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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을 피해 정박한, 아무렇게나 벗어둔 현관의 식구들 신발을 가지런히 짝 맞춥니다. 휴일 오후, 좀 멀리 가볼까 생각다 바람 빠진 자전거를 그냥 두고 나갑니다. 삼십 분쯤 걸어 약속 없이 만난 친구가 헐렁해 보입니다. 기억나지 않을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집니다. 봉숭아꽃이 어느새 색이 다 빠졌네요. 늦게 물들이면 그 꽃달 첫눈 때까지 남아있으려나? 미루다 그만 잊어버린 거지요. 뒷주머니에 꽂은 하모니카, 어디쯤 앉아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노래할 참입니다. 아니 아직 별은 멀어 나지막이 휘파람이나 불며 돌아오는 길, 지팡이를 둘씩이나 짚은 노인이 여태 저기 서 있습니다. 빈 그물을 깁고 있는 거미를 한참 들여다봅니다. 귀뚜리 톱질 소리는 언제부터 아다지오였을까요? 제 날개가 무거웠던 걸까요? 깃털을 떨구고 간 비둘기는 지금 어느 하늘을 날아갈까요? 연례행사처럼 꺼낼 재킷 속 엘피에 먼지가 내려앉았겠지요. 패티 킴의 <구월의 노래>가 쓸쓸하겠지요. 눈 뜨고도 못 보았을 붉게 물들어 가는 벚나무를 생각합니다. 귀 열고도 못 들었을 잎새 지는 소리를 생각합니다. 총 맞은 것처럼 가슴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단종의 비(妃)인 정순왕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기리는 행사가 정읍에서 열린다. 정읍시 칠보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송암문화재단은 오는 13일 오후 4시 30분 정순왕후 태생지(정읍시 칠보면 시산리 740)와 송현섭공원 특설무대에서 제2회 정순왕후 추모제와 동진강시민음악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정읍 칠보에서 태어난 정순왕후 송씨는 조선 왕실로 입궁하였으나 단종의 폐위와 사사라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역사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도 왕비로서 남편의 곁을 지키며 연명했고, 82세까지 살아 조선 왕조사에 이름을 남겼다. 500년 호남 땅에서 태어난 유일한 왕비라는 점에서 그녀의 생애는 지역사와 조선사 모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추모제 행사에서는 정순왕후의 삶을 기리는 창무극 '정순왕후'와 정읍시립농악단 길놀이·버나놀이 등의 공연이 준비됐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동진강시민음악회'는 송현섭공원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음악회에서는 노래자랑과 경품추첨, 지역 농산물 나눔이 이어진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는 무료 식사도 제공될 예정이다. 정순왕후의 고향 칠보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무성서원을 비롯해 사찰과 누각, 서원, 불상 등 문화유산이 풍부한 지역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제례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로 마련됐다. 송암문화재단 송기도 고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를 이어갈 수 있게 돼 의미가 깊다”며 “지역 주민의 성원과 관심이 정순왕후의 삶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보면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고장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새기고 이웃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주민 화합을 이루는 소중한 시간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다음 달 26일까지 특별 체험프로그램 ‘동학농민혁명 기록지킴이’를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주제로 하는 이번 행사는 동학농민혁명박물관에서 진행되며,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순회전 ‘세계에 새겨진 혁명의 기록’과 연계해 기획돼 기록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기록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실제 프로그램에서는 △전통 제본 방식으로 나만의 옛날 책 만들기 △한지공예 필통 꾸미기 △동학농민군의 구호가 담긴 깃발 만들기 △물로 쓰는 서예 체험 △동학농민군 재현 의상 착용 △오늘하루 기록카드 제작 △기록지킴이 인증서 수여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록 활동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점심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1시)과 월요일 휴관일은 제외된다. 모든 체험은 무료로, 별도의 예약 없이 현장 접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10인 이상 단체의 경우 사전 전화 예약이 필요하며, 준비된 교구재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박물관이 전시와 교육, 체험, 휴식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관람객들에게 유익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참가자들이 다양한 기록 활동을 통해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지닌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그 의미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공식 홈페이지 및 SNS 채널, 전화(063-530-9405)로 확인할 수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재단법인 월드뮤직센터(이사장 강선대)와 공동 기획한 ‘제4회 아시아 월드뮤직 어워드’ 시상식과 기념 연주가 지난 달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성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아시아 월드뮤직 어워드’는 음악을 통한 문화 교류를 선도하는 아시아 아티스트를 격려하기 위해 2014년 제정된 상이다. 