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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신분증 ‘주민등록증’의 새로운 디자인을 찾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행정안전부( 이하 행안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과 함께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주민등록증의 새로운 디자인 기획안 공모를 시작으로 주민등록증 디자인 공모를 진행한다. 이번 기획안 공모와 함께 ‘국민 아이디어’도 공모해 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주민등록증 디자인 공모’는 1단계 기획안, 2단계 디자인 공모로 진행한다. 1단계 공모에서는 주민등록증 디자인 기획 제안과 참가자의 주요 실적을 바탕으로 심사해 6인(팀) 내외를 선정한다. 6인(팀)에는 2단계 디자인 공모 참여를 위한 보상비 각 3백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모에는 대한민국 국적의 개인 디자이너 또는 그래픽, 서체, 색채 등의 각 분야 전문가가 공동의 팀을 이뤄 참여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 진행하는 2단계 디자인 공모에서는 1단계 공모를 통해 선정한 6인(팀)이 참여한 가운데 디자인 작품 심사와 발표 심사를 거쳐 최종 1인(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 1인(팀)은 주민등록증 새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민 아이디어’ 공모에서는 새로운 주민등록증에 대해 제안하면 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민 의견은 향후 디자인 개발에 반영해 새로운 주민등록증의 활용성을 높일 예정이다. 디자인 기획안 공모는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에서, 국민 아이디어 공모는 소통24에서 접수한다. 공모 관련 세부 사항은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1.03 17:32

[안성덕 시인의 '풍경']이발소

이발소가 사라집니다.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장원, 엄연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꼬맹이 적 엄마 손에 끌려가던 미장원을 사내들이 제 발로 찾아듭니다. 그래요, 지금은 미장원이 아니라 ‘현대 헤어아트’, ‘미래 헤어디자이너 샵’이더군요. 이발소엔 빨갛고 파랗고 흰, 삼색 등이 뱅뱅 돌아가지요. 16세기 프랑스 어느 이발소에서 시작되었다던가요. 이발사가 외과 의사를 겸했던 당시 동맥, 정맥, 붕대를 상징했답니다. 이웃집 바리캉을 빌려 쓰던 까까머리 시절, 오래 기름칠을 안 했던 거겠지요. 숫제 머리털이 뽑혔지요. 어쩌다 명절 때 큰맘 잡수신 아버지 덕에 면 소재지 이발소에 간 적 있지요. 진학 못 한 친구가 머리를 감기던 삼거리 이발소, 그랬을 리 만무지만 빨랫비누 칠한 내 머리통을 박박 더 세게 문지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1900년대 생 남자라면 한 페이지쯤 추억이 남아있을 이발소가 영화 뒤로 사라집니다. 이젠 골목 안에나 발길 끊은 손님을 기다리는 나이 지긋한 이발사가 몇 남았을 뿐입니다. 문득, 폴폴 더운 김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불리고 수염뿌리까지 밀어주던 면도가 그리워졌지요. 골목 안 이발소 문을 밀었습니다. 옛날 그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살구 비누 냄새도 면도 거품 냄새도 연탄난로 냄새도 없었습니다. 쓱 쓱 가죽 띠에 문지른 시퍼런 면도날이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송창식이 부르던 ‘왜 불러’, 경찰의 장발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청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잡히지 않고 점점 멀어졌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4.11.02 08:00

소리축제 거쳐 유럽무대 간다는 창극 ‘심청’ 두고 지역예술계 '갑론을박'⋯'환영'vs'반대'

