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노동도 놀이가 될 수 있는가
■ 쟁점 자료 분석하기〈자료 1〉플레밍은 자신의 장난꾸러기 기질을 일과 후의 시간에만 발휘하지 않았다. 그는 일하면서 놀았고,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일을 가지고 놀았다. 그의 상사였던 앨름로스 라이트는 그에게 "자넨 게임 대하듯이 연구를 대하는구먼. 그러면 엄청나게 재미있겠지?"하고 말한 적도 있다. 라이트는 플레밍에게 주의를 주려고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질투했었을 수도 있다. 어떤 의도로 말한 것이건 간에 플레밍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놀이는 그가 일하는 방식이었다.그는 과학이라는 게임 안에서 게임을 만들었다. 누군가 그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올 때마다 그는 "미생물을 가지고 논다네."라고 대답하곤 했다. "물론 이 놀이에는 아주 많은 규칙이 있지. 그런데 어느 정도 이 놀이에 익숙해지면 그 규칙을 깨뜨리는 것이 아주 재미있다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생각조차 못해본 것을 알아낼 수 있게 되지." 플레밍에게 박테리아 놀이는 뜻밖의 귀중한 것을 운 좋게 발견해내는 장치였다.-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 P325〈자료 2〉순수한 놀이적 요소가 실용적 고려를 압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이 더욱 진전되면 일부 대기업에서는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놀이 정신을 주입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되면 사정이 뒤바뀌어 놀이가 일이 된다. 로테르담 상과 대학에서 명예 학위를 수여받은 어느 기업체의 우두머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내가 업계에 처음 투신했던 때부터 사업은 항상 기술자들과 판매부 사이의 경주였다. 기술자들은 판매부에서 결코 팔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생산량을 올리려 했고 한편 판매부에서는 기술자들이 보조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산품을 팔려고 했다. 이 경주는 항상 계속되었다. 어떤 때는 이쪽이 앞서도 또 어떤 때는 저쪽이 앞섰다. 나의 형도, 나 자신도 결코 사업을 하나의 과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정신을 우리는 우리의 젊은 스태프에게 심어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물론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스포츠 팀을 구성하고, 심지어는 직업적 능력보다는 그 축구팀에 적합한 사람을 얻을 양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 역시 주객이 전도되는 예이다.-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P297-298〈자료 3〉미래의 노동은 자동화 시대의 '생활 배우기'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전기 테크놀러지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다. 이것은 문화와 테크놀러지, 예술과 상업, 일과 여가라는 낡은 이분법을 없애 버린다. 단편화가 지배적이었던 기계시대에는 여가란 일이 없는 것, 또는 단순히 놀고 지내는 것이었지만, 전기 시대에는 그 반대가 맞는 말이 된다. 정보 시대가 모든 능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시대의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대상에 관여함으로써 가장 한가하게 여가를 누리게 된다. … (중략) … 현재의 노동력을 산업으로부터 철수시키려고 하는 이 자동화의 작용 때문에 학습 그 자체는 생산과 소비에서 중요한 것이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실업에 대한 불안은 어리석은 것이 된다. 이때 급료를 받아가며 배우게 되는데, 이는 이미 지배적인 고용 형태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에서 새로운 부(富)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회 내에서 인간이 떠맡는 새로운 '역할'이다. 반면에 기계적인 구식 관념인 '직능' 즉 '노동자'에게 주어진 단편화된 일이나 전문가적 직위와 같은 개념은 자동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의의를 가지지 못한다. … (중략) …자동제어 기구의 전기 시대는 갑자기 사람들을, 앞선 기계 시대의 기계적, 전문가적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시킨다. 기계와 자동차가 말을 해방시켜서 오락의 세계 속으로 던져 넣은 것처럼, 자동화가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해방에 대한 대가로, 내부의 자원을 이용해 스스로 고용을 창출해 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사회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을 갑자기 안게 되었다. … (중략) …전기적 에너지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나 작업의 종류와는 무관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작업에서의 탈중심화와 다양성이라는 패턴을 형성한다. 예를 들면, 이것은 난롯불과 전깃불의 차이에서 분명히 나타나는 논리이다. 따스함과 빛을 찾아 난롯가나 촛불 주위로 모여든 사람들은 전깃불을 지급 받는 사람만큼 생각이나 과제를 자유롭게 추구하지는 못한다. 이처럼, 자동화 속에 숨어 있는 사회적, 교육적 패턴은 자기 고용self-employment과 예술적 자율성의 패턴이다. 자동화가 세계적 규모의 획일화를 가져온다고 놀라 당황하는 것은, 이제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기계적 규격화와 전문화의 미련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마셜 맥루언, 미디어의 이해, p.479-495■ 쟁점 논제1. 논술 논제〈자료1〉과 〈자료2〉의 차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3〉의 입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900자 내외)보낼 곳: nettesvoll@hanmail.net2. 면접 논제놀이하듯이 일하기 어려운 이유를 사회적 측면에서 3가지 이상 말해보시오. (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6단 논법으로 역할을 나누어가며 해보세요.)■ 쟁점 자료 비판적 읽기〈자료 1〉 놀이로 일하다.놀이는 플레밍이 일한 방식이며, 그는 일을 가지고 놀았다고 할 수 있다. 플레밍은 미생물을 가지고 놀며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리처드 파인먼은 흔들리는 접시를 보고 전자궤도를 연구하였고, 조각가 알렉산더 콜더는 서커스를 좋아하고 나무와 철사를 가지고 놀면서 모빌을 만들었다. 