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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있다. 그러나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산업혁명이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일어나기 전에 한 때 중국이 세계 GNP의 1/3을 차지했었다고 경제사학자들이 평가하는 점은 그 한 예이다. 이는 지금 잘사는 나라가 앞으로도 계속 잘사는 나라로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국가가 다 잘살기를 원할 턴데 왜 지구상에는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존재할까?인류의 긴 역사를 놓고 보면 기술의 혁신과 창조적 지식의 창출이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 생산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개발한 나라가 잘살았다. 그러나 산업혁명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생산체계를 운영한 나라가 부유했다. 생산활동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원료의 공급과 제품 수요의 과정에서 생산연계가 잘 이루어지고 작업과정에서의 학습이 잘 이루어지는 생산체계를 운영하는 나라가 잘사는 나라였다. 1960년대에 구소련의 대규모 콤비나트는 이러한 생산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사례라 볼 수 있다.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는 효율적인 생산체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제 시장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나 방법이 발달한 나라가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효율적인 생산체계만 중시한 구소련의 경제가 약화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구소련에서 효율적인 기업체계를 운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1990년대 이후부터는 효율적인 생산체계와 기업체계를 통합하여 경제주체들이 상호 연계되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체계가 발달한 나라가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결정짓는 이와 같은 요인의 변화는 바로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을 구분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공업단지를 개발하여 생산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였다. 당시 중화학공업단지가 개발된 지역은 오늘날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하였다. 1960년에 인구 2만대의 소규모 도시에 불과했던 울산이 광역시로 성장한 것이나 구미, 창원 등의 중화학 공업도시가 성장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지역은 연구개발을 통한 새로운 기술개발과 혁신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낙후될 수 있다. 또한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체계가 발달되지 않았더라도 창조적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기반이 구축되면 지역의 성장동력이 마련될 수 있다. 비록 과거에 못살던 지역도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역의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생동감이 넘치고 경제가 발전하여 잘사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업화시기에 낙후되었던 지역이 지식정보사회에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여 지역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수 있다. 지난 50여년의 세계 경제활동공간변화의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지식정보사회에 이러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통하여 잘사는 지역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창조적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사람에 대하여 투자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들이 양성되고 이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지역이 바로 장차 잘사는 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못사는 지역이 잘사는 지역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인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지속적인 인력의 훈련과 재훈련 기회의 마련, 고령사회에 대비한 퇴임인력의 재교육과 활용,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주거환경의 조성, 지역 특유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 주요 경제주체들인 산-학-연-관의 협력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공업화과정에서 낙후되었던 지역은 창조적 인력양성을 통해서 잘사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박삼옥(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지리학과 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봉하마을을 향한 애도 순례행진이 끊일 줄 모르고, 전국 방방곡곡 분향소마다 눈물의 조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분향소보다 훨씬 많은 분향소가 시민들의 손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서울 도심 한복판 넓은 시청광장을 철통같이 막아놓은 경찰버스 행렬, 그리고 대한문 앞 좁은 보도 한쪽에 놓인 분향소와 길게 늘어선 조문객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애도 분위기를 더욱 처연하게 만들고 있다.노 전 대통령은 한 달 전쯤 자신의 홈페이지에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고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그가 죽음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고 나자 그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확산되고 있다.이러한 배경에는 과거 전직 대통령들이나 유명 정치인들과 비교할 때 그가 과연 벼랑 끝으로 몰릴 만큼 모욕을 당하고 부패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만한지에 대한 반문과, 생전에 그를 좋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의 정치적 목표와 진정성에 대해 대부분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추구한 것이 모두가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우리 정치 현실에서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인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맞선 대표적 정치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는데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90년 3당 합당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했고, 매번 고배를 마시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지역주의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뚝심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까지 만들어냈다.그는 원칙이 성공한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준 정치인이다. 대통령 임기 중에도 계속된 지역주의 타파 개혁은 아직 미완인 채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지만, 이것은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지고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지역주의 타파 노력이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정치문화로 발전했다는 점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그의 소신과 원칙은 '노사모'라는 열성 팬들의 모임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막대한 자금과 인력 동원 없이도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정치가 가능한 전례 없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를 배격한 '노무현의 도전'은 퇴임 이후 시골 고향에 내려가서도 그대로 투영돼 평범한 서민으로, 밀짚모자를 쓴 시골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새롭게 각인되기도 했다. 물론 노무현식 새로운 정치 실험은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재임 중에도 보수는 물론 진보의 공세에까지 시달려야 했고,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평가절하를 당하기도 했다.그가 없는 지금,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없는 사회"를 주창하면서 대한민국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한 그의 신념과 철학은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눠 가져야 할 몫이 되었다. 정부는 국민을 아프고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살펴봐야 하고, 여야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단체들도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애도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말없는 다수, 우리 국민들이 앞장서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때다./이길형(CBS방송본부장)
'박연차 게이트'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박연차라는 영남지역의 한 통 큰 기업인이 사업하면서 주변에 마구 돈을 뿌리고, 그 돈의 댓가로 다시 기업을 더 키운 과정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세간에서는 요즘 박연차씨가 뿌린 검은 돈을 '연차수당'이라 희화화하며 그와 다소 안면이라도 있는 사람중에 돈을 못 받은 인사를 ''연차수당'도 받지 못한 '허당거사'라고 비아냥댄다고 한다. 실소를 금치 못할 노릇이다. 그의 이번 행각이 과거 한국의 재벌기업 총수들이 수백억원대의 뇌물을 '통치자금'이란 미명아래 대통령에게 청와대에서 직접 상납하고 대신 각종 사업적 특혜를 누린, 우리 기억에도 생생한 5공및 6공화국 비리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 하겠지만 죄질로 보아서는 오십보 백보임에 틀림없다.나는 이번 사건이 검찰수사로 하나씩 실체를 드러내는 것을 보며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적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일부의 비판 때문만은 아니다. 정경유착 탈피와 특권배제라는 도덕적 가치를 앞세워 집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핵심 피의자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기도하다. 사법적 유죄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멀리 김해로부터 한양천리까지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노 전대통령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일 터이다. 한때 그 분을 곁에서 보좌했던 필자로서도 유감스럽기는 매한가지다.하지만 마냥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 같다"며 정치권을 싸잡아 욕지거리를 해댄다고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이 뿌리뽑히는 것은 아니다. 