제1회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제2회 이란 작곡가 후세인 알리자데, 제3회 안숙선 명창에 이어 올해는 일본의 쇼(shō, 생황과 유사한 관악기) 연주자 미야타 마유미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에는 강선대 이사장, 김희선 소리축제 집행위원장, 일본 음악대학 교수진 등이 참여했으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5천 달러와 전각 명인 진공재가 제작한 상패가 수여됐다. 1954년 도쿄 출생의 미야타는 가가쿠(궁중악)와 쇼 연주자로 활동하며 일본 전통을 대표해왔다.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가를 연주했으며, 존 케이지, 로베르트 플라츠 등 세계적 작곡가들과의 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날 기념 연주에서는 가가쿠 음악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소리축제와 월드뮤직센터는 앞으로도 격년으로 ‘아시아 월드뮤직 어워드’ 시상식과 국내 초청 무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은 문화누리카드 활성화 촉진을 목적으로 알리미 2차 이벤트를 운영한다. 재단은 8일부터 19일까지 운영하는 '알리미' 이벤트를 통해 문화누리카드의 도내 이용을 활성화하고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7일 밝혔다. 참여 대상은 문화누리카드 수혜자이며, 총 40명의 당첨자를 무작위로 추첨하여 소정의 기프티콘을 증정할 계획이다. 참여 방법은 온라인으로 가능하며 카드 사용 영수증을 네이버 폼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카드를 사용하고 활동 인증사진을 함께 제출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총 40명의 당첨자 중 5명은 활동 인증사진을 제출한 참여자 중에서 우선 선정된다. 재단은 오는 10월과 11월에도 추가 이벤트를 열어 문화누리카드 이용 활성화 이벤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문화누리카드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복권 기금으로 운영되는 공익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향유 △국내 여행 △체육활동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올해는 도내 약 14만 명에게 1인당 14만 원이 지원되며, 문화누리카드는 11월 28일까지 전국 주민센터 또는 누리집에서 발급받아 12월 31일까지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후백제시민대학(학장 송하진) 개강식 및 첫 강좌가 5일 저녁 전주 완산구청 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원장 김경민)에서 열렸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이 후원하는 이날 개강식에는 학장을 맡은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와 김관영 지사를 비롯해 향도단과 수강생 등 8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송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주의 자랑인 모악산을 그냥 오르내리기만 하면 모악산을 제대로 알 수 없듯이 후백제의 역사도 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후백제의 역사를 제대로 배워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지사는 축사에서 “이번 시민대학 강좌는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다시 세우는 뜻깊은 자리이자 실천의 현장”이라며 “전북자치도도 후백제 역사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도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자산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후백제와 관련된 발굴과 답사, 세미나 등은 수없이 이루어졌으나 후백제시민대학처럼 체계적인 강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첫 강좌는 한국전통문화대 이도학 명예교수가 ‘고려보다 강한 후백제의 국력과 군사력’이란 내용의 강의를 펼쳤다. 이 교수는 “백제를 계승한 후백제의 국력은 고려나 신라보다 훨씬 강력했다”며 “백제의 구도(舊都)인 금마산과 연계된 전주지역은 행주형(行舟形) 지형으로 길지(吉地)로 여겨져 전주가 새 나라의 수도로 적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고려군과의 조물성(경북 의성) 전투, 공산(대구 팔공산) 전투, 강주(경남 진주) 점령, 발성(개성) 전투에서 승리하는 등 끝까지 웅강했으나 대통합을 위한 용단으로 새 시대를 열고 갔다”고 마무리했다. 제2강은 12일 송화섭 교수(전 중앙대)의 ‘후백제 견훤의 역사인식과 미륵신앙’이 열리며 11월 7일까지 박해현 교수(초당대), 최인선 교수(순천대), 엄기표 교수(단국대), 강봉룡 교수(목포대), 유철 원장(전주문화유산연구원). 곽장근 교수(군산대) 등 8차례의 강의가 진행된다.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오는 9월 26일부터 10월 26일까지 한 달간의 여정으로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 볼만한 전시는 1000여명의 종교인의 세계 경전 필사전, 그리고 미래 K-서예를 이끌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 중 ‘서예로 만나는 경전(千人千經)’은 1000명(불교 515명, 기독교 256명, 천주교 70명, 원불교 31명, 천도교 28명, 기타100명)의 세계 종교인이 참여한다. 각기 다른 뿌리를 지녔지만 붓끝에서 하나의 큰 울림으로 재탄생하며,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서예라는 공통 언어로 엮어낸 전시이다. 올해 ‘신진작가 전시 지원 공모 사업’을 통해 선발된 서예가 4명이 선보이는 K-SEOYE ART전도 주목할만하다.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서예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의 예술 언어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청년 시대소리-정음(正音)’ 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작가들의 사회적·예술적 고민을 한글서예와 회화,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전시로 K-SEOYE ART전과 함께 맥락을 같이 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부대행사로 7일 전주현대미술관에서 첫 번째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이날 ‘청년 시대소리-정음(正音)’ 출품작가인 임지선 서예가의 공연과 윤성민 회화작가의 강연이 펼쳐졌다. 