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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강, 생명의 길을 묻다] (28)지류(하)-원평천·신평천·두월천

원평·두월천, 한반도 고대 수리시설 '벽골제'의 물길…두악산 전망대 오르면 신평천·백산저수지 한 눈에

하천 정비사업이 추진된 신평천 하구. 물길을 따라 갈대군락이 형성돼 있다. (desk@jjan.kr)

전북의 하천, 만경강과 동진강은 그 물길 사이에 '벼고을' 김제를 품었다. 지평선의 고장, 작은 물길들은 각각 흐르는 방향에 따라 만경강과 동진강으로 그 수계를 달리한다. 김제의 광활한 들녘에서 남서쪽, 또는 서쪽으로 물길을 낸 하천으로는 원평천과 두월천·신평천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하천들은 새만금호 입구에서 여정을 마친 동진강과 만난다.

 

 

동진강 본류와 만나는 김제 죽산면 원평천 하구의 모습. (desk@jjan.kr)

◆ 원평천과 왕버들

 

모악산과 국사봉·상두산에서 첫 물길을 시작한 원평천은 금평저수지를 빠져나와 곧장 서진(西進), 두월천을 받아들인 후 김제 죽산면에서 동진강 하구로 흘러든다.

 

모악산에서 흘러내렸다고 해서 '모악천'으로도 불렸던 이 하천은 고대 수리시설인 '벽골제'의 수원(水源) 이었다. 삼국시대에 축조된 벽골제가 원평천의 물을 저수하기 위한 둑이었던 만큼, 이 하천 유역이 한반도 도작문화의 발상지이자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원평천 유역인 김제 봉남면과 금구면·금산면 일대는 옛부터 사금(砂金)의 매장지로 유명했다.

 

 

 

 

신평천 최상류에 위치한 김제 백산저수지. 소설 '완장'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desk@jjan.kr)

김제시 죽산면, 원평천이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는 밀물때 바닷물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된 '해창갑문'이 아직도 남아있다. 기록에 의하면 일제시대 수리시설이 정비되기 전에는 김제 봉남면 신응리까지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 구간이었다.

 

원평천이 호남고속도로를 가로지른 후 하천 폭을 넓히기 시작하는 지점인 김제시 봉남면 종덕리 성덕마을 앞 하천 제방 바로 옆에는 범상치 않은 고목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 제 296호로 지정된 왕버들이다. 이 나무의 높이는 대략 12m, 가슴높이에서의 줄기 둘레는 약 8.8m, 그리고 가지는 동서로 21m, 남북으로 20m 가량 뻗어있는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 노거수의 나이는 약 300살 정도(문화재청 자료)로 추정되지만, 나무옆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수령을 '500여년'으로 적어놓았다. 주민들은 하천 옆에 버티고 선 이 왕버들이 마을을 지켜주는 신령한 나무라고 믿어 잔가지 하나까지도 소중하게 보호하고, 매년 고사를 지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고 있다.

 

◆ 신평천과 백산저수지

 

 

 

 

(위)천연기념물 제 296호로 지정된 김제 봉남면 종덕리 왕버들. 원평천 제방 바로 옆에 서 있다.(아래)'고향의 강'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두월천. 김제 시가지 주변을 흐르는 하천이다. (desk@jjan.kr)

신평천은 김제 시가지 북쪽 '돔배들'로 불리는 들판을 남서진(南西進), 성덕면 남포리에서 동진강 하구에 마지막으로 유입되는 자그마한 하천이다. 발원지는 김제 흥사동과 백산면 하정리 사이에 있는 두악산(58m)이다. 신평천은 농업개발과 관련, 인공제방 및 저수지 축조·직강공사 등으로 하천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으며 하구쪽에 제수문을 만들어 주변 농경지의 염분피해를 막았다.

 

현재의 신평천은 1969년에 축조된 백산저수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당시 호남야산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축조된 백산저수지가 제수문과 함께 신평천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김제시가지에서 23번 국도를 따라 익산 방향으로 약 6km 정도를 달리면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는 야산을 찾아볼 수 있다. 말(斗)에다 쌀을 담아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두악산(斗岳山)'으로 불리는 이 산은 1960∼1970년대 실시된 호남야산개발사업 때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 기공식을 개최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곳 전망대에 오르면 신평천의 물길이 시작되는 백산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김제시 백산(白山)면 하정(下亭)리에 위치한 이 저수지는 양수시설을 통해 농업용수를 확보한 후 신평천으로 흘려보내 들녘을 옥토로 만들어내고 있다.

 

백산저수지는 또 정읍 출신의 작가 윤흥길씨가 펴낸 장편소설 '완장'(1983년 작)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완장에 집착하는 저수지 관리인을 통해 권력의 속성을 풍자와 해학으로 묘사해 낸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바로 김제 백산면이다.

 

김제 신곡동 서쪽 신평천 주변에 펼쳐져 있는 들판을 이 곳 사람들은 '돔배들'이라 불렀다. 신평천에 제수문이 설치되기 전에는 하천을 통해 백산면 석교리 대촌마을까지 밀물이 들어왔고 그 바닷물을 따라 배가 떠다녔다고 전한다. 주민들은 하천 주변 들녘을 배가 뜨는 들판이라는 뜻으로 '뜬배 들'이라 불렀으며 이후 '돔배 들'로 그 음이 변했다. 돔배는 백산면 석교리 대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신평천에서는 지난 2003년~2009년 동진강수계 치수사업의 일환으로 축제 및 호안공사와 함께 하도정비 공사가 진행됐다. 이와함께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동진강의 마지막 지류 신평천 하구의 생태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우선 하천 하류구간에 갈대군락이 확산돼 물길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또 최근에는 새만금 방수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새만금 내부개발과 함께 하천 하구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 두월천 '고향의 강'으로

 

김제 금구면에서 발원한 두월천은 황산면을 지나 벽골제 유적지 인근에서 원평천과 합류한다. 김제역 부근에서 시가지에 근접, 도심 외곽을 지나는 이 하천은 조만간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제시에 따르면 두월천은 최근 국토해양부로부터 '고향의 강'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생태습지공원 조성과 함께 옛 하천의 모습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300억원, 사업기간은 2016년까지다.

 

시가지에 인접한 두월천은 획일적인 호안 및 하도계획으로 인해 하천 생태기능이 부족, 시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친수공간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고향의 강' 정비사업은 수해방지뿐 아니라 유량확보·수질개선 등을 통해 깨끗한 수질환경을 제공하고 주변에 문화공간을 조성, 주민들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하천으로 개발하기 위한 친환경 사업이다.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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