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6:33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타향에서] 고향을 생각하며 - 김상국

김상국(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강진에서 차축제가 있었다. 차를 좋아하는 나는 마침 시간 여유가 있어 참가하게 되었다. 강진을 가기위해 고속도로를 타다보면 반드시 고향인 김제를 지나게 된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던 아내가 뜬금없이 "고향 옆을 지나니까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 "아니 왜?" 고향 옆을 지난다고 내가 아내에게 말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향 옆을 지나니 그렇게 좋냐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러나 나의 질문에 아내는 너무나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하였다.

 

강진을 방문할 시간 마련을 위해 나는 조금 무리하게 일을 앞당겨 처리하였었다. 피곤한 나는 거의 말이 없이 계속하여 운전만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김제 안내판이 보이면서 부터는 아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였고, 막상 김제 옆을 지날 때는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더라는 것이다.

 

'아, 이것이 나도 모르게 나에게 갖는 고향인가 보구나'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사실 교통이 발달한 요즈음에는 고향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아니면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과거의 글이나 노래를 보면 고향이 그리워도 가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내용이다. 타향살이라는 노래의 가사도 그렇고, 수구지심, 왕소군의 얘기도 그러하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는 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것이 고향이다. 그런데도 자주 못가는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이거나 시간이 없어서일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니 말할 필요가 없고, 가장 자주 듣는 이유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시간이 없어서 고향을 찾지 못하는지는 생각해 볼일이다. 진정한 이유는 시간을 낼만큼 욕망이 강하지 못하다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젊었을 때는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은지…. 지금도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젊었을 때 보다는 나이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이 먹는 것이 좋을 것은 없지만 조금은 지혜로와지는 것 같다. 나에게 지혜롭다는 의미는 일에 선후를 좀 더 가릴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징계맹경(김제만경) 너른 평야는 나에게는 너른 평야가 아니다. 그냥 내가 놀던 곳이고, 검정 고무신에 송사리를 잡았던 곳이며, 무엇보다 또랑에 나무 발을 막아놓고 게장 담는 참게를 잡았던 곳이다. 하서리의 모종은 쓰러져 없어졌고, 거기에는 사슴농장이 들어섰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봄철에 삐비풀의 단 새순을 뜯어 먹던 곳이고, 매운게 풀꽃의 알싸한 입맛이 남아있는 곳이다. 4대강 개발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만경강은 지금도 질펀한 갯벌이 허리춤을 채우고 있고, 크지 않은 고깃배가 허리를 옆으로 하고 누워있는 곳이다. 고향을 자주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일년에 두세번은 방문하고, 지나기는 자주한다.

 

그런데 요즈음 고향을 지나면서는 과거와 같은 향수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고향을 위해서 무었을 하였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곳인데 내가 고향 발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이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것은 귀중한 덕목이다.

 

서해안 시대라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 고향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되고, 어떻게 진행되어야하는지 좀 더 심도 있게 고찰하고 싶다. 공과대학에 있지만 경영전략을 전공한 사람으로써 고향의 장기발전을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일인지 모르겠다. 고향이 고향이기 위해서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함께 있어야 한다. 우리 고향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김상국(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 김상국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자문위원, 동서정책전략개발연구소장, 재정경제부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교수, 공정거래위 시장구조조정분과위원, 국가과학기술위 정책전문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경영정보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