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덕진공원 열린광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원 중심부에 있는 전주 대표 시인들의 시비(詩碑)를 예고 없이 철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가 반발을 사고 있는 시비들은 신석정·이철균·백양촌 시인의 시비로, 이들은 전북 문단의 초석을 이룬 이들이다. 시인들의 시비는 현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인근 실내 배드민턴장 근처에 임시로 옮겨졌지만,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덕진공원 열린광장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와 공원의 경관 개선을 위해 공원 내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공원 입구에 잔디와 원형 광장 등을 조성했다. 전주시는 이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시비를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전주시가 ‘문화도시’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문화의 근간인 문학을 행정의 부속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문인들과 전주문인협회는 시비 이전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주시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가 옮기겠다고 결정한 실내 배드민턴장 주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문학적 상징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원로 시인은 “덕진공원으로 시비를 원상복구 해야 한다”라며 “애초에 시비를 세우기로 행정과 문인들이 서로 약속한 사항을 협의도 없이 임의로 옮겨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주의 상징적인 공간인 덕진공원에 시비를 세워두는 것이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에도 긍정적”이라며 “실내 배드민턴장 인근은 접근성 측면에서도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주시는 논란이 커지자, 현재 시비가 옮겨진 실내 배드민턴장 인근 부지를 메모리얼 파크로 조성해 문화적 가치를 높이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주문인협회는 ‘덕진공원 시비 이전 반대’ 공문을 전주시장에게 발송하고 시비 이전 전면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시비 몇 기가 공원의 풍경을 훼손하거나 시민의 발걸음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무엇보다 덕진공원에 있는 시비는 시민의 뜻을 모아서 만들어졌음에도 뜻을 접고 일방적으로 시비를 옮기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전주문협 관계자는 “문인들과 사전에 합의도 하지 않고 갑자기 시비를 배드민턴장 인근 주차장에 옮겨 놨다”며 “시비가 방해됐다면 공원 중앙부가 아니라 외곽에 세워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성 중인 메모리얼 파크 대신 ‘시비(문학비) 공원’을 마련하고, 향후 최명희 선생의 묘소까지를 문학공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전주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전주문협은 “문인들은 시비가 덕진공원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만약 이대로 사업을 지속할 때는 보이콧을 감행하겠다는 의견까지 모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주시는 10월 말 완공 예정이었던 메모리얼 파크 공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현재 전주문인협회 요구사항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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