임지선 작가는 무대 위에서 직접 붓을 들고 국악 선율에 맞춰 서예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현장에서는 힘찬 붓질과 섬세한 춤사위가 교차하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선한 울림을 전달에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불안에 옮기는 기대'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 윤성민 작가는 서예와 회화의 접목 과정에서 드러나는 표현의 확장성, 장르 간 결합의 장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회화 작가로서 서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달하며 현시대 예술 속에서 서예의 역할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하진 조직위원장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종교인이 함께하는 세계 경전 필사 전시와 청년세대의 시대 소리를 담은 장르 융복합 전시, 창작 지원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적 열린 서예문화를 실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서예가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창의적 실험을 이어가며 세계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글로벌 예술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예술회관, 도내 시군 주요 전시장 및 문화시설에서 열린다. 부대행사와 프로그램 일정, 전시 안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서울말이 참 근사했지요. 소풍이나 체육대회 때면 카메라를 둘씩이나 메고 나타나는 그, 유난히 말수가 적고 얼굴이 희다는 것 말고 알려진 게 없었습니다. 그래요, 이미 그를 맴도는 머리통 굵은 친구 입에서 나왔겠지요. 실패한 사랑 때문이라는, 폐병쟁이라는 풍문만 돌았습니다. 국민학교 옆 터줏대감 소라사진관 사장님과는 딴판, 철학이 있었습니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야!”,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긴 소매 미색 와이셔츠를 입던 알쏭달쏭한 그는 신세계였습니다. 안 찾아가는 사진이 골치 아팠을까요? “맘에 안 드는 사진일수록 빨리 찾아야 한다, 그래야 여학생들이 못 본다”는 그의 말을 신봉했습니다. 뚫어져라 카메라 렌즈나 쳐다보던 우리는 더, 더, 더 활짝 웃었으며 짝다리를 짚거나 거만하게 팔짱을 끼기도 했습니다. 아직 풋내나던 시절에 탕진해버린 미소 때문이겠지요. 별로 웃을 일 없는 나날입니다. 삼화사진관 그 서울 사진사가 사라진 뒤 진구네 둘째 누님도 안 보였다는 소문이 오래 돌았지요. 희미한 세월 속에 또렷이 자신을 찍어두고 간 그, 안 찾은 아니 못 찾은 사진들은 지금도 보관 중일까요? 사람은 가도 오백 년 도읍지는 의구하다는 야은(冶隱)의 시구는 틀렸습니다. 불과 오십 년, 시절도 고향도 간 곳 없습니다. 셀프사진관, 중이 제 머리 깎는 오늘의 자화상입니다.
“와! 문재인 대통령이다” 5일 전주한옥마을 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일원에서 열린 ‘2025 전주독서대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스는 단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2023년부터 경남 양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평산 책방은 올해 전주독서대전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평산책방 부스를 찾은 문 전 대통령은 책방 부스에서 10여 분 정도 머물렀다. 그의 등장에 독서대전을 찾은 수백 명의 인파가 부스로 몰려들었다. 이후 각 서점과 출판사, 독서 단체가 운영하는 부스를 일일이 돌며 책방지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을 반기며 시민들이 큰 소리로 환호하자 그도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문 전 대통령은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현장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한병도 국회의원 등이 문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독서대전 부스를 돌아봤다. 문 전 대통령은 ‘모악’출판사 부스에도 방문해 김완준 모악 대표와 인사를 나눴다. 김완준 대표는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가 기획한 책 <불멸의 새와 꽃의 영광을 노래하라>와 안도현 시인의 제자 하기정 작가의 책 <건너가는 마음> 등을 소개하고 증정했다. 김 대표는 “전주가 책과 문화의 도시인만큼 매년 (전주에) 방문해서 독서대전이 전국의 독서대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이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해 내년 전주독서대전 참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독서대전 부스를 모두 돌아본 뒤, 문 전 대통령은 완판본문화관 기획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평산책방 이사장인 안도현 시인의 강연 현장을 깜짝 방문해 짧은 소감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올해 전주독서대전에 평산책방 부스가 참석하게 되어 기쁘다”며 “전주독서대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주는 전통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이지 않느냐, 전주시민들의 문화 예술 교양 수준이 아주 높다”며 “전주독서대전도 우리 정부 시절에 (시작돼) 전주시가 책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인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다른 행사보다 좀 더 각별하다. 전주독서대전이 더욱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후 곧바로 자리를 옮긴 문 전 대통령은 우 시장 등 전주시 관계자들과 비공개 차담회를 가졌다. 한편, 전주독서대전은 오는 7일까지 전주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등 한옥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넘기는 순간’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전주시 독서생태계를 구성하는 60여 개의 기관·단체가 참여한다.