내년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대에 소리축제와 국립극장 합작인 창극 '심청'이 오를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두 단체는 업무협약을 맺고 창극의 세계화를 위해 ‘심청’을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예산은 국립극단 6억 원, 소리축제 4억 원 등 총 10억 원이다. 이번 심청은 전통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국악관현악과 서양관현악, 오페라 요소 등을 다양하게 접목시킬 구상이다. 기존 창극과는 색다른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작품 연출은 독일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이 나서며, 무대 디자인 역시 독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창극 사상 최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심청' 프로젝트를 두고 지역 예술인의 민심은 엇갈렸다. 소리축제와 국립극장 협업 소식에 지역 문화 발전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전북이 가진 문화적 소재 배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충돌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같은 해 5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 역시 정기 공연으로 ‘심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 A 씨는 “20년 이상의 역사성을 지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국립극장과 함께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역 주민들에게 국립극장의 고품질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문화적 경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예술인 B 씨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북자치도의 예산으로 개최되는 엄연한 지자체의 축제”라며 “국립극단과의 협업은 좋지만, 연출진부터 단원들까지 외부 인력이 오를 이번 프로젝트에 도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이 사용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소리축제와 지역 소속 예술단과의 또 다른 협업’에 대한 제언도 들어볼 수 있었다. 예술인 C 씨는 “연출과 무대디자이너 등이 정해질 정도면, 프로젝트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일 것”이라며 “지역 소외를 주장할 것만이 아닌 소리축제의 폐막작 등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를 도내 예술단과 협업해 만들어내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부단체와의 협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가 이뤄진다면, 소리 축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이라며 “이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현재는 냉정히 지켜볼 때, 평가는 내년 소리축제가 시작되고 난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29 18:39

제32회 목정문화상에 김영·박종수·이명배 씨

제32회 목정문화상수상자로 문학 부문에 김영(66) 시인, 미술 부문에 박종수(77) 화가, 음악 부문에 이명배(57) 국악 지도자 각각 선정됐다. 목정문화재단은 28일 제32회 목정문화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수곤)를 열고 이와 같이 선정했다. 목정문화상은 도민의 문화적 삶과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 고(故) 목정 김광수 선생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목정문화재단이 제정한 상이다. 도내 향토문화 진흥을 위해 공헌한 문화예술인 또는 단체를 찾아 시상하고 있다. 재단은 1993년부터 매년 문학, 미술, 음악 등 3개 부문에 걸쳐 현재까지 총 87명에게 부문별 1000만 원씩의 창작지원금을 시상했으며, 제30회 목정문화상부터 부문별 수상자에게 창작지원금을 2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해 지원하고 있다. 문학 부문 수상자인 김영 시인은 1995년 <자유문학>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해, 그의 모교인 만경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명예퇴직했다. 문단 경력으로는 전북문인협회장과 전북문학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석정문학회 회장과 한국문협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미술 부문 수상자인 박종수 화가는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작품 발표와 함께 창작 열정을 보여주며,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등 전북 미술의 기틀을 다지는 데 힘썼다. 이처럼 예술적 역량은 물론, 수많은 작가를 배출하고 함께 활동하며 지역 예술계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마지막 음악 부문 수상자인 이명배 국악지도자는 잊혀가는 익산의 유일한 들노래, 익산 삼기농요의 명맥을 잇고자 홀로 외로이 들노래 복원 작업에 청춘을 바치는 등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시상식은 다음 달 22일 오후 4시 전주 더메이호텔 2층 그랜볼룸에서 열린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28 17:44

'한달 150만원'…전북도립국악원 비상임 단원 처우 개선 시급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비상임 단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상임 단원들은 상임 단원들과 근로 시간은 같지만, 임금 수준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상임 단원 고용이 만연한 현 시스템에서, 저임금 구조가 계속되고 근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공공에서 운영하는 예술단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립국악원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원은 146명이다. 상임 단원 140명에 비상임 단원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원은 140명이지만 출산‧육아휴직 등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와 20대 청년 예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부터 비상임 단원 6명을 채용해 운용하고 있다. 도립국악원 상임 단원은 통상 주 5일 출근과 최소 15시간 이상 근무로 비상임 단원과 비교하면 높은 급여와 퇴직금 등이 보장된다. 반면 비상임 단원은 근로계약서상 하루 4.5시간의 노동시간만 인정받아 월 보수가 150만 원에 불과하고, 공연 수당 이외에는 복리후생 혜택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특히 기간제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1년 미만을 계약해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국에서 보더라도 도립국악원 비상임 단원 임금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국 국악단체 비상임 단원 인건비 현황에 따르면 △국립극장 220만 원 △전남도립국악단 259만 원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6만 원 △대구시립국악단 206만 원 △광주시립예술단 160만 원 △대전시립연정국악원 200만 원 등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상임 단원과 비상임 단원이 실제 같은 근무를 하는 ‘동일한’ 예술노동 종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규직 상임 단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3시까지만 근로계약이 체결돼 있다. 반면, 상임 단원들은 일반 사무직 또는 생산직 노동자와 달리 예술 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실상 조기 퇴근 혜택을 보장받고 있다. 오후 3시 이후부터는 국악원을 이탈해 개인 연습과 교육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이를 모두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도내 문화정책 전문가는 “도립국악원 비상임 단원 6명 모두 20대 청년 예술인”이라며 “비상임 단원과 상임 단원 모두 같은 시간에 출근해 똑같이 근무를 하지만, 예술 노동의 특수성이 적용되는 쪽은 상임 단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상임 단원들의 정년 보장, 퇴직금 지급 등의 기계적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 기간만이라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북도의회 장연국 의원은 도립국악원 비상임 단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운영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발의, 자치법규 입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상임 단원 전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종화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교수는 “지자체 예산이 충분치 못하다보니 비상임 단원에 대한 처우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불합리한 지점이 있지만, 예술노동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비상임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 다행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상임 단원이 상임 단원으로 전환될 기회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보는 비상임 단원 처우 개선과 관련해 도립국악원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28 17:24

