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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 - 김성호 ‘생명을 보는 마음’

2월이면 겨울철새가 줄어드는 시기이다. 북방의 매서운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새들이 하나둘씩 떠날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얼마 전 만경강에 간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새들의 수가 겨울철에 비해 많이 줄어 있었다. 눈물 나는 이별의 시간이 온 것이다. 만경강처럼 넉넉한 강은 흰뺨검둥오리를 비롯해서 민물가마우지, 흰비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백할미새, 기러기와 괭이갈매기까지 품는다. 운 좋은 날은 귀한 노랑부리저어새나 황새까지 볼 수 있다. 내가 만경강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쇠부엉이를 보기 위해서이다. 이맘때면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쇠부엉이는 만경강 억새 위를 날아다닌다. 아쉽게도 바람이 심한 날에는 쇠부엉이를 볼 수 없다. 그렇게 하루를 거른 날이면 쇠부엉이는 너른 들판을 날아다니며 허기진 배를 한껏 채운다. 말똥가리나 독수리처럼 하늘을 높이 나는 새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분명한 매력이 쇠부엉이에게는 있다. 마치 춤을 추듯이 들판을 가로지르다 강가를 넘나들고 다시 먹이를 찾는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을 헤엄치는 듯 하기도 하고 구석구석 순찰이라도 나선 듯 하다. 나는 쇠부엉이가 지나간 허공을 한참 동안 보았다. 그렇게 또 기약 없이 쇠부엉이를 기다리면서 문득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를 쓴 김성호 작가가 떠올랐다. 50일간 딱따구리를 기록하고 보고 기록한 이 책에는 저자의 새에 대한 애정이 켜켜이 숨겨져 있다. 새를 관찰하기 위해 휴직까지 감행한 그 열정에 더해 긴긴 시간 새를 만나기 위해 산에서 살다시피 한 그 마음이 책에 온전히 묻어나온다. 거기에 “자연에 깃든 생명을 만나며 쉼 없이 글과 사진을 남겼지만 처음 책이 나오기까지는 18년이 걸렸다.”라는 우직함도 믿음직하다. 그 이후에 나온 <생명을 보는 마음>은 작가의 푸근했던 어린 시절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런 추억을 간직한 이를 질투 나게 할 만한 글이 사방에 넘실거린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함평 나비축제와 화천 산천어축제에 이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떤 이에게는 내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강점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열린 시야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제 곧 세상을 환하게 비출 복수초와 산자고, 동고비와 큰오색딱따구리가 눈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온다. 이 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자연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를 우연히라도 만나고 싶다.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에 연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2.08 15:39

전주문화재단, 전주 작가 9인의 오디오북 출간

(재) 전주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지역 문학과 미디어를 융합한 오디오북 9종의 유통을 시작했다. 오디오북에는 김헌수 시인의 소 시집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 박태건 시인의 소 시집 ‘나바위성당 팔각 창문 아래에서’, 정해림 작가의 소설 ‘이오타 언니에 관한 거짓말’, 이지영 작가의 소설 ‘보험 아닌 보험’, 문신 작가의 동화 ‘롱브릿지 숲의 아달로이’, 서성자 작가의 동화 ‘나한테 낸 숙제’, 전은희 작가의 동화 ‘보드 타는 강아지 번개’, 김소라 작가의 희곡 ‘이매설가를 찾아라’, 김영주 작가의 수필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등 총 9종의 문학 장르가 포함돼 있다. 이 작품들은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교보문고, 알라딘, YES24, 구글플레이, 오디언 등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김정경 문예 진흥팀장은 “전문 성우들의 폭넓은 참여와 소리꾼들의 협업 등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전국 독자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올해에는 순회 낭독북 콘서트 등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지역 문학작품과 미디어를 융합한 재단의 새로운 도전이 침체된 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재단은 오는 4월 ‘2023년도 작가 선정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 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하는 등 지역 문학의 디지털 독서 시장의 진입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2.05 16:24

