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에 대한 인식과 재구성
■ 제시문〈1〉 세기 근대 역사주의를 주창한 랑케(Leopold von Ranke)는 이전의 자의적인 역사연구와 서술을 부정하고 엄격한 사료 비판에 근거한 객관적 서술을 지향하여 역사학을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리려고 하였다. 그는 17~18세기를 통해 발전되어 온 사료 비판의 방법을 종합하여 본격적인 역사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는 고문서 자료 등 1차 사료를 더 신뢰하면서 이를 면밀히 분석하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눈으로 당시를 바라볼 수 있다고 믿었다. 즉 과거에 '사실(fact)'이 엄연히 존재하였으므로, 역사가는 그것이 기록된 문서를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당시의 상황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랑케는 주관과 객관 사이의 간극을 사료 비판과 직관적 이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역사가는 사료의 언어를 감정이입을 통해 이해함으로써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이에 반해 콜링우드(Robin Colling-wood)는 역사적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자료를 객관적으로 수집하고 탐구하여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과학이라면 역사는 이러한 과학과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실'이라는 과거는 역사가에 의해 구성되고 그 의미 또한 역사가에 의해 부여되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의 시점에서 볼 때 실존적이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는 관념적일 뿐이다. 역사가가 알 수 있는 과거는 사료를 통한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역사가는 과거에 대해 매개적이고, 추정적이며, 간접적인 인식 이상을 가질 수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역사적 사실은 항상 오염되어 있어서 과학적 객관성을 획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역사적 의미 역시 그 과거에 대해 제한된 인식을 가진 역사가에 의해서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 사실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해진다. 명백한 증거를 기초로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파악되는 역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역사는 역사가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될 뿐이다.카(E. H. Carr)에 따르면 역사가는 '가위와 풀의 역사', 다시 말해 단순히 과거 사실을 기계적으로 편집하는 역사를 쓰거나, 현재의 목적을 위해 과거 사실을 주관적으로 왜곡하는 오류를 모두 피해야 한다.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 간의 관계에서 역사가들은 외견상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역사가는 역사를 사실의 객관적 편집으로 보아 사실이 해석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이론과, 역사를 역사가의 주관적 마음의 산물이라고 보아 역사적 사실을 확립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이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역사가는 무게중심을 과거에 두는 역사관과 현재에 두는 역사관 사이에서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보기보다는 덜 위태롭다. 역사가는 사실 앞에 비천하게 무릎 꿇는 노예도 아니고, 사실을 지배하는 폭군적인 주인도 아니다.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관계는 평등하다. 즉 주고받는 관계이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연속적인 상호작용이고,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2013학년도 고려대학교 모의논술 지문〈2〉 문학인 인간의 경험을 언어로 형상화한 예술의 한 갈래이다. 여기서 인간의 경험이란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사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인간의 정서적 심리적 반응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이 다루는 경험은 인간의 경험 중에서 작가나 독자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경험으로 한정된다. 이러한 경험을 언어라는 매체로 표현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 바로 문학이다.문학의 세계는 허구의 세계이다. 다시 말해, 문학의 세계는 작가의 상상력과 공상이 빚어낸 가상의 세계이다. 하지만 문학의 허구는 독자에게 사실처럼 여겨진다. 문학은 허구를 다루지만, 그 허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참된 가치나 올바른 삶의 방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문학을 창작하고 수용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를 문학으로 형상화한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 인간과 세계의 숱한 갈등, 사회 현실이 지니고 있는 모순, 속세에 대한 부정과 자연에 대한 갈망 사물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 등이 문학 속에 표현된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하며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꿈꾼다.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떠올려 보자. 