전북도립국악원이 236억 원을 투입해 신축한 청사 활용을 놓고 교육생들의 원성이 치솟고 있다. 개관한 지 두 달이 흘렀지만, 교육생들이 쉴만한 공간이 마땅히 없고, 관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초 식당 겸 휴게공간으로 설계됐던 3층 공간마저 전주대사습보존회 사무실로 용도를 변경하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교육생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일 전북도립국악원에 따르면 국악원 신청사는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현 부지에 총사업비 236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난 7월 1일 개관했다. 2022년 착공해 올해 마무리된 국악원 건물은 연수실 14개 반을 비롯해 다목적 공연장과 회의실, 식당 및 매점 등 부대시설을 갖춰 국악 교육과 공연을 위한 전문 공간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계획대로 공간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관리도 소홀해 교육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도립국악원에서는 무용이나 국악기 교육이 진행된다. 이때 필요한 휴식 공간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국악원은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탈의실까지 폐쇄하면서 교육생들은 화장실을 이용해 옷을 갈아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생들의 불편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악원은 식당 겸 매점으로 3층 공간을 활용하려 했는데, 최근 사전 고지나 양해도 없이 전주대사습보존회 사무실로 변경하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공간 배치는 국악원의 권한이지만 내부에서조차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악원 교육생 A씨는 “하루에 최소 700~800명의 교육생이 국악 교육을 받기 위해서 공간을 찾는데도 국악원은 휴게공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새로 지어서 개관했는데 도대체 건물을 어떻게 활용하는 건지 교육생도 교수진도 모두가 불편한 상황”이라고 분개했다. 더욱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전북도립국악원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며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신축한 건물이지만, 개관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 이하 BF) 인증 관련 지적 사항이 발생하면서 보강 공사를 실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땜질 처방 후 개관했지만, 여전히 기준이나 원칙 없이 청사가 관리 운영되면서 불편은 오롯이 교육생들의 몫이 돼버렸다. 이런데도 국악원은 “민원을 제기하는 교육생들 때문에 업무처리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변명하는 등 원인을 교육생에게로 돌리는 모습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전주대사습보존회에서 사무실을 어딜 쓰든 간에 직접적으로 교육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서 “공간에 대한 배치는 행정에서 임의대로 할 수 없다.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계를 식당으로 했으니까 무조건 식당으로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현재 시설 안에서 공간을 최대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마을은요, 산 좋고 물이 맑어요. 참말로 좋당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바로 한 자리에서 삶의 터전을 지킨 주민들의 마을 사랑이다. 20대 새색시가 세월을 따라 할머니가 되면서 애정은 더욱더 굳건해졌다. 그 주인공을 만나러 간 4일 오전 9시께 찾은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 경로당. 먼저 반긴 건 벽면에 붙은 "9/4 오전 9시 40분 노래교실" 안내문이었다. 시간이 다가오자 고추를 따고, 깨를 털던 어르신들은 잠시 장갑을 벗어 놓고 경로당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옛 도지사 관사인 하얀양옥집에서 열리는 전시회 작가로 섭외됐기 때문이다. 참여 인원은 총 10여 명이다. 화정마을은 지역 청년 예술인 쟈니컴퍼니 소속 신민수·류수찬 씨와 함께 민요 '달타령'을 개사해 마을 자랑을 풀어내기로 했다. 개사·연습·녹음을 거쳐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해 전시장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화정마을을 자랑해 달라는 예술인들의 요청에 어르신들은 답변보다 먼저 미소를 보였다. 이덕순(82) 할머니는 "우리는 장수 마을이다. 건강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흔 다 돼도 요양병원도 안 가고 건강하다. 너무 건강하다. 그게 우리 마을의 최고 자랑이다"며 '장수 마을'임을 강조했다. 그 옆에 있던 최은주(77) 할머니도 "화정마을은 꽃이 예쁘고, 사랑도 많다"며 웃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모은 예술인들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개사를 마쳤다. 이후 한 사람씩 파트를 맡았다. 새로운 가사가 낯선 듯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모두 박수로 박자를 맞추고, 못 따라오는 어르신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연습했다. 경로당 안은 웃음과 박수, 노랫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30분 넘게 이어진 연습에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목이 쉬어서 더 못 하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집에 가서 더 연습하려는 듯 달력 뒷장에 적힌 가사지를 꼬깃꼬깃 접어 가방에, 주머니에, 보행 보조기에 챙겨 넣었다. 이번 활동은 올해 초 진행한 전북일보의 지역소멸 위기 극복 프로젝트 '청년 이장이 떴다!' 연장선이다. 하얀양옥집을 운영하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은 본보의 프로젝트를 확장해 오는 12월부터 농촌마을의 예술 활동을 전시할 계획이다. 참여 마을로는 화정마을을 포함해 고창 1곳, 김제 1곳 등 총 3곳이 참여한다.
