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신 선생과 초상미술의 오늘…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 고종황제부터 가수 비 초상까지
근대 초상화의 전통과 새로움을 동시에 연 조선말기 화가 석지(石芝) 채용신(18501941). 칠곡군수와 정산군수를 역임한 뒤 종2품관까지 지낸 석지는 고종의 초상화를 그린 어진화사(御眞畵師)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초상화화조화인물화 등을 극세필을 사용해 그린 1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서울 출생이지만, 신태인 육리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90평생 중 40여년의 세월을 전북지역에서 활동했다. 그런 이유로 조선말기 전북의 유학자와 구국의 척사운동가를 중심으로 한 전북 인물들의 초상화도 많이 남겼다. 최익현, 전우, 황현 선생의 초상화가 그 대표적이다.그는 초상화의 대가로 통하지만, 전통적 의미의 초상화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초상화 제작기법에 근대적 시각체계인 사진을 이용함으로써 전통과 새로움, 근대와 현대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인물의 사실정신과 이상을 고루 담고아 한국 근대 초상화의 한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전북도립미술관은 이 점에 주목해 채용신의 작품을 중심으로 현대 한국의 초상미술을 돌아보는 전시회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채용신 이후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초상을 주제로 한 31명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미술관측이 지방 여러 곳을 직접 찾아 발로 만난 채용신의 미공개작 4개 작품과 채용신의 아들(채상묵)손자(채규영) 등 초상화가 3대의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또 고종황실의 가족이 해체된 117년이 되는 해에 채용신의 초상으로나마 만나는 자리로 미술관측은 의미를 부여했다. 가수 비가 초상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오늘의 초상미술을 이해하는 장이기도 하다.미술관 전관에 걸친 이번 전시회는 영상과 만나는 채용신 이외에 4개의 테마로 구분해 전시되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채용신의 탄생과 활동 관련 영상자료가, 제2전시실에는 채용신의 작품들이, 제3전시실은 채용신의 3대와 고종가족의 초상으로, 제4전시실은 역사적 인물들이, 제5전시실은 우리 시대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현대 작가들의 초상미술로 구성됐다.전시 기획자인 미술평론가 조은정씨는 "한국 현대 미술가들의 초상화 작업들이 채용신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면서 진정한 한국 현대미술의 힘이 면면한 것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참여작가=채용신, 채상묵, 채규영, 김은호, 박득순, 권진규, 이철이, 강강훈, 강애란, 구본주, 김호석, 김홍식, 류인, 서기문, 서유라, 손연칠, 이광호, 이동재, 이용덕, 이원희, 이이남, 이종구, 이철규, 임선희, 임영선, 정종미, 조덕현, 조정화, 최석운, 한영욱, 홍경택.△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 - 이상과 허상에 꽃피다=5월 2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