우린 싫든 좋든 다시 선거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을 뽑아야하며 그들이 다시 나라를 좌지우지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린 사태의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그 배경을 살펴볼 수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에게 너무 과도한 권력이 집중된 현재의 '5년단임 대통령중심제'라는 통치시스템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이미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인사들이 지적한 바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지난 해 11월 "세계화정보화로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한편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모든 운명을 한 사람에게 책임지우는 현재의 대통령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의회의 강력한 견제 없이 비상대권을 갖고 있고, 검찰경찰감사원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현 대통령제는 미국과 달리 권력이 집중화된 기형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은 결국 망명, 재임중 자식 구속, 임기 후 구속 등 자기파괴적 현상을 초래했다"며 "국가와 안보는 대통령이, 경제와 일반 행정 등 내치는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총리가 각각 나눠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OECD 국가중에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더구나 한국처럼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이 군림하는 나라는 독재가 판치는 후진국에나 존재할 뿐 선진국중에는 사실상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분권형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통령 1인에게 통치권의 모든 것이 집중된 한국의 대통령제는 아무리 대통령 본인이 자제하고 조심한다고 해도 부패와 독직, 인사전횡의 적폐가 재발할 수 밖에 없음을 이번에 노 전 대통령이 여실히 보여주었다.노 전대통령은 임기를 1년여 앞둔 2007년1월9일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내세운 원포인트 개헌을 제창했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은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국회의원 선거와의 주기차이로 인한 국정불안정 및 선거비용 과다▲단임제의 폐해 등을 내세워 정치권의 수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야당과 보수언론은 ▲정계개편과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략적 발상▲대선판도 개입의도설 등을 내세워 극력 반대했다. 결국 차기 정부 출범후 개헌논의를 한다는 정치권의 합의를 조건으로 노 전 대통령은 그해 4월14일 개헌안을 철회했다.그러나 정치권은 당시의 약속을 팽개친 채 지난 1년을 허송했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당시의 약속을 지켜야한다. 내각제냐, 대통령 4년 중임제냐는 국민다수의 뜻에 따르면 될 일이다. 그 길만이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참 된 교훈이다./윤승용(전 청와대 홍보수석)
오월이다. 참으로 눈부신 계절 오월이다.산과 들, 온누리에 싱그러운 새순이 돋고 화려한 봄꽃과 새들의 노래 소리가 절로 기쁨을 샘솟게 하는 계절 오월이다. 계절의 여왕, 청춘의 계절, 생명의 달 등등. 오월에 대한 찬사와 오월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글들은 셀수도 없이 많고 그 표현의 훌륭함과 적확(的確)함에 대해서 감히 견줄수도 없는 필자의 필력으로는 오월의 아름다움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무리 일런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월을 찬(讚)하지 않을 수 없다. 오월은 솜털 보송보송한 청소년의 청순함과 발랄함이 피어나는 계절이고,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동식물의 생기가 피어나는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다.오월은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새로운 의욕이 샘솟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닌 달인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오월에는 무슨 무슨 기념일이 참으로 많다. 1일 노동절로 부터 시작해서 5일에는 어린이날, 8일에는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날, 19일에는 발명의날 등등 있는가 하면 21일은 부부의날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둘이서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그리고 부처님 오신날도 오월에 들어 있다. 오월의 기념일은 이들외에도 수없이 많아 여기서 일일이 다 열거 할수 없다. 아예 오월은 통째로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오월에는 각종 기념행사와 나들이 기회도 참 많다. 모든 기념일마다 기념식과 기념행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이때마다 여러종류의 표창과 상훈이 많은 이들에게 주어진다. 그뿐인가, 각종 공연과 음악회, 전시회, 체육대회 등등이 수도 없이 개최가 되고 이런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마다 오월의 아름다움을 빠뜨리지 않는다.올해에도 어김없이 오월은 찾아왔고 온 산하가 연초록색 신록으로 새단장을 하고 있다. 매년 그러하듯 곳곳에서는 연례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기념식과 축하행사가 열리고 또 열리고 있다.이 많은 행사들, 이 자리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축사와 기념사들, 그리고 유공자들에게 주는 서훈과 찬사들을 보면서 필자의 상념은 또 깊어만 간다. 이 하나 하나의 행사와 기념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그 뜻을 진정으로 기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매년 돌아오는 행사이다 보니, 기념일이다 보니 의례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없을까?어린이날에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한 우리의 역할과 과제를 생각하는 부모, 어버이날에 진심으로 효(孝)를 생각하는 자녀, 스승의날에 스승에게 마음으로 부터의 고마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파릇파릇 신록이 자라고 참으로 눈부신 철쭉이 피는 오월에 이들 기념일을 정한 뜻을 우리는 얼마나 헤아리고 있는 것일까? 또 하루 기념행사가 끝났으니 내년에 다시 같은 날을 맞을때까지 그런 기념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지내지는 않을까?먼 타향에서 고향쪽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어릴때의 오월을 생각하면서 공연한 상념에 젖어본다./박철곤(前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대학은 미래발전의 온상이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발전은 대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루어졌다. 흔히 대학은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으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과 더불어 연구와 지역사회발전의 세 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세 가지 기능 중 어떤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가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1970년대 이전에 대학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을 중시하였다. 소위 주입식교육만으로도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대학은 상아탑의 사고 속에서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쉴 새 없이 개발되고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제품의 수명이 매우 짧아졌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도 중요해졌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 우리가 BK사업, 누리사업 등 연구와 대학원생의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최근에 대학의 연구기능을 강화한 결과 연구들이 국제학술지에 출판되어서 한국대학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그런데 이러한 단기적인 연구활동의 강화과정에서 학부의 창의적 교육이 소홀히 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연구비의 혜택으로 연구성과가 나오고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이 활성화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수들이 연구비 때문에 논문편수를 늘리는 수적인 연구 성과만 집념하다보니 정작 학부의 창의적 교육이 소홀히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지식정보사회에서는 교육이나 연구 중 어느 하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 및 지역사회발전의 세 기능이 상호 연계되어 상승효과를 내야 한다. 이제 교육은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의 육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창의적인 교육은 창의적인 연구와 동행하여야 한다. 또한 창의적인 연구결과는 사회에 필요한 신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신산업의 발전은 다시금 창의적인 연구와 교육을 활성화하는 동력이 되어 교육, 연구, 지역발전의 세 기능이 상호 유기적으로 상승작용하게 된다.이제 대학연구에서 논문편수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연구를 통하여 창의적인 교육을 활성화하도록 변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상아탑의 안일한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사회를 창의적인 시민사회로 변화시키는 중심이 되도록 지역사회와 호흡을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최고 경영자과정, 최고기술과정 등 재정확보를 위한 교육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기술의 확산과 산업화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다.대학이 세 기능을 조화롭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 및 창의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이 똑같은 학과를 설치하고 일률적인 교육을 한다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대학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대학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학과도 특화해야 하고 교육방법과 연구분야도 차별화해야 한다. 대학이 위치한 지방의 특성을 살려서 특정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분야의 산업과 대학으로 특화한 인도의 방갈로는 좋은 예가 된다.대학이 변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변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지 않고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대학의 창의성과 다양성은 죽어간다. 정부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대학이 연구와 교육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내에서도 대학 집행부는 교수들이 창의적인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데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대학이 변하여 자율과 창의적으로 세 가지 기능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을 때 지역과 국가의 미래가 밝게 될 것이다.
