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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위스 대표 유통기업 협동조합 '미그로' - 품질 좋은 지역 생산품, 값 비싸도 소비자들 선호

1인 소유 회사서 전환…10개 협동조합 구성 / 국민 3명 중 1명 조합원…전국에 600개 매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소매점, 즉 마트는 협동조합인 미그로(Migro)와 쿱(Coop)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대형마트보다는 동네 곳곳에 중소규모의 미그로나 쿱이 소비의 중심이다. 8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인구 중 미그로와 쿱 조합원이 각각 250만 명, 200만 명이다. 프랑스계인 카르푸(carrefour)가 스위스 진출을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쿱이 매장을 인수하면서 철수했다. 이는 지역 물품과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소비생활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달 20일 오전 8시30분께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 근처 쿱 매장에는 수 십명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신선한 과일에서 주방용기, 조리식품, 세제 등의 공산품이 쿱의 상표를 달고 판매되고 있었다. 쿱매장 밖 리마트(Limmart)강 건너'M'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미그로 매장도 마찬가지다. 이 곳은 커피전문점과 같은 작은 카페도 있었다. 미그로는 약국, 주유소도 등도 운영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외주업체에 맡기기 보다는 직접 제조를 통해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있었다.

 

 

   
▲ 스위스 취리히 반호프 거리 인근 미그로 매장 내 카페 모습. 스위스 취리히=이세명기자

△ 개인기업에서 국민의 기업으로

 

스위스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미그로는 10개의 협동조합으로 이뤄져 있으며, 스위스 전역에 약 600개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해 29조 원(약 248억 스위스프랑)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유럽재정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순수익률은 2009년과 2010년 3.4%에서 지난해 2.7%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스위스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그로의 자국 내 시장점유율은 식품부문이 2007년 25%에서 2008년 28.6%까지 올라갔으나 지난해 26.7%로 다소 떨어졌다. 비식품부문은 2007년 12.4%에서 지난해 13.1%로 최근 5년간 다소 늘었다. 미그로 전체 그룹은 2007년 18.3%에서 2008년 20.6%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다소 떨어진 19.9%로 집계됐다. 직원은 유럽발 경기침체 속에서도 50개 기업에서 지난 2010년 8만3616명에서 지난해 8만6393명으로 3.3%가 늘었다.

 

미그로는 원래 고트리프 두트바일러라는 사람의 1인 소유 회사였다. 그는 세계 2차 대전 때 사업이 망하고 브라질까지 가서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취리히로 돌아왔다. 귀국 후 트럭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설탕, 커피, 파스타, 소금, 코코넛 오일 등 6개 품목을 싣고 다니며 1925년 미그로를 설립했다. 미그로는 프랑스어 demi(절반)와 gros(도매)를 합친 말이다. 도매와 소매 중간이라는 의미였다. 당시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일반 상점보다 40%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대중적인 소매점으로 거듭났다.

 

자식이 없던 두트바일러는 미그로를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소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1941년 미그로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당시 10스위스프랑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었다. 7만5000명이 참여했다.

 

그는 협동조합 전환 후에도 1인이 지배하지 않는 체계를 마련했다. 일반 조합원, 지역 조합, 연합회 3단계로 이뤄진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사업 방향은 조합원이 뽑은 대의원이 의사를 결정토록했다. 또한 7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도 주요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일반 유통기업이지만 회사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이 협동조합이다.

 

 

   
▲ 미그로 본사에서 얀 하츠 기업개발부사장이 미그로 연보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이세명기자

△ 담배와 술 팔지 않는 미그로

 

미그로 매장에서는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다. 1920년대 노동자들이 술과 담배에 돈을 쓰는 모습을 본 창업자가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백화점 글로버스(globus)나 미그로보다 저렴한 매장인 데너(denner)에서는 판매한다. 데너는 공산품 위주로 신선 식품의 품질은 다소 떨어진다.

 

더욱이 미그로는 다국적 기업제품보다는 자국산 제품을 우선 공급한다. 취리히 림마트 거리(Limmatstrasse)에 있는 본사 매장 내 생수, 음료수, 과자, 화장품 등 미그로가 만들고 파는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PB(Private Brand, 유통업자 상표) 상품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외주를 주지만 미그로는 품질을 맞추기 위해 직접 제조에 나선다.

 

농산물은 각 지역 미그로 물류센터에 모아져 가까운 매장부터 먼저 배분된다. 근교에서 재배하는 품목과 그 지역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 위주로 판매한다. 정육은 농민이 도살장으로 가축을 보내면 협동조합이 받아서 미그로에 출하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이익(profit)을 환원(turn over)이라 부른다. 연 매출의 0.5%를 사회에 환원한다. 교육, 예술, 레저 등의 분야로 지역 사회에 지원한다. 일종의 학원(club school)을 운영해 일반 학원보다 1/3~1/4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외국어, 운동,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공원을 조성하기도 한다.

 

1년여 전에 스위스로 건너온 후 일주일에 서너번 미그로를 찾는다는 이종실 씨(42·여·스위스 제네바 거주)는 "이웃도 미그로를 이용한다. 미그로는 보편적인 동네 상점이다.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다"면서 "미그로는 미국의 월마트나 코스트코처럼 창고형 마트가 아니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양파, 감자 등 식품의 품질은 으뜸이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자신이 필요한 양질의 물건을 구입하는 게 스위스 사람들의 일반적인 소비 모습이다. 싸다고 무조건 사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프랑스계와 독일계가 많은 곳에서는 저가형 소매점인 카르푸와 알디(ALDI) 매장을 선호한다. 국경 인근에 사는 이들은 국경을 넘어 장을 보기도 한다. B생수의 경우 미그로에서는 6병 들이 1개가 5.6유로지만 카르푸에서는 2.3유로로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미그로가 생필품의 가격을 내려야한다는 여론에 밀려 여러 품목에 걸쳐 약 30% 이상 할인을 하기도 했다.

 

   
▲ 스위스 취리히 미그로 본사 매장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이세명기자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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