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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대학에 서예학과가 생긴 곳도, 2년마다 한 번씩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열리는 곳도 전북이다. 곳곳에 명필명가가 숨어 있고, 이름 높은 서예가가 쓴 현판과 비석이 즐비해 글씨의 호사를 경험할 수 있는 전북의 서예는 특출나다. 그러나 누군가는 삼베에, 누군가는 칡을 짓이겨 쓰는 엄혹한 수련이 묵향의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라북도가 기획 테마 책자로 펴낸 '전북의 재발견 - 서예'에서는 전북의 서풍과 서예가, 명필과 그에 얽힌 숨은 이야기가 곡진하게 녹아 있다. 김진돈 전주문화원 사무국장, 남신희 월간 전라도닷컴 , 이상덕 전라일보 편집부국장 등이 발품 팔아 쓴 전북의 심도 깊고 화려한 서맥부터 서예가 디지털과 만나고 디자인과 접목되는 현대적 변용까지 빠짐없이 아우른 결실. 흙을 조물딱 조물딱 빚어내는 토기와 옹기가 전북에서 특별하게 대접받는 이유가 뭘까. 고려청자의 절정기라 할 수 있는 상감청자의 주 생산지가 부안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 또한 몇 안 된다. 이처럼 깊고 넓은 전북의 도예는 토기옹기청자분청사기백자까지 다채롭고, 거실이나 부엌 찬장에서도 전북의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 기획 책자'전북의 재발견 - 흙'에서는 김미영 전북대 연구원, 남인희 월간 전라도닷컴 , 황풍년 월간 전라도닷컴 편집장 등이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의 옹골진 이야기를 엮었다. 부안 이은규김제 안시성진안 이현배임실 이병로전주 방호식 유신아(부부)남원 김종옥 장인이 흙과 불과 가마에서 빚어낸 보물들은 다시 봐도 명불허전. 흙과 물불과 정성으로 빚어낸 전북 도예사의 숨결은 지금도 가슴 벅차게 차분하고 긴 호흡으로 내쉬고 있다.
자연과 과학 현상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자연의 색이 품은 비밀'(리젬)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서수연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어린이 자연 과학책이다.색을 이용한 생물들의 다양한 생존 전략과 자연의 색이 생기는 이유 등을 풍부한 사진을 곁들여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뭇가지처럼 변장하는 대벌레, 8초 만에 몸의 색을 바꾸는 공작넙치, 청록색 알을 낳는 알락딱새 등 동식물의 '변신 이야기'가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우리는 어떻게 지구에서 살게 되었을까?'(비룡소)는 우주의 생성과 지구의 탄생, 인류 진화의 비밀을 알려주는 청소년 과학책이다. 인류가 지구에 탄생하기까지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난 12가지 우연한 사건을 통해 태초에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설명한다.'원의 비밀을 찾아라'와 '달려라 사각 바퀴야'(작은숲)는 원, 사각형 등 수학 원리를 동화로 풀어낸 수학 동화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남호영 씨가 썼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수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연합뉴스
2012년 한해를 결산하고 체육인들의 화합과 결집을 다지는 '제17회 진안군 체육인의 날 행사'가 13일 체육회 임원, 경기단체 등 체육인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안 전통문화 전수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육상 100m, 200m에서 두 개의 은메달을 획득한 전민재 선수가 올해 진안을 빛낸 유공자로 뽑혀 주목을 받았다.이밖에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최은지(수영 배영 100m 금메달)와 이미화(육상 창던지기 동메달) 선수, 전라북도민체육대회 손원우·이숙희(육상 멀리뛰기 2위) 선수가 유공자로 선정됐다.또한 우수단체에 제주시장기 전국공무원대회 3위 등 두각을 나타낸 야구 연합회(회장 전해석)가 선정됐다.또 유망선수로는 전라북도민체전에서 입상한 한충현(인라인 2위), 김솔이(육상 80m 2위), 육상 임연택 선수가 훈련비를 지원받았다.
전북아르떼(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센터장 선기현)가 지난 1년 간 숨가쁘게 사업을 진행하며 재확인한 것은 문화의 힘은 바로 사람에 있다는 진리였다. 50년 가까이 군산 해망동 수산시장에서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서며 살아온 어머니들에게 버킷리스트(죽기 전 꼭 해야 할 목록)을 작성해 이루도록 해준 공예가 고보연(미술공감 채움)씨와 난생 처음 보는 바이올린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안 위도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 연주회를 선물해준 비올리스트 박병선씨는 독일 유학이라는 화려한 간판에 연연해하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해 열정을 피워낸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이처럼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2012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통해 발굴한 박은주(차라리언더바) 심재균(극단 꼭두)씨와 익산문화재단(문화로 신바람)은 사람과 사람을 엮은 문화예술교육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공식을 증명했다.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이어진 '2012 아카이브 전시'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심에 둔 사업의 전반을 아우르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담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내년을 기약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알찼다. 기존에 학교에서 진행됐던 문화예술교육과 차별을 선언한 '즐거운 학교, 행복한 아이 지원사업'은 완주·부안·군산·익산 지역 학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언어 순화, 행동 장애 등과 같은 문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예술교육으로 힐링을 유도해냈으며, 국내·외 현장 활동가들이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기록하고 온라인에 공유하는 에듀터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점칠 수 있도록 했다.
