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문화예술강사, 밤엔 애니메이터 / 5년째 1인 감독 체제로 '캣맨' 제작 중
전주 동문거리 일대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26일 애니메이터(Animator) 김대환씨(34)를 만났다. 만화'영심이'의 남자친구 왕경태를 연상케하는 큰 뿔테 안경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은 꼭 만화 주인공 같다. 하도 작업실에서 먹고 자는 덕분에 주변에서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도 숱하게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밥벌이가 도저히 안 되니 낮에는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밤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돌아온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현실이 부럽긴 해도, 5년 째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발군의 작품'캣맨'을 기획하고 이제 제작에 들어갔다.
영화 '캣 우먼'에서 단초를 얻었으나 정반대 콘셉트로 잡은 '캣맨'은 '귀차니즘'에 빠진 영웅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고양이는 본래 우아하면서도 요염한,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키워보니까 달랐어요. 그래서 멋하고는 담을 쌓은 지저분하고 뚱뚱한 수컷 고양이를 내세웠죠."
영웅은 늘 추앙받는다는 공식도 살짝 비틀어 놓았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골방에 쳐 박혀 줄담배만 태우는 속칭 '루저'로 비춰지는 것처럼, 악당의 얼굴이지만 운 좋게 영웅이 된 '캣맨'이 실제론 고달픈 삶을 살게 된다는 설정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성인들을 위한 블랙 코미디였다가 제작기간이 길어지고 완성도를 높이려 하다 보니, 아동판으로 바뀐 셈. 공을 들인 덕분에 강원 정보문화진흥원이 내건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우리나라만큼 검증을 좋아하는 곳도 없을 거예요. 비주류에 속하는 애니메이션은 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떨려나는 일도 부지기수죠. 그래서 전국적인 공모전에 도전하게 되는 겁니다. 일종의 '품질보증서'를 받아야 제작이 가능해지거든요."
특히 이번 작품은 그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한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2006년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무작정 상경해 운 좋게 고세윤 감독의 '실버 레인저' 제작에 참여해 두루두루 배웠지만, 캐릭터 디자인은 영 자신이 없었다. 결국 동료들과 마찰을 겪은 뒤 독기를 품고 1년 간 두문불출하면서 익힌 캐릭터 디자인을 이번 작품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앞서 온갖 고생 다하면서 첫 데뷔작'판타지 거문고'를 내놓고도 투자자를 못 구해 상영조차 못했던 쓰라린 현실을 떠올렸다. 특히나 애니메이션 제작 정보가 적고 협조도 구하기 쉽지 않은 지역에선 '1인 감독 제작 체제'가 대안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는 시나리오를 쓰고 이야기를 구성한 뒤 그림을 그려 완성된 영상을 내놓는 것은 물론 홍보까지 도맡는 전 과정을 뜻한다. 물론 현실적으론 어렵지만, 이게 가능해져야 애니메이션을 완성할 수 있다는 역설의 방정식에 도달한 것.
하지만 그는 요새 같아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잡다한 일은 접고 '몰빵'하기로 했다"는 그는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시루'에서 지역 주민들의 애니메이션 창작을 돕는 강사로, 전주예고·대전예고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강사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찌 보면 독립 애니메이션 쪽에 걸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가 욕심내는 것은 상업 애니메이션. 감독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장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독립 애니메이션 쪽도 매력은 있지만, 관람객들이 어떤 코드에서 웃음이 터지는지 고민하는 상업 애니메이션은 그에게 늘 새로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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