전북시인협회 제9대 이형구 회장 취임식 열려

전북시인협회 김현조 제8대 회장과 이형구 제9대 회장의 이·취임식이 지난 31일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이·취임식에는 정운천 국민의힘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한명규 JTV전주방송 사장, 신정일 우리 땅 걷기 이사장 등을 포함해 지역 원로시인과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은 영상 메시지로 이·취임식을 축하했다. 명예시인인 윤 사장은 축사를 통해 “제8대 회장을 맡아 운영해온 김 회장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새로 취임한 제9대 이형구 회장을 축하한다”며 “전북시인협회가 보여준 대마도 반환 촉구 활동에 공감하며 앞으로 진행할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제8대 회장을 역임한 김 회장은 “지난 3년간 하루도 쉼 없이 오로지 전북시인협회 발전만 생각하며 동분서주 했다”며 “공무원들이 시를 쓰고 지도자들이 시를 읽어야 시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고 당부했다. 제9대 회장인 이 회장은 순창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01년 계간 공무원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곁에 두고 싶은 사랑>, <갯바람은 독공 중>, <생명의 먹줄을 놓다> 등이 있으며 (사)한국생활법률문화연구원 이사장, 전라북도 지방법무사회 회장, 대한민국공무원문인협회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다. 이형구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문인은 총과 칼보다는 붓으로 이 나라를 지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며 “시인들의 권익보호와 올해 열리는 새만금세계잼버리대회와 관련해 ‘새만금 세계 잼버리 시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시인협회는 임원진에 부회장 이두현·심옥남·정재영 시인, 사무처장 이점이 시인, 사무국장 강명수 시인, 재무국장 박소정 시인, 편집위원장 이두현 시인, 편집위원 조경옥·황보림·김은유·김소형·김미림 시인, 각 시·군 지역위원장에 강은례(김제), 강지애(완주) 고순복(부안), 김용주(장수), 김철모(정읍), 배순금(익산), 서영숙(무주), 송영란(임실), 문영(군산), 유수경(남원), 표순복(고창), 홍성주(순창), 감사는 전용직·장귀자 시인이 맡는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2.01 17:12

이강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미생(美生) 이야기 2’ 출간

묻어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신간 <미생(美生) 이야기2>(이른아침)를 통해 저자인 이강만(59)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 사장은 일상에서 마주한 삶과 사람을 노래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일상을 관찰하는 게 취미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는 일에 몰두한 저자가 미담을 목격하고 이를 적어간 것이다. 이전에 <미생 이야기1>이 희망을 전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미생 이야기2>는 그런 이야기들에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추가해 읽는 재미와 감동을 더했다. 이야기 글은 전북일보 칼럼을 엮어서 만들었는데 삽화는 저자와 인연이 된 중학생이 그린 것이다. 저자와 봉사활동에서 처음 만난 인연으로 공통점이 많아 공동작업이란 도전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글쓰기가 곧 세상과의 소통이라 실감한다는 저자는 원고 초안을 가족들에게 보여줘 첫 소통을 한다. 그 다음 지인들과 소통을 통해 글을 되새김질하면서 아름다운과 삶과 이야기를 녹여냈다. 책에 소개된 한 일화로 저자가 고교 졸업 30주년 행사를 마치고 귀경버스에 올랐을 때 일이다. 성공적으로 행사를 이끈 한 친구가 서울 동기들에게 나눠주려고 손수 재배한 미나리를 네 포대나 짐칸에 실어 놓았단다. ”친구가 싸 보낸 미나리 한 단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그의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미나리에는 곧 물리겠지만 친구의 따스한 마음만은 물릴 일이 없겠지요.” 저자는 책을 통해 미나리는 물리겠지만 친구의 따스한 마음은 절대 물리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장수 출신인 저자는 전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데 관심을 가지고 2016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 2021년에는 10여 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지인들과 사단법인 미생이야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2.01 17:0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지호 소설가 - 문인수 '쉬'