이렇다 할 특산물도, 관광자원도 없던 전남 함평군이 해마다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관광 함평'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나비축제>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입장료 수입만으로 100억 원을 벌었다고 하니 축제의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전국은 지금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을 맞고 있다. 뉴스와 광고를 통해 하루걸러 새로운 지역축제들이 소개되면서 축제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계절적으로 봄가을에 축제가 몰릴 수밖에 없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행사들이 과연 진정한 축제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의문이 든다.전국에서 1년 동안 펼쳐지는 축제 행사는 천여 개 가까이 된다는데, 이 가운데는 이름도 내용도 비슷비슷한 축제가 상당수에 이른다. 축제에 벚꽃이나 진달래, 철쭉, 단풍 같은 이름을 붙인 것이 수십 개이고, 사과, 딸기, 수박, 주꾸미 등 지역의 특산품 이름만 붙인 축제도 수두룩하다. 전북도 예외가 아니어서 해마다 50여 개의 지역축제가 펼쳐지고 있고, 이 가운데 4분의 1 가량은 단순히 특산물 위주의 행사라고 한다.물론 축제가 지역 홍보와 더불어 지역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양시키는 긍정적 의미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요즘의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효과 창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다 할 차별성을 찾을 수 없는 행사가 난립하다 보니 축제가 다양한 역사와 문화체험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는커녕 여전히 먹자판, 놀자판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어 안타깝다.철따라 바뀌는 자연환경의 볼거리나 특산물을 보고 즐기는 행사라면 굳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나서서 '축제'라는 거창한 명칭을 쓰지 않더라도 주민들이나 관련 단체들이 직접 홍보하고 가꿔나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몇 년 사이 우후죽순처럼 축제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지역별 경쟁 심리도 있겠지만 민선이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홍보와 치적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단체장 얼굴 내밀기 행사에 자치단체들이 막대한 선심성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오죽하면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축제지원 예산의 비율을 낮추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중앙정부의 개선방안까지 나왔겠는가.나비축제를 성공사례로 일군 함평군은 행사를 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군민소득 증대를 위해 유채꽃 축제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유채꽃으로는 경쟁력과 차별화를 기할 수 없어 친환경지역임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나비를 테마로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나비축제는 지금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명품축제로 자리 잡았고, 이것은 함평군의 주요 소득원으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이제는 지역축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겉치레만 요란한 알맹이 없는 축제를 연례행사라고 해서 계속할 필요는 없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추지 않은 축제는 과감히 줄이고 역사와 문화, 체험이 어우러진 대표축제, 명품축제를 육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자치단체와 전문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존의 축제를 세밀하게 재점검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이길형(CBS방송본부장)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마침내(?) 마이크를 놓았다. 아니 잘렸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구축해온 특유의 촌철살인 20초짜리 클로징멘트에서 "회사결정에 따라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중략)할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라고 소회를 피력했다. 평소 그의 클로징멘트 팬이었던 난 그의 정말 마지막 클로징멘트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먼저 고백하자면 신 앵커는 나의 고교, 대학 선배이자 언론계의 선배이다. 또한 9.11테러가 나던 시절 함께 워싱턴 특파원했던 사이이기도하다. 물론 난 요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의 앵커멘트보다 언론인 신경민을 더 흠모하는 편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신 앵커는 이제 정치인으로 변신한 정동영 전 장관과 1990년대 까지만 해도 MBC의 내로라하는 차세대 스타 앵커였다. 고교, 대학 동문인 둘은 함께 MBC에 입사해 앞서거니 뒷서거니 주요 간판 뉴스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우리 전북의 자랑이었다. 언론계에선 전북에서 많은 언론인이 배출된 데 더해 유명 앵커가 다수 발탁된 게 자주 화제로 오르곤한다. 실제로 KBS와 MBC의 저녁뉴스 앵커의 대부분을 전북출신이 맡았고 현재 KBS 박영환 앵커와 MBC의 박혜진 앵커우먼 전북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신 앵커와 정 전장관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둘의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순발력이나 언변은 정 전장관이 앞섰지만 중후함과 사건의 이면에 담겨있는 사회적 의미를 파헤치는 집요함등에선 신 앵커나 탁월했다. 혹자는 정 전장관이 타고난 방송인이었다면 신 앵커는 다분히 후천적 노력으로 정상에 오른 경우라고도 했다. MBC에서 먼저 빛을 본 것은 정 전장관이었지만 그가 정치권으로 입문한 후엔 신 앵커가 뒤를 이었다.신 앵커의 다소 현학적인 멘트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지만 난 충분히 그 행간을 이해하는 편이다. 평소 그의 철학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향 전북의 알아주는 문벌가 출신이다. 신석정 시인이 그의 작은 할아버지이며 선친 신현근은 전북일보 편집국장과 주필, 전북도민일보 사장을 역임한 전북 언론사의 거목이다. 어릴 적부터 책을 가까이해서인지 매우 박식하지만 항상 두 번 생각하고 움직이는 선비형 인간이다. 때문에 난 그가 지난 군사정권시절 MBC노조가 파업투쟁할 때 최선봉에 서지 않은 데 대해 후배들이 질책할 때 "인간을 보고 평가하자"며 변호했었다. 역시 이 같은 이력 탓에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씨(현 민주당 의원)가 사장이 됐을 때 그는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잣대에 비추어 사리에 어긋나다 싶으면 항상 할 말은 하는 말 그대로 딸깍발이였다. 수차례의 해외연수와 특파원을 했음에도 골프도 안배운데다 술, 담배도 안한다. 그는 현 MB정권 못지 않게 과거 참여정부에도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내 기준으로 보면 그는 자신의 주전공인 외교 안보분야를 제외하곤 다소 보수적인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이념적 패러다임은 클로징멘트의 "제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라는 문구에 잘 나타나있다. 진보적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평균과 상식을 존중하는 건강한 중도인인 것이다.바로 그처럼 '평균적 상식인'인 그가 이번에 사실상 정치권의 외압에 휩쓸려 앵커직을 내놓았다. 현 정권을 까칠하게 평했던 그의 클로징멘트가 결국은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 1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앵커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만 하는 동안 하루하루 열심히 하겠다"고 몇 달후의 결과를 예측했었다.신 앵커의 중도하차(앵커를 13년 한 엄기영사장에 비하면 엄청난 단명이다)는 전북출신 한 언론인의 불명예이기 이전에 한국 언론으로서도 불행한 역사로 남을 것이다.각설하고 신 앵커같은 건전한 중도보수마저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 한국사회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쿼바디스 코리아./윤승용(전 청와대 홍보수석)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남부 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다소 철이 지나 꽃이 지거나 져가고 있지만, 전국이 가히 벚꽃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벚꽃에 덮여 있고, 곳곳에서 벚꽃 축제, 벚꽃 놀이로 떠들썩하다. 쭉 뻗은 교외의 신작로, 잘 가꾼 공원과 유원지는 물론 산과 들, 학교와 골프장까지 어느 곳이 더 벚꽃으로 화사해 지는지 경쟁하는 듯하다.벚꽃은 하나 하나의 개체는 그리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여러 작은 꽃들이 모여 이루는 군화(群花)는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답다.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오는 여러 화신(花信)들 중에서도 가장 확실하게 봄을 알리는 벚꽃,대부분의 봄꽃들이 풀이나 작은 나무에서 피는데 비해 쉽게 자라는 큰 나무에서 피는 벚꽃은 나무 하나 하나가 큰 꽃송이가 되어 몇 그루만 있어도 일대가 커다란 꽃밭이 되는 듯 그 화려함이 발군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다투어 벚꽃을 심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전국이 온통 벚꽃밭이 된 듯하다. 또, 이러한 특성이 일본 국민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 하여 일본의 국화(國花)로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벚꽃이 일본의 국화라 하여 벚꽃을 배척하거나 그 아름다움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확실하게 봄을 색칠하는 그 화사함을 실컷 감상하고 즐기면 된다.다만 최근의 봄 풍경과 관련하여 몇가지 상념을 떨칠 수는 없다.봄이되면 전국에서 벚꽃축제가 많이 열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꽃축제가 수없이 열린다. 산수유 축제, 진달래 축제, 철쭉제 등등 참 다양한 축제들이 지자체 주관으로 열린다.그러나 벚꽃과 이들 꽃들이 앞다투어 수놓는 우리네 강산의 풍경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이 바뀐 듯하다. 내가 어릴적 부르던 동요 "고향의 봄"에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라고 하여 지금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는 꽃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고향의 대표꽃이 바뀌고 고향의 봄 풍경이 바뀐 것이다.