전북 문학계의 올해 가장 큰 경사는 지역 문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라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 개관이었다. 반면 전북문단을 이끄는 대표적 단체인 전북작가회의(회장 안도현)가 전북도의 문예진흥기금 배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와 갈등을 빚어 문단 안팎의 걱정이 많았던 해이기도 했다. 시와 수필 등에서 많은 작품집들이 쏟아졌지만, 소설 장르의 창작집 발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여전히 적었다. 눈에 띄는 화제작도 드물었다. 올해 전북 문단사를 한자성어로 정리해봤다.△ 기사회생(起死回生) : 전라북도문학관 개관 = 전라북도문학관이 지난 9월 21일 개관식을 갖고 전북 문단의 새 역사를 열었다. 전주 덕진공원 옆 옛 전북도지사 관사를 고쳐 문학인들의 품에 안긴 전라북도문학관은 전북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담으며, 한국 문학의 미래를 견인할 전북 문단의 보금자리로 힘차게 출발했다. 2010년 전북도가 문학관 설립 조례를 제정한 후에도 예산확보·관장 선임 문제 등으로 그동안 곡절을 겪은 끝에 개관한 문학관은 전북문인협회의 위탁 운영 아래 초대 관장에 이운룡 시인이 선임됐다. 문학관은 개관 기념으로 오세영 박사 초청 강연·완판본 기획전·전북문인들의 시화서각전 등을 시작으로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 문학 인사 초청 강연회 등을 잇따라 열어 문학관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문인 중심의 문학관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향후 문인들과 일반 시민들간 거리를 좁히고, 시민들이 문학과 문학관을 사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전북문인협회가 당초 문학관 민간위탁을 맡을 때 충분히 피력하지 않았던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 영고성쇠(榮枯盛衰) : 도내 문학관 명암 엇갈려 = 한국 국문학과 현대 시조에 큰 발자취를 남긴 가람 이병기 선생을 기리는 시조 문학관 건립이 가시화되면서 문학계의 또 하나의 숙원이 풀리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로써 지난 6월 무주에 개관한 김환태문학관을 비롯해 지난해 개관한 부안 석정문학관과 기존의 고창 미당시문학관, 군산 채만식문학관, 김제 아리랑문학관, 전주 최명희문학관 등까지 합하면 문학관 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그러나 군산 채만식문학관·김제 아리랑문학관·무주 김환태문학관은 작가의 원본이 없는 것은 물론 전문 인력마저 배치되지 않아 파리만 날리는 날이 더 많다. 반면 한국 문학의 발전과 문화시설의 모범적인 운영에 힘 쓴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창을 받은 최명희문학관은 올해도 선전했다. 최명희문학관은 전북일보·전주MBC·전북대·전주문화재단 등과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혼불학생문학상','전라북도 초등학생 한식백일장' 등 각종 공모전과 백일장을 진행해 9000여 명의 참여를 유도해냈다. '문학치유를 통한 문학특강',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 초청강연'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을 만났고, 도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혼불문학강연퍼레이드도 30여 곳을 찾아다니면서 도민들에게 최명희의 문학 열정과 문학인들의 창대한 기운을 퍼뜨렸다. △ 파사현정(破邪顯正) : 전북작가회의 문진금 심의 제동 = 전북도가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을 놓고 전북작가회의가 심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자신의 단체 몫으로 배정된 기금을 반납키로 하는 등 문진금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전북작가회의는 지난 3월 "문예진흥기금 문학 부문 심의위원이 이해 당사자인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소속 회원들로 구성 돼 기금이 편파적으로 배분됐다"며 전북문인협회 배정 기금과 조목조목 비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올 문예진흥기금 선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북문인협회의 몫이 1억9800만원인 데 비해 전북자가회의는 총 2600만원에 불과하고, 개인별 창작지원금 선정자 수도 전북문인협회가 47명인 데 반해 전북작가회의는 2명 뿐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전북작가회의는 문진금의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전북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북문인협회가 작가회의의 주장에 정면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문진금을 둘러싼 두 단체간 앙금을 남겼다. 그러나 전북작가회의는 문진금 없이도 올해 젊은 문인들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이어나갔다. 기성 문인들의 작품을 놓고 난상토론을 도입한 월례문학토론회와 도민들과 함께 찾아가는 토론회 외에도 대선 후보 초청 토크 콘서트,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제1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까지 쉴새없이 움직였다. 반면 전북문인협회는 전북 문인 대동제, 전북 새만금 문학제 등과 같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는 데 그쳤을 뿐 도민들의 주목을 받은 사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전라북도문학관 개관 후 문협의 역할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 백척간두(百尺竿頭) : 구관이 명관 = 올해는 유독 기력이 약해 보였다. 안도현 시인의 '일기'가 지난해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문인들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오늘의 시'로 뽑히고 김용택 시인이 제7회 윤동주문학대상을, 박성우 우석대 조교수가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책 출간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한국소설 인기 순위 10위 가운데 정읍 출신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3·4위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지난해 '난설헌'(최문희 저)이 문단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10만부라는 이례적인 판매고까지 기록한 전주MBC의 혼불문학상은 올해 '프린세스 바리데기'(박정윤 저)가 수상했다. 이처럼 전북 문학의 동력이 부족하게 된 것은 정체불명의 문학상, 갈수록 쉬워지는 등단 시스템 등에 기인한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상에 사숙·친분 관계로 인한 나눠먹기식 수상자 결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나, 각종 문예지에서 남발하는 등단으로 인해 오히려 등단하지 못한 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심지어 정년 퇴임 이후 작가 등단은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자기 살을 깎는 치열한 작가 정신이 담보되지 않는 문인들의 양산은 전북 문단의 제 살 깎아내기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밟아 등단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보인다.