겨우내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이발소에 갔습니다. 한때는 지상의 목 좋은 곳에 있었지만 흐름 따라 지하 구석으로 밀려난 ‘고도 이용원’.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적막해 ‘고도’가 ‘고독’으로 읽힙니다. 여러 미용실을 전전하며 전기바리캉에 적응된 몸과 마음이 늙은 이발사의 느릿한 가위질에 안절부절못합니다. 느린 것이 들뜬 것을 잘라내는구나. 주름진 손으로 솎아내는 것이 머리카락만은 아니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한 노인이 들어오십니다. 이발사가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를 합니다. 노인께서 옆자리에 앉아 거울 속의 저를 가만 바라보시더니 “처음 보는 손님이시네.” 인사를 건네십니다. 고개를 끄덕일 수 없어 대답에 웃음을 더해 거울 너머로 보냅니다. 웃음이 표지가 되었던지 노인께서 말씀을 편하게 이어가십니다. 담배를 끊은 이후 밤마다 다리가 저리고 쥐가 나서 고생을 했는데 알고 보니 속옷 때문이었답니다. 담배를 끊어 살이 쪘음에도 예전 속옷을 그대로 입어 골반이 꽉 조여 그리되었던 것이랍니다. 가위로 속옷의 고무줄을 ‘탁’ 자르니 피가 살수대첩의 강물처럼 하류로 흘러가더랍니다. ‘와~ 이분 썰 장난 아니다’ 생각하고 있을 때 이발사께서 노인의 말을 받습니다. 예전에 한 사내가 ‘눈에 핏발이 서고 얼굴이 붉어지는 병’에 걸려 오랫동안 고생을 했답니다.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니고 약이란 약은 다 먹어봤으나 낫지가 않았답니다. 이 병은 더 이상 고칠 수가 없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 산중에 영험한 명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답니다. 초옥의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명의가 다가와 사내의 목에 가위를 들이밀더랍니다. 이내 사내 목을 옥죄고 있던 넥타이를 싹둑 자르고 단추 하나를 풀어주더랍니다. 순간, 사내의 고질병이 서리처럼 사라졌답니다. 명의가 자른 것이 비단, 넥타이만은 아니라는 것이 노인의 추정이었습니다. 허리에 파고든 철삿줄을 니퍼로 잘라주자 몸태질 뒤의 울음 같은 애절한 한숨을, 길게 내뱉었던, 뒤뜰의 참죽나무를 생각하고 있을 때 노인께서 또 한마디를 하십니다. 102세 노모께 팬티기저귀를 채워드리는데 틈만 나면 면 속옷으로 갈아입으신다는 것입니다. 면 속옷을 편하게 여기시는 것을 알지만 위생도 그렇고 손빨래가 불편하기도 하여 기저귀를 채워드렸던 것인데……. 그런데 오늘 아침, 노모께서, 인제부터 그만 곡기를 끊겠다고, 나직이 고하시더랍니다. 순간, 노 이발사의 가위질이 멈추었습니다. 제 미간에 뜨거운 것이 울컥 고이고 말았습니다. 노모께서 끊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비단, 곡기만은 아니라는 것이 멈춘 가위질과 미간에 고인 것들의 추정이었습니다. 다시 고도 이용원에 고독(苦毒)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 고독 속에서 문인수 시인의 시 ‘쉬’를 생각했습니다. 전문을 보겠습니다.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 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이발사가 노구의 몸으로 지하에서 지켜내고 있는 그것. 명의가 넥타이를 자르고 단추를 풀어 사내에게 되찾아준 그것. 노인이 담배를 끊고 건강을 되찾아 ‘따’에 단단히 붙들어 매려 했던 그것. 노모가 곡기를 끊어 마저 풀거나, 혹은 이어가고 싶었던 그것.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을 닮은 그것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자르며, 노인들께서 부려놓는 인생의 문장들을 추스르며, 고인이 된 문인수 시인의 복간 시집을 읽으며. 황지호 소설가는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2.01 16:14

출판진흥원 “올해의 그림책상 신설 상금 1억원 내걸어”