봄 풍경이 바뀌었다 하여 그 또한 좋다 나쁘다 할 일은 아니다. 세월이 가면 강산의 모습도 바뀌는 것이니까.그래도 단 하나 속 좁은 필자의 바램은 남는다. 어느 일부 지역에서라도 축제를 벌이는 꽃 옆에 우리꽃 무궁화도 함께 심는 성의를 바랄 수는 없을까? 봄 꽃들의 축제가 지나간 자리에 질박하지만 끈질긴 우리 민족같은 무궁화가 주인공이 되는 여름 꽃 축제는 불가능할까? 그러기 위해서 무궁화를 더 화려하게 개량하는 노력도 해야겠지?먼 타향에서 고향 집앞 복숭아나무에 복사꽃이 피던 고향의 봄을 생각하면서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박철곤(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현재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가 바로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세계화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준다. 세계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은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동안 미국의 신자유주의식 경제운영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미국주도의 세계경제질서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아시아의 세기(Asian Century)', '차세대 세계화'라는 어구는 바로 이러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다. 이번 세계경제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세계경제 리더쉽이 상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경제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전과 같지 않고 세계경제는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세계경제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세계경제에서 아시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지난 10여년동안 아시아 경제의 급성장은 중국경제의 급성장에 힘입은 바 크고, 중국경제의 급성장은 다국적기업의 투자와 밀접히 관련되어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는 세계의 공장지역에 불과하며, '아시아의 세기'가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세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그러나 과연 아시아지역이 세계의 공장지역에 불과하며 아시아의 세기는 틀린 것인가? 필자는 달리 본다. 이는 앞으로 변화를 이끌 기술지식의 창출을 나타내는 특허자료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각국의 특허자료를 신빙성 있게 비교하기 위하여 미국, EU, 일본에 공동으로 특허등록을 한 특허건수를 살펴보면, 1995년에 미국이 세계의 34%, 유럽은 세계의 36%를, 아시아지역은 세계의 26%를 차지하고 있어서 아시아지역은 크게 뒤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10년후인 2005년에는 미국과 유럽은 각각 그 비중이 31%이고 아시아지역은36%로 이제 세 지역에서 가장 큰 비중이다. 이는 아시아지역은 이제 단순히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통한 세계의 생산지역으로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러면 이러한 아시아의 기술지식 급성장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나라는 어디인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1995년에 미국, EU, 일본 3개지역에 공동의 특허등록을 한 세계특허등록건수의 0.9%밖에 차지하지 못했으나 10년후인 2005년에는 5.4%를 차지하여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한국은 세계경제구조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출을 통한 새로운 산업의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지식 창출의 능력은 바로 자원, 인구, 국토면적에서 보잘 것 없지만 현제 세계 13대 경제대국에 속하고 앞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현재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하여 수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 어려움은 곧 지나갈 수 있다. 현재의 위기 극복과 더불어 앞으로 세계경제재편에서 한국이 해야 할 역할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앞으로 소위 '아시아 세기'를 현실화시키고 세계경제재편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 경제력이나 지적 재산권의 위상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의 인재들뿐만 아니라 외국인재들이 마음 놓고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즉, 인재의 국제적 순환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그 인재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방으로도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인재들이 지방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공간, 지방에서 살기 원하는 공간, 지방에서 일하기 원하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지방의 교육과 주거환경의 획기적인 개선과 더불어 지역혁신환경이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박삼옥(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지리학과 교수)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출세작 <위대한 게츠비>만한 후속작품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았다. 요즘의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던 그는 평생 동안 160여 편의 단편을 썼는데, 그 작품들은 대부분 문학잡지가 아닌 대중잡지에 발표했다. 그쪽이 훨씬 고료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원고료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는 그렇게 발표된 작품 중 하나이다. 발표 당시에도 이 작품은 문학적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 독자의 편지, "내 평생 허풍치고 뻥치는 소리를 꾀나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까지 본 뻥쟁이 중에서 선생님이 최곱니다."라는 것은 그의 작품이 얼마나 흡인력이 강했는지 알 수 있다.수십 년이 지나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1860년 어느 여름날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아이 벤자민. 아버지에 의해 양로원 앞에 버려지는 대신, 원작에서 벤자민은 아버지 집으로 가서 자라고,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더욱 크게 키워 아들에게 물려준다. 사랑했던 아내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편을 못 견뎌 떠나고, 아들은 어느 날 말한다. "남의 눈도 있으니 이젠 날 삼촌이라고 부르세요." 영화에서처럼 "넌 다만 다를 뿐이야."라며 버려진 벤자민을 키우는 따뜻한 퀴니도, 평생 동안 사랑하는 데이시도 없다.아들이 아들을 낳았을 때 10살 소년의 모습을 한 벤자민은 손자와 놀이터에서 놀았고, 손자가 학교에 들어갈 때 유치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요람에 누워 방금 먹었던 우유가 따뜻했던 것인지 어떤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세상이 깜깜해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경험한다.'혹시 거꾸로 가는 것이 가능한 건 아닐까?'하는 상상에 빠져들게 하는 F. 피츠제럴드의 능청에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누구도 한번쯤 거꾸로 가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그러나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아이가 되든, 정상적으로 태어나 늙든 결국은 죽는다. 벤자민의 인생도 거꾸로 가지만 계속 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가든 앞으로 가든 계속되는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그가 이 작품을 쓴 것은 1921년, 그에겐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은 마크 트웨인이 한 말,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럽다."는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재즈시대의 화려함과 대공황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F. 피츠제럴드. 미국 문단의 총아로 화려하게 떠올라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부인은 신경쇠약으로 병원을 들락거렸고, 자신은 알코올 중독이 되고 말았다. 젊은 시절의 화려한 영광을 끝내 되돌리지 못한 채 그는 죽고 말았지만, 그의 출세작 <위대한 게츠비>는 그에겐 낯선 땅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스테디셀러이고, 원작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은 80년이 지난 지금 영화로 만들어져 책까지 덩달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피츠제럴드의 시계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여전히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지나간 역사와 삶을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흔적과 자취는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의 삶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시계는 거꾸로 가지 못하지만, 시간에는 역사가 남기 때문이다./이길형(CBS 방송본부장)
