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문 닫은 전북은행 나운동 지점 ‘전북은행미술관’으로 재탄생 4일부터 개관전 ‘환기의 산, 수근의 길 - 우리가 사랑한 근대의 풍경들’ 열려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등 한국 근대미술 거장 9명의 원화 공개
1899년 개항 이후 항만과 철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모해온 군산의 옛 도심에 한국 근대미술의 정수를 담은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5년 전 영업을 종료했던 전북은행 군산 나운동 지점이 리모델링을 거쳐 4일 ‘전북은행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개관전은 ‘환기의 산, 수근의 길-우리가 사랑한 근대의 풍경들’이다.
전시는 개항과 산업화라는 격변의 시간을 통과해온 군산의 도시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항만과 철도가 형성되고 물류가 오가던 군산의 골목과 건물이 시대의 흔적을 담고 있듯이 전시장 안의 작품들은 당시 사람들이 마주했던 풍경과 삶의 기록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오지호, 유영국, 도상봉, 권옥연, 이대원, 박영선 등 한국 미술사의 뼈대를 구축한 9명의 작품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풍경을 매개로 각자가 포착한 시대의 모습을 화폭 위에 투영했다.
특히 김환기와 박수근은 시대를 해석하는 서로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김환기의 ‘산’은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정신적인 기준점을 단단한 선과 색으로 표현해냈다. 반면 박수근의 ‘소금장수’는 산의 원경이 아니라 척박한 땅을 향한다. 고단한 삶이 이어지는 길과 시장의 공기를 특유의 거친 질감(마티에르)으로 새겨 시대를 기록했다.
오지호의 ‘설경’은 빛과 공기의 떨림을 통해 일상의 생명력을 투명하게 포착했으며 장욱진의 ‘무제’는 집과 나무 같은 최소한의 기호로 삶의 구조를 재배치해 근대가 지키고자 했던 일상의 원형을 보여준다. 여기에 강렬한 원색의 점묘법으로 생동하는 자연을 담아낸 이대원의 작품 ‘농원’은 지역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번 개관전은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 근대미술 거장들의 원화(Original)를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북은행은 유휴 점포를 리모델링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항온·항습 시스템을 완비했다. 자본이 오가던 은행의 금고가 지역민들에게 문화적 자산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전북은행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군산이 지닌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정체성과 예술을 연결하는 기획을 지속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전북지역 작가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지역 예술 생태계와의 상생도 도모할 방침이다.
미술관 김미량 학예연구사는 “근대미술을 과거의 양식으로만 보관하지 않고 군산과 전북의 도시 기억 속에서 오늘의 질문으로 되살리는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술전시 관람의 경험이 일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는 전시’를 넘어 머무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5월10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과 설 연휴(17~18일)는 휴관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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