전북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한국 그림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올해의 그림책상’을 신설하고 총상금 1억원이란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27일 출판진흥원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출판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총 530억원을 운용해 ‘K-그림책 맞춤형 세계화’ 등 지원사업과 출판생태계 균형 발전 등 전략목표를 제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출판진흥원이 전국 공모로 ‘올해의 그림책상’을 새롭게 만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총상금은 1억원 규모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출판진흥원 원장상 등을 수여할 계획이다. 김준희 출판진흥원장은 “올해 그림책 대상을 신설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부문 상으로 육성하겠다”며 “국가 간 그림책의 상호 교류 활동 등 해외 수출과 인지도 확산을 위한 홍보 활동과 후속조치도 연계 지원한다”고 말했다. 출판진흥원은 올해 출판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K-그림책 맞춤형 세계화 지원’을 비롯해 ‘K-북(Book) 디지털마케팅 지원’, ‘전자출판(웹소설) 인력양성’, ‘중·장년 청춘문화공간 운영’, ‘방과 후 인문교실 지원’ 등 사업을 새로 추진하며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등을 강화한다. 출판진흥원은 출판생태계 균형발전을 위해 대표적으로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기능 개선에 나선다. 통계·검색 기능 강화 및 메타데이터 확충 등을 통해 출판사, 도서관, 서점 등 전산망 주 사용자들의 활용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종수를 기존 100종에서 140종으로 확대해 출판생산력을 높이고 지역서점이 지역출판, 독서문화 산실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 ‘북스타트’, ‘전국 청소년독서토론 한마당’, ‘독서아카데미’ 등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으로 독서인구 확대를 유도하고 ‘대한민국 독서대전’, ‘독서동아리 지원’, ‘4050 책의 해 사업’ 등을 통한 책 읽는 문화 활성화에도 나선다. 특히 출판진흥원은 전북 출판 산업 및 독서 문화 발전을 위해 독서대전, 그림책 도서전 등 지역 내 특색있는 시민 참여형 독서 활동 사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올해에도 누구나 책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보편적인 독서문화 확산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출판진흥원은 이날 출판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출판진흥원은 사업설명회를 통해 출판문화산업이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컨설팅 제공과 사업 정착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1.29 18:00

“지역을 지킨다” 청년 작가들의 생생한 이야기

“서로의 조연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된다.”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 청년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과 창작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전주독립서점 물결서사는 지난 27일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사용자공유 공간 플랜씨에서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비비언 고닉의 책 제목을 인용)를 주제로 새해맞이 네트워크 파티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선미촌 빈자리 걷기와 12월 물결서사 4주년 세미나에 이어 열린 이날 행사는 ‘2022년 아르코 공공예술 주제심화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물밑작업’이란 키워드 아래 예술로가로지르기팀·히스테리안 출판사·물결서사가 공동 기획했다. 임주아 물결서사 대표(시인)는 “지난해 3월 마지막 남은 성매매업소 폐쇄로 전주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 시대는 저물었지만, 이곳에 또 다른 새로운 돌봄이 필요하다는 지점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이번 프로젝트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서점 물결서사 운영자 방우리 소설가, 송지희 극작가, 임주아 시인이 진행을 맡아 적게는 2년, 많게는 4년간 전주 선미촌에 머무르며 발표한 문학작품과 경험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꾸몄다. 송지희 작가는 “전북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며 지역 예술가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만 테두리 안에 내 정체성을 규정하고 싶진 않다”며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에서든 쓸 수 있으므로 우리가 사는 지역은 지역 그 이상의 의미”라고 말했다. 방우리 작가는 오랫동안 묵혀둔 소설을 벽에 띄우고 참석자들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창작자의 시선에서 선미촌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며 “쓰는 과정에서 생긴 고민과 사유, 한계를 마주했지만 경계인으로서 담담한 시선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은성 공공예술프로젝트 공동기획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영호외(1)
  • 2023.01.29 17:59

이해영 한신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출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변화와 미래의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쓴 신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사계절출판사)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해법을 저자의 시각으로 탐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 관해선 오직 흑과 백만 존재한다. 한국과 서방 세계는 러시아와 푸틴이 이 전쟁의 절대 악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쟁의 숭고한 피해자이다. 민주주의와 세계의 평화를 지지하는 이들은 숭고한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고 그들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나아가 용기 있는 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의용군으로 직접 참전한다. 이것이 선이며 곧 정의인 것처럼 여겨진다. 이 책은 전쟁의 드러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부분을 보게 하고 독자의 관점을 낯선 방향으로 이끈다. 이 교수는 ‘푸틴 치매설’, ‘러시아군 키예프 대패설’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 세계의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에 관해 과연 사실은 그러한지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석이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아니라 상호의 이익과 전략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면서 한국 사회에 들리지 않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국면을 가리킨다. 그는 “전쟁의 해석은 해법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며 “바로 그 순간 평화를 실행할 수 있는 교두보가 생긴다”고 밝혔다. 저자는 서울대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를 전공한 그는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 통상과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일어) 등이 있으며 저서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등이 있다.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1.25 17:47