올해로 64회째를 맞는 전라예술제가 ‘예술성’ 확보를 위해 변화를 꾀한다. 2019년부터 전북도민체전과 함께 열렸던 예술제는 올해부터 전문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야외 행사를 실내 행사로 전환해 진행키로 했다. 한국예총 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 최무연 회장은 3일 예총 회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행사 개요와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최무연 예총 회장은 “전북예술인들의 큰 잔치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예술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올해부터는 전북도민체전과 별개 행사로 예술제를 진행한다”며 “순수 예술인들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제는 5일 전북무용협회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9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과 전주 덕진예술회관, 우진문화공간, 완주 고산미소시장 등에서 분산 진행된다. 전시는 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 2, 3층에서 열린다. 전북무용협회가 준비한 개막공연 ‘코리아 판타지 전라도 천년의 춤’은 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 무대에는 널마루무용단과 우리춤사랑예술원, 광주시립무용단과 어사랑 전통 무용원, 대한무용협회 전주시지부, 최상철 현대무용단 등이 올라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특히 올해는 무용, 사진, 문인, 연극 등 9개 협회 모두가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꾸며진다. 각 장르가 지닌 고유한 예술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준비했다. ‘종합예술제’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 내년부터는 전라예술제를 유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최무연 회장은 “올해 예술제의 핵심은 예술성 확보”라고 거듭 강조하며 “예술성이 담보된다면 내년부터는 유료로 전환하는 방안도 심도 깊게 고민해보려고 한다. 전라예술제가 전북 예술의 대표성을 보여주는 예술제인 만큼, 작품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과 문화를 결합해 행사로 추진하는 민간단체 환경문화조직위원회(위원장 김승중)가 2025 전주 국제 아러스나인 새활용 패션쇼와 대한민국 징검다리 환경음악회를 13일 오후 6시 30분 덕진공원 연화정에서 연다. 김승중 조직위원장은 2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올해 행사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는 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틀에 걸쳐 진행하던 행사를 하루로 축소해 진행한다. 대신 행사의 질적 향상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삼천 세내교 징검다리 옆에 T(티)자 형태의 수상무대를 세워 공간의 변화를 꾀한다. '대한민국 징검다리 음악회'는 20년 전 시작된 쿨 상상 환경음악회를 발전시켰다. 김승중 위원장은 “올해 가장 힘을 준 부분이 징검다리를 테마로 한 음악회와 패션쇼” 라며 “전주 하천 탄생으로 징검다리가 놓이게 됐고, 징검다리를 활용해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4년 전부터 환경음악회 명칭도 징검다리 환경음악회로 바꿔서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러스나인 새활용 패션쇼’ 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버려진 옷을 새 옷처럼 수선해 패션쇼로 선보이는 행사이다. 올해는 모델 선발 대회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모집한 모델 100여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새활용한 웨딩드레스와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설 예정이다. 민간 행사로는 드물게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으며, 환경문화 확산이라는 행사 취지에 공감한 전문가와 시민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다. 패션쇼 방식도 새롭다.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행사가 아닌 기‧승‧전‧결을 갖춘 형태로 전환한다. 따라서 올해 패션쇼는 △아러스나인 탄생 △아러스나인 환희 △아러스나인 위기 △아러스나인 평화 등 4막으로 구성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진행했던 환경 패션쇼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 패션쇼를 총 4막으로 구성했다”며 “패션쇼 특성상 말이나 행동에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음악으로 극의 흐름을 표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주만이 가지는 독특한 패션쇼로 K-환경문화예술의 정수로 키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국가유산청은 9월 16일부터 3주간 매주 화요일마다 국립무형유산원 소공연장에서 2025 하반기 무형유산 책마루 인문학 강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신청은 2025 책마루 예약 누리집과 전화( 063-232-0736)로 할 수 있다. 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에 조성된 무형유산 책마루는 무형유산 관련 전문 도서 자료를 갖추고 국민에게 무형유산 정보를 제공하는 열린 공간이다. 지난 2018년부터 인문학 강연을 통해 무형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등 지역 주민과 방문객으로부터 호응을 받아 왔다. 하반기 첫 강연의 주인공은 불교계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뉴진스님이다. 개그맨 윤성호의 부캐(부가캐릭터)인 뉴진스님은 '고통을 이겨내면 극락왕생'이라는 주제로 불교 문화를 대중문화 콘텐츠와 연결하고자 노력한 도전기를 들려 줄 예정이다. 두 번째 강연은 강재영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이 맡는다. 공예가 현대사회에서 갖는 가치를 중점으로 쓸모와 아름다움,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대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공유한다. 마지막 강연자는 싱어송라이터 하림이다. 