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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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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길모퉁이 포장마차가 보입니다. 오늘 처음 나왔을 리는 만무, 내가 너무 밝았었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카바이드 등불이 전등으로 푸른 포장이 투명으로 바뀌었네요. 끼니 놓친 이들의 요기가 되고 하소연할 곳 없는 이들의 푸념을 부추기던, 차수 바꿔도 멀뚱멀뚱한 인생들의 욕받이가 되던 포장마차가 거반 사라졌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수많은 마차가 변두리 공터나 정류소 옆에, 서부로 도심으로 달려가던 길 멈추고 포장을 둘러쳤지요. 하룻밤 몸을 녹이고 허기를 지우고 더 멀리 가겠다는 다짐이었겠지요. 아니, 아니 실비 같은 인생들 입에 잔 소주에 닭발, 꼼장어, 돼지껍데기……, 한입 넣어주며 맨정신엔 꺼내 놓을 수 없는 사연 들어주겠다는 말이었겠지요. 국수, 우동, 참새구이, 꽁치구이, 닭똥집……, 그 많던 메뉴 다 사라지고 겨우 붕어빵에 꼬치 오뎅으로 이름이나 잇고 있네요.

맨 처음 길 가던 마차를 세우고 포장을 둘러친 이, 찬바람이나 막고 이슬이나 피하려는 것 아니었겠습니다. 끔벅끔벅 올려다본 하늘의 별이 너무 아득해, 깊고 푸른 은하수가 너무 시려서 차마 눈 가려두었겠습니다. 그런데 마차를 몰던 이들과 마차를 기웃거리던 이들 모두 머나먼 서부에 도착했을까요? 금맥을 찾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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