지난 12일 오후 3시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열린 '제16회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시상식'. 전북예총(회장 선기현)과 (주)하림(회장 김홍국)이 매년 도내 문화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들에게 수여하는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을 전하는 귀한 자리다.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을 수상한 김명신(66·국악협회) 김순영(76·문인협회) 김성지(78·음악협회) 이 자(58·건축가협회) 최 선(77·무용협회) 강정이(51·미술협회)씨는 차례로 무대에 오르며 기쁨으로 상기된 얼굴로 화답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무대에 올라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한 최 선(전북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보유자)씨는 "오늘 상금(200만원)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통 큰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고, 이 자씨는 "내 이름은 은행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재치 있게 답변해 좌중에 웃음을 선물했다. 이처럼 다들 수상의 기쁨을 전하는 말은 각자 달랐지만, 각자 자신의 인생에 큰 힘이 되어주는 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이들을 축하하러 온 김완주 도지사는 상을 수여하는 (주)하림을 두고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것은 바로 훌륭한 예술가들을 아낌없이 후원한 메디치家 덕분"이라며 "하림의 기부로 전북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름진 토양이 마련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도 "오늘의 영광을 전북 예술발전의 초석이 되어달라는 회원들의 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가일층 예술혼을 불태워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공로상을 받은 최경성(43·연극협회) 김춘자(57·문인협회) 이건옥(58·미술협회) 이갑록(61·군산예총) 염광옥(47·무용협회)씨와 익산목발노래보존회(익산예총)에게도 훈훈한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이 끝난 뒤 익산목발노래보존회가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지게 목발로 작대기 장단을 치며 부른 익산목발노래를 선보여 백의민족의 소박한 삶을 떠올리도록 했다. 시상식에는 시상식 주최자인 이문용 (주)하림 사장과 선기현 회장을 비롯해 김완주 도지사,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이동호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 이사장, 안홍엽 필애드 대표, 황병근 전 전북예총 회장, 이영석 목정문화재단 사무총장, 조금숙 광복회 전북지부장, 성준숙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김혜미자 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재)익산문화재단과 전남문화예술재단 공동 주관으로'호남미술교류100인초대전'을 갖는다(12일부터 13일까지 진도군 진도운림산방). 교류전은 익산지역 작가 및 출향 작가 50명과 전남 작가 50명이 참여하며, 진도운림산방의 남도전통미술관에서 남도예술은행의 행사와 더불어 일반인들에게 선보인다. 운림산방은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 선생에게 사사한 소치 허련 선생의 작업실을 토대로 미산-남농 등 4대에 걸쳐 화맥을 잇는 공간이다.이번 교류전에서 익산 예술인들은 전남 예술인들과 함께 진도 예술문화 현장과 국립남도국악원, 전남도립국악원, 진도군립민속예술단 3개 국악단이 주최하는 송년콘서트를 관람하고 국립남도국악원이 운영하는 사랑채에서 숙박을 하며 예술인들의 교류를 가질 계획이다.
80년대 중반부터 농촌에 둥지를 틀고 농사와 농민운동에 몸담아온 '농민 화가' 박홍규씨(53)가 다시 우리 농민들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신농가월령도'를 주제로, 3번째 여는 개인전이다(12일부터 18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외면받는 농촌과 농민들의 삶이 화폭에 가득 담겼다."논밭을 밀고 들어서는 신도시, 땅 걱정격걱정빚 걱정생산비 걱정재해 걱정새끼들 걱정 속에서도 묵묵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농사지으며 투쟁하는 농민들, 아스라이 잊혀져가는 고향의 이미지들. 우리는 너무 쉽게 신자유주의 경쟁의 정글 속에서 그립고 가슴 아픈 추억들도 잊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를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작가는 "식량 자급률 22%, 쌀 자급률마저도 30년 만에 82%로 추락해버린 2012년 농촌의 모습과 농민들, 그리고 아름답고 가슴 저리고 숭고하기까지 한 농촌의 풍광과 농민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역설했다.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리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우리농민들의 일상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2012년도 오늘의 농촌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부안 출신으로,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완주군 이서면에 작업실을 두고 있으며, 미술동인 두렁전북민미협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을은소리가 난다.갈잎 서걱이는바람 소리짙은옥색 비단 자락에은하수 흐르는 소리[...]내 가슴에 영롱한 점 하나 찍어 놓고팔랑이는 옷자락옥양목 스치는 소리가을은 떠나면서도소리가 난다. -「가을 소리」일부, 1977년퍽 감각적이다. 스산한 가을의 정념을 청각적 이미지로 감지하고 있다. '갈잎에 서걱이는 소리', '옥색 비단 자락에 흔하수 흐르는 소리', '바람결에 팔랑이며 옥양목 스치는 소리'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서늘한 하강(下降)의 이미지들로서 그것들이 '내 가슴에/ 점 하나 찍어 놓고/ 돌아서'서 가을 소리로 떠나가고 있다니...,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처럼 청량한 가을날의 심상이 아닐 수 없다. 