정체성 없는 전주페스타, 이대로 괜찮나

지난해 개최 시기에 이어 올해 축제 장소까지 통합하며 야심차게 출발한 전주페스타가 축제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 채 백화점식 축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빔밥 축제와 국제 한지 산업 대전, 독서 대전 등과 조선팝 페스티벌, 막걸리 축제까지 성격이 완전히 다른 행사를 하나로 묶다 보니 축제의 의미와 방향성이 모호해졌는 지적이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26일까지 한 달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전주페스타 2024가 열렸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대표축제’ 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전주페스타는 독서 대전, 비빔밥 축제 등 굵직한 행사를 포함해 한지와 술, 조선팝 등 성격이 다른 여러 행사를 하나로 묶어 ‘전주형 통합축제’로 열고 있다. 올해 전주페스타 5개 축제 관람객은 약 30만 명으로 개별 축제로 치러졌던 지난해 65만 명보다는 53%가량 줄었다. 다만 전주시는 지난해 축제 개수(14개)와 올해 축제 개수(5개)의 큰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축제 성과가 나쁘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주페스타가 통합축제라는 취지와 부합하지 않고, 지역 관광산업과의 연계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주차별로 다른 주제와 성격의 축제가 열렸지만, 관련 없는 부스들이 많고 체험행사도 차별성이 없어 축제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것. 특히 축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장소를 종합경기장으로 한정했다고 하지만, 장소를 한정한 데 대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독립적인 축제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참신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장소를 물색하던 예전과 달리 장소를 한정 짓다 보니 백화점식 축제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문화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 예술인은 “축제를 일 치르듯이 치러버리니까 기존에 갖고 있던 축제의 장점들이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장소를 전주종합경기장으로 한정 지어버려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도 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축제보다는 축제 성격에 맞는 장소에서 열리는 축제를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며 “독서대전의 경우 축제 성격상 고즈넉한 장소에서 열리면 더욱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전주시 내부에서도 통합 축제에 대한 불평이 나오고 있다. 축제 통합으로 내부적 갈등 요인이 늘면서 조직 안에서도 불만이 토로되고 있는 것이다. 전주시청 한 공무원은 “성격이 다른 축제를 하나로 뭉치려다 보니 부서 간 의견 충돌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며 “축제라는 게 가변성도 많고 고려할 사안도 많은데, 고민하지 않고 덩치 큰 축제로만 키우려다보니 이런 일이 나타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축제가 통합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덩치만 키워서 운영되다보면 계속해서 조직 내외부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는 구체적인 국내외 관광객 통계와 축제 만족도 조사 등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거쳐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27 15:47