고은 시인 복귀 논란 전북 문단 비난 목소리

고은 시인이 성추행 파문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한 이후 복귀 움직임을 보이자 전북 문단에서는 일부 문인과 도민들 사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은(90) 시인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이 문단 기득권층의 성폭력 행태를 고발하면서 미투 논란에 휘말리자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2심에서도 패소한 뒤 상고하지 않았다. 이후 5년 만에 고은 시인이 신간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가 연이어 출간되자 대중은 그의 복귀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인의 고향인 군산에서는 성추행 파문이 불거지자 문화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인에 대해 지역 문단에서는 일부 문인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인 A씨는 “(고은 시인이) 시를 잘 쓰면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라 미투 논란으로 전북의 문학적 자산을 잃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지역 문단에서는 일부 문인들이 고은 시인이 복귀를 감행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인 B씨는 “사람은 잘못할 수 있지만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 없이는 복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역 여류작가인 김영 전북문인협회장은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하던 시대 여성 문인으로서 남녀관계나 폭언 등으로 고초를 감내하는 일이 많았다”며 “과거에는 이데올로기나 진영 논리에 사회가 분열됐다면 현대사회는 젠더 문제가 예민한 사안으로 문학계에서도 이전보다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1.25 17:47

국립무형문화재 ‘삼베 짜기’, 삼베의 살아있는 전통 톺아보기

국립무형유산원이 <삼베짜기>(흐름출판사)를 발간해 삼베와 삼베짜기의 살아있는 전통을 선사한다. 이 책은 지난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무형유산 ‘삼베짜기’에 대한 2021년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진 국립무형유산원의 기록이다. 안동 지역의 삼베와 삼베짜기를 중심으로 삼의 재배부터 삼베가 완성될 때까지의 전 과정, 기능 전수의 노력 등을 총 7장으로 구성해 사진과 묘사로 기록돼 있다. 1장에서는 원재료인 대마의 특징부터 직물로서의 삼베의 특성을 풀어내며 삼베와 삼베짜기의 오랜 역사를 알 수 있다. 2장에서는 삼의 재배와 수확 과정, 실의 재료가 되는 인피를 추출하기 위해 껍질을 벗기는 과정이 담겨 있다. 3장부터 본격적인 실 만들기 과정이 시작되며 안동의 특별한 삼 실을 만들어내는 세부적 과정이 기술돼 있다. 4장에서는 만들어진 실로 베를 짜기 위한 과정, 5장에서는 베틀을 이용해 삼베를 짜는 과정이 묘사됐다. 베틀에서 짜낸 삼베를 정련하고, 손질하는 과정이 담겨있는 6장에 이어 7장에서는 ‘삼베짜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위와 보유단체 ‘국가무형문화재 안동 포짜기 마을 보존회’의 전승 활동을 다뤘다. 보존회의 활동은 크게 기능 전수와 시연으로 이뤄져 있어 전자는 기능과 기술 그 자체의 전수이고, 후자는 기억과 경험의 공유를 기반으로 한 문화의 전승이라고 볼 수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인류의 무형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하는 행정기관이다. 체험 활동과 교육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전시와 공연을 통해 현세대와 소통하며, 기록화 사업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보고를 구축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1.25 17:46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백강 이경여 <백강집> 완역 출간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소장 변주승)가 병자호란 이후 척화파 중 한 명인 백강(白江) 이경여(李敬輿, 1585~1657)의 문집 <백강집>(白江集, 흐름출판사)을 완역 출간했다. <백강집>은 이경여의 아들인 이민서에 의해 1684년 간행됐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팀(연구책임자 김건우)은 1684년 간행된 초간본을 저본으로 해 지난 2022년 12월 31일에 총 5권으로 완간했다. 이경여는 광해군 대에 문과에 급제했으나 대북파가 득세해 영창대군의 어머니인 인목대비가 물러나도록 폐모론을 주장하자 벼슬을 그만두고 흥원(전라도 흥덕)으로 낙향했다. 인조반정으로 인조가 즉위한 이후 다시 조정에 나아갔고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인조, 소현세자와 함께 남한산성으로 들어갔으며 이후 이조 참의와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하면서 전후 수복에 힘썼다. 1640년과 1644년에는 척화파 인물로 지목돼 심양에 두 차례 억류됐으며 효종이 즉위한 이후 복수설치의 표상이 됐다. 그동안 이경여의 문집이 비교적 온전히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백강집 완간은 병자호란 이후 척화파 인물 중 한 명인 이경여 인물 연구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당시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의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팀은 산적한 미번역 고전 자료를 번역하고 고전의 대중화와 지역의 번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0년 5월에 설립됐다. 이후 2017년 12월에 대형거점연구소로 최종 선정돼 해마다 사업비와 출판비를 지원받아 호남권 문집 9책을 연간 번역 발간하고 있다. 그동안 ‘존재집’, ‘문곡집’, ‘노봉집’, ‘병산집’, ‘한포재집’, ‘손재집’, ‘서하집’, ‘성재유고’, ‘연석’, ‘송사집’ 등 조선시대 선현의 문집을 번역 출간했다. 