꺾고 싶은 꽃이거들랑차라리 멀리서 보아라감미로운 미소가향기로 번지다가피보다 진한 사랑으로 피어나게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이웃을 보고 세상을 보아라이파리로 돋아나듯순수의 나비가 춤을 추다가장미 빛 사랑으로 영글어지게사랑하고 싶거들랑뜨거운 눈물부터 배워라영혼이 녹아 흐르는 그 자리에 가득 부어질-「십자가의 연가」에서, 1983년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삶의 철학과, 생활 자세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꽃을 꺾지 말고 그대로 두고 보라' 고 한다. 상대를 소유하려고 하는 물리적 독점의 이기(利己)가 아니라, 상대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그대로 존중하면서 그 향기를 이웃과 함께 그대로 공유하고자 하는 평화공존과 박애의 정신을 엿보게 한다. 2연에선, 꽃과 나비가 공존공생하며 아름다운 삶을 서로 영위하듯, 이웃과 이웃, 세상과 세상의 관계 또한 서로 돕고 돕는 상생과 화해의 세계, 그런가 하면 '사랑=눈물'이라고 하는 순수와 자기 헌신을 통해 보다 깊은 사랑과 구원을 노래한 3연, 그리고 자신을 태워 이웃을 밝히는 촛불의 순교자적 희생정신들이 그의 삶 속에서 아름답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십자가의 연가」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모질도록 짓밟히는 아픔에못 견디는 슬픔일랑모두 삼켜 버리고 어둔 밤 별빛 밝히는 한 포기 들풀로 거기 서 있거라- 「한 포기 들풀로」에서, 1987년짓밟히고 '짓밟히는 아픔'과 '슬픔'도 '모두 삼키고' 굳건히 일어선 '한 포기 들풀'이기를 소망한다. 이처럼 고난 속에서도 '일어서고', '어두운 밤'에도 맑은 영혼의 기도로써 어둠을 미학으로 승화시켜 가는 모습에서, 일찍이 '시를 종교로, 시작을 신앙으로 여기며' 일생을 구도자적인 모습으로 일관되게 살아온 시인의 한 생을 본다./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행정학인가 하면 문학아카데미에 밝고, 독일 행정대학원인가 하면 뉴욕 스칼러십이다. 말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 교수는 번개다'우석대 이병렬 교수(행정학과)의 회갑 문집 '미르의 산책'(조이앙스)에 붙인 고하 최승범 시인의 축시다. 안도현 시인은 "이 교수의 열정은 대학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바깥으로 부챗살처럼 퍼져나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연구실 중심의 학문 탐구의 영역을 우리 사회와 우리 지역으로 확장시키려는 의식 때문"으로 보았다.이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묶은'미르의 산책'은 필자가 바로 따뜻한 가슴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필자는 "고향과 주변지역을 포함한 우리나라와 우리민족의 삶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다물정신으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꾀해보려는 바람을 거시적이면서 혹은 미시적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미래를 위한 큰 울림을 담고 싶어 고민한 글들이다"고 서문에서 밝혔다.필자는 또 "미르와 같이 실존하지는 않지만, 승천하는 용의 기운으로, 우리 가슴 속에 존재하는 꿈과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다"며, 독자와 함께 건강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보고 싶다고 했다.한민족의 디아스포라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인을 생각했고, 굴곡의 한국 근현대사에서 오늘의 현실과 내일을 바라보았으며, 정치 선진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혁신과 새만금·지방자치 등 전북발전의 꿈을 의제로 삼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이 교수는 12일 오후 6시 전주코아리베라호텔에서 책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연다.한국행정학회 부회장·한국공공관리학회 부회장·뉴욕한인회 정책자문위원·미국 태권도교육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전북 문화예술계는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전북을 찾는 이들에게 문화의 저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전북문인들의 숙원이었던 전라북도문학관 개관을 시작으로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 유치·'2012 세계순례대회' 개최까지 굵직한 사업과 이벤트가 이어졌다.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의 염원인 전북문화재단 출범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었고, 전북도가 전국 최초로 '삶의 질 정책과'까지 신설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정책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못했다. 전북도의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나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출범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북지역에서 올 한해 진행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시작으로, 분야별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몰렸다=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은 전북도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이렇다 할 메가 이벤트를 내놓진 못했다. "전국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메가 이벤트가 그 지역을 알리는 행사를 재조명할 수 없게 만든다"는 양비론이 존재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와 4대 종단을 아우른 '아름다운 순례길'을 걷는 '2012 세계순례대회'가 아니었다면 그나마도 전북 방문의 해가 무색할 뻔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축제로 꼽힌 '무주 반딧불 축제'와 '김제 지평선 축제' 등이 상반기 관광객들을 잡아끌고, '음식의 고장 = 전북'이라는 위상을 충족시키는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와 '2012 전주비빔밥축제'와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하반기 관광객들을 몰아주면서 전북 방문의 해 체면을 살렸다. △ 시끄러웠다= 새해 벽두부터 (사)한국예총 전북지회 선거가 시작 돼 전북의 문화 지형도가 재편된 한 해였다. 