박연차 리스트 등으로 정치권이 어지럽다. 새 정권 출범 불과 1년여 만에 제도적 정치문화가 20여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하여 봄은 왔으되 봄 같지가 않다. 하지만 봄바람이 부니 어김없이 다시 정치의 계절이 다시 온듯하다. 매년 봄가을에 두 번씩 실시하도록 규정된 4.29재보궐 선거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이야기다. 더구나 전북은 전주의 두 지역구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니 도민들의 관심도 그 어느지역보다도 뜨겁기만하다. 고향에 가도 선거얘기, 서울에서 동향사람을 만나도 온통 그 이야기다. 물론 관심의 핵심은 전주 덕진지역구에 정동영 전 장관이 공천을 받아 출마할 수 있느냐, 혹은 고향에 출마해야 하느냐와 전주완산갑 지역구에 누가 공천을 따낼 것인가에 모아진다. 관심의 포인트가 이런 문제에 쏠리는 것은 지난 번 잘못된 선거결과를 다시 뒤엎고 새 지역대표자를 뽑는 선거인 만큼 당연할 터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런 지엽적인 현안보다는 우리 정치문화를 새롭게 개혁해야할 보다 본질적인 의제를 제기하고 싶다. 다름 아닌 정치체제와 선거구제에 대한 문제이다.권력지배체제 문제는 다음에 짚어보기로 하고 먼저 선거구제를 살펴본다. 누가 뭐라해도 현재 한국정치문화의 가장 큰 폐악은 지역정당구도일 것이다. 이른바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지역감정에 기반한 투표행태 말이다. 그간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중요 고비때마다 "만성적인 지역감정타파"를 정치구호로 내걸었다. 특히 영남패권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라할 김대중 전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동진(東進)정책'이라하여 영남챙기기에 나섰으나 헛수고에 그쳤다. 또한 '지역구도 타파'를 필생의 화두로 삼았던 노무현 전대통령도 재임중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역시 실패를 자인해야했다.정당의 지배구도 개혁이나 국가지배권력의 인사탕평책 등으로 지역구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는 이제 부질없는 구두선임이 드러났다. 지역구도문제는 이제 이 같은 순진한 접근보다는 선거제도의 개혁으로만이 그나마 가능하다는 게 정치학계나 뜻있는 정치권에 공감대로 형성돼가고 있다. 이들의 견해를 요약하자면 이렇다.한국정치가 지역정당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원인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물론 1인2표제로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를 가미하고는 있지만 비례대표가 전체 299석중 54석에 불과하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은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이 그 지역의 의석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지역별로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아 국민의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바로 이 때문에 지역정당이 지탱한다는 점이다. 지난 17대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52.3% 득표하고도 의석은 총66석중 90.9%인 60석을 차지했고 32%를 득표한 열린우리당은 단 4석을 얻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은 47.7%의 민의는 국회의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득표율대로라면 하나라당은 35석, 우리당은 21석을 차지했어야했다. 이 같은 현상은 호남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되풀이됐다. 따라서 지역민의의 등가성확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해야만 한다.다행히 최근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제주대 강연에서 "의원이 지역구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도록 선거구제 개편을 조심스럽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편 논의를 촉구했고 홍 원내대표도 부경대 특강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게 어떠냐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모처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한나라당이 물꼬를 튼 만큼 조만간 구성될 국회 정개특위에서 이 문제가 활발히 논의돼 획기적 성과가 있길 간절히 기대해본다./윤승용(전 청와대 홍보수석) yoon673300@hanmail.net
이스라엘의 위대한 임금 다윗왕이 어느 날 궁정 금세공장(金細工匠)을 불러 지시하였다."너는 내가 항상 끼고 있을 반지를 하나 만들어 오너라. 그 반지에는 내가 승리하여 기쁨에 넘칠 때나 패배하여 실의에 빠졌을 때나 언제나 읽고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 오너라." 이 지시를 받은 금세공장은 한쪽도 아니고 기쁨과 슬픔 모두를 포괄하는 글귀를 찾지 못하여 며칠을 고민하다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였다.솔로몬 왕자는 "이 글을 새겨 넣어다 드리면 부왕께서 만족하실 것입니다."하면서 한마디 글을 일러 주었다.반지를 받은 다윗왕은 그 뒤 죽을 때까지 항상 그 반지를 손에 끼고 있으면서 언제나 반지의 글을 보며 마음의 펼정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이 또한 금방 지나가리니 ." 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끊임없이 기쁜 일, 힘든 일을 겪게 된다. 때로는 온 세상이 내 것이 된 것처럼 한희에 들뜨게 되는가 하면 때로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나에게 등을 돌리고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어진 듯한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누구나 기쁠 때는 이 세상이 한없이 따듯해 보이고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미소짓는 것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실의에 빠졌을 때는 온 세상이 잿빛이면서 더할 수 없이 황량하게만 느껴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나 역시 이런 경험이 수 없이 많다. 합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행정고시에서 떨어졌을 때의 절망감, 다시는 내 생애에 웃음이란 걸 찾을 수 없으리라고 느껴지던 그 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반면 그 이듬해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과 충만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뒤 다시 30여년이 지나고 차관까지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희노애락의 순간들이 교차했는 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아니, 매일 매일의 일상들이 모두 희노애락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지나고 보면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영예도, 이 세상 끝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절망도 불가에서 말하는 한낱 수유(須臾)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지금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내용과 정도는 모두 다를 지라도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겪고 있을 어려움이 얼마나 클까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절망은 금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 삶에 커다란 기쁨의 순간이 있었듯, 이 순간 또한 금방 지나가는 삶의 한 과정, 한 부분일 터이니 말이다.내가 살아오는 동안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평상심을 유지하고 힘을 얻어오던 글귀, 바로 다윗의 지혜의 반지에 새겨져 있던 그 글귀를 다함께 마음에 새기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 또한 금방 지나가리니......"/박철곤(전 국무차장)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 인구의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으며, 2018년이면 노인인구가 14%가 되는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전인구의 20%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 고령화 현상이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진행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2005년 인구센서스 조사결과에 의한 고령인구 비율을 시?도별로 보면 전남이 17.7%로 가장 높고 다음이 경북 14.4%, 충남 14.3%, 전북 14.2% 순이다. 이들 네 지역은 이미 전국평균의 예상보다 13년이나 빨리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여기서 전남, 경북, 충남은 중심도시가 광역시로 행정적으로만 분리되었지 기능적으로는 광역시와 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남?광주, 경북?대구, 충남?대전 세지역의 고령인구비율은 모두 11.1~11.3%로 전북의 14.2%에 훨씬 못 미친다. 이는 사실상 도의 기능적인 중심도시까지 포함할 경우 전북이 우리나라에서 인구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지역이라는 결론이다.전북이 이와 같이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된다면 6년 후인 2015년경이면 전북은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전북의 이러한 급속한 인국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장차 인구고령화로 인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인구고령화는 노동력 감소, 노동생산성의 약화, 노인복지?노인주거?노인의료 등 복지수요의 증대, 재정부담의 가중 등 광범위하고 심각한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이 이러한 당면한 인구고령화 문제를 간과하고 광역권 전략산업육성이나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추진 할 경우 생산인력공급이나 연구개발 및 기술인력 등 고급인력의 공급에서 어려움을 겪어 성공적인 정책추진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제 전북지역은 급속한 인구고령화 추세에 맞추어 산업발전정책만이 아니라 인구고령화정책을 포함한 다각적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우선 노인들이 퇴임 후에 사회봉사에 참여하거나 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기술이 급속히 변화하고 새로운 기능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이 새로운 기능과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인력재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여기에서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며, 인력재훈련을 위하여 퇴임한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노인들에게 편리한 의료 및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인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여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모든 세대를 함께 어우르는 사회공간을 조직하는데 공헌할 수 있다. 고령친화산업과 서비스의 육성은 앞으로 급속히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지역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질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된다.다음으로 전북지역에서 생산되는 농?림?수산자원과 전통문화에 첨단기술을 접목시켜서 다양한 기능성식품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건강장수와 식품산업을 연계시킴으로서 전북의 국가식품클러스터도 활성화시키고 전북의 건강장수 브랜드도 널리 알리는 효과를 얻게 할 수 있다. 순창군에서 장류산업과 장수를 연계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장류연구소의 운영과 장수연구소의 설립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고령사회에의 진입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생산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직장여성들의 육아의 어려움을 경감할 수 있는 전북 특유의 다양한 보육시설과 프로그램이 확충되어야 한다. 또한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명문 중고등학교의 육성 및 주거환경의 개선 등에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령사회의 전북은 이제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화시기에 낙후되었던 전북이지만 이제 지식기반정보사회에 적합한 초고령사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새로운 발전 모델의 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북지역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서로 협력해야 하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박삼옥(서울대 지리학과 교수평의원회 의장)