올해는 권상하의 문하에서 학문이 뛰어났던 8명의 유학자를 일컫는 강문팔학사란 칭송을 들을 만큼 유명했던 조선 후기 성리학자 윤봉구의 ‘병계집(屛溪集)’을 완역했다. 또한 동춘당 송준길의 후손으로 성리학과 예학에 조예가 깊은 송내희의 ‘금곡집(錦谷集)’과 우암 송시열의 현손으로 가학(家學)을 계승한 송덕상의 ‘과암집(果菴集)’을 번역한다. 올 하반기에는 구한말의 문인이자 순국지사인 송병선의 ‘연재집(淵齋集)’을 출간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1.25 17:40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성황리에 개최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황사라(시·61·경기 안양), 배은정(소설·48·경북 포항), 지영미(수필·57·경북 청도), 양지(동화·23·전주) 씨에 대한 시상식이 18일 오후 3시 전북일보사 7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는 심사를 맡은 김사인 시인, 복효근 시인, 김병용 소설가, 백시종 소설가, 정목일 수필가, 이준관 아동문학가와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 윤석정 사장, 백성일 부사장, 서창원∙김은정 이사를 비롯해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자연 전북작가회의 회장, 최기우 최명희문학관장,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신명호 가천문화재단 기획조정팀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사인 시인은 심사위원을 대표한 심사 총평에서 “전북일보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신춘문예를 통해 훌륭한 당선자들을 많이 배출해 문학인으로서 감사하다”며 “당선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문학으로 좀 더 근원적인 것을 탐구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선자들은 시상식에서 이번 당선을 계기로 창작활동에 몰두해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될 것을 다짐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문학가를 꿈꾸는 이들의 최고의 영예이자 로망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앞으로 정신과 영혼이 깃든 의무와 책임을 다해 한국 문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전북일보가 일상적으로 시대의 등불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신춘문예 시상식은 문학인들에게 가장 거룩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선자들이 영광의 길을 뒤로 하고 가시밭길을 잘 헤쳐나가 한국 문단의 큰 빛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가천문화재단이 후원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1.18 17:54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한국 문단의 큰 빛이 되길”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들과 한국 문단의 새로운 얼굴을 축하하는 중견·원로 문인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전북일보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인 황사라(시·61·경기 안양), 배은정(소설·48·경북 포항), 지영미(수필·57·경북 청도), 양지(동화·23·전주) 씨는 새로운 출발선에서 한국문단의 큰 빛이 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이번 신춘문예에 시 ‘활어’로 당선의 영광을 안은 황사라 씨는 고향 전북에서 신진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 것에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어릴 적 새벽 기차를 타고 고향인 전북을 떠났지만 아직도 태어난 주소를 잊지 않고 있다”며 “늦은 나이에 등단한 만큼 남들보다 더 많이 쓰고 노력해서 심사위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작가가 되도록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소설 ‘오월의 박제관’을 통해 당선의 영예를 안은 배은정 씨는 담담하면서도 그토록 갈망하던 신춘문예 관문을 넘은 것에 대한 애틋한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 해마다 1편씩 신춘문예에 도전해왔다”며 “처음엔 소설을 일기처럼 쓰기 시작했는데 밑천을 알게 돼 더 많이 읽고 써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수필 ‘골죽’으로 당선의 영광을 안은 지영미 씨는 부단한 노력 끝에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감회를 떨리는 목소리로 밝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는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면 특히 전북일보에서 당선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렸는데 꿈만 같은 행운을 받게 돼 남들이 쓰지 않는 글로 더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 ‘세모바퀴 달린다’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양지 씨는 젊은 패기로 신진작가로서 멈추지 않고 작품 활동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상을 받았지만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신춘문예에 도전한지 8년이 됐다”며 “그동안 상을 받은 경험이 손에 꼽혀 이번 신춘문예 심사 결과에 욕심을 버렸는데 고향인 전주에서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로 선정돼 더욱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외(1)
  • 2023.01.18 17:5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김진섭 ‘책기계 수집기’