[흔들리는 서노송예술촌] ③ 한계 다다른 서노송예술촌, 새 전환점 찾아야

선미촌 일대 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예술촌이 철거와 보존의 갈림길에 섰다. 예술촌을 지탱해 온 주민과 청년 예술인, 여성인권단체, 도시계획 전문가는 이번 재개발 논의를 계기로 예술촌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애초 좋은 취지로 조성된 공간이지만, 현재 주민은 주민대로 청년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쪽만이 희생하고 피해입는 구조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미촌 일대 주민들은 지난 6년여 간 추진됐던 예술촌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전주시가 시비를 투입해 부지를 매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선미촌 일대에 예술촌이 상당히 크게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실상 제대로 조성하지도 못하고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는 지적이다. 서노송동에서 4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지금은 예술촌 일대가 모두 빈집으로 변해버렸다”며 “저녁이면 도둑들이 빈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고, 고양이랑 개가 들어차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분노했다. 이 주민은 “예술촌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입었다. 지금 이 일대에 딱 4가구만 남아있다”며 “4~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90세대 이상이 생활했던 공간이었는데, 행정에서 예술촌 만들겠다고 들쑤셔놓고 손을 놓아버린 상태”라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재개발이 빨리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매매 집결지를 없앤 자리에 예술촌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동네 이미지 개선에 노력해 온 청년 예술인과 여성인권단체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는 “성매매집결지를 없애기 위한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며 “성매매 집결지를 없앤 후에도 선미촌이 좋은 공간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몇 년 동안 공을 들여왔는데, 결과적으로 개발자들을 위해 집결지를 없애준 꼴”이라고 했다. 만약 성매매업소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아파트 건축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예술촌이 갖는 장소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노송예술촌을 단순히 자산의 가치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도시를 변화시킨 노력과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라는 것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는 예술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거점시설은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 했다. 현재 전주시는 거점시설 이주를 위한 대체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원 도시공학박사(전북대 겸임교수)는 “재개발을 하더라도 어디까지 개발하고 보존할 것인지에 대해 행정이 예술촌 주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시에서는 예술촌 재개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느낌이 강하다. 이곳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일궈낸 공간이기에 획일적인 개발만이 아닌 다각도의 방안을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행정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며 “예술촌 조성을 위해 함께 땀 흘렸던 전주시에서 철거와 보존이라는 문제를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끝>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24 17:28

[흔들리는 서노송예술촌] ②서노송예술촌 이대로 괜찮은가?

전주 서노송동 선미촌 재생사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수십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문화‧예술‧인권의 공간으로 변화했지만,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선미촌에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비와 시비 약 83억 원을 투입해 성매매 업소로 이용하던 건물과 빈 건물 6채를 사들였다. 매입한 건물은 △새활용센터 △예술책방 △미술관 등 거점시설들로 바뀌었다. 선미촌의 이 같은 변화는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민관 파트너십과 성매매 집결지의 점진적 변화는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꼽히며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균열이 생겨났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지라는 평가 뒤에는 기획부동산의 잠식과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당시 폐업한 업소 5곳을 평당 500~600만 원을 주고 매입했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가격은 평당 2~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성매매 집결지였던 땅이 순식간에 로또가 된 셈이다. 시청 건너편에 자리한 선미촌은 전주 구도심 노른자 땅으로 입소문 나면서 재개발 대상지로 떠올랐고 선미촌 내 빈 점포는 외지인들에게 빠르게 팔려나갔다. 문제는 전주시가 시비를 들여 매입한 부지가 몇 군데 없다 보니 예술촌으로의 변화가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시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용지 매입이 많이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거점시설이 조성된 곳은 5~6곳이 전부다. 이후 민간에 예술촌 활성화를 맡겨버리면서 예술촌의 기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예술촌 활성화는 더디게 흘러갔고 인구 유입 및 도시 활력을 기대했던 원주민들은 이도 저도 아닌 예술촌 사업에 지쳐갔다. 선미촌 일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시에서 예술촌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동네에도 큰 변화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됐고, 현재는 예술촌에 지원되는 예산이 없다 보니 청년들도 모두 떠났다”며 “빈집이나 빈 건물이 방치되다 보니 저녁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무섭다. 재개발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현재 예술촌의 평균 임대료는 월 80~120만 원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미촌에서 주판알을 튕기는 건물‧토지주가 늘어나면서 예술촌의 청년‧예술인들은 높아진 월세의 늪에 허덕였고, 예술촌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갔다. 더욱이 단체장이 교체된 2022년부터 예술촌에서 추진한 사업이 축소되고, 예산도 끊기면서 예술촌의 효능감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예술촌에서 활동 중인 한 청년은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때 예술촌에서 창업을 시도하려는 청년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예술촌 땅값이 상승하면서 몇 년 새 리빙랩 사업과 같은 유인책이 없으면 들어올 수조차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재생 정책에 대한 검토와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도시재생 정책이 기존에 보존 위주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정비하고 개발하는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비와 재개발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인아 건축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현재 예술촌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비단 전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민간에서 투자하고 개발하지 않는 이상 상업적‧문화적 기능을 확산시키는 과정은 더딜 수밖에 없고 행정에서는 개발을 통한 가시적 변화가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발하더라도 본래 예술촌이 조성된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적절한 제한 등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전주시는 예술촌으로 기능전환이 이뤄졌던 2021년 일반상업지역인 선미촌 일대에 유흥주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용도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지구단위계획을 준비했지만 끝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예술촌을 지켜온 원주민과 여성인권 단체, 청년, 예술인 등 여러 주체와의 의견수렴 과정이 절실한 이유다. 정 위원은 “예술촌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재개발이나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동안 공간을 지켜온 주체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행정에서 논의 테이블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23 17:34