그러나 전북예총 회장을 비롯한 전북예총 산하 협회와 시·군 지부 선거로 인한 잡음이 계속됐다. 전북예총 회장에서 떨어진 김학곤 전북국악협회 회장이 재선한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에게 대의원·입후보 자격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해 문화예술계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올해 각종 파문의 진원지는 전주국제영화제였다. 유운성 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 해임 배경을 둘러싸고 조직 내부를 둘러싼 갈등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전주영화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새로운 수장으로 고석만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됐으나, 다시 집행위원장과 직원들이 갈등을 빚어 8명이 '집단 사표'를 내 내년 영화제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를 샀다. △ 쏟아졌다= 전북도가 전국 최초로 '삶의 질 정책과'를 신설해 도민들의 삶의 질을 챙기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다들 반신반의했다. 연착륙 준비기간일 수 있겠으나, 슬로시티·마을 만들기 사업 등으로만 요약되는 '삶의 질' 개념에도 온도차가 있는 데다, 전문 인력 배치가 없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애매한 상황. 도가 '문화 복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추진한 14곳 시·군에 파견된 문화복지전문인력'문화코디네이터' 배치와 '전북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 협의회' 발족 또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도내 문화동호인 2500여 명을 아우른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 역시 전국적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도가 2016년까지 40억을 투입하기로 한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은 사업 주관처인 지자체와 동상이몽이다. 도가 요구한 '제2의 홍대 거리'를 지자체가 원도심 활성화로 해석하면서 도가 제동을 걸어 차질을 빚었다.△ 추웠다= 올해 전북도 문화예술진흥기금 투입된 31억. 문진금을 비롯해 무대공연작품제작, 레지던스, 해외전시지원, 상주단체 지원사업 등 더 다양해진 사업들이 더 많은 예술인들에게 혜택을 준 것처럼 보였으나, 지역 문화계는 여전히 한기가 돌았다. 공연 규모가 중소형으로 축소되면서 명분을 잃은 전북도의 브랜드 공연을 놓고 "지원기금을 그렇게 줘도 브랜드로 내놓을 만한 공연 하나를 여지껏 못 건졌다"는 일각의 푸념은 문진금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해 연 문화예술지원사업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때 아닌 전북문화재단의 출범 필요성이 재점화되면서 전북 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전주교동아트센터의 레지던스와 우진문화재단의 상주단체 지원사업이 전국 우수 사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문화적 자긍심을 재확인했다. 전북 문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전라북도문학관의 뒤늦은 개관은 반갑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배정한 도는 문인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도록 만들었다.
본적은 고창이지만 태어난 곳은 부안이다. 개인사업을 했던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란 그는 부안초등학교 5학년, 어린나이에 유학을 가 줄곧 서울에서만 살았지만 깊은 가족애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고향 부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어린나이에 부모님 곁을 떠나 큰 누이와 함께 서울살이를 해야 했던 그는 고향집에 갈 수 있는 방학만 기다리면서 외로움을 견뎠다. 그래서인지 고향 부안은 늘 그리움의 공간으로 남아있다.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최루탄 가스 가득한 캠퍼스를 탈출하고 싶었던 그는 서울대 법대 2학년 때부터 서울맹학교의 고등부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인연으로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판검사는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변호사가 됐다. 당초 일하고 싶은 로펌이 있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20여명 변호사가 소속되어 있던 중소규모의 법무법인 '광장'에 자원해 들어갔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사무실이 큰 규모의 로펌과 합병하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그가 일하고 싶어 했던 로펌이었다. 변호사 3년차였던 94년, 한 의류업체의 제임스 딘 초상권 사용과 관련된 사건을 맡게 되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저작권에 눈뜨게 됐다. 1997년부터 LL.M.(법학석사)과정을 거치면서 내친김에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 주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박사과정은 그의 의지라기보다는 경험을 위해 선택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박사학위논문은 저작권을 다룬 'The Right of Publicity in the Global Market'. 