친구 집에 놀러 가 책장을 들여다보면 그가 보인다. 깔끔하게 정돈된 책장에도, 집안 여기저기 조금씩 꽂힌 책에도 친구가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일부를 집안 곳곳에 드러내고 살면서도 책이 물성을 가지고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작가의 손을 떠난 원고는 어디를 지나 나의 책장에 자리 잡았을까. 지금이야 어렴풋이 거대한 인쇄 기계 속에서 깨끗하게 등장하는 책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전에는 어땠을까? 어떤 모습과 어떤 수고를 지나 사람들의 책장으로 들어갔을까?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뒤에, 오늘처럼 거대하고 많은 일을 알아서 하는 기계가 공간을 채우기 전에, 그 사이의 시간 속에서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을까? 사람의 손과 기계가 한데 뒤섞여 일하던 때가 궁금해졌다. 책을 집어 들어 표지를 넘겨보자마자 나는 책을 다시 내려 놓지 못했다. 표지 다음장에는 독특한 안내 문구가 쓰여있기 때문이었다. “책 위, 아래와 책배를 재단하지 않고, 읽는 독자들이 장인들의 손맛과 정성을 느끼면서 낱장을 북 나이프로 한 장 한 장 절취하면서 읽기를 권합니다.” (‘책기계 수집기’ 중에서) 어제의 어제 사이를 상상하기 좋아하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책과 관련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군침을 흘리던 어느 수집가의 기록이다. 동시에 그가 만나거나 수집한 기계와 시간을 보낸 손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겼다. 2013년 완주군 삼례로 자리를 옮겨 책공방을 운영하는 저자는 수집한 책 기계들의 여정을 정리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 기계를 처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서울, 목포, 광주, 남원, 전국 어디 할 것 없이 달려가 공간을 들여다보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계를 모으는 동안 나름대로 정한 그만의 원칙도 있었다. 선배 장인들이 사용한 기계일 것. 크기는 되도록 작을 것. 국산이어야 할 것. 원칙이 늘 지켜진 것도, 기계를 가져오는 일이 모두 성공적인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가 무리 없이 기계를 책공방으로 옮겼을 때는 기뻐하기도 하면서, 또 귀한 물건을 허망하게 놓친 아쉬움은 책장을 넘기는 것으로 달래기도 하면서 읽었다. “디지털 인쇄가 보편화되면서 수많은 책 기계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이 추세라면 활자인쇄시대를 증언할 기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멸종동물처럼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 쓸모가 사라진 지금이야 한낱 고물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지금 남겨두지 않으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역사의 증거품들임을 알아야 한다.” (‘책기계 수집기’ 중에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상에는 책배를 자르며 흩날린 먼지가 수북해졌다. 미숙한 솜씨로 책을 가르며 읽다 보니 어딘가는 크게 잘못 잘린 종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쪽이 심란하기도 하다. 그가 놓친 귀한 자료들이 생각나면 입이 텁텁해졌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역사의 조각을 모아 나와 당신을 활자 인쇄의 시대에 초대하는 이가 있으니.

  • 문학·출판
  • 기고
  • 2023.01.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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