뜻도 잘 몰랐던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열기가 대단하다. 지난 설 연휴기간에 가족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상영관을 수소문해서 겨우 찾았는데 이제는 상업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관람객이 2백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는 소식이다.영화가 대박을 터뜨리자 경상북도가 기회를 놓칠세라 노부부가 살고 있는 봉화군의 산골마을을 주말 테마여행 코스에 포함시켰다가 갑론을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경북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봉화를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주민들의 관광소득을 늘려보자는 경북도의 갸륵한 뜻을 모르지 않지만, 평생을 고향과 함께 조용하게 살아온 노부부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상업화로 전락시키는 얍삽한 행정 아니냐는 것이다.어쨌든 유명한 배우도, 뛰어난 절경의 명승지도, 이렇다 할 스토리도 없고, 촌로와 늙은 소만 보이는 이 영화에 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평론가들이 저마다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나는 한마디로 '느림의 미학'으로 규정하고 싶다. 분초를 다퉈가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시계바늘을 수십 년 전으로 돌려놓은 듯한 시골의 고향 모습, 그리고 자연에 모든 것을 맡겨둔 채 전혀 서두름 없이 유유자적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이것이 묵직한 울림으로 가슴속에 깊이 새겨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사실 워낭소리가 아니더라도 이런 느림의 미학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요즘 제주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올레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싼 돈 들여 비행기 타고 제주에 가서 렌터카를 빌린 만큼 한 곳이라도 더 돌아보기 위해 한라산 산간도로와 해안도로를 종횡무진 차를 몰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여행패턴이었다면 이제는 그냥 '걷기 위해' 제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제주의 자연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걷는 올레길이 이미 12개 코스나 소개됐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올레길을 순례하기 찾아오는 이른바 올레꾼들이 지난해에만 3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제주의 올레길과 더불어 지리산을 둘러싼 전남북, 경남 3개도 100여개 마을들을 도보로 넘나들며 지리산을 내면으로 만나는 '지리산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원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시작하는 지리산길 시범구간의 체험담도 인터넷을 뒤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그런데 이런 느림의 미학을 통한 새로운 체험 트렌드와는 달리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아 관광의 주도권을 잡겠다며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물밑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경남 산청과 함안, 전남 구례에 이어 남원까지 경쟁적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산간내륙 지역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광소득을 늘려보자는 고육지책이겠지만 속전속결식으로 케이블카 타고 훌쩍 올라갔다 경치만 보고 지나가는 관광이 머무는 관광으로 이어질 수 없고, 산만 망가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지리산은 현대사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있으면서 항상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산이다. 산 아래 마을마을마다 산 골짝골짝마다 지닌 역사와 한을 여유 있게 음미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희망을 담아가는 한국의 산티아고길, 지리산길을 기대한다./이길형(CBS 방송본부장)
'임실의 기적!''변변한 학원 하나도 없는데...' '영어 등 3개 과목서 기초학력 미달학생 제로' '맞춤식 공교육의 결실'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지난 16일, 전북 임실군의 쾌거가 도배된 신문을 보며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두가지였다.하나는 나의 초등학교 6학년 홍천표 담임선생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교생이라야 달랑 300여명에 불과해(현재는 학생이 더 줄어 100명도 채 안된다) 학년당 학급이 한반에 지나지 않았던 익산신흥초등학교에 부임한 홍 선생님은 사재를 털어가며 우리를 가르쳤다. 복사기가 없던 시절, 담임선생님은 서울 아이들이 보는 시험지 등을 어렵사리 구해 밤새워 등사기로 인쇄해 우리에게 나눠주며 문제풀이를 해줬었다. 전압이 낮아 침침한 백열전구아래서 두터운 안경을 쓴 채 철필로 등사원지를 긁던 홍 선생님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우리는 그 덕택인지 그해 중학교 입시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올렸었다. 아마도 요즘으로 치면 '방과후 학교'를 선구적으로 성실히 운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안병만 교육과학부 장관 직접 나서서 "전국에서 가장 잘한 학교는 강남도 아니고 전북의 한 낙후지역인 임실군...임실 지역에서는 교육장과 학교장이 학부모들을 설득해 매일 6시까지 방과후 학교를 운영했고...교장의 리더십과 교사들의 열정이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 때도 "아! 아직도 시골에는 상록수 같은 선생님들이 많은 모양이구나"라며 감동했다.두 번째는 박사마을로 유명한 임실군 삼계면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구문이지만 삼계면은 인구가 1,800여명에 지나지 않는데도 무려 90명에 가까운 박사가 배출돼 전국적으로 박사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삼계면출신 박사가운데 학계에 잘 알려진 사람만도 한상진 전 정신문화연구원장을 비롯 감학수, 노상순 전 전북대교수, 허세욱 전 고려대교수 등 즐비하다. 하여 난 "그러면 그렇지. 박사골을 둔 임실은 뭔가 다르긴 다르네"라며 역시 감동했다.그러나 이 감동은 불과 하루만에 '임실의 치욕'으로 뒤바뀌었다. 교육청과 일선학교 등이 짬짜미한 총체적 조작의 산물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참담했다. 결과적으로 임실의 쾌거는 기적이 아니라 조작이었다는 씁쓸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같은 비교육적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 등 경쟁만능주의적 교육정책을 지속하려는 정부의 오만에 혐오감이 치솟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엉터리 결과를 놓고 보수언론은 학교장의 리더십과 교사들의 헌신이 빚은 기적이라며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을 찬양했었다.이번 임실군 사태를 거울삼아 어린 학생들을 경쟁사회로만 내모는 현 정부의 교육철학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만 한다. 경쟁지상주의 교육이 학업성취도를 제고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가설은 자율에 바탕한 교육으로도 세계최고의 학력수준을 올리고 있는 핀란드의 사례 등으로 볼 때 낭설이라는 게 교육학계의 일반적 지적이다. 정부는 야만적인 일제고사와 성적공표정책을 당장 중지해야만 한다. /윤승용(전 청와대 홍보수석)
원숭이들 잡는 방법중에 쉽고도 특이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작은 나무상자에 원숭이 손이 들어갈 만큼의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원숭이가 좋아하는견과류를 넣어두는 것이다, 그러면 원숭이가 손을 넣어 이것을 꺼내려고 하지만 당연히 견과류를 쥐고는 손을 뺄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원숭이는 견과류를 포기하지 않고주먹을 쥔채로 손을 빼기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 사냥꾼에게 붙잡히게 된다는 것이다.나는 이 내용을 이 고장 출신인 고도원씨가 운영하는 아침편지에서 소개된 글을 읽어알게 되었다. 처음엔 원숭이가 참 미련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진 촌평을 읽는 순간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으로 한동안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원숭이를 비웃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때때로 똑같은 어리석음을 저지릅니다. 아무것도 아닌것을 움켜쥔채 끝내 손을 펴지않아 나락으로 구르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라는 글이었다.그렇지! 나는 원숭이와 같은 선택과 행동을 한적은 없었는가? 작고 사소한일에 매달려 더 큰것을 놓친적은 없었는가? 아니, 사소하고 의미없는일에 빠져 인생의 진로에 영향을 주는 더 큰것을 놓치거나 그르치지는 않았는가? 