음악은 약자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활동 중인 하림은 삶의 터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위한 노래, 이야기로 공감과 위안을 전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무형유산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적극 행정을 통해 무형유산 보존·활용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전통서예의 정신과 청년 예술가의 창의성이 만나는 특별한 무대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연계행사로 마련된 ‘청년 시대소리—정음(正音)展’이 10월 26일까지 전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만 39세 이하의 청년 서예작가 20명이 참여해 한글서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회화, 한국화, 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협업해 예술의 무한성과 융복합 미술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전시는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지금, 청년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첫 번째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서예의 필법을 기초로 현대적인 매체의 방식을 결합한 청년 작가들의 실험성과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전시 ‘내일을 품는 정음(正音)’에서는 서예와 회화, 한국화, 미디어아트 세 분야로 나누어 진행된다. 분야마다 청년 서예작가 5~6명과 타 장르 작가 1명이 팀을 이루어 협업한다.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청년 세대가 서예를 통해 새롭게 표현한 작품들은 서예가 낡은 전통이 아니라 현대적 감성과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관람객에게 색다른 영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 송하진 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 서예의 미래를 이끌 세대들이 한글을 기반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창의적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전시를 통해 서예가 특정 세대나 장르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임을 알리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오는 26일부터 한 달 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에서 열린다. 본 행사와 맞물려 열리는 전시인 만큼 전북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 한마당이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부안군 일원에서 열린 가운데 신석정 시인의 작품세계를 되새기는 ‘한국문학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구재기 시인의 <서정과 사상의 동일화_신석정의 첫시집 촛불을 중심으로>, 강경호 문학평론가 <신석정 시의 유토피아 의식과 현실인식>,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작가의 체험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과 독자 중심 문학>, 권남희 수필가 <풍요로운 서정과 파이척결의 정신>, 유인실 문학평론가 <생태적 상상력과 정신주의>, 김광원 시인의 <신석정의 시와 대승기신론>을 주제로 한 6개 발표로 진행됐다. △구재기 시인 “1945년 일제와 그 암흑에서 벗어나긴 하였으나 이 시인이 갈망하던 바와 같은 <새벽>으로부터 포근하고 따스한 빛이 환히 트이어 오진 아니했다. <슬픈목가>는 즐겁고 기쁜 노래로 바뀔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해방 후 여러 뒤덮은 역사의 격류를 지난 뒤의 피나는 혈서로 모은 작품을 엮어 1956년 상재한 제3시집 <빙하>의 세계로 정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멍든 역사와 얼룩진 현실을 거부하려는 선비적 기질을 가진 시인이었다는 평가와 같이 역사의 현장에서 한발 뒤로 풀러선 신적정의 조용하고 차분한 관조적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강경호 문학평론가 “신석정 시의 유토피아는 자연을 시적 대상으로 삼아 ‘어머니’로 상징되는 모성성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유토피아는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것이 서정시의 원리이다. 신석정의 초기 시에서 자연은 감각적 경험을 통해 자연의 미를 향유하는 미학적 장소이며, 후기 시에서 나타나는 시적공간은 추구하는 억압과 폭력이 없는 유토피아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시인은 상상력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타개하고자하는 몽상가인지도 모른다.”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신석정 시인의 작품 세계를 통해 시인이 만난 인연과 사유, 이를 작품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문학인이라면 누구나 문학을 하게 된 동기나 특별한 인연, 또는 독특한 체험 등이 있을 것이다. 인연과 체험은 한 사람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신석정의 문학은 이러한 인연과 체험을 통해 형성됐다. 작가의 문학 세계와 함께 그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도 함께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석정 시인의 문학은 더 널리 확산해 한국문학 중흥을 위한 동력이 되고, 나아가 세계문학 속에 그 빛이 스려들기를 기원한다.” △권남희 수필가 “어떤 작품이든 세상에 발표가 되면 3가지 정도의 의도로 흐름을 타면서 분류된다. 평가가 다르고 한결같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다. 첫번쩨는 작가의 의도로, 무언가 표현욕구가 일어나면 소재를 선택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어 완성한다. 두 번째는 독자의 의도로 독자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나이와 정서, 계층에 따라 풀이는 달라진다. 