“지진 일어나면 어떡해“⋯국립전주박물관 면진시스템 진열장 구축 '전무'

전북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인 국립전주박물관의 소장품 보존 시스템이 지진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진피해로부터 국보와 보물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면진시스템 기능이 탑재된 진열장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추후 발생할 지진피해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요구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은 지난 18일 국립중앙박물관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 박물관 면진시스템 진열장 구축률이 평균 29%에 그친다”며 안전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면진시스템 진열장’이란 면진시스템 지반과 구조물을 분리함으로써 건물이 흔들리면 물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해 지진 위험으로부터 전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의 국립박물관 면진시스템 구축률 평균이 30% 밑도는 등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그중 국립전주박물관이 위치한 전주와 더불어 부여와 제주 지역의 국립박물관에는 면진시스템이 구축된 진열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 5년간 규모 2.0 이상 국내 지진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68회, 2021년 70회, 2022년 77회, 2023년 106회로 매년 증가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은 ‘백자청화초화문편병’을 비롯해 9만 65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지진피해에 대한 사전 대비가 시급해 보인다. 국립전주박물관은 “면진시스템 진열장 도입 등 전시환경개선에 대한 계획은 있지만, 부족한 예산으로 면진시스템 진열장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지진으로 1명의 사망자와 117명의 부상자, 846억 원의 재산 피해를 준 ‘포항지진’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13개 지방박물관 전시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내용은 1년 동안 총 78억의 사업비를 활용해 2개의 국립박물관 환경을 순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삭감되며, 해당 사업의 사업비도 영향을 받아 1년에 2곳의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경개선 사업이 국립박물관 1곳으로 대상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초 사업이 지체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국립중앙박물관과 많은 의논을 했지만, 축소된 예산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진행 속도는 늦어졌지만, 빨라도 2028년과 2029년 사이에는 전시환경개선이 완료해, 소장품들을 안전하게 보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22 17:09

[흔들리는 서노송예술촌] ①서노송예술촌 왜 흔들리나?

한때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은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서노송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전주시는 도심속 어두운 공간으로 남아있던 선미촌을 바꿔보겠다며 2017년부터 83억 원을 들여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했다. 공권력이나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주민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을 이주시켰고, 그동안 성매매에 사용되던 건물들은 전주시에서 매입해 문화·예술 시설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붙여졌던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는 2022년 끊어냈지만, 최근 서노송예술촌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전주 서노송예술촌이 흔들리고 있다. 60년간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 성매매 업소를 사들여 폐쇄하고, 공간을 임대해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해 온 전주시가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겉으로는 선미촌에 성매매 업소들이 모두 사라지며 사업이 완료됐다는 입장이지만, 2022년 단체장이 교체되면서 정책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서노송예술촌 일대에 아파트 개발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사실상 재개발을 추진, '예술촌'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선미촌 일대에 1만㎡ 규모의 2개 단지 600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추진중이다. 일부 건물주와 토지주,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건설을 위해 조합 설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닫은 성매매 건물들이 수년째 방치됐고, 기존에 전주시가 기대했던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효과가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아파트 개발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현재로서는 ‘아파트 개발을 해볼까?’ 정도의 움직임에 불과하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일부 토지주와 건물주, 주민들을 필두로 가로주택 정비사업(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조합설립 동의를 위한 검인 신청이 진행중이다. 이 일대 주민 80% 이상이 아파트 개발에 동의를 하면 조합 설립 인가를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정상 추진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간 추진해왔던 예술촌의 기능이 소멸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노송예술촌의 이 같은 변화는 전주시의 정책 방향이 달라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선미촌이라는 공간에 공원과 문화시설이 유입됐고, 2021년을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져왔던 성매매 업소도 완전히 퇴출됐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된 2022년 공교롭게 전주시장이 교체됐고, 이후 전주시는 성매매 업소의 완전한 퇴출이 이뤄진 만큼 더이상의 사업 추진이나 예산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슬럼화된 도시의 가시적인 변화들이 자본의 가치로 치환되면서 기존에 견지해온 보존과 재생이라는 논리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행정에서 예술촌의 변화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주시의 입장에 대해 예술촌에서 활동해 온 예술인과 청년들은 "안일하다"고 지적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공간의 성격이 변화했고, 바뀐 공간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변화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성매매 업소 퇴출이라는 1차원적인 목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예술인은 "공간을 지켜온 주민과 공간을 변화시킨 예술가, 청년들의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담긴 곳이 선미촌”이라며 “공간의 성격이 변하면서 선미촌이 과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미촌은 전주라는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인 만큼 함부로 무너뜨리면 안된다"고 부연했다. 지난 2018년부터 서노송예술촌에서 거점공간을 운영중인 한 작가도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선미촌에 자리잡은 문화공간은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닌 시민들과 약속해 이어온 것들인데 무형의 가치가 외면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서노송예술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해 나가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된다면 여성단체, 전문가, 주민, 청년, 예술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22 15:17