이 시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민족 현실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민족의 독립을 강렬하게 염원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인이 노려하는 이러함 염원은 문학이 인간의 삶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꿈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학에서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작가는 사건이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혹은 사물의 한 측면을 의도적으로 과장하거나 은폐할 수도 있으며,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삶과 현실을 창조적으로 변형하려는 꿈을 실현한다. 따라서 문학의 허구 속에는 사실 이상의 진실이 담겨 있으며, 문학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이나 가치 지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과서 문학(상)〈3〉 신문이 진실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설명이 필요 없는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실 보도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전적으로 보도 활동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양심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기자가 정의감에 불타 있으면 진실 보도에 과감하고 그렇지 않으면 곡필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보도의 책임을 전적으로 기자들의 문제로 보는 것은 지극히 피상적 견해임을 면치 못한다. 물론 진실 보도를 하고 안 하고의 책임이 기자 쪽에 있다는 말 자체에 잘못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실 보도가 안 되는 이유를 전적으로 기자들의 윤리 문제로 해소시켜 버리는 것은 신문 제작의 현실을 모르는 불충분한 견해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전체적인 안목으로 보아야 하며 무엇이 근거이며 무엇이 조건인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준칙을 강조하는 까닭은 문제를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거나 또는 새로운 것 대신 낡은 역사적 가치의 측면을 보고, 근거를 조건으로 조건을 근거로, 즉 중요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뒤바꾸어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의 신문방송학과에서 배우는 것처럼, 기사 작성의 기술이 미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특정 문제를 보도하는 데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진실 보도가 아니다'라고 할 때 그것이 A를 B라고 보도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님을 말할 것도 없다. 사실에 입각해 보도하면서도 어느 특정 면을 확대시킨다든지, 발전적이 아니고 낡고 소수를 위한 전시대적 가치의 편에서 보도한다든지, 중요한 점이 아닌 면을 중요한 것처럼 확대시킨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즉, 세상에서 중요한 문제로 보고 또 정확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기대되는 보도일수록 진실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외부세력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송건호, 〈진실 보도의 어려움〉쟁점 논제1. 논술 논제〈1〉의 내용을 바탕으로 〈2〉와 〈3〉에 나타난 '사실'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900자 내외) *보낼 곳: nettesvoll@hanmail.net*논제 발문과 지문〈1〉은 2012년 6월 9일에 실시한 고려대학교 모의 논술과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입학처 홈페이지 자료실 기출문제에 가시면 수험생에게 많은 도움이 될 논술자료집을 볼 수 있습니다. 2. 면접 논제역사적 사실이 주관적이라고 할 때, 그 의미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해 보시오.역사는 완전한 객관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이 생각을 말하시오.(친구와 함께 묻고 답해보세요.)쟁점 확대하기1. 역사라는 말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과거에 있었던 사실'과 '조사되어 기록된 과거'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역사는 '사실로서의 역사'(history as past)와 '기록으로서의 역사'(history as historiography)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전자가 객관적 의미의 역사라면, 후자는 주관적 의미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사실로서의 역사는 객관적 사실, 즉 시간적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모든 과거 사건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역사는 바닷가의 모래알같이 수많은 과거 사건들의 집합체가 된다.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역사가가 이를 조사하고 연구하여 주관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역사가의 가치관과 같은 주관적 요소가 개입하게 되며, 이 경우 역사라는 말은 기록된 자료 또는 역사서와 같은 의미가 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운다고 할 때, 이것은 역사가들이 선정하여 연구한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2. 문학에서 '사실'을 처리하는 방식은 허구의 세계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1〉의 랑케의 관점보다는 콜링우드나 카의 관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문학의 형상화는 사실을 새롭게 재구성하였다는 점에서 콜링우드의 견해와 연관됩니다. 또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카의 견해와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3. 