥대밭이 됐을 때 집을 새로 짓고 끊긴 도로를 복구하면 지디피 성장률은 올라간다. 이처럼 성장률이 높아지는 과정에 사람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나 환경오염, 자원고갈 같은 외부효과를 지디피는 계산하지 않는다.〈중략〉히말라야 산중에 있는 인구 60만명의 작은 나라 부탄은 40여년 전부터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는 독자적인 지표 개발을 추진했다. 2008년에는 이렇게 만든 지표로 국민총행복(GNH)을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있다. 부탄의 지엔에이치 지표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 및 경제적 발전', '문화 보존 및 진흥', '환경보호', '굿 거버넌스'(활기찬 민주문화를 말함) 등 4개 축을 중심으로 해서 9개 부문 33개 지표로 이루어져 있다. 2년에 한번 지엔에이치 지수를 측정하는데, 2010년 측정된 지수는 1점 만점에 0.743으로 건강, 생태학적 다양성, 공동체, 문화 등은 우수하게 나온 반면 교육과 거버넌스는 그렇지 않아 이쪽에 정책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중략〉서구화의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고 전통을 계승해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도 행복의 밑거름이 된다. 부탄의 치팀 위원장은 "행복하려면 자존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깊이 내려가면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수천년간 전승된 부탄인으로서의 애정, 공경, 부모에 대한 태도 같은 게 자아의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부탄은 '대가족'을 이런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로 보고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해체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다. 치팀 위원장은 "가족, 이웃, 동료와 함께하기 위해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인 시간을 써야 한다."며 "하루를 3분해 적어도 8시간을 가족이나 공동체와 보내고 기부나 명상을 통해 활력을 얻도록 하는 게 부탄의 행복정책"이라 말한다. 『부탄의 행복 정책』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쟁점 논제1. 논술 논제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한 명품소비의 원인을 〈자료 2〉를 활용하여 설명하고, 〈자료 1〉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 3〉을 참고로 하여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2. 면접 논제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높은데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그 원인을 이야기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을 이야기 하시오.쟁점 확대하기1.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현대인들은 물질적 소비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비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부르고 그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불러 일으켜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는 욕망의 연속 속에 살고 있다. 이런 끝없는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물질적 소비를 통해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정신적 욕망의 충족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2. 부탄의 행복 정책대다수 현대인들은 국민총생산과 같은 물질적 지표를 갖고 잘 사느냐 못사느냐를 측정하려는 한다. 이것을 충족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고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지만 행복감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부탄은 이러한 물질적 측면만이 아니라 문화나 환경 전통 계승과 같은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행복을 측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복감은 물질적 측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정신적 만족감이 충족될 때 더 크게 느껴진다.3. 한국의 행복지수 OECD 34개국 중 32위 - 여전히 후진국 수준우리나라는 세계 10대 무역국에 속하고 국민소득은 2만 달러가 넘는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다. 그러나 자살률은 세계 1위, 행복지수는 OECD 34개 나라 중에서 32위로 최하위에 속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행복의 조건으로 물질적 풍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 성과가 매우 컸지만, 물질적 결코 풍요가 정신적 만족감과 행복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쟁점 관련 도서영화1. 관련도서-행복의 조건2. 관련 영화-모던 타임즈쟁점 관련 영상1. KBS스페셜, '신년기획' 3부작, 〈행복국가의 조건〉2. EBS 다큐 프라임■ 학생 글과 교사 총평1. 학생 논술문 OECD회원국의 행복지수를 보면 물질적 풍요와 행복지수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무역국임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3등을 차지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행복의 조건으로 물질적 풍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 성과가 매우 컸지만,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만족감과 행복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해야 할 때다.히말라야에 있는 나라 부탄은 독자적으로 국민총행복(GNH)이라는 지표를 만들어 내고 2년마다 건강, 교육, 문화 등에 대해 조사해서 국민들의 생활에 있어 무엇이 부족한가를 측정한다.또한 부탄은 전통 계승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해 '대가족'을 이런 전통문화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제도로 보고 해체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자본과 자원이 없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서로를 밟고 일어서야하는 경쟁사회가 되어버렸다.학교나 가정에서도 학생들의 인성과 잠재력 개발보다는 오로지 줄세우기 식의 경쟁을 통해 개개인의 출세와 성공만을 부추긴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도 우리 아이들을 친구가 아닌 라이벌,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서로를 인식하고 더욱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가 협력하고 배려하는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주어야 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 아니라 개개인의 가치관 그 가치가 무엇이든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아이들을 일깨우기 위해선 가정, 학교부터 변해야 한다. 이제는 부모님, 선생님들부터 생각을 바꿔 대한민국의 기둥이 될 아이들이 바른 생각으로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깨닫도록 인도해 주어야 한다.완주 한별고 2학년 최수연2. 교사 총평△독해력논술에서 독해는 논제의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 제시문 중에서 두 번째 제시문에서 현대인들이 왜 소비에 집착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 여기에서 소비에 집착하는 원인으로 '개성'과 '욕망'이라는 단어를 포착해내야 한다. 논제에서도 명품소비의 원인을 현대인의 소비 집착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학생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연관시켜 정확하게 그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논술을 처음 써보는 1학년 학생으로는 잘 쓴 글이고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논리력이 논제에서는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요구사항은 잘 진술하고 있다. 두 번째 요구사항은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행복의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설명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현재 학생들이 겪고 있는 불행을 제시하고 서로가 협력하고 배려하는 삶이 소중하다고 진술하고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변해야 한다고 결론 짓고 있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진술이다. 부탄의 경우를 참고로 '문화' '가족' 등과 같은 지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표현력제시문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논제와 연관시켜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 한 뒤에 쓴 글처럼 짜임새가 있다. 전체적으로 글의 통일성이 있고, 글의 중반까지는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런데 후반에서 조금 서두른 흔적이 있다. ①과 ②는 앞 뒤 문맥의 흐름이 맞지 않아 어색하다. ①은 길게 쓰다 보니 앞 뒤 문맥이 흐트러진 경우이고, ②는 조사를 잘 못쓴 경우다. 그래서 글을 쓴 다음에 꼼꼼하게 퇴고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