[안성덕 시인의 '풍경']이정표

빠르지도 멀지도 않은 길은 놓칠 염려 없었습니다. 어쩌다 좀 멀리 나갔을 땐 누군가에게 길을 물었지요. 갈수록 길은 빠르고 멀어집니다. 세상에는 사람이 넘치고요. 그러나 앞뒤로 빵 빵 자동차뿐, 길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 하나 붙들고 길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 길을 곧장 가다 느티나무를 만나거든 오른편으로 꺾고, 담배 한 대 참…”, 제 길처럼 일러주던 이들 길 따라 세월 따라 흔적도 없습니다. 안경을 쓰고도 자주 길을 놓칩니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도 자주 길을 헤맵니다. 바로 가면 강진 지나 임실 지나 진안 장수 대구로 이어지는 30번 국도랍니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지금 활활 불이 붙었을 내장산이고요. 반대쪽은 산외를 지나, 전주로 가는 27번 국도와 만나는 49번 지방도랍니다. 행여 해찰하다가 길도 세월도 사람도 놓친 이들은 빙글 로터리 돌아 처음으로 다시 가면 될 것입니다. 누구는 저 길을 따라 도시로 나갔겠지요. 넓고 빠르고 먼 길만 쫓다 지쳐 이정표를 보았겠지요. 또 누구는 저 길을 따라 돌아와 가쁜 숨을 고르겠지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H. D. 소로우가 말했지만 아마도 길을 잃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놓치고 잘 못 든 길은 이정표로 찾아가겠지만, 되돌리고 싶은 인생길은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길이 있기에 인간은 방황할 수밖에 없다면, 인생의 이정표는 책이요, 학교요, 어른이겠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4.10.19 08:00

쓰레기 만들지 않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의 아홉 번째 이야기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場), 불모지장이 가을 장터로 오는 19일 ‘문화공간 명천재’에서 열린다. 이번 장터 역시 음식, 소품, 디저트, 농산물, 체험 등 33여 팀과 공연, 워크숍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누구나 쉽게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장을 보고, 비건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아홉 번째 장터는 전국 수선의 날(10월 19일)에 열리는 만큼,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 구축을 위해 2022년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 (사)다시입다연구소와 협력해 진행된다. 때문에 이번 불모지장에서는 △옷 교환 파티 △<수선의 미학> 저자와의 북토크 △수선 워크숍, 깁;다 △오손도손 수선 체험 등 수선에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 활동, 커뮤니티가 계획됐다. 이날 예정된 프로그램은 사전 접수와 당일 현장 접수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회용품 없이 장터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불모지장에서는 개인 수저를 비롯한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는 필수품이다. 실제 이날 불모지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과 음료는 일회용품 없이 다회용기로만 제공될 예정이며, 판매하는 농산물과 소품 역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나 다회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준비된다. 불모지장 관계자는 “장을 찾은 많은 사람이 손수 준비한 용기와 텀블러로 식사를 하고, 양파망이나 장바구니로 농산물을 담아가는 모습이 이제 불모지장의 상징이 됐다”며 “선선한 날씨 속 펼쳐질 불모지장을 통해 많은 분이 비건문화를 체험해 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17 15:06