그가 학위를 마칠 무렵, 한국은 '한류' 열풍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부상해있었다. 자연히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저작권법 권위자이자 특히 엔터테인먼트 법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그는 바빠졌다. 귀국 후 지적재산권, 특히 저작권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해온 그는 2005년 연세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치열한 승부가 전부인 직업에 대한 회의로 갈등을 겪고 있을 즈음이었다. 고액 연봉의 변호사 생활 16년을 기꺼이 접고 대학 교수가 되었다. 학문으로서의 저작권 뿐 아니라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운동에도 열정을 쏟아온 그는 저작권위원회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 등을 지냈으며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 표절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안식년을 맞아 독일과 미국에서 방문학자로 짧게 생활하고 돌아왔는데, 학문의 큰 변화와 발전에 자극을 받았다. 그만큼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정성수 시인(65)이 대한문예신문사 제정 제1회 소월시문학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아담의 이빨자국/청어'. '아담의 이빨자국'(2009년, 청동거울)은'절제된 언어와 시적 상상력으로 긴장과 이완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시상식은 지난 8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3층에서 열렸다.익산 출신의 정 시인은 첫 시집'울어보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를 비롯, 동화'폐암 걸린 호랑이' 등 49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소설가 김상휘씨(52)가 지난 7일 열린 전북소설가협회 정기총회에서 임기 1년의 제10대 회장으로 재추대됐다. 김 회장은 그동안 6대부터 4년간 협회를 끌어왔다. 전북소설가협회는 매년 동인지 '소설전북'발간과 전북소설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해오고 있다.김 회장은 "전북소설가협회가 어느 정도 자리매김 할 수 있을 때까지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뜻으로 알고 회원들의 권익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92년 '문예사조' 소설 당선으로 등단한 후, '서울부엉이' '서울의 달''병사의 일기''고양이제국''x파일 경복궁'등의 단·중편을 발표했다. 전북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 전북예총전문위원, 전북대 장학재단 부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곶감을 만들 때꼬챙이에 감을 열 개씩 꽂았는데아버지는 어쩌다가열한 개씩을 꽂기도 했다아이들을 위한 배려였다곶감을 깎고도 감이 남으면 병아리를 키우는 덧 가리나 커다란 소쿠리에 감을 담아 짚으로 따듯하게 덮어 높은 감나무 위나, 지붕위에 얹어 둔다. 그렇게 보관한 감을 눈 속에 파묻어 두었다가 감이 돌멩이처럼 단단하게 얼면 먹기도 했다. 감을 깎을 때 나오는 감 껍질은 실타래처럼 묶어 햇볕에 잘 말려 깨끗한 짚더미 속에 넣어두면 촉촉하게 젖고 껍질에 쌀가루 같은 것이 뽀얗게 생겨났다. 곶감에도 그렇게 뽀얀 가루가 저절로 생겨났는데 사람들은 그 걸 '옻 났다'고 했다. 옻이 떡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뿌연 곶감이 좋은 상품이어서 사람들은 곶감을 팔러 가기 전에 쌀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감 껍질은 그냥 군것질로 먹기도 하고 호박떡을 할 때 호박과 같이 넣으면 여간 달작 지근한 게 아니었다. 농촌의 겨울밤은 정말 길기도 하다. 길고 긴 겨울밤은 군것질이 없는 농촌 마을의 밤을 더욱 더 길게 한다. 긴긴 겨울밤을 보내며 망태를 만들기도 하고 가마니를 짜기도 하고 덕석을 만들기도 해도 달은 중천이어서, 배가 출출해지면 사람들은 닭서리를 하기도 하고, 텃밭에 묻어 둔 무를 꺼내다가 깎아먹기도 하고 고구마를 삶아먹기도 하고 감을 내려다 먹기도 한다. 우리 동네 누님들이 우리 집에서 모여 놀았는데, 밤이면 온갖 서리들을 다 했다. 이것저것 하다하다 할 게 없으면 누님들은 남의 집 김장 김치를 꺼내다가 하얀 쌀밥을 해 먹기도 했다. 농촌 마을의 닭서리나 감 서리는 그래서 다 용서가 되었다. 감을 다 깎아 처마 밑이나 헛간에 매달아 놓으면 곶감은 가을 햇살과 건조한 날씨로 꼬독꼬독하게 마른다. 감이 다 말랐다 싶으면 아버지는 마른 곶감 꼬챙이를 거두어 방에 쌓아 놓고 접는다. 꼬챙이에 꿰어진 감을 접는다는 것은 곶감을 상품으로 완성시키는 일이다. 요새는 꼬챙이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시장에 나가 있는 곶감을 보면 더러 꼬챙이에 열 개씩 꿰어져 있는 곶감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가 곶감을 동글동글 예쁘게 접고 있으면 우리들은 옆에서 꼬챙이의 감 숫자를 센다. 꼬챙이에 감을 열 개씩 꽂아두는데, 어쩌다가 아버지는 열한개씩을 꽂아 둔 꼬챙이도 있다. 곶감을 접을 때 우리들에게 한 개씩 빼먹게 하려는 배려였고, 그 보다는 곶감을 말리는 과정에서 동네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지나가며 한 개씩 빼먹는 수가 종종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을 한 셈이고, 곶감이 한두 개씩 썩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비를 해 두는 것이다. 감 한 꼬챙이가 열 개씩이고, 열 꼬챙이가 한 접이다. 감은 '접'이라고 하는데, 곶감 한 접은 백 개를 말한다. 그렇게 감을 고이 접는 다음 다시 한 접씩 묶어 또 말린다. 완성 된 곶감을 말릴 때는 가을 일이 다 끝나고 한가할 때여서 아이들의 서리 대상이 됨으로 아버지들은 감을 마루 끝 처마에 매달아 둔다. 아이들이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가을 달이 높이 뜨고 서리가 하얗게 깔리면 우리들은 초저녁을 어영부영 보내다가 열두시가 넘으면 슬슬 밖으로 나가 낮에 보아두었던 곶감서리를 한다. 곶감 서리를 한 우리들은 곶감을 한 꼬챙이씩 나누어 들고, 곶감을 한개 씩 한 개 씩 빼먹으며 이웃마을로 천천히 걸어간다. 