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생태관광, 첫 걸음 떼다 ⑯ 일본 북규슈 사례] 옛것과 자연, 최대한 보존…가는 곳마다 소박함 물씬
전북도의 생태관광은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의 생태관광은 자연생태경관이 우수한 지역에서 자연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이라는 정의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키워드로는 생태네트워크(함께 만들다), 생태체험 1번지(특별하다), 스토리가 있는 생태길(자연과 문화의 융합 스토리는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아기자기한 볼거리(작은 정성을 모으다), 재능기부(베풂의 미학), 생태관광매니저, 힐링과 치유를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정책방향과 지침이 모든 시군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기에는 다소의 무리와 한계도 있다. 지질고원형, 생물군락지형, 경관자원형, 생태관광기반형 등 지역이 지니고 있는 자원의 형태와 수준도 다르고 사업을 추진할 지역의 역량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태관광에 대한 각 시군의 이해와 강조점, 추진방향도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이 같은 현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생태관광에 대한 정의는 물리적 환경(경관자원)이나 경제적 수준, 국민들의 의식수준 등에 따라 국가마다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관광과 자연관광, 그린투어리즘 등과의 경계에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우리지역의 생태관광 추진에 참고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본 큐슈 지역의 관광현황을 소개한다.△타데하라 습지아소쿠주 국립공원 내 한다(飯田)고원의 해발 1000m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의 습지 중에 최대 면적(약 38ha)을 자랑한다. 구주화산군 화산지형의 선상지대에 분지형으로 형성됐으며, 지난 2005년 구주보가츠루 습지와 함께 람사르협약에 등록됐다. 우리나라 순천만을 연상시킬 만큼 넓은 습지 위에 2.5km 길이의 데크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타데하라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부족했던 80년대까지도 목초지로 이용됐으며, 1000년 이상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노야키(들판태우기)로 인해 습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도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 지역 일대에 적지 않은 목초지들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은 원래 한랭 다우(多雨)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다음해에 들풀의 비료로 쓰일 수 있도록 들판을 태우는 노야키로 인해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고 습지형태가 유지된다.그동안 노야키에 의해 육지화가 방지되고 다양한 식생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근래 들어서는 목축업이 사양화에 접어들고 농촌에 인력도 부족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노야키를 유지하고 있다.타데하라는 람사르협약에 등록되긴 했지만, 우리나라 순천만에 비교하면 관찰데크 등 시설물이 매우 적고 간소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잘 단장됐다기 보다는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이끼류 등 자연을 최대한 이용해 걷는 길을 꾸민 것도 눈에 띈다. 습지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는 안내판들도 나무를 적당하게 자르고 다듬어서 만들어 놨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 것이다. 목초지로 이용되면서 많은 식물종과 나비류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멸종위기의 식물과 곤충, 조류 등 희귀 자원들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올레를 통한 한국관광객 유치큐수지역은 뱃부와 유후인 등 온천관광지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근래에는 온천지구 뿐만 아니라 아소산, 구주산 등을 활용한 등산과 트레킹 관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제주올레와 손잡고 17개의 올레길 코스를 개발했으며, 한국말 안내판과 안내 브로셔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 올레길 중 3개가 오이타현에 있으며, 그 중 하나가 타데하라 습지를 종점으로 하는 고코노에야마나미 코스다. 습지와 올레길을 결합한 관광상품인 셈인데, 바다와 감귤을 나타내는 리본의 색깔도 똑같다. 이 코스는 고코노에 꿈의 대현수교에서 시작해서 초자바루에 있는 타데하라 습지로 이어지는 12km 구간이다. 노벨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집필 할동을 했던 온천마을을 지나 한다고원의 농로와 우마길, 목장지대와 억새밭 등을 보유하고 있다.일본 사람들은 원래 트레킹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으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보면서 점차 트레킹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구로카와 온천마을유후인에서 초자바루 습지와 대현수교를 거쳐 해발 700m의 깊은 산 속에 위치해 있는 구로카와 온천마을을 찾아갔다. 구로카와는 아소산과 구주산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무주구천동 계곡을 연상시키는 자연의 계곡을 따라 20여개 정도의 료칸(온천 여관)이 자리잡고 있다. 온천 이외에는 별다른 시설이나 편의점 등도 없는 아주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온천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지난 2009년에는 미슐랭 그린 가이드 재팬에서 별 2개를 얻었다. 현재는 일본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온천이다.구로카와는 한때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마을 청년회가 나서서 살려냈다. 먼저 온천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료칸에서 사용하는 목욕용품을 모두 친환경 상품으로 바꾸었다. 또 옛 것과 자연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해 가는 곳마다 전통적인 소박함이 묻어나고 있으며, 산소리와 물소리 속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잘 꾸미고 치장하기보다는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소박함이 오히려 더 좋은 매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청년회는 료칸에 투숙하지 않는 사람들도 온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온센메그리라고 불리는 온천마패를 만들었다. 1300엔을 내고 이 마패를 구입하면 마을에 있는 3개의 온천을 골라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온천마다 그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지역주민들이 서로 욕심을 버리고 협력했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구로카와는 에도시대 초기, 목이 잘린 지장보살을 옮기던 도중에 지장보살이 이곳에 안치해 주길 바란다는 뜻에 따라 모셨는데, 그 곳에서 온천이 터져 나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별로 멀지 않은 곳에 아소구주국립공원의 특별보호지구인 기쿠치 계곡이 있다. 기쿠치 계곡은 전나무와 소나무, 느티나무 등의 원시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자연경관이 매우 빼어난 곳으로 일본명수 100선에도 선정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