세 번째는 작품 자체에서 생성하고 있는 의도로, 작품은 작가가 떠나면 세상의 눈높이에 따라 입맛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이된다.” △유인실 문학평론가 “신석정 시, 수필에서 드러나는 소재는 자연과 사회에 두루 편재돼 있다. 자연친화적인 경향과 사회 참여적인 경향이 공존한다.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미 군정기 그의 초기시에서 나타나는 경향처럼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인간정신의 근원과 시원에 대한 성찰이 보인다.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현실을 외면한 채 자연속에서 은일함을 태한 허유의 삶의 태도를 비판하고 스스로 역량을 발휘해 사회사적 시간 위에 도원경을 건설하는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원 시인 “신석정 전반기 시에는 어린 양, 염소, 비둘기, 산새, 토끼 등 어린 짐승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약자를 배려하고 구제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 하에 식민지의 처지로 전락한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을 ‘어린 양’ 등의 연약한 짐승으로 형상화한 것임을 확인했다. 세계를 진여의 정법세계로 정화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은 전혀 변함이 없으며, 더욱 여유있고, 승화된 세계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 "창작하기 좋은 전북으로"신석정 선생의 올곧은 삶을 기억합니다. 신석정 선생은 아름다운 시어로 전원과 자연을 노래한 목가적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암울한 시대에 민족의 아픔을 이야기한 저항시인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남북 분단, 그리고 현대의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슬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현실에 참여한 신석정 선생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었습니다. 전북의 저력은 높은 문화의 힘에서 비롯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창작자에게 문학적 영감을 전하며, 신석정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를 배출한 고장입니다. 앞으로도 도민이 문학과 예술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창작 활동을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도민과 함께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해, 문화와 스포츠가 어우러진 세계도시로 나아가겠습니다. 한국문학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길 기대합니다. 이번 대한민국 문학인 어울림한마당은 신석정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전북 시문학의 전통과 자부심을 되새기는 자리입니다. 문학인에게 창작의 영감을 북돋우고, 관객에게는 시어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권익현 부안군수 "부안 문학정신 계승 기원"자연과 인간, 민족의 깊은 정서를 섬세하게 노래하셨던 신석정 시인. 그분의 시에는 한 편의 풍경처럼 맑고 깊은 시심이 흐르고, 그 언어는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그 문학의 뿌리가 자라난 이곳 부안은 단지 한 시인의 고향이 아닌, 그분의 시가 숨 쉬고 머물던, 살아 있는 문학의 터전입니다. 이곳 부안에서 신석정 시인의 문학 정신이 다시금 살아 숨 쉬고, 오늘의 문학인들을 통해 계승·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나누실 한마디 말과 한 줄의 시, 그리고 마음속 작은 떨림 하나하나가 문학의 새로운 씨앗이 되어 다시 꽃을 피우리라 믿으며, 이번 어울림 한마당이 단지 만남의 자리를 넘어 창작의 영감을 나누고, 문학의 깊이를 되새기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연과 문학, 그리고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곳 부안에서 여러분 모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김정기 전북도의원 "위기의 문단, 전환점 되길"신석정 선생 서거 51주년을 기리는 대한민국 시문학제가 신석정 문학관을 비롯한 부안군 일원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신석정 선생께서는 격동의 20세기 초 부안군 동중리에서 나시고 부안보통학교를 졸업하신, 부안이 배출한 한국 문단의 거두이십니다. 선생께서는 교편을 잡고 후학 양성에 힘쓰셨으며 열정적인 시 창작 활동으로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신 분입니다. 돌아가신 이후에도 신석정 선생께서 남기신 문학적 유산은 아직도 문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한국 시 문단의 버팀목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문학제도 신석정 선생께서 남기신 유산을 어떻게 조명하고 계승해 나갈지에 관한 심포지엄 자리가 마련될 예정입니다. 모쪼록 문인 여러분들의 고견이 모아져서 위기의 문단을 일으켜 세우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시문학제를 통해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부안의 여름이 더욱 빛나길 바라며, 함께 모이신 문인 여러분께도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길 기원합니다.
