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19대 회장 취임 서거석 전북대 총장
-한국 대학들이 위기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대입 정원이 현재와 같이 57만 명으로 유지될 경우 불과 4년 후인 2017년에 고졸자 수가 56만 명으로 줄어 대입 정원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7년 후인 2020년에는 고졸자 수가 46만 명이 되어 대입 정원보다 11만 명 이상 적어집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고졸자 전원이 대학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2000명 규모의 대학 50개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하고, 대학 진학률을 80%로 잡았을 때는 100개 이상의 대학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대학파산 내지 대학붕괴의 쓰나미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국가적 대란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입니다."
-대학파산 내지 대학붕괴의 쓰나미 현상을 막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복안이 있습니까.
"이 문제는 대학과 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대학과 정부는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지역사회 역시 대학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구조조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대학들도 이 점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재정지원이나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여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 수만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 경쟁력 향상에 맞춰져야 합니다. 대학들이 설립 목적에 맞게 특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유인책이 필요하고, 대학 통폐합이나 대학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고 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도 고등교육 예산을 크게 확충하겠다고 했는데.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확충 의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입니다. 그동안 대교협은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필수라는 인식하에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사실 한국 대학들의 경쟁력이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도 등록금 수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너무 적었기 때문입니다. OECD 국가들이 GDP 대비 1.1%를 고등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0.6%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학들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OECD 30개 회원국 중 한국의 GDP 규모가 10위 내에 드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학재정은 최소 OECD 국가의 평균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록금을 두고 너무 높다는 지적과 더 이상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문제 대교협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대교협과 대학들은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지난 5년간 동결·인하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최근 5년간 만 하더라도 매년 4~5%에 달한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는 5년전 대비 30~40%정도 등록금 총액의 손실을 가져온 것과 같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대학재정과 관련해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대학재정 투자는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한 투자와 함께 대학교육의 질 개선과 연구 경쟁력 향상에 맞춰져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교협 차원에서는 대학재정 확충 노력과 함께 국가장학금 제도를 보완해 학부모와 대학 모두 부담을 덜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간 경쟁력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지역대학 육성 어떻게 할 것인지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간 교육여건의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지역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투자, 기업의 채용문화 개선, 대학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이와 관련해 교육부도 강력한 의지를 표방한 만큼 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교협은 앞으로 회원대학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지역대학 발전을 특성화와 연계하여 추진하고, 지역대학 발전을 통해 지역 간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지역 우수 인재들이 경쟁력 있는 지역대학에 진학하여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고교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관심사는 입시제도일 것 같습니다. 최근 복잡한 입시 전형과 입학사정관제 등이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주는 입시 제도는 대교협 차원에서 과감하게 개선·보완할 계획입니다. 특히 3000개에 이르는 입시전형 수를 대폭 줄이고 이해하기 쉽도록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입학사정관제의 단점도 보완하겠습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을 부추기고 고소득층과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제도 자체를 폐지해서는 안 됩니다. 입학사정관제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해 공교육 내실화를 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변화의 시기에 앞으로 대교협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입니까.
"한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위기라는 큰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정부 출범과 더불어 한국 고등교육의 변화와 발전방향을 재정립해야하는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대교협 회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회원대학인 201개 4년제 대학 총장님들과 긴밀히 소통해 한국대학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대교협이 설립 초기 초심으로 돌아가 회원대학의 어려움을 보살펴드리고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도 긴밀히 협력해 얽히고설킨 대학 현안들을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서거석 대교협 회장은
- 끊임없는 혁신 전북대 위상 높여
서거석 회장은 2006년 12월 전북대 총장에 취임한 이후 구성원들의 재신임을 받아 7년째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끊임없는 대학 혁신을 통해 전북대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中央)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소년법학회 회장과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회장, 국·공립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분야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정부 새만금위원회 위원, 전북발전협의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 4년제 대학 총장으로 구성…교육 질적 향상 도모
전국 201개 4년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1982년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 총장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최근에는 대학 정책 제안 기능은 물론 대학입시와 대학평가 등의 업무도 함께 맡는 등 업무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한국 4년제 대학들의 실질적인 대의기관이라 할 만큼 위상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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