'미래문화축제 팔복'의 시작을 마주하다

전통문화자원과 미래 신기술을 결합해 개최하는 축제의 성공 조건은 ‘조화로움’이다. 풍부한 문화자원에 뉴미디어·첨단기술을 융합해 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전통과 미래 문화를 결합하고, 체험할 수 있는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미래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원에서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개최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본도시 지정을 추진하는 전주시가 예비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15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3일간 진행된 축제에는 총 2만 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방문객 중 약 33%(7000여명)가 외지인으로 분석돼 전국 단위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축제에서는 전통과 신기술이 접목된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이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퍼포먼스와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 탄소 상품 전시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미래 문화 축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예술에 미래 기술을 접목한 염동균 드로잉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미래 예술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미래파장’이 축제 기간 동안 진행돼 현대 예술에서의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다차원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관람객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축제를 지향하며 시민들이 다양한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3일간 문화의 바다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만사 OK’ 프로그램에서는 삼천·우아·인후·진북·효자 생활문화센터 등 5개 팀이 참여해 ICT 기술을 융합한 창작물을 선보였고,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마련된 VR 체험버스는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팔복예술공장에 마련된 써니부엌에서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한 탄소문화상품 전시장 ‘탄소정거장’을 통해 탄소 소재가 예술적 재료로서도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발전 방향도 모색했다. 전주문화재단 미래전략팀 김선정 팀장은 “미래문화축제 팔복은 전주의 전통적인 문화자원인 한옥, 단청, 한지 등에 미디어 아트 등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시도”라며 “역동적인 문화가 펼쳐질 미래문화도시 전주의 내일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15 18:31

50여 년간 전북문학관 지키던 조경수 하루아침에 '싹둑'

“50년 동안 시민에게 치유와 휴식을 줬던 조경수들이 한순간에 잘려나가 너무 아깝고 안타깝네요.”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위치한 전북문학관 내부에 심어졌던 40여 그루의 조경수 중 30여 그루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르면 오는 2025년 12월 개관될 전북문학예술인화관(구 전북문학관) 건립 공사가 이유다. 주민들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주던 나무들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15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건물이 건립된 1980년대부터 약 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조경수의 수령(樹齡)은 평균 50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40여 그루를 채운 나무의 종류 역시 소나무, 단풍나무, 목련, 살구나무, 감나무 등 다양했다. 이처럼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던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문학관을 찾는 방문객과 주민에게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며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전북문학관 건물을 철거하고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을 건립하겠다는 전북자치도의 계획에 따라 조경수는 공사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하며 벌목의 대상이 됐다. 이날 오전에 찾은 전북문학관 공사 현장 일대는 조경수를 자르기 위한 전기톱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설치된 철제 울타리 속 상당수 나무의 밑동과 가지가 잘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의 주인 A씨는 과거 이 공간을 ‘시민들이 즐겨 찾던 산책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전북문학관 건물을 자주 찾진 않았지만, 수목이 우거져 방문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치유를 전한 전북문학관 마당을 즐겨 찾아 산책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벌목이 아닌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잘려 나간 가지들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이번 벌목 사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건물보다 높은 부지에 세워진 전북문학관과 주변 건물의 높이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위해 나무 제거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전북문학관은 당초 도지사 관사를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로, 인근 다른 건축물보다 높은 부지에 나무와 건물이 세워졌다”며 “과거 이 단차는 ‘권위의 상징’으로 인식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의 설계 목적과 맞지 않아 층계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공사 과정 속 문학관 내부에 심어진 나무는 100% 제거될 예정이었지만, 최대한 보존할 방안을 꾀해 40그루 중 10그루는 기증과 옮겨심기를 통해 보존할 예정이다”며 “나머지 30그루는 크기와 모양 등의 이유로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타까지만 벌목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15 18:29