한동안 자문하면서 나도 그 예외일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나는 이것이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모든 사람들이 항상 원숭이를 미련하다고 비웃을만큼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연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큰사건들도 그 동기를 보면 자신을 완전히 망쳐 버릴 수도있 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크고 중요한 목적을 위한 것인 경우는 거의 없다.대부분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 또는 작은 쾌락을 위해 자신의 삶 자체를 망가뜨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남의 일일때에는 어리석다고 비난하고, 또 자기 스스로도 사냥꾼에게 붙잡힌 원숭이 신세가 된 뒤에야 사소한 이익을 놓지 못한 어리석음을 후회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눈앞에 견과류를 놓지못하는 원숭이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의 혼란도 많은 부분 여기에서 유래한다고 생각한다.무엇이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목표인지, 무엇이 더 큰 이익인지, 무엇이 나를 망치게 하는 위험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합리적 선택이 부족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는 사회와 개인의 가치체계가 혼란을 겪고 있고, 이를 정립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부족한 탓이 아닌가 싶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윤리와 신념을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도 버릴 만큼 가치체계와 선택의 기준이 뚜렷했었고 자녀의 교육도 이를 우선시했었다.어려서 가장 많이 듣고 자란 말이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라는 가르침이었다.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기준으로 합리적 선택을 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박철곤(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소득수준의 향상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건강식품, 환경친화적 식품, 안정성이 보장된 식품이 중시되고 있으며 이들 식품의 수요가 아시아지역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식품시장의 변화 속에서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식품산업은 이제 단순한 식품가공만이 아니라 기능성제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생산공정의 효율화를 위한 기술혁신,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디자인과 포장, 효율적인 유통과정 등 지식집약적인 서비스 기능이 생산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들이 한 지역에 집적하여 연계되고 경제주체들 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과 기술개발효과를 높이는 것이 바로 식품클러스터이다.식품클러스터는 산업의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발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전북의 성장동력으로서 동북아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품의 원료공급에서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하여 제품의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식품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원료의 공급,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에서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효능이 좋고 맛이 좋은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된다면 하루아침에 그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은 원래 다양하고 질좋은 농임수산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따라서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호남지역 농산어촌의 원료공급망을 구축하고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하여 지역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야 하겠다.전통식품의 우수성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도 필요하다. 최근 서울대 장수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간장, 된장, 청국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식품은 노인들에게 필요한 비타민 B₁₂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국의 노인들이 육류를 섭취하지 않더라도 비타민 B₁₂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발효식품을 다양한 기능성식품으로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일예이다. 앞으로 정부 및 민간연구소의 유치를 통한 산학연 협력,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과 해외식품클러스터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혁신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소 자체에서의 연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소비자, 원료공급자, 생산자 등의 다양한 경제주체간의 상호 밀접한 관계와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는 학습지역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아무리 질이 좋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제품디자인이나 포장이 매력적이지 않고 유통과정이 복잡하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익산식품클러스터에서는 제품디자인, 포장, 유통과 관련한 서비스 기능의 집적은 물론 이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통하여 지속적인 디자인개발과 유통구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새로운 수요에 부응하는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고급인력의 공급과 인력 훈련 및 재훈련이 필수적이다. 고급인력 공급을 위해서 전북지역 대학들의 식품관련 학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도록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산?학연계의 차원을 넘어서 인재의 육성과 인력 재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식품관련 고급연구인력과 국제적인 연구인력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활발한 인재의 유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들이 전북지역에서 살기 좋은 주거와 교육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앞으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여부는 원료-제품-유통과정에서의 식품의 안정성확보, 기능성 식품의 개발과 생산, 시장의 차별화전략 등과 관련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식품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확산이 익산시를 중심으로 전북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의 조성에 달렸다고 본다. 이제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전북은 물론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전북의 모든 경제주체가 지혜와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 가야할 때이다./박삼옥(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지리학과 교수)
얼마 전 인천시의 초청으로 다녀온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현장은 눈을 의심케 하는 상전벽해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갯벌과 바다를 매립한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도로와 공원녹지 등 주요 기반시설이 이미 완료됐고, 쌍둥이 빌딩인 151층 인천타워의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등 수많은 건축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솟고 있었다. 바다 건너 인천국제공항을 곧바로 연결하는 21.27km 국내 최장의 인천대교도 위용을 드러낸 채 올해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영종공항도시와 청라지구를 포함해 경제자유구역 조성이 모두 끝나는 2020년에는 국제업무와 첨단산업, 관광ㆍ레저, 물류, 교육ㆍ의료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도시로, 서해안 시대의 주역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야심찬 설명도 곁들여졌다. 서울 서부권에서 30분대, 세계의 관문인 인천공항을 배후로 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친 장밋빛 전망 아니냐는 어깃장을 놓기 힘들었다.인천경제자유구역을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고향의 새만금과 비교가 됐다. 갯벌 위에 지어진 송도 신도시가 불과 5년 만에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면 새만금은 규모면에서 송도와 비교할 수 없는 대역사이긴 하지만 강산이 두 번쯤 바뀐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최종 완공을 앞둔 방조제 공사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설 연휴에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33km 방조제 전구간이 한시적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돼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차를 몰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한다. 또 올해부터는 내부 매립공사도 시작된다는 소식도 들린다.송도도 한때 갯벌 매립에 따른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새만금은 환경보전과 개발의 대표적인 상징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숱한 우여곡절과 갈등, 상처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 정치권도 새만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이고, 사업의 무게중심도 농업에서 산업으로 선회하면서 새만금은 이제 미래의 전북을 짊어질 성장 동력으로 확실히 가속도가 붙고 있는 듯하다.