물론 곶감 씨를 여기 저기 띄엄띄엄 떨어뜨려 이 곶감 서리를 한 놈들이 이웃마을 사람들이라는 것을 표시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곶감을 쏙쏙 빼 먹으며 걷다 보면 이웃마을에 도달한다. 이렇게 겨울이 깊어 가면 감나무는 까치밥도 낙엽도 하나 없이 빈가지로 겨울을 지내게 된다. 동무들이 다 도시로 떠나고 홀로지내는 겨울 밤 내가 제일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마른 감잎과 마른 지푸라기가 밤바람에 끌려가는 소리였다. 마른 마당에 이는 바람에 감잎이 끌려가는 소리는 홀로 사는 사람의 애간장을 긁기에 충분했다. 강 건너 앞 산 상수리나무에 달린 마른 잎이 바람에 수런거리는 소리와 감잎 뒹구는 소리를 견디기 위해 나는 시를 썼는지도 모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한국화가 이문수씨가 11번째 개인전 타이틀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를 잡았다(11일부터 16일까지 전주 교동아트). 순교자의 꿈, 현세에 보내는 묵시적 메시지, 나귀의 노래, 소요유逍遙遊 등 개인전 마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해온 작가가 이번 전시회에서도 물질만능의 현대사회를 고발하고 있다."나귀는 노동하는 인간을 의인화 한 것이고, 베어 먹은 사과는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헛된 욕망을 상징합니다."작가는 캔버스 위에 젯소를 반복해서 칠하고, 그 젯소가 마르기 전에 먹물이나 아크릴 물감을 걸레에 흠뻑 적셔서 밀어내는 기법으로 표현된 물을 통해 유기체적인 생명력을 이야기 하고 있다.특히 이번 전시회 중앙에 설치된 초대형 작품은 동양철학 중에서 주돈이의 태극도설에 근거하여 괘(卦)를 상징하는 18개의 화면에 음과 양의 기(氣)흐름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기(氣) 운행의 중심에는 둥지를 만들고, 대리석으로 조각된 알을 놓았다. 작가는 알을 통해 탄생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자 했단다.현대사회에서 헛된 욕망을 추구하다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와, 스스로 깨어 있으려는 자기 암시적인 고백이라고 했다."책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후끈 달아오르는 영감을 얻는다"는 이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또 드로잉·회화·인스톨레이션·영상·음향 등 다양한 미술의 기법을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09년 전라미술상 수상 작가이며, 현재 교동아트 레지던시 큐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굳은 살이 돋도록 연필 혹은 볼펜에 힘을 주어 써댔던 글들. 컴퓨터로 늘 글씨를 찍다시피 하다가 간만에 잡은 필기도구로 옮긴 '손맛'이 살아있는 글씨를 이제 블로그에서 만난다.전북일보사와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이 전북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손글씨 공모전'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 손에 잡히다'가 수상작품을 아우른 블로그(blog .daum.net/2840570)를 개설했다. 총 6회를 거치는 동안 작품 1만6541편이 출품됐으며, 블로그에는 모두 886편이 담겼다. 1학년 때부터 빠짐없이 작품을 낸 아이부터 가작·우수상에 이어 기어이 대상을 차지한 아이까지, 또 쌍둥이 형제나 자매가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거나 3남매 모두 수상한 가족까지 다양한 '지렁이'의 생생한 표정이 담겼다. 블로그를 살펴보면 도내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와의 우정 편지, 선생님·가족에게 쓴 편지, 이라크·북한 어린이들에게 쓴 편지,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스타에게 쓴 편지 등이 많지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배려하고,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부모의 사랑을 알게 되는 등 다양한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도 인다.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사는 당당한 사춘기 초등학생의 갖가지 투정들은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나오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손맛'이 살아있는 글씨로 전하는 아름다운 마음은 우리 사회가 다시 찾아야 할 소중한 마음의 무늬. 블로그에서 어린이들이 정성을 다해 쓴 손글씨와 그 글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다가도 눈이 떠지면 이 책들을 빼보고 또 빼보고 해요. 작가들의 혼과 만나는 거니까. 아직도 넘길 때마다 손이 떨려요, 찢어질까봐서."지난 10일 만난 허소라 석정문학관 관장(76)은 전북도립문학관(관장 이운룡)의 초대전'한국 근대문학 도서전'(1920~1950)을 앞두고 좌불안석이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도 불사하며 온 몸에 대동여지도를 그리듯 발품을 팔아 수집한 책들이 행여 탈이라도 날까봐서다. 밤잠 못 자가며 고심해 추린 80권은 명색이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라도 해도 모자람이 없다. 허 관장은 "이젠 전국 어느 헌책방을 가도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책들"이라고 자신했다. "그 시절엔 배도 참 고팠지만, 책읽기가 참 어려웠던 시절이었어요. 6·25가 끝날 무렵 조그만 서점이 생겼는데, 책값으로 300원을 내놓고 하루 만에 다 읽으면 30원씩 빼줬다고. 그러니 하루에 다 읽을 수밖에. 학교가 끝나면 골방에 틀어박혀 밤새도록 책을 읽었어요. 책값 때문에 책읽기에 빠진 거지.(웃음)" "석정 선생을 하늘 같이 섬겼던 청록파 일원"이었던 박두진 시인의 '해'(1946)를 대학교 시위에 나갔다가 받은 수당으로 헌책방에서 구한 사연이나 피난 간 매형 집에서 옷장에 숨겨둔 책을 누님이 몰래 찔러줘 이번 전시에 내놓게 된 책들의 30~40%를 차지한다는 사실 등은 그 앞·뒷쪽 사연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서사시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던 민중의 고통과 불안이 암시된 김동환의 '국경의 밤'(1925)과 일본 간첩죄라는 어이없는 죄목으로 총살당한 조명희가 망국의 한을 담은 '낙동강'(1928)은 1920년대를 장식한다. 