한강의 노벨상 초상화 누가 그렸나…스웨덴 화가 엘메헤드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동시에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한 장의 그림이 등장했다. 중단발의 머리, 노란 황금빛이 감도는 얼굴, 알듯 말듯 은은한 미소를 띤 한강의 초상화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이미지는 스웨덴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렸다. 엘메헤드는 2012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도맡아 온 화가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평화 분야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는데, 대외활동보다는 연구에 매진해 온 수상자들의 경우 고화질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2012년 노벨위원회의 미디어 분야 예술 감독으로 일하게 된 엘메헤드는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저화질 사진을 올리는 것이 마땅찮다고 봤고, 그림으로 사진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상화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2014년부터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로 일하게 된다. 그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 수상자들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표현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상자의 인종,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황금색만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피부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엘메헤드는 처음에는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상화를 채색했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채색 방식을 바꿨다. 엘메헤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에는 검은 윤곽선에 푸른색과 노란색 음영을 줘서 강조했다"며 "2017년에 주된 색상을 금색으로 하기로 했고, 여러 가지 종류의 금빛 물감을 쓰다가 금박을 입히는 것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작업 방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아주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인다. 공식 발표에 앞서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엘메헤드는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노벨위원회의 기밀 정책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내가 꽤 빨리 그림을 그리는 편이고, 초상화는 몇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24.10.13 09:54

노벨상·전미비평가상·안데르센상…한강 신드롬에 주목받는 여풍

"한강 작가가 한 시상식에서 전년도 수상자로서 제게 상을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스토리보드와 더미북(견본책) 같은 습작이 경이롭다'는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읽어주셨죠. 또래이기도 해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울컥하더라고요."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지난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제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2020년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영감을 준 작가 중 한명으로 스웨덴 아동문학 작가인 린드그렌을 꼽았다. 백희나는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라니, 정말 기뻤다"며 "꼭 남녀를 나누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 교육이 일반화된 게 몇십년 안 됐는데 짧은 시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게 대단한 일이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강이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국내 출판계에서 신드롬급의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학계는 최근 수년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해외 유수 문학상에서 낭보를 전해 '포스트 한강'이 등장할지에 대한 관심도 받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문학번역원 자료에 따르면 한강의 2016년 맨부커상 국제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8년여간 한국 작가들은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에서 31차례 수상했다. 이중 여성 작가의 수상은 한강, 김혜순, 편혜영, 손원평, 윤고은, 김초엽, 황보름 등 22차례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세계문학의 중심이 서구, 남성, 백인의 서사에서 아시아 여성의 언어에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이들의 활약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한강 외에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독자를 확보한 김혜순 시인이다. 김혜순은 2019년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을 차지했고 2021년 스웨덴의 시카다상을, 올해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2022년에는 영국 왕립문학협회의 국제작가로도 선정됐다. 세계 시장에 각인된 30~50대 여성 작가군이 탄탄해진 점도 낙관적이다. 이들은 여성 서사에서 나아가 판타지, 추리, 과학소설(SF)까지 장르 다양성도 확보했다. 정보라는 굵직한 국제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과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그는 SF와 판타지, 호러를 경계 없이 넘나드는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장르 문학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윤고은은 2021년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같은 해 이 작품으로 SSF 로제타상, 영국&아일랜드 코미디 우먼 인 프린트상, 2022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편혜영은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소설인 '홀'로 2018년 미국의 셜리 잭슨상을 받았다. 2019년 일본번역대상과 2020년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과 독일 리베라투르상 후보에도 올랐다. SF 작가 김초엽은 비중화권 작가 최초로 중국의 양대 SF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2023년 중국 성운상 번역작품 부문 금상, 은하상 최고 인기 외국작가상을 받았다. 디아스포라(이산)의 역사를 다룬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로 확장하면 여성 파워는 더욱 거세진다. 이민진은 재일조선인 4대의 파란만장한 연대기인 '파친코'로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2022년 이 소설이 애플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제2의 이민진'으로 불리는 김주혜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날, 데뷔작인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세계 아동문학계에선 이미 백희나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두 상을 거머쥐었다. 백희나에 이어 이수지는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이수지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동네책방 에디션 표지를 그린 인연이 있다. 한강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과 공동 창작하는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심청'의 바다 그림 중 쓰지 않은 장면을 표지로 담았다. '심청'은 정식 출간된 책이 아니란 점에서 독자들은 한강의 넓은 관심사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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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24.10.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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