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 연일 ‘김관영 맹공’ 정책 경쟁보다 조직 동원·네거티브 공세에 치우친 선거 전략 피로감
6·3 지방선거를 보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난공불락 텃밭’으로 여겨졌던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전국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선거전이 지역 위기 해법을 둘러싼 정책 경쟁보다 사법 공방과 조직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호남 정치가 다시 네거티브 중심의 구태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는 민주당의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42.1%, 민주당 이원택 후보는 40.5%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였다. 이어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도 김 후보가 43.2%로 이 후보(39.7%)를 앞서며 이른바 ‘무소속 돌풍’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후보 측에 전북 권리당원 명부 11만 건이 불법 전달됐다는 제보를 담은 보도가 있었다”며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원 명부 유출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선거 막판 구체적 물증 공개 없이 의혹 제기가 먼저 이뤄지는 방식에 대해서는 “정책 경쟁보다 사법 공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대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부각해 선거 구도를 흔들려는 전형적인 ‘사법 프레임’ 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조 사무총장이 김 후보를 돕는 당원들을 향해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규정하고 ‘암행감찰단’ 전북 파견 방침까지 밝힌 대목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당 소속 당원의 조직적 이탈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당원들의 정치적 선택을 사실상 감시와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함께 나오고 있다.
김 후보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김 후보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암행감찰단 방침을 “도민과 당원의 양심적 선택을 압박하려는 난센스”라고 규정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호철 전 수석 등이 과거 공개적으로 타당 후보를 지원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힘 있는 사람에게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힘없는 전북 당원들만 압박하느냐”며 민주당 지도부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또 “당적 보유자의 30% 이상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으며 현역 의원들 가운데서도 돕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며 “압박이 거세질수록 ‘우리를 뭘로 보느냐’는 도민 반감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세의 화살은 민주당 지도부 핵심으로까지 향했다. 김 후보는 정청래 대표를 겨냥해 “차기 당대표 연임을 위해 전북 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방조 혐의를 씌워 공천 과정에서 자신을 부당하게 컷오프했고, 직접 소명 기회조차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당선 이후 복당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정청래 지도부 아래서 복당을 구걸할 생각은 없다”며 “정 대표 연임 저지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의 발언도 논란을 낳고 있다.
윤 위원장은 최근 SNS에서 김 후보를 향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파렴치한 치적 약탈”, “내덕 남탓”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등을 거론하며 김 후보 책임론을 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복합적인 구조 문제를 개인 책임론으로 단순화한 정치 공세라는 반론도 나온다.
민주당을 둘러싼 ‘이중잣대’ 논란 역시 선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식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감찰을 통해 사실상 무혐의 판단을 내렸지만, 김 후보에 대해서는 탈당 선언 직후 제명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대상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북지사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논쟁이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산업 전환 전략, 청년 유출 대응, 새만금 개발 방향, 재정 악화 문제 등 전북의 핵심 현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배신’, ‘징계’, ‘사심 공천’ 같은 정치적 프레임과 정쟁만 선거판을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 직선제 도입 이후 전북에서 민주당 계열 외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텃밭 사수’라는 상징적 의미까지 걸린 승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책 경쟁보다 조직 동원과 네거티브 공세에 치우친 선거 전략은 오히려 중도층과 무당층의 피로감을 키우며 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전북지사 선거를 넘어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과 향후 야권 권력 지형 재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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