이상 이태준 김환태 등이 활동해 우리나라 순수문학을 물꼬를 틀었던 '九人會'가 출간한 '시와 소설'(1936), 월남하기 전 시를 썼던 황순원의 미려한 문체가 녹아있는 시집'골동품'(1936) 역시 1930년대 당시 문청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작가들에게 문학적 응원을 보내온 작품들.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세련된 문장의 전형을 보여준 이태준의 '문장'(1939)은 아직까지도 글의 참맛을 깨닫게 하는 글쓰기 교본이며, 해방 이후 간행된 전북 최초의 아동문학지 창간호'파랑새'(1946)는 전북 문단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작품이다. "김유정 윤동주 이상 이장희 이효석 등은 30세를 못 넘기고 다 죽었어요. 가난이나 죽음과도 타협하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도 한 줄 한 줄 원고지를 메워나갔던 처절한 작가정신이 다 여기에 녹아 있습니다. 앞서간 문인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견딜만한 것에는 사랑을 주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 위대한 가르침을 뒤늦게라도 깨닫게 해준 문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줄 몰라요."'허소라 박사 소장 한국근대문학 도서전'은 13일부터 20일까지 전라북도문학관 본관 제4전시실에서 이어지며, 개막식은 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주 우진문화재단이 내년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무대에 올릴'우리소리 우리가락'공연과'우리춤작가전-젊은춤판'에 함께 할 청년무용가 공모에 들어갔다. 1995년에 시작해 19년째를 맞는'우리소리 우리가락'초청 공연은 국악과 서양음악의 기악·성악부문에서 연주기량을 닦아온 연주자들의 무대며, 개인 독주와 단체연주 두 분야에서 신청을 받는다. 선정된 연주자에게는 출연료(독주 100만원, 단체 150만원)와 팜플렛 등 홍보물 제작과 홍보활동이 지원된다. 또 우진문화재단의 '우리춤작가전'은 90년대 우리지역에서 소극장 춤공연을 주도했던 '우진춤판'을 계승한 무용사업으로,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무용가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자리다. 만40세 이하(1973년 이후 출생자) 무용가를 대상으로, 20분 길이의 창작작품 안무계획으로 심사한다. 공연 관련 지원과 출연료(150만원) 등이 지원된다. 공히 12월 13일까지. 우진문화재단 사무국(063-272-7223)
2011년 겨울 무렵이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본심 심사가 끝난 뒤 송하선 시인(74)과 문태준 시인이 한 막걸리집에서 뒷풀이를 나눴다. 평소 과묵하고 젊잖기로 일가견이 있는 송 시인과 문 시인의 소통 지점은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1915~2000)을 향해 있었다. '서정주 예술언어'를 비롯한 여덟 권의 저서 등을 통해 문학 비평과 이론적 논리를 탄탄하게 구축해온 송 시인과 그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박사논문'서정주 시의 불교적 상상력 연구'를 마친 문 시인. 시단 경력 20년 터울의 문우(文友)는 막걸리 통을 비워가며 흘러간 시세계를 더듬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서정이 태어났다. 한국 서정시의 적자(嫡子)라 할 수 있는 송 시인이 펴낸 또 다른 시집'아픔이 아픔에게'(푸른사상)는 영혼의 강장제에 가깝다. 이제는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선 시인은 지나버린 생을 관조하면서 세상의 모든 자연에서 가르침을 얻어 푸석푸석해진 영혼의 체력을 증진시킨다. "대학에서 정년을 한 후의 내 노년이 마치 죽지가 부러진 새 같다는 생각을 한 때가 많았습니다. 이 시집이 세상의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아픔의 한 모서리 부분이라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시집이 모든 이의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인은 '사라지는 줄도 모르면서 // 애간장이 터지게'('매미의 울음'(1)) 울거나 '쓰라린 황야를 날아가는'('강을 건너는 법') 것이 바로 인생이라면서 그 절대 고독의 세계로 초대했다. '나의 손은 원래부터 빈손이었구나'('손') 하는 깨달음은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칠순을 넘긴 날의 흔적들은 시인의 자기 성찰과 의식의 세계를 '지극히 낮게 속삭이는 언어'의 미덕으로 촘촘히 엮어냈다. 작품 해설을 쓴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은 '미당에게서 능청을 빼면, 그 자리에 담백하고 조촐한 송시인의 점잖음이 남는다'고 적었다. 결국 시인의 성찰적 세계가 궁극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점은 세상과의 소통. '늙은 소년'은 스스로 바보가 되어 환한 웃음판으로 초대해 무릉도원을 만들고 싶다('과수원에서')고 고백했다.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중국 문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송 시인은 1971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1980년부터 우석대로 부임해 우석대 명예교수가 됐다. 시집으론 '강을 건너는 법','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다면'등이, 저서로는 '한국 명시 해설','서정주 예술 언어','석정 시 다시 읽기' 등이 있다.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학술상), 한국비평문학상, 백자예술상, 목정문화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전북시인협회장 후보에 이두현·이광원 최종 등록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세대와 기록이 이어지는 마을…부안 상서면 ‘우덕문화축제’ 7일 개최
전주문인협회 ‘다시 읽는 나의 대표작’
교육 실종 시대에 던지는 질문, 신정일 ‘언제 어디서나 배웠다’
간절한 ‘꿈’을 그리다…여균동 그림책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아동문학가, 이경옥 ‘진짜 가족 맞아요’
현대 한국 여성 서예 중진작가전 ‘어머니의 노래’ 개최
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