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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전북 - 윤승용

윤승용(전 청와대 홍보수석)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이후 전북에서도 타지역 못지않게 추모의 물결이 줄을 이었다. 김완주 도지사를 비롯한 지역기관장뿐 아니라 많은 전북인들이 김해 봉하마을의 분향소를 찾았고 전북지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눈물의 조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속에 전북 일각에서는 "참여정부가 상대적으로 전북을 홀대했었는데…"라며 섭섭한 감정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한다. 나에게도 이 같은 심정을 전해온 인사들이 더러 있었다.

 

전북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과정에서 노무현이 후보로 당선되는 데 광주 못지않게 결정적 공헌을 했다. 당시 노 후보는 광주에서 기적같은 1위로 성가를 올렸으나 이후 여타지역에서 이인제후보에게 밀려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하다 전북경선에서 다시 정동영과 이인제를 2, 3위로 밀어내고 1위를 함으로써 기사회생했다. 전북도 역시 지역연고가 있는 정동영을 제쳐두고 광주처럼 노 후보를 미는 '전략적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보면 일부 전북인들이 참여정부 5년동안 전남 광주보다 전북이 홀대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한번 되돌아보자.

 

전북은 인사측면에서 양적으로는 전남(광주를 포함)에 비해 혜택을 덜 본 게 맞다. 그러나 워낙이 인적자원이 풍부한 그 쪽에 견주어 보면 그리 섭섭한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다. 청와대 비서진의 경우 전남은 비서실장과 인사·민정·혁신관리·홍보수석 등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전북은 박주현 참여혁신수석, 김용덕 경제보좌관 및 필자(홍보수석)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은 3명에 불과했다. 장관직의 경우도 한덕수 윤영관 정동영 정세균 김명곤 장관 등과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김성중 노사정위원장 등 10명 남짓한데 비해 전남은 2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전북은 김원기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이른바 5부요인을 두루 차지해 질적으로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정책적 지원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들어보자.

 

"전북에 해준 것이 뭐 있냐? 참 섭섭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압니다. 얼마나 밀어줬는데. 의리 없이 그럴 수 있느냐 하는 말들을 들으며 사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전남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전북이 전남보다 행정수도에 더 가까워서 전남에 특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집중했던 겁니다."

 

2007년6월8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이 전주 리베라호텔 만찬장에서 전북지역 각계인사 300여명에게 한 마무리말씀이다. 굳이 이 언급을 거론하는 것은 사실 오늘날 전북의 3대 성장동력이라 할 새만금사업, 복합소재기술원, 식품클러스터사업 등이 당시 노 대통령의 전북 방문당시에 밑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전북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건이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국내의 여러대학의 명예박사학위 수여 제의를 놓고 고심하다 원광대에서 받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보다는 지방대학, 그리고 이왕이면 연고지인 영남보다는 호남에서 받기를 원했는데 이 가운데서 사학재단의 건전성과 지역사회기여도가 가장 높게 평가된 원광대에서 받기로 한 게 그 배경이다. 아울러 당초에는 새만금사업 현장을 헬기로 둘러본 뒤 당일 상경키로 했으나 그 전달에 광주에 들러 1박을 하고 무등산 등산을 한 행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참모의 건의에 따라 역시 전주에서도 1박을 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 직전 김완주지사의 독대건의를 수용해 20여분 만났다. 정책실장과 필자가 배석한 이 자리에서 김지사는 새만금사업 조기추진,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복합소재기술원 및 식품클러스터사업 등을 건의했다. 노 대통령은 이 가운데 공항문제를 제외한 사업의 임기내 법적절차 확보및 예산배정 등을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이 약속을 만찬장에서 방문선물로 공개키로 했었으나 판소리 창이 어우러진 만찬장의 열기에 휩싸이는 바람에 깜빡하고 보따리를 현장에서 풀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약속은 마침내 그해 말 국회에서 새만금특별법 제정과 복합소재기술원 등에 대한 예산배정으로 이어졌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해에 전북발전의 초석이라 할 법규와 예산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비단 전북에 대한 애정때문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지칠 줄 몰랐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그랜드플랜이 그 밑바탕에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윤승용(전 청와대 홍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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