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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꺼내놓은 남편의 일기장, 문학계 ‘대상’으로 화답하다

이여산 작가·이동우 시인, ‘제43회 부부동행문학상 작가대상’ 영예
남편 유고 시집 ‘황혼의 연가’·아내 시집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으로 만든 결실 
이여산 작가 “남편 떠난지 3년째…남편 글이 문학적으로 인정받아 감격”

이여산 작가·이동우 시인/사진=이여산 작가 제공 

불현듯 그에게 기쁨이 다가왔다. 올해 3월 계간지 한국창작문학인협회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이여산(83) 작가. 그에게 이 상은 평생을 꿈꿔온 아동문학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존감과 자신감의 샘을 파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43년간 초등교사로 재직하면서 치열하게 삶을 일궈내야 했다.

퇴직 후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어린이의 순수함을 간직하며 글을 썼던 작가는 아동문학가라는 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늦깎이 아동문학가로 첫발을 내딛은 이여산 작가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신의 저서와 남편 이동우 시인의 유고 시조집을 한국창작문학인협회에 보냈다.

한국창작문학인협회 이사장은 이여산 작가와 이동우 시인의 작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동우 시인의 유고시집 <황혼의 연가>에 담긴 시들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여산 작가의 시집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역시 빼어난 작품들로 빼곡했다. 두 사람이 지닌 문학성에 감동한 협회 임원들은 이들 부부에게 ‘제43회 부부동행문학상 작가 대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부부동행문학상 작가 대상 상패/사진=박은 기자

이 특별한 수상의 바탕에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함께하고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부부의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난 2023년 세상을 떠난 이동우 시인은 평생일기를 쓰며 삶을 기록해온 이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남편이 남긴 수십 권의 일기장을 발견한 이여산 작가는 글들을 한데 엮어 2020년 시조집 <황혼의 연가>로 출간했다. 쉽고 간결해서 울림이 큰 남편의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이동우 시인은 시조집을 출간한 그해 여름 신인상을 받았고, 시조시인으로 등단하며 기쁨을 누렸다. 비록 당선 이후 투병생활로 인해 문단 활동을 마음껏 펼치진 못했으나, 글을 사랑했던 그의 진심은 120여편의 작품에 고스란히 남아 아내의 글과 함께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28일 만난 이 작가는 “남편이 살아생전 시인이 된 것을 그토록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며 “남편의 글에 담긴 진심을 알아보고 다시금 조명해준 분들의 배려 덕분에 큰 상도 받게 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가 문학 안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함께 인정받게 되어 감격스러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흘렀지만, 작가는 여전히 집안에 남겨진 남편의 물건을 하나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는 “핑계같이 들릴 수 있는데, 옛날에 쓰던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며 “버려야 하는데 차마 버리지 못하겠다”라고 전해 먹먹함을 더했다.

멈췄던 남편의 시간은 아내의 문학 안에서 비로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 작가는 남아 있는 남편의 글을 다시 모아 작품집으로 엮어낼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물리적인 이별을 넘어 세상에 남겨진 부부의 글은 서로의 문학 세계를 비추는 영원한 이정표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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