〈3〉에 따르면 신문에서 '사실'을 처리할 때에는 이해관계에 있는 외부세력 때문에 사실 그대로의 진실 보도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은 〈1〉의 랑케, 콜링우드, 카의 관점 모두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그 연관이 논리적이어야 하며,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입니다. 쟁점 기출문제[2009 연대 정시]제시문 (가)와 (나) 가운데 역사 해석의 관점으로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를 선택하고, 그 입장에서 다른 제시문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의하시오. (800자 내외, 30점) [2008 성균관대 모의]1. 아래의 세 〈제시문〉의 논지를 각각 요약하시오. 2. 아래의 세 제시문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입장에서 다른 두 입장을 비판하시오.3. 아래의 〈자료 1〉과 〈자료 2〉는 역사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세 제시문 중 하나에 근거하여 설명하시오.4. 아래의 세 〈제시문〉에 나타난 인식의 객관성 또는 상대성 문제와 관련하여 '역사에 대한 이해'와 '자연 현상에 대한 이해'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쟁점 관련 도서1. 카, 〈역사란 무엇인가〉2. 강준만,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쟁점 관련 영화1. 크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체인질링〉2. 이안 감독, 〈라이프 오브 파이〉학생 글과 교사 총평1. 학생 논술문인간이 만들어 낸 '사실'이라는 단어는 고도로 상징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나름대로의 진화를 거치면서 오늘날의 지위에까지 도달하였다. 진화의 산물에 걸맞은 사용자에 따라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영리한 분이시다. 우선 문학 속에 나타난 사실이란 분은 랑케의 근대 역사주의와 만나 인간의 소망이나 가치 지향으로 사유를 입고 등장한다. 마치 랑케의 1차 사료와 같은 직접적인 인간의 경험과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를 객관적인 언어라는 형식을 통하여 재현된다. 또한 주관과 객관의 간극을 더 나은 삶에 대한 사실로서 매워져간다. 독자는 감정이입은 통해 이해함으로 문학 속에 담긴 투사된 객관적 사실을 분석하고 이해하면서 깨달을 수 있다. 다음으로 사실은 신문과 만나 모습이 바뀐다. 신문 속 사실은 콜링이 말했듯이 그대로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기자는 사건에 대하여 매개적이고 추상적이며, 간접적인 인식 이상을 가질 수 없다. 다시 말해 사실은 항상 오염되어 기자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그 사건에 대해 제한된 인식을 가진 기자에 의해서 사실의 범주가 한정되고 만다. 명백한 사실을 기초로 쓰여진 사건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자의 의식 및 이해관계에 얽매인 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의 대립들은 카가 말했듯이, 기계적 편집과 주관적 오류의 적절한 줄다리기를 통하여 완충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의 사실들은 객관적인 명확한 사실과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등의 다양한 사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각각 여건에 맞추어 해결해 나간다면 더욱 참된 사실에 가까워 질 것이다. 또한 판단을 내리는 개인의 능력도 우위를 점한다. 정보가 아무리 왜곡되었더라도 받아들이는 개인에 따라 사실 인식이 객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며 그로써 가치를 인정받는다. 예를 들면 중동의 자스민 혁명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왜곡된 언론과 매체, 정부기관의 명령 등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자각하여 그 상황 속에서 가장 적합하다 여겨지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나가 인정받았다. 사실 인식은 객관적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전주해성고 3학년 유창규2. 교사 총평평가의 한 방법으로 시행되는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제가 요구하는 바에 부합하게 쓰는 것입니다. 이 논제에서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실'을 보는 관점을 기준으로 〈1〉의 관점을 3가지로 명확하게 분류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2〉의 문학과 〈3〉의 신문에 나타난 '사실'에 대한 관점의 기준을 세울 수 있지요. 여기서 '사실'을 다루는 주체, 즉 역사가, 문학가, 기자의 존재를 인식하였다면 생각의 가지를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독해력〈2〉 문학의 사실을 랑케의 관점과 연관 지은 점에 무리가 있습니다. 우선 〈1〉의 관점을 분류, 정리하지 않은 채 논의를 전개하다 보니 기준이 없어 이러한 오류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논제는 한 단어, 한 어구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주의깊게 분석해야 합니다. 이번 논제는 '〈1〉의 내용을 바탕으로'하라고 하였지요. 즉 '사실'에 대한 관점이 〈1〉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먼저 간단 명료하게 정리한 후 〈2〉와 〈3〉에 나타난 '사실'에 대해 논의를 전개해야 합니다. △논리력논제에서 제시한 '사실'의 개념과 유창규 학생이 생각하는 '사실'의 개념에 간극이 있어 논제의 초점에서 멀어졌습니다.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이 아닌 '사실'을 기술하고 서술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 편에서 논리를 전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자스민 혁명과 같은 구체적인 근거를 뒷받침하여 논증하려한 점은 높게 평가합니다.△표현력'사실'을 의인화하여 표현하였는데요, 이러한 의인화는 감정적인 표현으로 논술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문장 구사력이 정확합니다. 단락의 구성에 있어 완성도가 있고 글 전체적인 구성에서도 안정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