“전북 하면 신석정 선생님을 떠올릴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지난 29일 부안 모항 해나루 가족호텔에서 열린 신석정 시인 서거 51주기 추모 기념식에서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문인들이 함께 시인을 기리는 자리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전북을 찾아 석정 선생님을 함께 기린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 이사장은 이번 추모 행사를 준비하며 전북의 문화적 정체성을 다시 각인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북을 예향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처음 오는 분들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끼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문화예술뿐 아니라 음식과 인심 등 전북의 매력을 알리고, 나아가 전국 문인들이 전북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신석정 문학이 오늘날에도 갖는 울림에 대해 그는 “시인의 작품은 물론, 고매한 인성까지 많은 이들이 흠모하고 있다”며 “요즘 시 낭송 대회가 많아졌는데, 석정 시가 가장 많이 낭송되는 것만 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전국의 문인들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부안을 찾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언급했다. 윤 이사장은 “부안을 찾고 전북을 찾은 문인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늘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의 문학 자산을 지키고 발전시켜 후대에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안이 ‘신석정의 고향’으로서 지닌 상징성과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석정 선생의 문학과 생애를 충분히 알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부안군과 관련 기관, 지역 문인들과 함께 뜻을 모아 석정을 올바르게 기리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석정의 문학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비전도 내놨다. 윤 이사장은 “전국의 문인들을 부안에 모아 석정과 부안을 집중 조명하는 행사를 정례화하고, 이육사 문학관 같은 타 지역 문학관과 교류하며 석정의 가치를 함께 선양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석정과의 개인적 인연도 회상했다. 전주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전주 비사벌 초사를 찾아가 정원에서 차를 나누며 담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선생님은 늘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고 말했다. 이후 결혼식 주례를 맡아 준 인연은 2014년 신석정기념사업회를 창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되는 계기가 됐다. 윤 이사장은 “석정 선생을 기리는 일은 개인적인 보은을 넘어 전북의 문학 자산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후대에 올바르게 전승하기 위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획과 교류를 통해 석정의 문학과 정신을 더 깊이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잘못 들은 걸까요? 산모퉁이 저편, 빠앙 빵 거린 지가 언젠데 하루 대여섯 번 지나는 버스는 굼벵이처럼 느려터졌습니다. 어머니였을까요? 형이었을까요? 외할아버지 제삿날이었을까요? 여름방학에 서울 막내 고모 집에 가는 길이었을까요? 신작로 양편에 훌쩍 키가 큰 포플러가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전봇대가 어디까지 따라왔습니다. 먼 길을 휘돌았습니다. 열, 스물, 서른, 마흔……, 세월이 갈수록 속도는 빨라졌으며 가는 곳마다 가로수는 달랐습니다. 포플러만 있는 줄 알았건만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이팝나무, 감나무, 메타세쿼이아, 배롱나무, 마로니에, 목련 많고도 많았습니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유행가처럼 사과나무도 있었고요. 자갈길에 팡팡 튀어올랐었지요. “이놈의 똥차!” 어른들은 손잡이를 움켜쥔 채 투덜거렸지만 나는 고소했지요. ‘더 뛰어라 더!’ 깨소금 맛이었습니다. 달려왔다 달아나는 포플러를 세며 버스는 뽀얀 흙먼지 속을 덜컹거렸습니다. 추석 무렵엔 가로수 사이로 코스모스가 손을 흔들곤 했지요. 그나저나 어디서 내렸을까요? 나만 혼자 두고 어머니도 형도 간곳없습니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원장 김경민)이 후백제시민대학 강좌를 개설해 다음달 5일부터 운영한다. ‘전북‧전남지역 균형 잡힌 후백제사의 이해’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좌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의 2025 호남한국학 강좌 및 학술대회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마련됐다. 후백제시민대학은 오는 11월 7일까지 이어진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은 후백제 역사문화 재정립을 위해 역사문화정비특별법과 고도지정, 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 등에 힘써왔다. 이번 후백제시민대학을 통해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무게를 대중들에게 더욱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강좌는 총 8개로 구성됐다. 9월 5일은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교수의 ‘고려보다 후백제의 국력과 군사력’, 12일은 최인선 순천대교수의 ‘후백제 왕 견훤의 충신-박영규와 김총을 중심으로’, 19일은 박해현 초당대 교수의 ‘광주 전남 지역 견훤 유적지와 견훤 전설’. 26일은 송화섭 전 중앙대교수의 ‘후백제 견훤의 역사 인식과 미륵사상’을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선다. 10월 17일은 엄기표 단국대 교수의 ‘후백제 불교 문화유산과 그 의미’, 24일은 강봉룡 목포대 교수의 ‘견훤과 왕건의 영산강과 해양쟁패전, 31일은 유철 전주문화유산연구원장의 ’전주권역 후백제유적 유물 발굴 성과‘, 11월 7일은 곽장근 군산대 교수의 ’후백제와 오월국의 국제 외교-진안 도통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이야기 한다. 강좌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며 송하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위원장(전 전북도지사)이 후백제시민대학 학장을 맡았다. 수강신청은 오는 30일까지 전화(010-8645-2200) 또는 문자로 신청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며 수료시 후백제역사알림이 자격증이 수여된다. 김경민 원장은 “전북역사문화를 도민과 함께 공부하고, 전북의 역사문화 알림이 양성을 위해 후백제 시민대학이 문을 열게 됐다”며 “후백제 역사문화를 재정립하고 전북 역사문화 위상을 높여가는 길에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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