작곡가 알렌산드로 보르딘은 어린 딸아이가 양 집게손가락만 가지고 피아노를 친 단순한 패턴에 흥미가 생겨 이것을 젓가락행진곡의 변주곡으로 만들었다.이들의 놀이는 그 자체로 만족할 뿐, 분명한 목적이나 동기가 없었다. 성패를 따질 수 없고, 결과를 설명할 필요도 없으며,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도 아니었다. 관습적 태도나 사고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았다. 놀이를 통해 주변을 관찰하고 창조적으로 통찰하며, 지식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과학과 예술을 가능하게 하였다.〈자료 2〉 놀이가 일이 되다.고용주가 놀이 정신을 의도적으로 노동자에게 주입하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놀이는 일이 된다. 놀이는 행위 자체가 수단이면서 목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은 수단과 목적이 분리되어 있지만, 놀이는 수단과 목적이 분리되지 않는다. 놀이는 누군가 명령하는 순간 노동이 될 것이다. 최근 한 텔레비전 광고의 상황은 퍽 재미있다. 회사의 사장이 등산을 좋아해서 직원들과 함께 등산하는 야유회를 열었다. 사장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다음 주에 또 오자는 제안을 한 중간 관리의 말에 부하 직원들은 모두 울상이 된다. 만약 사장이 한 달에 한 번씩 부하 직원들에게 등산을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그것은 곧 일이 되어 버린다. 놀이는 자발적 행위를 기초로 한다. 그리고 놀이는 규칙에 따르는 공정한 정신이 요구된다. 체급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두 레슬링 선수가 겨루는 경기는 즐겁지 않다. 심판이 편파적으로 판정을 하거나 경기의 규칙이 특정인에게만 유리하게 개정된다면 놀이의 즐거운 맛은 사라진다. 계층에 따른 노동과 놀이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자료 3〉 우리 사회에 노동이 놀이가 될 수 있는가마셜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는 1964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정보 기술 혁명 시대를 예견한 선구적 담론으로 평가되는데, 이 글에서 말하는 미래는 지금 우리의 현재를 가리킨다. 〈자료 3〉은 미래의 자동화 시대에 인간의 노동은 곧 배움이고 학습 자체이기 때문에 일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글이다. 기계 시대는 단편화, 전문화, 규격화된 구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인간의 노동은 수동적이고 괴로운 것이며 놀이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전기 시대에는 직장과 가정을 분리한 산업 시대와 달리 인간의 작업 장소가 확장될 것이며 자기 고용이 가능하고 창조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과 놀이가 하나로 융합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쟁점 확대하기1. 찬성가. 새로운 시대는 고통이 뒤따르는 노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주어진 정보를 주체적으로 이용하고 변형하고 창조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행동은 곧 놀이로부터 시작된다. 순수하게 즐기고 행동하며 창조적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나. 놀이는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인간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존재이며, 인간은 원시 시대부터 놀이를 즐기는 존재이다. 인간은 어느 위치에서 일하든지 자신의 일을 즐기며 할 수 있고, 놀이처럼 하는 일을 통해 존경받는 과업을 수행한 이들은 참 많다. 자신의 속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일을 즐기며 놀이처럼 했다고 말한다.다. 일에 있어 자신이 주체가 된다면 그것은 곧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일이 힘겨운 노동이 되느냐 즐거운 놀이가 되는가는 일에 대한 자신이 태도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2. 반대가. 노동은 자연을 변화시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든다. 하지만 순수하게 즐기고 행동하는 놀이와는 달리 그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뒤따른다.나. 자본주의 하에서 이윤 창출의 도구로 전락한 노동자들은 노동을 통해 인간 소외 현상을 겪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산한 것을 소유하지 못하며, 단지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복잡해지고 거대화된 생산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기계처럼 주어진 분업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소외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실업 문제가 많은 사회 구성원들을 괴롭게 하는 상황에서 즐기며 일하라는 것은 가혹한 처사이며 폭력이다.다. 노동은 어원상 지겹고 고통스러운 활동을 의미한다. 노동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특히 인간이 기계화되고 도구화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노동이 놀이가 될 수 있으니 즐기며 일하라는 것은 계속 피지배층을 노동에만 매달리게 하려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쟁점 기출문제1. 논술: 2000학년도 가톨릭대학교 정시 논술문제다음 글에 근거하여, 제시된 문장들을 포함시켜 노동의 의의와 가치를 논술하시오.(가) 노동의 의미는 경제적 보상에만 있지 않다.(나) 노동의 가치는 노동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다) 노동의 목적은 인간의 완성에 있다.2. 논술: 2003학년도 서강대학교 정시 논술 문제제시문 (가), (나)를 활용하여 '노동'과 관련한 (다)의 입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1,600±60자3. 논술: 2006학년도 중앙대학교 수시1 자연계 논술 문제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젊은 세대의 일과 노동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이전 세대와 비교하여 적고, 두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의 차이를 지적하시오. 10~11줄(226~275자)로 쓰시오. (1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