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인천이나 새만금이나 한때 '한국의 두바이'를 꿈꾸며 너나없이 두바이를 희망의 목표로 내세웠던 적이 있지만 지금 '두바이'라는 구호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거품이 걷힌 두바이의 현실은 선망의 대상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부도 위기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2020년 완공 목표인 새만금은 '동아시아의 미래형 신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의 허브'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막대한 예산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외형이 아닌 튼튼한 기반 위에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다. 해외투자를 얼마나 잘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어떻게 기업과 관광객을 잘 유치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것은 인천을 포함해 국내 여타 경제자유구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를 거점 시장으로 겨냥하는 것도 비슷하다. 자칫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에 앞서 국내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할 수도 있다. 조급한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독특한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모방이 아닌 창의성을 무기로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를 선도하는 견인차로서의 새만금을 기대한다./이길형(CBS 상무 겸 방송본부장)
기자 시절의 취재노트를 다시 들여다본다.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말기적 탄압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1986년 봄. 새 학기가 시작되자 이미 그 전 해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으로 탄력을 받은 학원가는 '전방입소 반대투쟁'으로 술렁대기 시작했다. '전방입소'란 5공정권시절 대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했던 군사훈련과목의 하나로 1학년때는 문무대, 2학년때는 전방부대에 1주일여씩 입영해 현역군인처럼 받는 훈련을 일컫는다. 당시 학생운동권은 전방입소 반대를 주요 투쟁목표로 내세웠는데 그해 4월28일 서울 신림사거리 인근 빌딩 3층 옥상에서 서울대 김세진과 이재호등 두 학생이 "전방 입소 결사반대, 반전 반핵 양키 고홈"을 외치며 시너를 온 몸에 뿌린 채 시위하다 경찰이 진압하려하자 분신했다. 중상을 입은 이들은 이내 숨지고 말았다.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의 분신사건 이후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학생이 집단으로 분신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필자는 불길에 휩싸인 두 학생이 외치던 절규를 잊을 수 없다.그해 10월28일 전두환정권은 '전국 반외세반독재 애국학생투쟁연합' 발족식이 열리던 건국대 교정에 경찰 8,500여명을 투입, 학생 1,525명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이날 경찰은 학생들이 농성중인 학생회관 상공에 헬기까지 동원했는데 이는 마치 영화속의 군사작전이나 다름없었다. 늦가을 국화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캠퍼스는 무참히 유린됐다. 경찰은 유사이래 최대규모인 1,290명의 학생을 구속했다.한 해가 뒤바뀐 1987년1월14일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 숨졌다. 경찰은 그 유명한 "탁 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둘러대며 쇼크사라 처음 밝혔지만 곧 경찰의 물고문에 의한 타살임이 밝혀졌다. 바로 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봄 학원가가 '독재타도, 직선쟁취'등을 주장하며 다시 술렁대자 전두환대통령은 '4.13호헌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6월9일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데 이어 20여일 계속된 6월항쟁으로 5공정권은 막을 내렸다.역시 노태우정권이 막바지로 내닫던 1991년4월26일, 명지대생 강경대군이 학교앞에서 시위하다 경찰특수진압부대인 '백골단'에게 무참히 맞아 숨졌다. 이를 계기로 그해 학원가는 학생들의 분신항거와 시위가 잇달았다.이상은 전두환정권 이래 민주화를 열망하던 학생과 이를 진압하려던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빚어진 비극적 사건을 간추려본 것이다. 이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몇 가지 특징을 읽을 수 있다. 첫째는 비민주적 억압정권이 공권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 할 때마다 비극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개가 정권의 말기에 사건이 터졌고 그 정권은 이 과다한 공권력남용이 빌미가 되어 종언을 고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정권의 의지를 간파한 경찰 수뇌부의 과잉충성이 발단이 됐다는 사실이다.신년벽두에 경찰의 과잉 농성진압과정에서 철거민 등 6명이 숨졌다. 다시는 이 땅에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던 국민과 공권력의 갈등에 치여 국민, 그것도 가장 소외계층인 철거민들이 숨진 것이다. 이명박정권은 지난해 촛불시위가 잦아들자마자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공권력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슬로건의 비극적 결과가 철거민의 죽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이 집권 2년차 초기에 벌어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민들이 공권력의 이름아래 희생당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윤승용(전 청와대 홍보수석)
세계적 금융 위기로 인한 암울한 분위기속에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사회각계에서 기축년 신년인사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위기를 넘기는 것뿐만 아니라 위기극복 이후 새로운 발전의 기회와 희망을 안겨주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위기를 기회와 희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소의 해에 소의 한 특징으로부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소는 되새김하는 반추동물이다. 인간은 음식을 되새김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역사를 반추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되새김하는 소의 해에 지난 역사를 반추해보면 희망의 길이 보인다.경제위기를 두 차원에서 반추해볼 수 있다. 하나는 긴 역사 속에서 산업혁명이후 주기적으로 발생한 세계 경제 불황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이다.세계 경제의 긴 역사를 통해 볼 때, 경제적 불황을 극복하는 힘은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기술혁신에서 비롯되었다. 프리먼(Freeman)은 콘드라체프(Kondratiev)의 장기파동이론에 근거하여 산업혁명이후 대략 50년주기로 기술경제패러다임이 변하여 세계적 불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즉, 1차 장기파동은 1780년대에 면공장 등의 기계화를 통한 산업혁명이, 2차는 증기기관과 철도가, 3차 파동은 전기, 화학 등이, 4차 파동은 자동차, 에너지, 석유화학 등이 주도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정보통신혁명이 5차 장기파동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이러한 장기 파동의 역사를 반추해보면 우리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던져준다. 첫째는 불황을 극복하게 한 것은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며 이는 기술혁신에 의해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재의 양성과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는 이러한 기술경제패러다임의 변화로 세계경제를 이끄는 선도 지역은 계속해서 변하였다는 점이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출발하여 1,2차 장기파동은 영국을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지역이 주도하였다. 3차 파동에서 유럽과 더불어 미국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다. 4차 파동에서 주도적인 국가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졌다. 5차 파동인 정보통신혁명기에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은 여전하지만 이제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 한 때 중국이 세계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되었던 역사를 고려하면 세계 어느 지역도 세계경제의 영원한 주도지역이 될 수는 없다.짧은 역사로는, 1997년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반추해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전후에 조사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금융위기 전부터 기술개발에 중점을 둔 기업은 위기를 무난히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고 외환위기 동안에 두뇌인력을 퇴출시킨 기업은 위기 극복이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보통신 관련 하부구조와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을 위한 투자와 벤처기업육성이 위기를 빠른 시일에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이와 같이 길게는 세계 경제사와 짧게는 우리가 겪은 외환위기의 경험을 반추함으로써 위기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과 인재육성에 성공한 나라는 흥하였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낙후되어 왔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근시안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새 희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박삼옥(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경제지리학과 교수)▲박삼옥(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현)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학술진흥재단 인문사회분야 우수학자(국가석학)(현)세계지역학회 상임이사(현)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현)대한지리학회 회장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지리학 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